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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영화 1 (The Great Movies) 2002년 - 12부 'ㅍ'으로 시작하는 영화들

homeostasis 2025. 5. 1.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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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파고(Fargo)

 

감독 : 조엘 코헨, 에단 코헨

출연 : 프랜시스 맥도먼드, 윌리엄 H. 메이시

제작연도 : 1996년

상영시간 : 98분

 

눈 쌓인 미네소타 소도시에서 자동차 대리점 중역 제리 룬더가드(윌리엄 H. 메이시 분)는 아내를 납치한 후 부자 장인에게 돈을 뜯어내겠다는 계획을 실행에 옮긴다. 시간이 갈수록 이 계획은 처음부터 말도 안 되는 짓이었음이 드러나고, 더 큰 재앙이 제리 룬더가드를 덮친다.

 

이마지 군더스(프랜시스 맥도먼드 분) 서장은 만삭인 상태에서 천연덕스러운 태도와 영민함으로 제리 룬더가드를 막다른 길로 이끈다.

 

<파고>에서의 코엔 형제는 영화의 신(神)이라도 영접한 듯 최상의 폼을 발휘한다. '코엔 형제는 때때로 자신들의 캐릭터들을 경멸하는 듯 보이지만, 마지를 향한 그들의 애정은 <파고>를 구원한다. 그녀가 결말에서 하는 말은 상처를 치유하고 질서를 복원하는 방식에서 셰익스피어의 그것과 같다.'

 

"있잖아요. 인생에는 몇 푼의 돈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어요. 그걸 모르겠어요? 그리고 당신이 여기 있어요. 아름다운 날이에요."

 

<파고> 트레일러

 

2. 판도라의 상자(Pandora's Box)

 

감독 : G.W. 팝스트

출연 : 루이즈 브룩스, 프리츠 코르트너

제작연도 : 1928년

상영시간 : 100분

 

 

마돈나의 히트곡 <보그>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루이즈 브룩스를 빼놓았다는 것이다. 루이즈 브룩스는 10대에 스타가 되었으나 제 멋대로인 성격으로 할리우드에서 방출됐다. 독일 감독 팝스트가 붕 떠 버린 루이즈를 유럽으로 불러 만든 영화가 <판도라의 상자>다.

 

성적으로 방종한, 아무래도 창녀일 것 같은 룰루가 여러 남자와 여자를 유혹하다 결국 생계를 위해 돈을 받고 몸을 팔기로 결심하다 연쇄살인마 잭 더 리퍼를 손님으로 맞이한다는 내용이다. '이 시놉시스는 위대한 영화로도, 조롱거리 영화로도 만들어질 수 있었는데, 브룩스는 이 시놉시스를 위대한 영화로 만든다.'

 

브룩스는 이 영화에서 에로틱한 모험을 하지만, 보통의 영화들과 차별되는 지점은 '그녀의 의지'다. 본인이 원해서 파티에 가고, 술을 마신다. '그녀의 욕망 외에 다른 동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돈도 아니고, 섹스도 아니고, 그저 이기심만 존재한다.'

 

찰리 채플린을 비롯한 숱한 할리우드 셀럽의 구애를 받고, 유행의 첨단을 걸었던 루이즈 브룩스는 스스로를 해치는 결정만 줄곧 하다 고급 콜걸로 생계를 이어갔다. 하지만 '결말만큼은 해피 엔딩'이었다. 노년에도 자신을 아낌없이 사랑하는 남자가 끊이지 않았고, 1920년대 출연했던 무성영화가 한참 세월이 흘러 다시금 걸작으로 추앙받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루이즈는 70년대 후반부터 영화 잡지 등에 본인의 경험담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이를 묶은 회고록 <Lulu in Hollywood>에 대해 로저 에버트는 '없어서는 안 될 책이라고 부를 수 있는 몇 안 되는 영화 서적'이라 말한다.

 

<판도라의 상자> 트레일러

 

3. 펄프 픽션(Pulp Fiction)

 

감독 : 쿠엔틴 타란티노

출연 : 존 트라볼타, 브루스 윌리스

제작연도 : 1994년

상영시간 : 127분

 

돌이켜보면 한국에서 영화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절정에 달했을 때 <펄프 픽션>이 개봉했던 것 같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에 대해 평단과 상당 수의 대중이 동시에 열광한 것은 이 영화가 처음이었다.

 

타란티노는 시간대를 뒤섞는 플롯의 즐거움을 제대로 알려 주었다. 인생이 어쩌면 펄프 픽션처럼 폭력, 유머, 아이러니, 우연의 요지경임을 알려 준 동시에 내 삶의 주인공인 내가 다른 사람의 인생에선 조연, 단역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로저 에버트는 <펄프 픽션>의 대사에 주목한다. 시간대는 뒤섞여도 영화의 대사는 뒤에 나올 장면의 효과를 극대화하거나, 암시하고, 분위기를 조성하는 방식으로 치밀하게 짜여있다. 

 

'대사는 쿠엔틴 타란티노의 <펄프 픽션>을 밀고 나가는 원동력이다. 레이먼드 챈들러부터 엘모어 레너드에 이르는 군더더기 없는 하드보일드 문장의 대가들과 배교 대상으로 삼을 만한 자격이 있다.' 타란티노가 이 리뷰를 읽었다면 어깨를 으슥하며 기뻐했을 게 틀림없다.

 

<펄프 픽션> 트레일러

 

4. 페르소나(Persona)

 

감독 : 잉마르 베리만

출연 : 리브 울만, 비비 안데르손

제작연도 : 1966년

상영시간 : 89분

 

유명 여배우(리브 울만 분)가 갑자기 말하기를 거부한다. 정신과의사의 처방으로 여배우는 간호사(비비 안데르손 분)와 외딴곳에서 함께 생활하게 된다. 간호사는 어느 순간 배우와 동일한 사람처럼 행동한다. 화면은 두 사람의 얼굴을 하나처럼 겹쳐 보여주고,  판타지를 공유한다. 

 

<페르소나>를 이해하기 쉽지 않은 영화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그 점 때문에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페르소나>는 영화에 담긴 이미지의 아름다움 때문에, 그리고 영화에 담긴 미스터리들을 이해하고 싶다는 소망 때문에 우리가 오랫동안 거듭해서 찾은 영화다.'

 

그러니 영화의 난해함 때문에 고개를 저어도 부끄러워 마라. '<페르소나>는 내가 1967년에 평론가로서 리뷰했던 초기 영화에 속한다. 나는 내가 이 영화를 이해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페르소나>에 다가갈 때 취해야 할 최고의 접근 방식은 영화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는 것이라는 점을 이해한다.' 로저 에버트의 선문답 같은 조언이 이 영화를 탐구하는 등대가 되길 바란다.

 

<페르소나> 트레일러

 

5. 프랑켄슈타인의 신부(Bride of Frankenstein)

 

감독 : 제임스 웨일

출연 : 보리스 칼로프, 콜린 클라이브

제작연도 : 1935년

상영시간 : 75분

 

1998년작 <갓 앤드 몬스터>는 제임스 웨일 감독의 노년기를 다룬 영화다. 제임스 웨일은 유니버설이 호러 장르로 톡톡이 재미를 볼 때, 스튜디오를 대표하던 감독이다. 그의 최고작으로 꼽히는 영화가 <프랑켄슈타인의 신부>다.

 

'어떤 영화들은 세월을 타면서 낡아지고, 또 어떤 영화는 숙성된다. 웨일의 걸작을 오늘날에 보면 영화가 만들어졌던 당시보다 더 놀랍다. 영화에 잠복된 동성애와 시체 애호증, 신성 모독에 대한 힌트들을 더 민감하게 감지하기 때문이다. 풍자적이 짜릿하며 웃기는 이 영화는 미술 연출 분야에서도 큰 영향력을 행사한 걸작이다.'

 

영화 속 세상은 리얼리티와 거리가 멀다. <프랑켄슈타인의 신부>에서 '신부'는 <메트로폴리스>의 마리아를 연상시킨다. 할리우드 초창기 호러의 시각적 스타일은 독일 표현주의 영화의 영향을 받았고, 이는 다시 필름 누아르에 영향을 준다.  

 

<프랑켄슈타인의 신부> 트레일러

 

6. 피노키오(Pinocchio)

 

감독 : 해밀턴 러스크, 벤 샤프스틴

목소리 출연 : 디키 존스, 크리스찬 러브

제작연도 : 1940년

상영시간 : 87분

 

<피노키오>는 월트 디즈니의 세 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다. 한반도의 선조들이 일제 식민지 치하에서 희망 없는 미래를 살아갈 때, 디즈니의 애니메이터들은 새로운 영화의 가능성에 자신들의 능력을 쏟아 넣고 있는 중이었다.

 

'할리우드가 미키 마우스 만화 영화들을 조그만 골목길 가게에서 파는 아동용품으로 팔아 치우던 초기 시절부터 디즈니에서 일해 온 제작진들은 자신들이 뭔가 위대한 작품을 만들어 내는 중임을 알고 있었던 게 분명하다. 그들이 느끼는 환희는 스크린에 배어들었다.'

 

<피노키오>는 지금 디즈니 장편 애니메이션의 공식 - 코믹한 조연 캐릭터, 아이와 어른이 다 같이 몰입할 수 있는 스토리 등의 원형이 되었다. 

 

<피노키오> 트레일러

 

 

7. 피핑 톰(Peeping Tom)

 

감독 : 마이클 파웰

출연 : 칼하인츠 뵘, 모이라 쉬어러

제작연도 : 1960년

상영시간 : 101분

 

영국 감독 마이클 파월은 작가 에머릭 프레스버거와 함께 <블림프 대령의 삶과 죽음>, <흑수선>, <분홍신> 같은 수작을 연달아 발표하여 영국 영화를 대표하는 감독으로 떠올랐다. 이런 그의 경력을 끝장 낸 영화가 바로 <피핑 톰>이다.

 

영화 스튜디오에서 카메라 포커스 맞추는 기술자 마크는 여성을 유혹해 카메라 끝에 숨겨진 날카로운 단도로 위협한다. 위협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여성이 공포에 질려 최후를 맞이하는 순간까지 카메라로 찍는다. <피핑 톰>은 관객들의 격렬한 분노를 샀다.

 

로저 에버트는 <피핑 톰>이 멍청한 10대 슬래셔 영화와 다른 점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다른 영화들은 우리가 관음행각을 즐길 수 있게 해 주는 반면, 이 영화는 그 즐거움의 대가를 치르라고 강요한다. 우리가 쳐다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관찰하고 있다는 것을 늘 암시하는 것이다. 우리는 웃으면서 스크린과 거리를 유지할 수 없다. 겁에 질렸으면서도 매혹된 채 지켜보고 있음을 인정하라고 강요당한다.'

 

<피핑 톰>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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