장학우(張學友 / Jacky Cheung) - 5집 재아심심처(在我心深處)

장학우의 통산 다섯 번째 스튜디오 앨범이면서 국어 음반으로는 2번째다. <재아심심처>는 기본적으로 광둥어 3집 <상애> 앨범 수록곡에 국어 가사를 붙여 새로 녹음한 것이다. 특이한 것은 국어 음반이지만 광둥어 노래 3곡이 실렸다. 앨범의 1~3 번 트랙까지 <상애> 이후 작업한 세 곡의 영화 및 드라마 주제가 3곡이 들어있다.

 

폴 모리아가 만든 대만 헌정곡 <Song for Taipei>에 국어 가사를 붙인 노래와 신곡도 하나 포함됐다. 앨범은 1987년 5월 6일, 보려금(寶麗金 / Polygram)을 통해 출시되었고, 프로듀서는 구정옥(區丁玉)이 맡았다. 참고로 <재아심심처>는 이전 국어 앨범 <정무사귀>보다 두 배 증가한 10만 장이 팔렸다.

 

이때까지만 해도 장학우에게 표준어 앨범은 대만 시장을 겨냥한 것에 불과했지만, 훗날 엄청난 자산이 되어 돌아온다.

1. 고단적점령(孤單的佔領) - 粵語

작곡 : Richard Yuen / 작사 : 진소기(陳少琪) / 편곡 : Richard Yuen

 

장학우가 정유령, 장만옥과 함께 주연을 맡은 영화 <천사양연(天賜良緣)>(1987년)의 주제가다. 리처드 유엔은 전형적인 발라드에 신시사이저로 포인트를 줬다. 후렴 멜로디가 가장 잘 들려야 하는데, 이 곡은 뒤에 깔리는 건반 라인이 귀에 더 잘 감긴다.

 

이 시기 대중음악은 간주부에 기타, 건반 등 악기 솔로가 들어가는 게 공식이었는데, <고단적점령>은 평범하게 끝나다 간주가 거의 끝날 무렵부터 색소폰, 기타의 화려한 솔로를 몰아넣고 강한 비트와 함께 2절로 넘어간다. 사운드가 복잡하니 장학우는 오히려 힘을 뺀 상태에서 가사와 분위기 전달에 주력한다.

 

 

2. 청천우천해자천(晴天雨天孩子天) - 粤語

작곡 : 임민이(林敏怡) / 작사 : 임민총(林敏總) / 편곡 : 임민이

 

RTHK 방송국의 어린이 드라마 주제가다. 해맑은 멜로디를 로커빌리 스타일의 편곡으로 풀어냈다. 천진난만한 전반부와 발라드풍 후렴이 상반된 느낌을 주는데, 자세히 들어보면 모두 같은 멜로디를 교묘히 변주한 것이다. 장학우는 기교를 최대한 빼고 개구쟁이처럼 노래를 부른다.

 

3. 외성격(外星客) - 粤語

작곡 : 노관정(盧冠廷) / 작사 : 임민총 / 편곡 : 두자지(杜自持)

 

라디오 드라마 <위사리(衛斯理)>의 주제가다. <위사리>는 초자연적 사건을 파헤치는 예광의 신문 연재소설이 원작이다. 홍콩 판 <X 파일>이라 생각하면 얼추 맞을 것 같다. 주제곡이라 단번에 귀에 꽂히는 전주로 승부를 걸었다. 다양한 효과음을 삽입, SF 판타지라는 특징을 부각했다. 그럼에도 실제 멜로디는 한국에서 70년대 말에 유행한 트로트 고고를 닮았다.

 

4. 남우(藍雨)

작곡 : 도쿠나가 히데아키(德永英明) / 작사 : 진가려(陳家麗) / 편곡 : 노동니(盧東怩)

 

<상애> 앨범에서 가장 히트한 <남우>의 북경어 버전이다. 원곡은 도쿠나가 히데아키의 <Rainy Blue>. 깔끔한 키보드 연주가 참 듣기 좋다. 북경어 버전은 광둥어 곡과 달리 두 번째 벌스부터 코러스가 가세한다. 배킹 보컬의 아름다운 화음 덕분에 노래가 훨씬 따뜻해졌다. 

 

단어 하나에도 섬세한 감정이 느껴지고, 마지막 후렴 반복 구간의 고음 처리에서 장학우의 보컬이 고수의 경지에 올랐음을 확인하게 된다.

 

5. 재아심심처(在我心深處)

작곡 : 임민총 / 작사 : 여승명(呂承明) / 편곡 : 임민이

 

<상애> 앨범 수록곡 <온형>의 국어 버전이다. 광둥어 앨범에선 10번째 트랙이었는데 국어 음반에선 타이틀이 되었다. 가사만 바꿔 재녹음했고, 편곡은 동일하다.

 

개인적인 취향은 <재아심심처>보다 <온형> 쪽에 가깝다. 두 곡을 연달아 들어보면 확실히 <온형>의 보컬이 감정표현과 가사 전달에 있어 <재아심심처>보다 낫다.

 

6. 이인세계(二人世界)

작곡 : Richard Yuen / 작사 : 왜왜(娃娃) / 편곡 : Richard Yuen

 

담백하면서도 세련된 편곡이 돋보인다. 하모니카 리프가 기억에 남고, 가사 분위기에 따라 피아노, 신시사이저, 기타 솔로 등 악기를 다양하게 활용한다.

 

이별을 앞둔 남녀가 각자의 속마음을 대화하듯 노래하는 곡으로 '천후' 진혜한과 서로 주고받는 듯한 후렴이 이별의 정조를 더한다. 원곡은 <상애> 앨범의 수록곡 <소남인>이다.

 

7. 광오(狂傲)

작곡 : 견악장(見岳章) / 작사 : 왜왜 / 편곡 : Richard Yuen

 

액션 영화 <집법선봉>의 주제곡이다. J - Pop 스타일의 락 넘버로 키보드, 일렉 기타 중심의 사운드가 시원한 느낌을 준다. 발라드와 또 다르게 락을 부를 때 장학우는 성대를 갈아 낀 듯 굵고 딴딴한 목소리를 변한다.

 

8. 별련(別戀)

작곡 : 스기야마 오스케(杉山洋介) / 작사 : 여승명 / 편곡 : 노동니

 

<상애> 앨범 1번 트랙 <별련>의 국어 버전이다. 원곡은 일본 밴드 Sally의 <M 코드의 하트 브레이크>. 국어판 <별련>은 광둥어 버전과 달리 여성 코러스가 추가 됐다. 그런데 바로 이 점이 감정 포인트가 됐다. 너무 과도하게 쓰는 바람에 노래가 촌스러워졌고, 원곡의 베이스 연주와 서정성이 다 묻혀 버렸다.

 

9. 시비시희(是悲是喜)

작곡 : 진미위(陳美威) / 작사 : 진미위 / 편곡 : 소유침(蕭唯忱)

 

이 곡은 <재아심심처> 앨범으로 처음 공개된 신곡이다. 보통은 광둥어 곡이 먼저고 이후 국어 버전이 나왔는데, 이 곡은 국어 버전이 먼저 나오고, 이후 광둥어 버전 - <Jacky>(87년 7월)의 수록곡 <불연적초면(不戀的悄面)> - 이 나온다. 성인 취향의 마이너 발라드로 비트가 많이 강조되어 있다. 전주와 후주의 건반 리프, 간주의 기타 솔로가 들을만하다.

 

10. 몽리면니시수(夢裡面你是誰)

작곡 : 노동니 / 작사 : 왕자미(王紫薇) / 편곡 : 노동니

 

데이비드 포스터와 피터 세트라가 만든 사운드의 영향력은 80년대 칸토팝 영역에서도 발견된다. 이 곡의 키보드, 스트링 편곡, 후렴의 브라스 세션은 정확히 <Hard to say I'm Sorry>를 겨냥한 것이다. 처음엔 솜사탕 같은 발라드인데 뒤로 가면 콘서트 때 관객과 같이 부르기 좋은 멜로디로 바뀐다.

 

원곡은 2집 <요원적타>에 수록된 <진면목, 가면구(眞面目, 假面具)>로 국어 버전 <몽리면니시수>와 보컬 스타일과 편곡에서 차이가 있어 비교해 들으면 재미있다. 

 

11. 몽(夢)

작곡 : 위림(威林) / 작사 : 임추리(林秋離) / 편곡 : 노동니

 

1집 <Smile>의 수록곡 <조몽자(造夢者)>의 국어 번안곡이다. 구성이 단순하고 멜로디도 평이하다. <재아심심처> 앨범의 공통점이기도 한데 <몽>에서도 노래에 한 치의 여백도 용납할 수 없다는 듯 백 보컬을 빼곡히 채워놨다. 편곡은 원곡보다 아쉽지만, 장학우의 노래실력만큼은 <조몽자> 때보다 10배는 성장한 게 느껴진다.

 

12. 사념 - 태북지가(思念 - 台北之歌)

작곡 : 폴 모리아(Paul Mauriat) / 작사 : 임추리 / 편곡 : Richard Yuen

 

일본, 대만, 한국 등 동북아시아에서 크게 사랑받았던 폴 모리아 악단의 바로 그 폴 모리아가 만든 대만 헌정곡 <Song for Taipei>에 가사를 붙여 부른 노래다. 폴 모리아 특유의 낭만적 멜로디 라인을 즐길 수 있다. 노래 후반부에 장학우의 고음 애드리브가 폭발하는데, 정말 노래 잘한다는 감탄이 터져 나온다.

▶ <사념 - 태북지가>

 

 

13. 계정(繫情)

작곡 : 임민이 / 작사 : 여승명 / 편곡 : 임민이

 

<상애> 앨범에 수록된 <비가사적풍의>의 국어 버전이다. 작곡가 임민이가 원래 장국영에게 준 노래다. 장국영은 데모 녹음만 하고 정작 앨범에 싣지 않았는데, 이를 장학우가 이어받아 자신의 앨범에 수록한다.

 

2016년 장국영의 60번째 생일을 기념해 출시된 베스트 앨범 <가가적가(哥哥的歌)>에서 장국영이 부른 <계정>이 처음 공개됐다. 가창력으로 보면 장학우의 손을 들겠지만, 이 노래의 진짜 주인공은 장국영인 듯하다. 설렁설렁 부르는데 장국영의 필이 노래를 압도한다.

 

Chronicle - 장학우 Discogra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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