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워터프론트(On the Waterfront)
감독 : 엘리아 카잔
출연 : 말론 브랜도, 에바 마리 세인트
제작연도 : 1954년
상영시간 : 108분
<워터프론트>는 양가적인 감정이 들게 하는 영화다. 매카시 광풍이 불 때, 엘리아 카잔 감독은 '국회 HUAC(House Un-American Activities Committee)에 출석해서 공산당 활동을 하던 옛 동료들의 이름을 대면서 좌익 그룹에서 왕따가 된 직후인 1954년'에 이 작품을 만들었다.
영화는 항만 노동자 테리(말론 브란도 분)가 노조의 부패와 싸우는 내용을 담고 있다. <워터프론트>는 카잔이 영화로 쓴 입장문과 같았다. 이듬해 아카데미 영화제는 <워터프론트>에 작품상, 남우주연상을 포함한 8개 부문을 몰아주며 카잔의 손을 들어 올렸다.
많은 평론가들이 영화를 자신의 변명, 옹호의 수단으로 삼았다며 카잔을 맹비난했다. 로저 에버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위대한 영화'로 픽(Pick) 했다. '<워터프론트>에 등장하는 배우들의 연기와 최상급 대사의 위력은 결코 약해지지 않았다. 미국 영화의 연기 스타일을 영원히 바꿔 놓은 브란도와 커젠의 영화가 가진 힘은 오늘날에도 여전'하다는 것이 선정의 변이다.
2. 위대한 환상(The Grand Illusion)
감독 : 장 르누아르
출연 : 장 가뱅, 에리히 폰 슈트로하임
제작연도 : 1937년
상영시간 : 113분
2차 대전의 전운이 코 앞으로 다가온 프랑스에서 장 르누아르 감독은 장 가뱅을 비롯한 자국의 명배우들, 할리우드 무성영화 시기의 대표적 감독 에리히 폰 슈트로하임 등을 초빙해 1차 대전 포로소용소를 배경으로 하는 <위대한 환상>을 만든다.
'유럽의 귀족들이 선전 포고를 했을 때 세상의 주인은 바뀌었다. 그리고 르누아르가 제목으로 내건 <위대한 환상>은 상류 계급들이 전쟁을 벌이면서 어떤 식으로 내걸었던 관념이다.'
이 영화의 메시지는 나치의 심기를 건드렸다. 괴벨스는 '공공의 적 1호 영화'로 선언하며 오리지널 네거티브의 압수를 명령했다. 1960년대 르누아르는 각국에서 수집한 상영용 프린트로 복원판을 만들었다. 하지만 필름의 상태는 온전하지 못했다. 이때만 해도 네거티브는 사라진 것으로 다들 추정했다.
네거티브는 기적적으로 살아 있었다. 베를린을 점령했던 소련군이 이 원본을 확보해 모스크바로 이송했다. 1960년대 중반 소련과 프랑스의 아카이브가 서로의 필름을 교환하기로 약정하며 네거티브가 본국 프랑스로 넘어오게 되었지만, 이것이 <위대한 환상>의 원본 필름임을 알아본 이가 없었다. 무려 30년이 지나서야 '보물'의 존재를 알게 된다.
지금 우리는 괴벨스가 지정한 '공공의 적 1호 영화'를 개봉 당시만큼 깨끗한 화질로 감상할 수 있다. 아무리 막으려 해도 할 수 없는 게 존재한다는 것을 영화 <위대한 환상>의 운명을 통해서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3. 윌로 씨의 휴가(Mr. Hulot's Holiday)
감독 : 자크 타티
출연 : 자크 타티, 루시앙 프레지스
제작연도 : 1953년
상영시간 : 114분
자크 타티는 무성 영화 시대의 거인, 버스터 키튼과 채플린의 유산을 이어받았다. 사운드의 활용에 있어서도 혁신적인 감독이었다. 즉, 영화 매체의 가능성과 한계를 예민하게 탐구했던 작가라 할 수 있다.
타티가 직접 연출하고 주연을 맡은 <윌로 씨의 휴가>는 제목 그대로 윌로 씨가 휴양지에서 보내는 동안의 소동을 다룬다. 빵 터지는 웃음은 없지만 어떻게 찍었을까 감탄스러운 장면들이 가득하다. 평범한 동작처럼 보여도 그 안에 대단한 무공의 진리가 숨겨진, 은거 고수 같은 느낌이다.
극적인 이야기는 없지만, 볼 때마다 미소가 지어진다. 로저 에버트는 '내 보물'이라고까지 하며 이 영화에 대한 애정을 고백한다.
'이 영화는 인간이 느끼는 가장 단순한 기쁨을 다룬다. 며칠 동안 도피하고픈, 일하는 대신 놀고픈, 바다 공기를 호흡하고픈, 근사한 사람을 만나고픈 욕망. 영화는 모든 휴가의 밑바닥에 깔린 희망과 휴가가 끝날 때 느끼는 슬픔을 다룬다.'
4. 이브의 모든 것(All About Eve)
감독 : 조셉 맨키비츠
출연 : 베티 데이비스, 앤 백스터
제작연도 : 1950년
상영시간 : 138분
할리우드 내부와 여자 배우를 다룬 영화로 가장 대표적인 것이 <선셋대로>와 <이브의 모든 것>이다. 영화는 베테랑 여배우 마고 채닝(베티 데이비스 분)과 그녀의 열렬한 팬을 자처한 이브 해링턴(앤 백스터)의 이야기다. 이브는 비서로 마고의 세계에 진입해 마고가 가진 모듯 것을 빼앗는다. <이브의 모든 것>은 그 뒤 숱한 멜로드라마의 원형이 되었다.
로저 에버트가 이 작품을 <위대한 영화>로 꼽은 결정적 이유는 베티 데이비스의 연기 때문이다. '데이비스의 연기는 스완슨(<선센대로>)의 연기보다 강렬하다. 광기는 덜 보이고 감동적인 면은 더 많이 보인다. 데이비스는 그 캐릭터 자체였고, 위엄이 넘치는 스타일을 갖춘 아이콘이었다. 심지어 그녀가 펼쳐 보이는 과해 보이는 연기조차 사실적이다.'
5. 이중배상(Double Indemnity)
감독 : 빌리 와일더
출연 : 프레드 맥머레이, 바버라 스탠윅
제작연도 : 1944년
상영시간 : 107분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의 제임스 M. 케인이 1930년대에 쓴 <이중배상>의 시나리오는 영화화되지 못하고 스튜디오를 전전했다. 서슬 퍼랬던 헤이스 오피스가 보험회사 직원이 난생처음 보는 여자와 눈이 맞아, 거액의 보험금을 노린 살인을 저지른다는 스토리를 허용할 리 만무하기 때문이었다.
이제 세 번째 영화를 연출하게 된 빌리 와일더는 과감히 <이중배상> 시나리오를 골랐고, 하드 보일드의 제왕 레이먼드 챈들러가 각색을 담당했다. 이렇게 <이중배상>은 필름 누아르의 여명을 밝힌 작품으로 남았다. <이중배상>은 복잡한 스토리만큼이나 인물의 감정 역시 복잡하고 은밀하다. 검열의 시대였기 때문이다.
빌리 와일더는 감독 경력 초기에 '이미 "나는 돈 때문에, 그리고 어떤 여자 때문에 그를 죽였다. 나는 돈을 챙기지 못했다. 여자도 얻지 못했다."라는 대사로 스릴러를 시작할 정도로, 그리고 그 주인공이 에드워드 G. 로빈슨에게 하는 "나도 당신을 사랑해요"라는 대사로 영화를 마칠 정도로 충분히 자신감 넘치는 인물'이었다.
6. 이키루(Ikiru)
감독 : 구로사와 아키라
출연 : 시무라 다카시, 히모리 신이치
제작연도 : 1952년
상영시간 : 143분
도쿄 시청 공무원 와타나베는 25년간 민원 처리 업무를 맡고 있다. 잔뜩 쌓인 민원서류 중 진짜 처리되는 일은 거의 없다. 여직원이 '미라'라 부를 만큼 눈에 띄지 않는 인물이었던 와타나베는 시한부 판정을 받고서 죽기 직전 가치 있는 일을 해야겠다 결심하고 동네 공터에 어린이 놀이터 만드는 사업에 매달린다.
'그가 노고를 쏟는 장면들은 시간 순으로 등장하는 게 아니라, 그의 빈소에서 플래시백으로 등장한다.' 장례식에 모인 가족과 직장 동료들의 각자 시선으로 와타나베의 '마지막 여정'이 드러난다. '구로사와는 우리를 와타나베가 내린 결정을 목격한 목격자가 아니라, 그의 결정을 세상에 전하는 전도사로 만든다. 이 영화는 사람들에게 각자의 인생을 조금 다르게 살아가도록 실제로 영감을 줄 수 있는 몇 안 되는 영화 중 하나'다.
제목 '이키루'는 '살다'라는 뜻이다. 영화를 보고 나면 여기에 생략된 주어, 목적어, 부사, 형용사가 자꾸 머리에 감돈다.
7. E.T
감독 : 스티븐 스필버그
출연 : 헨리 토머스, 드류 베리모어
제작연도 : 1982년
상영시간 : 115분
로저 에버트는 <E.T>의 거의 모든 장면이 외계인 E.T 와 꼬마 엘리엇의 시점이란 것을 지적한다. 우리는 어린아이와 외계인이 보는 대로 스크린 속 세상을 보며, 어느 순간 영화의 주인공과 하나가 된다. 마치 엘리엇이 E.T와 정신적으로 연결된 것처럼 말이다.
'자전거들이 날아오르는 장면은 얼마나 멋진 장면이니! 할아버지가 칸에서 그 영화를 볼 때가 기억나는구나. 거기 있던 관객들은 영화를 수천 편이나 봐 온 사람들인데도 그 장면을 보고는 환호성을 질렀어.'
4살, 7살 손주에게 쓰는 편지 형식으로 쓴 이 리뷰에서 로저 에버트가 밝힌 칸 상영 당시의 후일담은 <E.T>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준다. <E.T>가 개봉한 지 40년이 넘었지만 그 위력은 여전하며,
남녀노소 모두에게 순수한 영화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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