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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영화 1 (The Great Movies) 2002년 - 10부 'ㅈ'으로 시작하는 영화들

homeostasis 2025. 4. 17.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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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전거 도둑(The Bicycle Thief)

 

감독 : 비토리오 데 시카

출연 : 람베르토 마지오라니, 엔조 스타이올라

제작연도 : 1948년

상영시간 : 93분

 

이 영화는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 영화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비전문배우를 기용해 전후 이탈리아의 민중의 피폐한 삶에 카메라를 들이 댄 <자전거 도둑>은 당시 전 세계 영화팬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안겼다. 유일한 생계 수단인 자전거를 도둑 맞고, 그 자전거를 찾아다니는 아버지의 곤경을 그린 영화다.

 

'네오리얼리즘이라는 용어는 많은 뜻을 갖고 있는데, 가난한 문화를 배경으로 삼고 더 나은 사회에서는 부가 더 평등하게 분배될 것이라는 암묵적인 메시지를 담은, 노동계급의 삶을 다룬 영화를 가리키곤 한다.'

 

리얼리즘이란 단어 때문에 이 영화가 다큐멘터리적 접근을 취했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질 수 있는데, 실제 <자전거 도둑>은 그것과 거리가 먼, 제법 화려한(?) 카메라 워킹과 화면을 보여준다.

 

지금도 이 영화는 여전히 개봉 당시의 반짝임을 유지하고 있을까? 로저 에버트는 그렇다고 답한다. '제작진이 세상을 떠나고, 네오리얼리즘이 영감을 주는 원천이라기보다 추억의 장르로 기억될 때까지 - 충분히 오랜 시간을 기다려도 좋다는 허락을 받으면서 영화는 비평에서 벗어나 다시금 걸출한 이야기가 되었다.'

 

<자전거 도둑> 트레일러

 

2. 잔 다르크의 수난(The Passion of Arc)

 

감독 : 칼 테오도르 드레이어

출연 : 르네 마리아 팔코네티, 유진 실베인

제작연도 : 1928년

상영시간 : 110분

 

'드레이어의 시각적 방식들(앵글과 편집 클로즈업)은 스타일리스틱한 선택을 내려서 얻은 결과물로서 역할을 하는 게 아니라, 잔 다르크가 한 체험의 파편들처럼 작용한다. 기력이 쇠하고 굶주리고 추운 데다 끊임없이 공포를 느끼는, 세상을 떠났을 때 열아홉 살밖에 되지 않은 그녀는 자신을 괴롭힌 자들의 얼굴이 유령과 악령처럼 솟아오르는 악몽 속에 살고 있다.'

 

영화를 보고 있으면 그녀가 겪은 수난이 진짜 내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 같아 괴롭다. 잔 다르크를 연기한 팔코네티의 표정은 '연기'라는 단어로는 표현할 수 없을 것 같이 숭고하다.

 

드레이어는 가혹한 환경에서 팔코네티의 얼굴에 카메라를 대고 같은 장면을 수없이 되풀이하여 찍었다. 감독은 '얼굴에서 모든 표현을 지워내는' 것이었다. 개봉 이후 수많은 평론가들이 영화 사상 최고의 연기라고 격찬했지만, 팔코네티는 두 번 다시 영화 카메라 앞에 서지 않았다.

 

<잔 다르크의 수난> 트레일러

 

3. 전함 포템킨(Battleship Potemkin)

 

감독 : 세르게이 에이젠슈타인

출연 : 알렉산드르 안토노프, 블라디미르 바르스키

제작연도 : 1925년

상영시간 : 75분

 

세르게이 에이젠슈타인은 정반합의 변증법을 영화 편집에 적용했다. 강렬한 이미지의 충돌이 새로운 의미를 만들다. 포템킨 봉기 20주년을 기념해서 제작된 <전함 포템킨>은 로저 에버트의 말대로 '영화사의 랜드마크'와 같은 작품이다.

 

개봉 당시에 프로파간다로서 강력한 위력을 발휘했던 <전함 포템킨>은 할리우드 장르 영화에 무수한 영향을 끼쳤다. 소비에트 혁명의 도구가 자본주의 문화 상품을 보다 다채롭게 만드는 데 기여했다는 것은 시대의 아이러니다.

 

<전함 포템킨> 트레일러

 

4. 정사(L' Avventura)

 

감독 :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출연 : 가브리엘레 페르제티, 모니카 비티

제작연도 : 1960년

상영시간 : 145분

 

1960년,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정사>는 페데리코 펠리니의 <달콤한 인생>과 함께 세계 영화계의 뜨거운 화두가 되었다. '두 영화 모두 공허함과 영혼의 질환을 수반한 순수한 여명과 함께 끝을 맺었다. 중산층에다 육욕이 넘쳐흐르는 펠리니의 캐릭터들은 절망으로 향하는 길에도 최소한 희망은 잔뜩 품고 있었다. 반면 안토니오니의 무위도식하고 빈둥거리며 퇴폐적인 부자들에게 쾌락은 그들의 존재에 대한 치명적인 권태로부터 순간적으로 기분을 전환할 수 있게 해 주는 대상이다.'

 

<정사>에서 누군가 실종되지만, 그 실종이 중요하게 부각되지 않으며, 주변 인물들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행동한다. '<정사>가 개봉했을 때 '안토니오니적인 권태'라는 농담이 유행했다. 칸 영화제에서 열린 영화의 프리미어에서 관객들은 야유를 퍼부었다.'

 

'이 영화는 비트족이 세상에 대한 무심함을 장려할 때, 모던 재즈가 멜로디와 아이러니한 거리를 유지할 때, 쿨cool이 유행할 때 미국에 찾아왔다. <정사>는 그 시대의 축가였다.'

 

로저 에버트는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공감하지 않았다고 고백한다. '이 작품은 영화가 아니라 작위적인 장편영화 길이의 관념처럼 보였다. 최근에야 안토니오니가 영화의 절망스러운 침묵의 울부짖음에 얼마나 많은 명료함과 열정을 불어넣었는지를 깨달았다.' 그런 깨달음이 나에게도 찾아올 수 있을까?

 

<정사> 트레일러

 

5. 제너럴(The General)

 

감독 : 버스터 키튼

출연 : 버스터 키튼, 매리언 맥

제작연도 : 1927년

상영시간 : 75분

 

버스터 키튼은 웃지 않는 '스톤 페이스'로 유명했다.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위험천만한 스턴트를 아무렇지 않게 수행했다. <제너럴>은 27년도 기준에선 대규모 제작비가 투입된 블록버스터였다. 그리고 10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지금도 이 영화는 굉장하다.

 

버스터 키튼의 영화에 대한 열정, 재능은 후배 영화인들의 귀감이 되었다. 하지만 아무도 그를 함부로 흉내 낼 수 없었다. 스턴트 분야에 있어선 성룡과 톰 크루즈가 키튼의 후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무성 영화배우들은 관객에게 들려주려는 이야기의 논지를 이해시키려고 우스꽝스러운 짓을 했을지 모르지만, 키튼은 침착하게 관찰하는 태도를 유지했다. 그것이 그의 최고작들이 라이벌 찰리 채플린의 최고작들보다 시대를 더 잘 견뎌 내는 이유다. 그는 무성영화의 광대들이 존재하는 세계를 찾은 현대의 방문자처럼 보인다.'

 

'"찰리의 트램프는 부랑자의 철학을 가진 부랑자였습니다. 사랑스러운 사람이지만 기회가 생기면 도둑질을 할 겁니다. 그런데 내가 연기하는 작은 친구는 노동자입니다. 그리고 정직한 사람이죠." 언젠가 버스터 키튼이 직접 한 말이다. 키튼의 영화에서 키튼의 캐릭터는 그래서 폭소보다 공감의 대상이 된다.

 

<제너럴> 트레일러

 

6. 제3의 사나이(The Third Man)

감독 : 캐롤 리드

출연 : 조셉 코튼, 오손 웰스

제작연도 : 1949년

상영시간 : 104분

 

영화는 전쟁이 끝나고 냉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무렵의 비엔나를 배경으로 한다. 미국인 작가 홀리(조셉 코튼)는 대학 동창 해리 라임(오손 웰스)의 초대를 받아 비엔나에 온다. 그러나 해리 라임은 이미 죽어 장례를 치르는 중이다. 홀리는 해리가 어떻게 죽었는지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제3의 사나이>는 로저 에버트의 말대로 '<카사블랑카>의 기력이 쇠해진 속편' 같다. 두 편 모두 미국인 망명객이 전쟁 한복판에 놓인 여성을 사랑한다. <카사블랑카>는 전쟁에 기필코 이길 것이다는 낙관이 깔려있지만, <제3의 사나이>는 '냉전 시대를 예고'하는 어두움이 가득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감독 '캐롤 리드는 전시 영국 육군에서 다큐멘터리 제작부대에서 일했고, 시나리오를 쓴 그레이엄 그린은 이따금 스파이로 활동'한 전력이 있었다. 전쟁을 겪은 자들이 '천진난만한 해피 엔딩'의 영화를 만들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영화는 음악, 촬영, 액션 등이 완벽히 조화를 이룬다. 해리 라임을 연기한 오손 웰스가 직접 썼다는 명대사도 <제3의 사나이>를 유명하게 만들었다.

 

"보르지아 가문이 통치한 30년간 이탈리아에는 전쟁과 테러, 살인, 학살이 있었지. 하지만 그들은 미켈란젤로와 레오나르도 다빈치, 르네상스를 낳았어. 스위스인들에게는 형제애가 있었지. 그들은 5백 년 동안 민주주의와 평화를 누렸어. 그런데 그들은 무엇을 낳았나> 뻐꾸기시계뿐이지."

 

<제3의 사나이> 트레일러

 

7. 제7의 봉인(The Seventh Seal)

 

감독 : 잉그마르 베리만

출연 : 막스 폰 시도, 군나르 비욘스트란드

제작연도 : 1957년

상영시간 : 96분

 

창백한 얼굴의 사신(死神)이 무시무시한 낫을 들고 서 있는 유명한 이미지로 기억되는 <제7의 봉인>은 십자군 전쟁과 전염병이 창궐한 가운데 신은 존재하는가를 끊임없이 묻는다. '주인공의 면모와 동일한 단순함과 믿음으로 선과 악을 응시하며 고민하는 비타협적인' 영화이며 '기사가 사신과 체스를 두는 모습을 실제로 보여줄 만큼' 과감한 영화다. 요즘에 어느 감독이 이런 시도를 할 수 있을까?

 

잉마르 베리만은 죽을 때까지 '신'과 '실존'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으려 하는 영화를 만들었다. 로저 에버트는 그의 영화들 - 절망과 회의, 불안 속에 인물들이 언제나 찰나의 따뜻함, 행복했던 기억을 '인류가 절망에 맞서 내세울 가장 좋은 무기로 제시' 했음을 잃지 않는다.

 

<제7의 봉인> 트레일러

 

8. 지난해 마리엥바드에서(Last Year at Marienbad)

 

감독 : 알랭 레네

출연 : 델핀 세이리그, 지오리지오 알베르타치

제작연도 : 1961년

상영시간 : 94분

 

 

로저 에버트가 회고하듯, 알랭 레네의 <지난해 마리엥바드에서>는 1960년대 시네필들의 필수 코스였다. 그 영화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당혹감에 휩싸였다. 정교하고 우아한 화면, 그러나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도대체 알 수 없는 난해한 인물들의 대사. 모두가 이 영화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몰랐고, 백가쟁명처럼 수많은 주장이 뒤따랐다.

 

한참 세월이 흘러 이 영화를 다시 접한 로저 에버트는 '지적인 체험을 하게 될 거라고, 작품을 감상하는 것보다는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더 재미있는 영화를 보게 될 거라고 예상했다. 내가 미처 대비하지 못했던 것은 관능적인 품격, 관객을 호령하는 것 같은 작품의 톤과 무드, 우리를 작품의 수수께끼 속으로 끌고 들어가는 최면 같은 방식, 장중한 시각적 아름다움이었다.'라고 놀라워한다.

 

리뷰의 마지막 부분에 로저 에버트는 <지난해 마리앵바드에서>가 무엇에 관한, 무엇을 말하는 영화인지, 자신만의 이론을 전개한다. 이것은 내가 본 것 중 가장 쉽고도, 가장 솔깃한 해석이다.

 

<지난해 마리엥바드에서> 트레일러

 

9. 지옥의 묵시룩(Apocalypse Now)

 

감독 :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출연 : 말론 브랜도, 마틴 신

제작연도 : 1979년

상영시간 : 157분

 

'<지옥의 묵시록>은 미 육군이 배출한 최고의 군인 중 한 명이던 커츠가 광기와 절망에 사로잡히지 않고는 전쟁의 현실을 더 이상 직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전락하게 된 이유를 이해하게 되는 윌러드의 원정을 그린다.'

 

승승장구하던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의 커리어는 이 영화를 기점으로 하강곡선을 그리게 된다. 그는 <지옥의 묵시록>을 찍으면서 영화감독으로 경험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고난을 겪었다. 그야말로 영혼을 갈아 만든 작품이다. 

 

'<지옥의 묵시록>은 베트남전을 다룬 최고의 영화이자, 영화 역사상 최고의 영화 중 한 편이다. 다른 모든 것을 뛰어넘어 영혼의 음침한 부분까지 도달했기 때문이다. <지옥의 묵시록>은 전쟁을 다룬 영화라기보다는, 우리가 결코 발견하고 싶어 하지 않는 진실을 전쟁이 어떻게 들춰내는지를 다룬 영화다.'

 

로저 에버트가 이렇게 까지 열정적으로 한 영화를 칭송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지옥의 묵시록>은 그럴만한 영화다.

 

<지옥의 묵시록>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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