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5월 9일 발매된 <정무사귀(情無四歸)>는 장학우의 첫 번째 국어앨범이다. 레이블은 보려금(寶麗金 / Polygram), 프로듀서는 구정옥(區丁玉)과 대만 뮤지션 이수전(李壽全)이 맡았다. 아마도 국어 가사와 재녹음 과정에서 이수전이 일정 역할을 맡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1집 <Smile>과 2집 <요원적타 Amour>의 히트 싱글을 뽑아 국어로 다시 부른, 일종의 베스트 음반이라고도 볼 수 있다. 광둥어 1,2집의 놀라운 판매고에 힘입어 가까이는 대만, 장기적으로 전 세계에 퍼져있는 화교팬을 포섭하기 위한 시도로 보면 된다. 국어 앨범은 단순히 광둥어 가사를 표준어로 바꿔 부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아예 새로운 가사를 쓴다. 녹음도 새로 하기에 보컬의 감정 표현도 미묘하게 달라진다. 바로 이 지점에서 <정무사귀>의 가치가 있을 것이다.
앨범의 전반부는 2집 수록곡, 후반부는 1집 노래들을 배치했다. 앨범 타이틀 <정무사귀>는 '어디에도 사랑이 없다' 정도로 번역할 수 있는데 <애모>부터 시작해 슬픈 이별 노래를 셀링 포인트로 강조할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앨범 표지로 쓰인 장학우의 사진은 곡 분위기와 달리 너무 해맑다.
1. 애모(愛募)
작사 : 여승명(呂承明) / 작곡 : Camilo Blanes / 편곡 : 노동니(盧東尼)
광둥어 2집 <요원적타 Amour>의 타이틀 <Amour>의 국어 버전으로 동일한 편곡에 가사만 바꿔 불렀다. 녹음을 새로 하다 보니 가창에 차이가 있다. <애모>의 하이라이트는 곡 마지막에 애절한 기타 솔로와 함께 'amour'를 외치는 부분인데, 원곡보다 훨씬 더 진한 감정이 느껴진다.
2. 월반만(月半彎)
작사 : 신지(愼芝) / 작곡 : 타마키 코지(玉置浩二) / 편곡 : 두자지(杜自持)
<애모>에서 <월반판>으로 이어지는 배치가 2집과 같다. 광둥어 버전의 <월반만>이 목소리에 힘을 빼고 나른하게 부른다면, 국어 버전에선 보다 딴딴한 소리를 들려준다. 아무래도 히트곡이라 자주 불렀고, 그러다 보니 노래에 훨씬 자신감이 붙은 결과가 아닐까 싶다.
3. 니래아왕(妳來我往)
작사 : 손의(孫儀) / 작곡 : Elmar Kast, Joachim Horn-Bernges / 편곡 : 두자지
광둥어 2집에 실린 <단차소녀>의 국어 버전이다. <단차소녀>가 첫눈에 반한 자전거 타는 소녀를 노래했다면, 이 곡은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 여인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니래아왕>은 후렴구에 장학우의 화음이 더해져 훨씬 듣기 좋다.
4. 요원적타(遙遠的她)
작사 : 여승명 / 작곡 : 타나무라 신지(谷村新司) / 편곡 : 두자지
1,2집 베스트 모음집 성격의 <정무사귀> 앨범에서 이 노래가 빠지면 안 된다. <요원적타>는 <Amour>와 더불어 2집의 더블 타이틀곡이었다. 1절은 건반 위주의 절제된 편곡으로 멜로디를 감상하기 좋고, 2절부터 악기가 하나씩 추가되며 절정으로 치닫는다. <요원적타>는 장학우가 보컬로 기승전결의 드라마를 표현할 수 있는 가수임을 보여주는 곡이다.
5. 정도(征途)
작사 : 손의 / 작곡 : 노동니 / 편곡 : 노동니
역시 2집 앨범의 수록곡으로 신디사이저가 많이 사용된 팝록 장르의 곡이다. '젊은이여, 고난을 극복하고 앞으로 돌진하라'는 직설적인 메시지를 표현하기 위함인지 곡의 구성도 단순하다. 1절이 끝나면 간주 없이 바로 2절이 시작되고, 후렴을 두 번 반복한 다음 바로 노래가 끝난다. 원곡은 후렴에 두텁게 코러스를 깔았는데, 국어 버전은 장학우의 보컬만 단출하게 들어있다.
6. 정이서(情已逝)
작사 : 신지 / 작곡 : 키스기 타카오(来生たかお) / 편곡 : 노동니
1집 <Smile>에서 가장 큰 사랑을 받은 노래다. <월반만>과 비슷하게 많이 부른 만큼 다시 녹음한 국어판 <정이서>가 원곡의 보컬보다 훨씬 자신감 있게 들린다. 비브라토가 훨씬 깊어졌고, 후렴부의 목소리가 딴딴해 감정이 한층 더 짙다.
7. 천과니적흑발적아적수(穿過你的黑髮的我的手)
작사 : 나대우(羅大佑) / 작곡 : 나대우 / 편곡 : 노동니
1집의 첫 번째 트랙 <경무니적검>은 대만의 국보급 싱어송라이터 나대우의 <천과니적흑발적아적수>를 리메이크한 곡이었다. 국어 앨범에서는 가사를 새로 쓸 것도 없이 원곡을 그대로 불렀다. 역시 <경무니적검> 때보다 한 차원 업그레이드된 장학우의 보컬을 확인할 수 있다. 1집 때와 목소리의 울림부터 차이가 난다. 목을 긁어내는 거친 소리로 애절한 감정을 표현한다. 특히 나대우의 원곡은 꼭 한번 찾아서 들어보길 권한다.
8. 영원적소엽(永遠的笑靨)
작사 : 여승명 / 작곡 : Keith Brown / 편곡 : 노동니
한국에서도 대히트한 뉴튼패밀리의 <Smile Again>의 국어 번안곡이다. 광둥어 1집의 타이틀곡(<Smile Again 마리아>)인데 둘을 비교하면 <영원적소엽>의 완성도가 더 높다. 코러스를 깔끔하게 조정한 듯하고, 스트링 연주도 훨씬 고급스럽게 들린다. 이 곡의 키 포인트는 마지막의 기타 솔로 파트다. 끝없이 상승하는 라인이 엄청난 쾌감을 준다.
9. 자기적로(自己的路)
작사 : 손의 / 작곡 : 채국권(蔡國權) / 편곡 : 노동니
2집 수록곡 <서난종명>의 국어 버전이다. <정도>와 비슷하게 단순한 메시지, 신나는 리듬의 곡으로 7~80년대 건전가요나 군가를 연상시킨다. 이런 점을 의식해서인지 다양한 효과음을 사용하여 엄청 복잡하게 편곡을 했다.
10. 매차도상호함니적명자(每次都想呼喊你的名字)
작사 : 요개록(姚凱祿) / 작곡 : 요개록 / 편곡 : 노동니
1집 수록곡 <사사기억>의 국어 버전이다. <매차도상호함니적명자>와 <사사기억>을 비교해서 들으면 데뷔 2년 사이에 장학우의 가창력이 진일보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곡과 비교하면 <사사기억>은 결대로 너무 예쁘게 불렀다.
Chronicle - 장학우 Discogra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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