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수회사의 중역 하워드 그레이브스는 아랍 테러리스트들과의 불법적 거래를 반대하다 공동 창업자 로버트 돌런드(베리 프리머스 / Barry Primus)에게 살해당한다. 돌런드는 그를 자살로 위장했고, 이를 알지 못하는 비서 로렌 카이트(리사 왈츠 / Lisa Waltz)는 아버지나 다름없던 하워드의 죽음에 큰 충격을 받는다.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가녀린 비서 로렌은 원한에 사무쳐 저승으로 가지 못하고 자신에게 들러붙은 하워드의 유령 때문에 고초를 겪게 된다. 초현실적 사건을 다루는 <엑스 파일>이 유령을 건드리는 것은 예견된 일이었다. 그러나 이번 에피소드는 <엑스 파일>의 핵심, 미스테리한 일이 벌어지되 그것의 실제 묘사는 최소화하여 시청자의 불안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데 실패한다.
유령의 특성
억울하게 죽은 하워드는 로렌에게 들러붙어 원한의 복수극을 펼친다. 처음에는 물건을 살짝살짝 건드리는 정도에 그치지만 점점 난폭한 일을 벌인다. <사랑과 영혼>에서 '유령' 패트릭 스웨이지는 동전 하나 건드리기 위해 오랜 시간 수련을 해야 했는데, 유령도 재능을 타고 나는 걸까? 하워드 유령은 사람을 공중부양 시키고, 목을 조르며, 차의 가속페달을 밟고, 어기어검술을 구사하듯 칼을 공중에 뛰워 자유자재로 조종한다. 끝에 가서 비서 로렌은 멀더(데이비드 듀코브니 / David Duchovny)와 스컬리(질리언 앤더슨 / Gillian Anderson)를 도와 둘런드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한다. 둘런드는 어떤 결정적 단서도 찾아내지 못한 로렌을 비웃는데, 여기에 분노한 하워드의 유령이 회오리바람을 일으켜 사무실 가득한 종이서류를 분수처럼 솟구치게 한다. 이 장면은 TV 시리즈로는 볼만한 스펙터클이었지만,각본팀이 써낸 허술한 유령 대소동이 촬영 스태프들의 역량을 테스트하는 것 외에 무슨 효용이 있었나 싶다.
안간힘
<Shadows>편에서 제작진은 유령 이야기를 <엑스 파일>의 세계관 안으로 편입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그 시도 중 첫 번째가 해군 병원 검시실 장면이다. 정확히 소속을 밝히지 않은 정부요원들이 시체 두 구를 보여주며 멀더와 스컬리에게 자문을 구한다. 죽은 지 한참 지났음에도 정상 체온을 유지하고 있고, 둘 다 체내에서 폭발이 일어난 것처럼 목 안의 기관들이 산산조각 나서 죽었다. 멀더가 이를 염력에 의한 것이라 주장하면서, 냉전 시대에 양성된 초능력자들이라도 나타날 것처럼 분위기를 몰아간다. 그러다 유령의 소행으로 확정되면서 김이 빠진다고 할까.
두 번째 시도는 '그럼에도' 유지되는 멀더와 스컬리의 관계성이다. 유령이 난장판을 피울 때 멀더는 목격하고, 스컬리는 보지 못한다. 이것이 한 번이면 그러려니 하는데, 두세 번 반복된다. 결국 이것이 믿는 멀더와 믿지 않는 스컬리의 대립항을 유지하기 위한 장치라는 게 너무 쉽게 노출된다.
턱선
<Shadows>편은 이전 에피소드와 달리 멀더와 스컬리가 관찰자 정도의 역할에 머무르고, 비서 로렌이 사실상의 주인공처럼 극의 중심에 선다. 여기서 나의 눈길을 끈 것은 로렌 역으로 출연한 배우 리사 왈츠의 날카로운 턱선이다. 여기 등장하는 배우들의 턱선이 그녀 때문에 하나 같이 둔탁하게 느껴질 정도다. 자를 대고 그어도 이렇게까지 그릴 수는 없을 것 같다. 호러 장르에서 여성 배우의 외모가 그 작품의 성패를 결정짓는 핵심요소가 될 때가 있는데, 날카로운 턱선(線)이 귀신이 달라붙은 여성의 위태로움을 의도치 않게 형상화한다.
에피소드 정보
1993년 10월 22일에 첫 방영된 이번 에피소드의 감독은 마이클 케틀먼(Michael Katleman)으로 90년대~2000년대 <길모어 걸즈>를 포함, 숱한 TV 시리즈를 연출했다. 2021년 공개되어 모두의 기대를 산산이 박살 냈던 넷플판 <카우보이 비밥>의 메인 연출자(총 10개 에피소드 중 절반을 담당)이기도 하다. 쇼의 크리에이터는 크리스 카터(Chris Carter), 각본은 제작자이기도 한 글렌 모건(Glen Morgan)과 제임스 웡(James Wong)이 공동 집필했다. 알렉스 간사(Alex Gansa), 하워드 고든(Howard Gordon)이 공동 제작자로 이름을 올렸고, 으스스한 음악은 마크 스노우(Mark Snow)의 솜씨. 촬영은 존 S. 바틀리(John S. Bartley), 미술은 마이클 네미르스키(Michael Nemirsky)가 담당했다.
Chronicle - 엑스 파일(se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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