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영화 1 (The Great Movies) 2002년 - 7부 'ㅇ'으로 시작하는 영화들(1)
1. 아귀레, 신의 분노(Aguirre, the Wrath of God)
감독 : 베르너 헤어조크
출연 : 클라우스 킨스키, 헬레나 로조
제작연도 : 1973년
상영시간 : 93분
어떤 영화감독들은 '플롯에 따라 전개되는 스토리'를 말하는 대신 더 원초적인, 경이로운 체험의 순간으로 관객을 이끌고 싶어 한다. 베르너 헤어조크가 그런 감독이다.
스페인 정복자 곤살로 피살로는 황금도시 엘도라도를 찾을 수 있다는 망상에 사로 잡혀 원정대를 파견한다. 원정대의 부사령관 아귀레(클라우스 킨스키 분)는 정글과 거친 강을 헤매다 그만 정신을 놓는다.
<아귀레, 신의 분노>는 '위대한 업적을 쌓겠다는 환상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감히 거기에 도달하겠다는 교만의 죄를 저지르고는 무자비한 우주에 의해 좌절당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클라우스 킨스키의 압도적인 외모, 음악, 금속 투구를 쓰고 위태로운 정글의 절벽을 거니는 사람들...화면만 봐도 영화 못지않게 제작진도 반 미친 상태임을 알 수 있다.
이 영화는 에픽이다. '제작비가 <진주만>의 제작진이 쓴 식비보다 작다. 하지만 <아귀레, 신의 분노>는 서사 영화인 반면 <진주만>은 그렇지 않다.' 아이디어와 비전의 크기에서 <진주만>은 <아귀레, 신의 분노>에 대적할 수 없다.
2. 아라비아의 로렌스(Lawrence of Arabia)
감독 : 데이비드 린
출연 : 피터 오툴, 알렉 기네스
제작연도 : 1962년
상영시간 : 214분
영화 개봉 후 오마 샤리프는 이런 말을 했다. "당신에게 돈이 있다고 칩시다. 누군가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찾아와서 말합니다. 러닝 타임은 네 시간 정도고, 스타는 출연하지 않으며, 여자도 등장하지 않고, 러브 스토리도 없으며, 액션도 별로 등장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게다가 사막에서 촬영하면서 엄청난 제작비를 쓰겠다고 합니다. 당신이라면 뭐라고 말하겠습니까?'
영화사를 보면 간헐적으로 미친 야심가가 출현한다. 이들은 수많은 난관을 극복하고 불가능해 보이는 프로젝트를 끝내 영화로 만든다. <아라비아의 로렌스>가 바로 이런 작품이다.
'<아라비아의 로렌스>는 관객들이 보고 느낄 수는 있지만, 말로는 옮길 수 없는 장관을 체험할 수 있게 해 준다. 영화의 매력 대부분은 대사가 많은 복잡한 줄거리가 담겨 있지 않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우리는 고요한 여로를, 사막을 가로지르며 떠오르는 태양을, 모래 위에 부는 바람이 만들어 낸 뒤엉킨 선들을 기억할 뿐이다.'
3. 아파트 열쇠를 빌려드립니다(The Apartment)
감독 : 빌리 와일더
출연 : 잭 레먼, 셜리 맥클레인
제작연도 : 1960년
상영시간 : 125분
로저 에버트는 <위대한 영화 1>에서 빌리 와일더의 작품을 4편(<뜨거운 것이 좋아>, <선셋대로>, <아파트>, <이중배상>)이나 올렸다. 네 편의 영화가 가진 공통점을 꼽아보자면 사실적인 캐릭터, 촌철살인의 대사, 아이러니, 쓸쓸함의 정조다. <아파트를 빌려 드립니다>는 멜로, 로맨틱 코미디로 보이지만, 냉혹한 현실을 직시한다.
벡스터(잭 레먼)은 직장 내에서 더 나은 커리어를 위해 자신의 아파트를 중역들의 불륜 장소로 제공한다. 엘리베이터 걸 큐벨릭(셜리 맥클레인)은 보스의 아내가 되고 싶어 유부남 사장과 불륜 관계에 빠진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이 두 사람은 화목한 가정, 연인과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외로이 거리를 전전한다. 영화는 '서글픔과 냉소'사이에서 균형을 잡는다.
이들은 악인에게 속임을 당한 게 아니다. 지극히 현실적인 동기에서 외로움을 선택했다. '와일더의 가치 있는 점은 그가 가진 성숙한 감수성이다. 그의 캐릭터들은 판에 박힌 플롯에 따라 비행하지 않는다. 생계를 위해 노동이라는 시련을 견디고 책임감을 느끼면서 비행기를 조종해 가기 때문이다.'
4. 아푸 삼부작(The Apu Trilogy)
감독 : 시트야지트 레이
제작연도 : 1955~1959년
인도 감독 사티야지트 레이는 가진 것 없는 상업 미술가에 불과했다. 16미리 카메라, 현장에서 바로 캐스팅한 배우들로 찍은 '아푸 삼부작'은 '뮤지컬 로맨스라는 좁은 장르에 국한되어 있던 인도 영화계에 새로운 조류'를 몰고왔다.
영화는 1920년대 뱅골 지역에 사는 아푸라는 소년이 성인이 될 때까지를 다룬다. 여기에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진 소년, 아들을 떠나보내야 하는 어머니, 힘들게 생존해야 하는 여성들, 난생처음 보는 사람과 결혼해야 하는 관습, 사랑하는 이의 죽음과 같은 인생이 담겨있다.
'슬프면서도 평온하게, 그러면서도 위력적으로 관객의 마음을 휩쓴다. 동시에 영화가 어떤 일을 해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영화를 보고 나면 또 다른 인생을 산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5. 안달루시아의 개(Un Chien Andalou)
감독 : 루이스 부뉴엘
출연 : 시몬 마뢰이, 피에트 바트셰프
제작연도 : 1928년
상영시간 : 16분
<안달루시아의 개>는 '영화 역사상 가장 유명한 단편'으로 남아있다. 초현실주의자 루이스 부뉴엘은 살바도르 달리와 여러 환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뒤, 그 이미지를 영화로 찍었다.
'면도날로 여자의 눈을 가르는 남자, 개미가 들끓는 손, 자전거를 탄 복장 도착자, 털이 북슬북슬한 겨드랑이, 인도에 떨어진 절단된 손' 등 충격적인 이미지들로 공개 즉시 거친 논란에 휩싸였고, '초현실주의자들이 남긴 전설'이 되었다.
1차 대전 후, 사회에 대한 환멸로 가득 찼던 젊은이들이 기획한 일종의 혁명이었으며, 그런 의미에서 루이스 브뉴엘과 섹스 피스톨스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가 있다.
100년 가까이 된 영화라 유튜브에서 제목을 검색하면 쉽게 본편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이 기괴한 영상들의 모음을 지금 보는 것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 예술은 남들과 전혀 다른 시각으로 사람들에게 충격을 준다. 이 영화는 '숏들을 이어주는 스토리라인이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 숏들을 이어 보려 애쓴다. 다른 영화들이 의미가 없을 때조차 의미를 찾아내라고 우리를 얼마나 철저하게' 길들였는지 알게 된다.
6. 양들의 침묵(The Silence of the Lambs)
감독 : 조나단 드미
출연 : 조디 포스터, 안소니 홉킨스
제작연도 : 1991년
상영시간 : 118분
<양들의 침묵>은 장편극영화 <한니발>과 <레드 드래곤>, 그리고 TV 시리즈 <한니발>로 확장됐다. 한니발 렉터라는 희대의 캐릭터 덕분이지만 그 원조격인 <양들의 침묵>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다.
FBI 요원 스털링과 인육을 먹는 한니발 렉터는 법 집행요원과 죄수라는, 양 극단의 인물이지만 비슷한 점을 공유한다. 둘 다 불우한 어린 시절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고, 무엇보다 똑똑하다.
로저 에버트는 한니발 렉터가 살인마임에도 불구하고 관객의 호감을 산 이유에 대해 그럴듯한 이론을 제시한다. '<양들의 침묵>의 비밀은 영화가 식인종의 관점에서 시작하지 않고, 젊은 여성의 눈과 마음을 통해 식인종에 도달'한다는 데 있다. 관객은 한니발이 스털링을 해하지 않고, 그녀가 연쇄살인마 '버팔로 빌'을 체포할 수 있게 돕는다. 이 점이 결정적이다.
만약 이 영화를 다시 한번 보게 된다면, 다음과 같은 부분에 유의해서 보길 권한다. '카메라의 시점은 그녀 주변 사람들을 면밀히 조사하는 위치를 차지하고, 그녀가 위험한 공간에 들어갈 때 카메라가 그녀를 따라 공간에 들어가는 대신에 그곳에서 그녀를 기다린다. 빨강, 하양, 파랑이 일관되게 활용되고 있다는 걸 주목하라, '
7. "업" 다큐멘터리 시리즈(The "Up" Documentaries)
감독 : 마이클 엡티드
제작연도 : 1964~
1964년에 7살이었던 아이들을 7년마다 한 번씩 보여주는 전례미문의 영국 시리즈 <Up>의 최신작이 2019년에 공개됐다. 이제 출연자들은 70살이 되었다.
마이클 앱티드는 노동계급, 상류계급의 아이들을 선별해 이들이 어떻게 성장하고, 성인이 되고, 부모가 되어 늙어 가는지를 따라가로 결심했다. 처음의 의도를 넘어 <Up> 시리즈는 아주 특별하면서도 대단한 영화적 이벤트로 남게 되었다.
출연자들의 인생 경로는 우리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다. 출연자들 본인 역시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누군가는 노숙자가 되고, 선생이 되고, 박사가 되고, 택시 운전사가 된다. 행복한 인생을 살기도 하고 불행한 인생을 살기도 한다. 그걸 지켜보면서 무수히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아마도 <Up> 시리즈만큼 관객에게 다양한 생각과 감정을 던져주는 영화는 없을 것 같다.
'이 시리즈가 영화라는 매체를 영감 넘치는 방식으로 활용한, 심지어는 고결하게 활용한 사례라는 인상을 늘 강하게 받는다. 7년마다 이 영화들을 보는 것은 인간만이 자신이 시간 속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아는 유일한 동물이라는 경이로운 사실에 대해 숙고하는 것'이라고 로저 에버트는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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