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10월 23일에 발매한 4집 <상애>는 장학우의 초창기 앨범 가운데 가장 완성도가 높다. 사운드의 질, 수록곡들 간의 편차 또한 적어 1~4집 중에 가장 웰메이드 한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J팝과 뉴튼 패밀리의 히트곡을 대거 번안했지만 탁월한 감정 표현과 가창력으로 요즘 말로 '니곡 내곡' 스킬을 시전 했다. 원곡과 차별화되는 장학우만의 스타일로 노래를 불러서 수록곡 중 다수가 지금까지도 홍콩 대중의 사랑을 받는 클래식으로 남았다.
1. 별련(別戀)
작사: 소경어(小鯨魚) / 작곡 : 스기야마 오스케(杉山洋介) / 편곡 : 노동니(盧東尼)
피터 세트라(그리고 데이비드 포스터)가 프론트맨으로 나섰던 시절의 시카고 사운드가 어른거린다. 원곡인 일본 밴드 Sally의 <M코드의 하트 브레이크(mコードに Heartbreak)>가 데이빗 포스터의 세련된 사운드에 영향을 받은 곡이라서다. 피아노로 시작해 스트링이 추가되고, 후렴부가 되어서야 기타 소리가 들리다 간주에 솔로로 감정을 터트리는 편곡은 당대 락 발라드의 표준 공식이다. 오리지널리티를 기준으로 삼는다면 변명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별련>만의 킥이 있으니, 다름 아닌 장학우의 가창이다. 단어 하나마다 다른 감정으로 노래를 부르는데, 광둥어를 알아듣지 못하는데도 마음속에 아련한 추억, 잃어버린 사랑 같은 회한이 올라온다.
2. 니매구설화(你每句說話)
작사 : 가룡(卡龍) / 작곡 : 이즈미 츠네히로(和泉常寬) / 편곡 : 노동니
일본 밴드 오메가 트라이브(Omega Tribe)의 히트 싱글 <Your Graduation>을 번안했다. 약간 시티팝적 요소가 있어 편곡과 연주에 있어 즐길 요소가 많다. 이 곡에서도 장학우의 보컬이 원곡과 비교해서 가장 비교우위에 있는 요소다. 공기가 많이 섞인 소리로 감성을 자극하다 질러야 할 땐 확실히 고음을 내고, 브리지 파트에선 가성까지 소화한다.
3. 초문(初吻)
작사 : 임진강(林振强) / 작곡 : Adam Vegvari / 편곡 : 와타나베 시게키(渡邊茂樹)
뉴튼 패밀리의 <Karnevál>이 원곡이다. 퍼커션과 빠른 건반연주로 삼바 느낌을 살렸다. 라틴 댄스를 소화하려고 장학우 역시 앞의 두곡과 전혀 다른 창법을 구사한다. 목소리를 더 뾰족하게 만들어 축제의 흥겨움을 표현한다. 장학우는 연창회에서 분위기를 띄우는 곡으로 <초문>을 자주 선곡했다.
4. 상애(相愛)
작사 : 임민총(林敏聰) / 작곡 : 임민이(林敏怡) / 편곡 : 임민이
앨범의 동명 타이틀 곡이다. 한창 주가를 올리던 작곡가 임민이의 곡이다. 멜로디와 편곡에서 전형적인 느낌은 있어도 공연에서 관객과 함께 부르기 제격이다. 장학우도 좀 더 기교를 덜어내고 정직하게 노래를 불렀다.
5. 소남인(小男人)
작사 : 노영강(盧永强) / 작곡 : Richard Yuen(袁卓凡) / 편곡 : Richard Yuen
영화음악으로 유명한 리처드 유엔(원탁범)이 곡을 썼고, 같은 소속사의 천후(天后) 진혜한(陳慧嫺)이 코러스를 맡았다. 전주부에 하모니카가 포인트를 주고, 극적인 변화보다 잔잔하게 흘러가는 노래다. 분위기가 중요한 곡이라 장학우도 담백하게 노래를 소화한다. 마무리를 가성으로 끝낸 것이 신의 한 수!
6. 광오(狂傲)
작사 : 노국첨(盧國沾) / 작곡 : 견악장(見岳章) / 편곡 : Richard Yuen
원표 주연의 영화 <집법선봉>의 주제곡. 깔끔하게 뽑아낸 J팝 스타일의 락 넘버다. 일렉 기타와 키보드가 곡의 지분을 반반씩 가져간다. 박진감 있는 멜로디와 펑키한 리듬이 액션 영화의 주제곡으로 손색없다. 브리지에서 보컬 대신 기타와 신시사이저의 화려한 연주가 들어간 것도 이색적. <광오>의 화려함은 앨범 전체적으로 보면 다음 곡 <남우>의 잔잔함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
7. 남우(藍雨)
작사 : 임진강 / 작곡 : 토쿠나가 히데아키(德永英明) / 편곡 : 노동니
발표된 지 40년이 다 돼 가는 노래지만 여전히 사랑받는 장학우의 초초히트곡! 원곡은 토쿠나가 히데아키의 <Rainy Blue>다. 멜로디가 참 좋은 노래다. 특히 브리지의 멜로디는 동세대 발라드 중 최고라 생각한다. 노동니는 <남우>에서 락적인 색깔을 조금 더 했다. 토쿠나가 히데아키의 보컬은 나르시즘이 느껴지는데, 장학우는 훨씬 담담하게 해석했다. 후렴과 브릿지의 가성이 참 듣기 좋다.
8. 비기사적풍의(飛機師的風衣)
작사 : 문정일(文井一) / 작곡 : 임민이 / 편곡 : 임민이
원래 임민이가 장국영에게 준 곡이었다. 녹음은 했으나 정작 앨범에 싣지 않았다. 잠자던 곡을 임민이가 장학우에게 다시 부르게 했다. 2016년, 장국영의 60번째 생일을 기념하여 발매된 베스트앨범 <가가적가(歌歌的歌)>을 통해 비로소 장국영의 버전이 처음 공개된다. 가창력으로만 따지면 장학우지만, 이 노래의 진짜 주인은 장국영이다.
9. Oh! No! (feat. 이국근(李克勤))
작사 : 반원량(潘源良) / 작곡 : Laszlo Paszor / 편곡 : 와타나베 시게키
아홉 번째 트랙은 뉴튼 패밀리의 혼성 듀엣 곡 <No>를 번안한 노래다. 서울패밀리의 <이제는>과도 후렴 멜로디나 분위기가 흡사하다. 홍콩 18구 신인가수 경연대회 2회 우승자 이극군과 듀엣으로 불렀는데, 1회 우승자가 장학우다. 장학우는 데뷔하자마자 성공했는데, 이극근은 대회 참가하고 15년이 지나 2000년대 들어 비로소 전성기를 맞이했다.
10. 온형(溫馨)
작사 : 임민총 / 작곡 : 임민총 / 작곡 : 임민이
마이너 발라드를 임민이가 클래식 기타, 스트링이 어우러진 고급진 느낌으로 편곡했다. 장학우는 화려한 기교를 과시하기보다 한 음 한 음 곱씹어 부르며 가사 전달에 신경을 썼다.
11. 작탄(炸彈)
작사 : 반원량 / 작곡 : Donald Ashley, Peter Ng / 편곡 : Donald Ashley
강한 비트감을 살린 곡으로 펑키한 베이스, 간주의 트윈 기타 솔로가 듣기 좋다. 리듬이 유달리 두드러지는데 작/편곡을 맡은 도널드 애쉴리는 80년대 홍콩 최고의 드러머로 이름을 날린 뮤지션이다.
12. 청풍(淸風)
작사 : 등위웅(登偉雄) / 작곡 : 고가휘(顧嘉輝) / 편곡 : 고가휘
앨범의 마지막곡은 홍콩 영화 & 드라마 음악의 천황 고가휘의 작품이다. 1986년 TVB 드라마 <자보태자(孖寶太子)>의 주제곡으로 전주와 첫 번째 벌스 멜로디로 청자를 사로잡는다. 멜로디와 코러스의 활용에서 로맨틱한 샹송을 연상케 한다. 고가휘의 음악답게 스트링을 활용해 우아함을 살렸고, 베이스 연주도 훌륭하다. 미디엄 템포에 무드가 중요한 곡이라 장학우도 감미롭게 부르는 데 주력하지만, 곡 후반부엔 쩌렁쩌렁한 소리도 들려준다. 우아한 기타 솔로와 함께 끝나는 마무리도 훌륭하다.
▶ <청풍>
Chronicle - 장학우 Discogra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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