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영화 1 (The Great Movies) 2002년 - 8부 'ㅇ'으로 시작하는 영화들(2)
1. 오명(Notorious)
감독 : 알프레드 히치콕
출연 : 잉그리드 버그먼, 캐리 그랜트
제작연도 : 1946년
상영시간 : 101분
오우삼 감독이 <미션 임파서블 2>를 통해 하려 했던 것은 바로 이 영화, 알프레드 히치콕의 <오명>을 리메이크하는 것이었다. 톰 크루즈가 캐리 그랜트, 그리고 탠디 뉴튼이 잉그리드 버그먼의 역을 이어받는다. 톰 크루즈와 캐리 그랜트의 비교는 차지하고, 탠디 뉴튼은 잉그리드 버그만의 그림자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잉그리드 버그만은 <카사블랑카>와 <오명>으로 불명의 존재가 됐다. 그녀는 정숙하면서도 '색정적인 모습이 가장 미묘하게 결합된' 여배우였다.
<오명>은 영화의 묘사된 삼각관계 중 가장 흥미진진한, 그리고 잔인한 축에 속한다. 미국 스파이 데블린(캐리 그랜트 분)은 자기가 사랑하는 얼리샤(잉글리드 버그만 분)를 나치 스파이 세바스티안(클로드 레인스 분)에게 보낸다. 그와 동침해서 정보를 빼내려 함이다. 얼리샤는 데블린을 위해 이 미션을 수락한다. 반면 세바스티안은 악인이지만 얼리샤를 진정 사랑하고, 데블린처럼 자기 여자에게 대의를 위해 희생하라 강요하지 않는다.
알프레드 히치콕의 연출력은 <오명>에서 절정에 달해 있었다. 모든 장면은 대사 없이도 스토리와 인물의 감정을 전달한다. 최고의 무성영화 감독들이 가진 능력을 히치콕도 보유하고 있었던 것이다. 너무나 감탄스러운 비주얼에 대해 로저 에버트는 '안무'라는 표현까지 쓰며 상찬을 거듭한다.
'최근에 너무나 많은 영화가 의무적인 추격전과 총격전으로 끝을 맺어 왔다. 그래서 솜씨 좋게 다듬어진 3막을 집필하는 능력은 거의 자취를 감춘 것만 같다. 반면에 <오명>은 마무리도 탁월하다. 마지막 10분 동안 필연적인 사건들이 시계태엽처럼 벌어지고, 그 사건들은 모두 최후의 완벽한 숏들로 이어진다."
로저 에버트의 평가들이 너무 과장이라 생각되는 분들은 직접 한번 보시라고 권해 드린다. 오히려 담담한 코멘트였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을 것이다.
2. 오즈의 마법사(The Wizard of Oz)
감독 : 빅터 플레밍 외
출연 : 주디 갈런드, 프랭크 모건
제작연도 : 1939년
상영시간 : 112분
주디 갈런드의 'Over the Rainbow'를 들을 때 마다 왜 그렇게 가슴이 미어지는지 모르겠다. 아마 주디 갈란드의 불행한 인생 역정 때문일 수도 있겠다.
<오즈의 마법사>는 1939년 개봉 이후 수많은 관객 - 특히 어린이 - 에게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겉만 보면 경이로운 코미디와 음악, 특수 효과와 짜릿한 장면들을 보여주는 영화'지만 지금까지 클래식으로 평가받는 데는 '기저에 깔린 스토리가 유년기 아이들의 내면 깊은 곳에 자리한 불안한 심정으로 곧장 파고들어 그것들을 자극한 후 안심시켜 주기 때문'이다.
집 밖은 위험이 가득한 곳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반드시 커서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야 한다. 나쁜 마녀가 있지만, 반대로 착한 마녀도 존재한다. <오즈의 마법사>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성장담이다.
<오즈의 마법사>는 테크니컬러의 위력을 만방에 과시한 작품이기도 하다. 1937년, 디즈니는 테크니칼러를 적용한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를 발표해 대성공을 거두었고, MGM은 여기에 대항하기 위해 <오즈의 마법사>를 만들었다.
3. 와일드 번치(The Wild Bunch)
감독 : 샘 페킨파
출연 : 윌리엄 홀덴, 로버트 라이언
제작연도 : 1969년
상영시간 : 155분
나는 오우삼을 경유해 샘 페킨파를 접했다. <가르시아>, <킬러 엘리트>, <겟어웨이> 등을 통해 오우삼의 액션 시퀀스가 페킨파에서 비롯 됐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의 최고작으로 꼽히는 <와일드 번치>는 2000년대 초반에 복원판으로 봤다. 이 영화를 본 뒤 오우삼이 액션 시퀀스, 편집, 슬로모션 뿐만 아니라 페킨파의 낭만까지 닮으려 했음을 알게 됐다.
<와일드 번치>는 자신들의 시대가 저물어 가는 걸 알고 있는 늙은 무법자들의 서글픔, 허무를 그린다. 그들은 악당이지만, 한편으로는 자동설비의 도입으로 일자리를 잃은, 혹은 잃게 될 처지에 놓인 장인(匠人)이기도 하다. 황홀한 액션 시퀀스는 무법자들의 비극을 더욱 강조한다.
'페킨파의 영화들은 개인적이고 직업적인 고통에 사로잡힌 전문가가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을 한다는 우화를 되풀이해서 보여 주고 있다.' 사람들은 변화를 빨리 받아들여야 생존할 수 있다 말하지만, 어떤 이들은 공룡이 되어 차라리 산화하기를 바란다.
4. 욕망(Blow Up)
감독 :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출연 : 데이비드 헤밍스, 바네사 레드그레이브
제작연도 : 1966년
상영시간 : 111분
95년 <중경삼림>, <타락천사>가 개봉한 직후 한국에선 모두가 왕가위를 말했다. 로저 에버트의 회고를 읽다보니 1966년 미국에선 모두가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와 <욕망>을 말한 듯 하다. 미국영화비평가협회가 뽑은 최고의 영화였고, 아카데미에서 시나리오, 감독상 후보에 올랐다. '당시 가장 많은 돈을 벌어들인 예술영화'였다.
<욕망>은 유럽에서 온 Hot하면서 Cool한 영화였다. 당시만 해도 미국은 유럽이 유행의 첨단을 걷는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 아직도 그때의 영화가 유효한가? 로저 에버트는 그렇다고 답한다.
영화에서 주인공 사진작가는 우연히 찍은 사진에 살인이 찍혔을지 모른다는 집착에 빠진다. '살인사건이 실제로 발생했는지 여부는 중요치 않다. <욕망>의 매력은 관객과 주인공에게 거는 최면 효과다. 지루한 소외의 잠에 깊이 빠져있던 캐릭터가 벌떡 일어나서 세상을 돌아다닌다.'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일을 할 때 행복하지만, 그 외의 일에서 즐거움을 찾기란 어렵다는 단순한 의견을 보여주는 영화다. 안토니오니는 <욕망>을 만들면서 행복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5.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Bonnie and Clyde)
감독 : 아서 펜
출연 : 페이 더너웨이, 워렌 비티
제작연도 : 1967년
상영시간 : 111분
로저 에버트가 영화 평론가로 글 쓴 지 6개월 됐을 때,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가 개봉했다. 워너 브라더스의 잭 워너는 초반 편집본을 보고 크게 실망, 이 영화를 드라이빙 시어터 쪽에 돌리다 끝내기로 마음먹었다. 개봉 후에 대다수 언론은 영화에 혹평을 던졌다. 단, 한 사람... 로저 에버트만이 '미국 영화 역사에 남을 작품'이라 주장했다.
뭐, 결과는 다들 아는 대로다.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는 '아메리칸 뉴 시네마'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워렌 비티, 페이 더너웨이, 그리고 얼마 전 타계한 진 해크만이 이 영화로 할리우드의 아이콘이 된다.
영화는 대공황 때 따분한 게 싫어 은행강도로 나선 남녀, 보니와 클라이드의 일탈을 그린다. 두 사람은 은행강도인 주제에 유명인처럼 행동했고, 실제 유명인이 된다. 상황은 그들의 예상 범위를 벗어나고, 무지막지한 처형의 순간이 주인공들을 기다린다.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는 프랑스 누벨바그에 영향을 받았다. 그리고 그 뒤 수많은 영화들이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에 영향을 받았다. 비슷한 시기, 홍콩의 장철 감독 등은 젊은 반항아가 기존 시스템에 저항하다 죽어가는 영화를 찍기 시작했다. 세상 어디서나 혁명과 반항의 기운이 넘쳐 났다. 영화는 사회에 영향을 주고, 사회는 영화에 영향을 준다.
6. 우회(Detour)
감독 : 에드거 G. 울머
출연 : 톰 닐, 앤 새비지
제작연도 : 1945년
상영시간 : 67분
이 영화는 진짜 B 무비다. 싸게 찍은, 동시 상영용 영화였다. 러닝타임이 67분 밖에 되지 않았다. '입을 삐쭉거릴 줄만 아는 남자와 빈정거릴 줄만 아는 여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엿새 만에 촬영된, 기술적인 오류와 서투른 내러티브로 가득한, 할리우드 빈민가에서 만들어진 이 영화는 1945년에 개봉된 직후에 관객의 시야에서 사라졌어야 마땅'한 영화였다.
하지만 <우회>는 미 의회도서관 영구보존 영화에 지정될 정도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으면서 필름 누아르의 죄책감 가득한 영혼을 구현한 작품으로 계속 살아남았다.'
그 이유를 알고 싶으면, 지금이라도 구글 창에 제목을 넣고 검색해 보길! 퍼블릭 도메인으로 본편을 감상할 수 있다.
연출을 맡은 에드가 G. 울머는 B무비를 전전했지만 G.W. 무르나우의 조감독으로 <마지막 웃음>, <선라이즈>에 참여한 경력의 실력자였다. 그는 '독일 표현주의와 미국 필름 누아르 사이를 잇는 연결고리 중 하나'였다.
로저 에버트는 이 리뷰에서 범죄영화와 필름 누아르의 결정적 차이를 지적하는데 장르영화에 관심 있는 분들은 곱씹어 볼 문장이다. '범죄 영화의 악당들은 자신이 악하다는 걸 알고 그렇게 되기를 원하지만, 누아르의 히어로는 자신이 인생의 매복 공격을 받은 착한 사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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