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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엑스 파일(The X - File) 시즌 1 - 4화 Conduit

by homeostasis 2023.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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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와 주(州) 수 시티. 끔찍한 불행이 캠핑 중이던 한 가족을 덮친다. 어린 동생과 함께 야영하던 맞딸 루비 모리스(토냐 디 / Taunya Dee)가 밤중에 증발한 것! 경찰은 루비의 평소 행실을 들어 단순 가출 사건이라 판단한다. 그러나 아이 엄마 달린 모리스(캐리 스노드그레스 / Carrie Snodgress)는 UFO가 딸을 납치했다고 주장한다. 그녀의 주장에 진지하게 귀 기울이는 자는 없다. 오직 FBI의 골칫거리 멀더(데이비드 듀코브니 / David Duchovny)만이 그녀를 간절히 믿는다.   

1993년 10월 1일 방영된 <엑스 파일>의 네번째 에피소드 <Conduit>은 파일럿에서 잠깐 언급됐던 멀더의 개인사를 본격적으로 부각한다. 멀더가 엑스 파일에 매달리는 핵심 동기는 여동생 사만다의 실종이다. 멀더는 외계인이 사만다를 납치했다고 믿는다. 하지만 아무도, 파트너 데이나 스컬리(질리안 앤더슨 / Gillian Anderson)조차 멀더를 믿어주지 않는다. 그래서 멀더는 더욱 필사적으로 루비를 찾아 나선다. 멀더와 아이 엄마 달린은 같은 처지에 놓여 있다. 에피소드의 마지막, 사건은 언제나처럼 미궁에 빠지고, 멀더는 교회에 홀로 앉아 기도를 한다. 이 장면은 멀더에 대한 시청자의 연민을 불러 일으키기 충분한다. <엑스 파일>시리즈를 상징하는 문장 "I want to believe"가 처음 등장한 에피소드이기도 하다.

누군가의 방문

감독 다니엘 색하임(Daniel Sackheim)이 재주를 부린 오프닝은 아주 영리하다. UFO가 납치하는 장면을 직접 묘사하는 대신, 자식들과 떨어져 혼자 캠핑카에 있던 엄마 달린의 반응만을 비춘다. 차 안으로 강하게 쏟아지는 백색 광선과 집기가 선반에서 다 떨어질 만큼의 강한 진동, 공포에 질린 달린의 비명 등 캠핑카 내부만 보여줌으로써 밖의 일에 대한 강력한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달린은 차문을 열려고 문고리를 잡았다가 심한 화상을 입기도 한다. 겨우 차문을 열고 나온 엄마는 '누나가 사라졌다' 담담히 말하는 어린 아들 케빈(조엘 팔머 / Joel Palmer)을 마주하고 경악한다.

로비 실종 사건은 멀더의 여동생 건과 굉장히 유사하다. 멀더의 여동생도 멀더와 같은 방에서 자고 있다가 납치됐다. 꼬마 케빈이 이번 에피소드에서 겪은 일은 멀더의 과거다. 케빈은 이 시건 이후 신비한 능력이 생긴다. 하루종일 텅빈 TV 화면만 보고 도화지에 정신없이 숫자 0과 1의 조합을 적어 내려간다. 멀더는 케빈이 쓴 숫자들을 본부로 보내어 분석을 부탁하는데, 얼마 후 국토안보부 요원들이 집에 들이닥친다. 알고보니 이 숫자 조합은 미 정보위성의 송출 데이터였다. 케빈은 외계인과 소통 가능한 일종의 '전달자(Conduit)'가 되었다. 참고로 케빈은 시즌2, <The Calusari> 에피소드에 재등장한다. 

스컬리의 줄다리기

파일럿 이후 한동안 볼 수 없었던 국장 스콧 블레빈스(찰스 시오피 / Charles Cioffi)가 4화에 다시 모습을 보인다. 루비 실종 건으로 멀더가 아이오와 현지 경찰과 갈등을 빚자, 스컬리를 불러 감시 역활을 맡긴다. 이번에도 스컬리는 믿지 않는 자와 믿는 자, 그 사이에 존재한다. 국장 앞에선 멀더 편을 들고, 멀더와 있을 때는 멀더의 주장에 반박하거나 시청자를 대신해 질문을 던진다. 그래서 시청자는 스컬리에게 각별한 유대감을 느낀다.

질리언 앤더슨의 헤어 스타일, 옷차림, 걸음걸이는 40년대 헐리우드 황금기 영화 속 여주인공 같다. 클래식한 질리언 앤더슨의 외모는 안정감을 준다. 스컬리는 신뢰할 만한 여자다. 멀더가 상부의 의도를 뻔히 알면서도 스컬리와 함께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멀더가 평소 스컬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대사로 설명할 필요는 없다. 질리언 앤더슨의 존재감 하나면 만사 형통이다.

삼류 매거진

스컬리는 처음에 멀더에게 사건 개입하지 않기를 권한다. 이런 스컬리를 설득하기 위해 멀더는 1968년에 발행된 오래된 삼류 매거진 속 기사 하나를 보여준다. 걸 스카우트 대원 대여섯명이 오코보지 호수 근처에서 UFO를 봤다는 내용이 실린 기사다. 그 10대 소녀 중 한 명이 다름아닌 아이 엄마 달린 모리스였다. <엑스 파일>, 그 영감의 원천이 어디인지 명확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심심풀이 땅콩처럼 대하는 삼류 잡지의 허황된 기사가 정말 진실이라면?"  이 시리즈는 이런 질문에서 출발한다.

멀더와 스컬리가 루비의 가출 가능성을 조사하다 폭주족 아지트처럼 보이는 동네 바(Bar)에서 바텐더와 대화하는 장면 역시 인상적이다. 멀더는 장난처럼 오코보지 호수에서 UFO가 자주 출몰하냐고 질문한다. 바텐더는 과장된 소문이 아니라며, 다 타 버린 왼쪽 귀를 보여준다. UFO는 나타날 때 엄청난 열기를 내뿜는다. 바텐더의 말은 달린이 문고리를 잡다가 입은 화상, 그리고 캠핑카 지붕의 탄 흔적을 연결하는 단서가 된다.

어머니 달린

실종된 딸의 어머니 달린 모리스는 몇 장면 안 나오는데도 강렬한 인상(달린을 연기한 캐리 스노드그래스는 1970년작 <Diary of a Mad Housewife>라는 영화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 지명을 받은 경력이 있음)을 남긴다. 그녀는 딸이 무슨 일을 당했는가 어느 정도 짐작한다. 왜냐면 십대 시절 비슷한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달린은 에피소드 말미, 멀더 앞에서 진실을 감춘다. 사실을 이야기 했다가 그녀는 평생 미치광이 취급을 당했다. 멀더가 FBI 내에서 스푸키 멀더라고 놀림받는 것과 같다. 이 고통을 아이들에게 되물림할 수 없지 않은가. 동생 사만다 때문에 간절히 매달리던 멀더는 내버려 두라는 달린의 말에 더 이상 어쩌지 못하고 고개를 돌린다. 멀더는 달린을 마음 속 깊이 공감하고 있다.

오인(誤認)

<Conduit>은 추리극처럼 멀더와 스컬리를 계속 잘못된 곳으로 이끌고 간다. 아이오와에서 루비의 집을 방문하고 나온 멀더와 스컬리는 테레사(쉘리 오웬스 / Shelley Owens)라는 여자로부터 몰래 쪽지를 받는다. 감독 다니엘 색하임은 굉장히 중요한 인물처럼 분위기를 조성하지만, 그저 시청자의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는 장치에 불과하다. 테레사 때문에 스토리는 루비가 어쩌면 정말 가출했을 수 있다는 쪽으로 기운다. 호숫가에서 늑대와 대치하는 장면, 케빈이 불빛을 보고 달려가다 그것이 UFO가 아닌 폭주족의 오토바이 불빛이었음이 밝혀지는 장면도 마찬가지다. 수사물은 마지막에 진범이 잡힌다. <엑스 파일>의 경우는 해결된 것도 아니고 해결되지 않은 것도 아닌, 찝찝한 상황에서 머문다. 끝없는 오인으로 점철된 <엑스 파일> 시리즈가 11시즌이나 지속되며 전세계적인 사랑을 받았다는 게 지금와서 보면 기적처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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