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차이나타운(Chinatown)
감독 : 로만 폴란스키
출연 : 잭 니콜슨, 페이 더너웨이
제작연도 : 1974년
상영시간 : 131분
사립탐정 기티스는 남편이 바람을 피운다고 주장하는 여인의 의뢰를 받아 조사에 나선다. 단순할 줄 알았던 사건은 '시 공청회로, 말라 버린 강바닥으로, 최종적으로는 살인과 거짓말, 불륜, 이 모든 사건의 배우에 거대한 실체가 있음을 감지'하게 된다.
끔찍한 사건으로 부인을 잃은 지 5년 뒤에 로만 폴란스키 감독은 <차이나타운>을 연출한다. 어둡고, 비관적이며, 냉소적이면서도 놀랍도록 매력적이다.
'<차이나타운>은 개봉 당시 네오 누아르 - 흘러간 장르의 업데이트로 - 간주되었다. 세월이 흐르고, 영화의 역사가 약간은 흐릿해진 지금, <차이나타운>은 오리지널 누아르의 옆자리에 쉽게 터를 잡은 듯하다.' 그것에 상당한 지분은 배우 잭 니콜슨에게 돌려야 할 것이다.
2. 천국의 나날들(Days of Heaven)
감독 : 테렌스 멜릭
출연 : 리처드 기어, 브룩 아담스
제작연도 : 1978년
상영시간 : 95분
빌(리처드 기어 분)은 살인을 저지른 후 연인 애비(브룩 애덤스 분)와 애비의 여동생 린다(린다 만츠 분)를 데리고 텍사스로 도피, 한 농장에 일꾼으로 숨어든다. 빌과 애비는 친남매지간 인 척하는데, 애비에게 관심 있는 농장주(샘 셰퍼드 분)가 1년밖에 살지 못한다는 말을 엿듣게 되면서 사단이 벌어진다.
텍사스의 농장을 이처럼 아름답게 보여 준 영화가 또 있을까? 엔니오 모리꼬네의 쓸쓸하면서도 목가적 스코어, 쿠바 출신 네스토 알멘드로스(로저 에버트는 이 영화 절반은 해스켈 웩슬러가 촬영을 담당했다는 일화를 전한다)가 찍은 화면은, 자극적인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것임에도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엄청난 평가를 받았음에도 감독 테렌스 멜릭은 업계 관계자와 대중들의 시야에서 사라져 은둔하는 삶을 택했다. 거의 20년이 흐른 뒤 차기작(?) <씬 레드 라인>을 발표한다.
3. 천국의 말썽(Trouble in Paradise)
감독 : 에른스트 루비치
주연 : 미리엄 홉킨스, 케이 프랜시스, 허버트 마셜
제작연도 : 1932년
상영시간 : 83분
잘 차려입고 교양 있어 보이는 상류 계급, 혹은 그처럼 보이는 남녀가 사랑이라는 감정을 두고 우아하게 저글링을 한다. 천박함이라고는 거리가 먼 사람처럼 보이지만 주고받는 대사는 그 문장을 구성하는 단어들의 1차적 의미와 달리 놀랄 만큼 자극적인 감정을 내포한다.
<천국의 말썽>은 스크루볼 코미디, 로맨틱 코미디의 원형처럼 보인다. 감독 에른스트 루비치는 1920년대 할리우드의 손꼽히는 감독으로 특히 삼각관계 멜로의 대가였다. 우아한 인물들을 우아한 카메라로 찍어내는 기품있는 영상은 그가 삼각관계 로맨스를 주로 다루는 것과 상관없이 '루비치 터치'라는 말을 만들어 낼 만큼 사랑을 받았다.
이 영화는 소매치기 남녀와 상류 계층 여자 사이의 삼각관계를 다룬다. 남자 주연을 맡은 허버트 마셜은 1차 대전에 참전했다 한쪽 다리를 잃었다. <천국의 말썽>에선 의족을 차고 연기하는데, 이 사실을 눈치챌 수 있는 관객은 없다.
4. 천국의 문(Gates of Heaven)
감독 : 에롤 모리스
출연 : 칼 하버츠, 플로이드 맥클루어
제작연도 : 1978년
상영시간 : 85분
<가늘고 푸른 선(The Thin Blue Line)> 이전에 <천국의 문>이 있었다. 번역을 하면 마이클 치미노 감독의 영화(<Heaven's Gate>)와 혼동할 수 있겠다. 분명히 말하지만 이 영화 <Gates of Heaven>은 에롤 모리스의 다큐멘터리 데뷔작이다.
반려동물 전용 공동묘지 창업자와 그 고객들의 인터뷰로 구성된 <천국의 문>은 아이러니와 웃음, 논쟁을 만들어 '언더그라운드의 전설'이 되었다. '어떤 식으로건 분류할 수 없는, 보는 사람을 도발하고 애타게 만드는, 그 자체가 하나의 카테고리가 된 작품으로 남았다.'
5. 카사블랑카(Casablanca)
감독 : 마이클 커티즈
출연 : 험프리 보가트, 잉그리드 버그먼
제작연도 : 1943년
상영시간 : 102분
냉소적이며 세상 이치에 통달한 릭(험프리 보가트 분)은 옛사랑 일사(잉그리드 버그먼 분)의 등장으로 흔들리기 시작한다. 일사는 전설적인 프랑스 레지스탕스의 여인이 되어 있고, 릭은 대의와 사랑 사이에서 고민한다.
특별히 걸작이 되고자 하는 야심을 품지 않았음에도 <카사블랑카>는 영화팬들이 오랫동안 애정하는 영화로 남아있다. 이 영화는 삼각 관계, 가슴 아픈 이별, 대의를 위한 희생 등 좋아할 수밖에 없는 요소들로 가득하다. <카사블랑카>는 무수한 영화들에 영향을 주었는데, 대놓고 리메이크한 것이나 다름없는 <하바나>(1990년), 주윤발-종초홍-장국영의 <종횡사해>, 심지어 <스타워즈>에서도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이 영화는 좋아하는 음악 앨범과 비슷하다. 흑백 촬영은 칼러가 그런 것처럼 낡아지지 않았다. 대사는 대단히 간결하고 냉소적이라 구닥다리 신세가 되지 않았다. 정서적 효과에서 상당부분은 우회적인 방법들로 달성된다.' 많이 말할수록 평범한 영화가 된다는 이스트우드의 격언은 <카사블랑카>에서도 적용된다.
6. 탐욕(Greed)
감독 : 에리히 폰 슈트로하임
출연 : 깁슨 고울랜드, 제이수 피츠
제작연도 : 1925년
상영시간 : 140분
<선셋대로>와 <위대한 환상>에서 명연기를 보여준 에리히 폰 슈트로하임은 외눈박이 안경을 쓴 꼿꼿한 독일인 이미지를 대중화시켰다. 그런데 그는 무성영화 시대에 대단한 감독으로 더 유명했다.
MGM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탐욕>은 무려 9시간에 달하는 작품으로 에리히 폰 슈트로하임의 연출 경력을 꺾어버린 작품이었다. 스튜디오는 이 영화를 140분짜리로 편집해 개봉했다. 지금도 오리지널은 남아있지 않고, 4시간짜리 복원판이 1990년대에 나왔다.
영화의 제작 에피소드는 더 유명하다. '오프닝 신들은 노리스가 집필 소재로 썼던 바로 그 금광에서 촬영됐다. 샌프란시스코의 치과 사무실은 세트가 아니라 지금도 여전히 존재하는 실재 2층 사무실이다. 사막 신들을 기온이 섭씨 50도에 육박하는 데스벨리에서 촬영해야 한다고 고집을 부렸다. 그래서 얼린 수건들로 카메라를 식혀야 했다.'
'살아남은 <탐욕>은 사실주의를 실행에 옮긴 불굴의 시도다. 영화는 넓은 방 하나를 거실 두 개로 쪼개서 살았던, 미국의 신흥 도시에 사는 지저분한 노동 계급의 삶을 포착했다.'
7. 택시 드라이버(Taxi Driver)
감독 : 마틴 스코시즈
출연 : 로버트 드 니로, 조디 포스터
제작연도 : 1976년
상영시간 : 113분
<택시 드라이버>를 보면서 심장이 요동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마틴 스콜세지와 로버트 드 니로는 베트남에서 끔찍한 일을 겪고 돌아온 트래비스의 고독, 외로움을 절실하게 표현한다.
'나는 <택시 드라이버>를 수십 번 봤다. 그런데도 영화를 볼 때마다 영화의 매력에 맥없이 무릎을 꿇는다. 영화사에 남을 걸작이자 위력적인 영화 중 하나인 <택시 드라이버>의 한복판에는 트래비스 비클의 처절한 고독이 자리 잡고 있다. 관객들이 가장 소외된 영화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트래비스와 감정적으로 공감하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우리 모두는 트래비스만큼 고독하다. 우리 대부분은 고독을 트래비스보다 더 잘 다룰 뿐이다.'
로저 에버트는 <택시 드라이버>가 존 포드의 <수색자>의 영향을 받은 작품이라는 점, 그리고 마틴 스콜세지의 슬로모션, 일명 '사제 시점' 숏을 설명한다. 영화를 볼 때 참고하면 좋은 부분이다. 또 마지막 결말이 현실일까, 아니면 죽어가는 트래비스의 상상 씬일까 고민해 보길 권한다. 정답을 알 수 없지만, 왠지 후자 쪽에 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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