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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엑스 파일(The X - File) 시즌 1 - 12화 Fire

by homeostasis 2024. 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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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상원의원이라면 귀족 중의 귀족! 이런 고귀한 분들이 연달아 불에 타 죽는 사건이 발생한다. 하나 같이 사적인 장소에서, 가족과 지인들이 보는 앞에서 벌어진 참변이다. 치밀하게 계획된 범죄가 분명한데, 유일한 단서는 희생자의 아내에게 보낸 범인의 러브레터뿐이다. 영국 경시청은 다음 타깃으로 지목된 말콤 마스덴(댄 래트 / Dan Lett) 의원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대피시킨다. 한편 담당 수사관 피비 그린(아만다 페이즈 / Amanda Pays)은 과거 깊은 인연이 있는 FBI의 멀더 (데이비드 듀코브니 / David Duchovny)를 찾아가 도움을 청한다.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 불쾌한 남자

보는 내내 불쾌감이 들었다. 이 찝찝한 기분은 방화범 세실 라이블리(마크 쉐퍼드 / Mark Sheppard)라는 캐릭터에서 비롯된다. 겉보기에 그는 상냥한 미소에 왜소한 체격의 남자로 전혀 위협적이지 않다. 하지만 라이블리의 실체는 분노 충동 조절 장애에 이상 성욕까지 가진 극악무도한 싸이코패스로 특히 사회적으로 높은 신분의 여성을 통제하는 데서 성적 만족을 구한다. 페인트공, 정원사 같은 전문 기술 직종에 종사하다 보니 보안이 철저한 의원 주변에 접근하기도 용이하다. 몇 건의 살인을 성공시킨 라이블리는 마스덴 의원을 해치우기 위해 미국까지 따라간다. 

한 발 앞서 미국에 도착한 라이블리는 의원이 지낼 안가(安家)의 관리인을 살해한다. 신분을 도용한 라이블리는 친절한 집사가 되어 의원과 경호원의 환심을 사는 데 성공한다. 신뢰를 얻은 그는 천천히 본색을 드러내는데, 남들이 안 볼 때 애완견을 위협하고, 어린 두 아이들에게 마수를 뻗친다. 마술을 보여준다고 관심을 끈 다음, 남자라면 응당 해야 한다며 열 살 남짓 아이들에게 담배를 권한다. 감독 래리 쇼(Larry Shaw)는 클로즈업과 쇼트/리쇼트 편집을 무기 삼아 악당이 얼마나 불쾌한 놈인지 강조한다. 예를 들어 '악마' 라이블리의 음흉한 표정을 익스트림 클로즈 업 한 다음, 순진무구한 약자(개, 아이, 여자)의 모습을 편집하는 방식이다. 피해자들은 포식자의 시선에 포획된 먹잇감이다. 라이블리가 창 밖에서 마스덴 부인을 훔쳐보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카메라 렌즈는 마스덴 부인을 연기한 로리 페이튼(Laurie Paton)의 몸매를 꼼꼼히, 그리고 아주 노골적으로 탐색한다.

2. 불 같은 남자

라이블리가 싸이코패스이기만 하다면 <엑스 파일>이 소환할 이유는 없다. 그는 불을 자유자재로 다룬다. 염력을 사용해 불을 일으키는 것처럼 묘사되는데, 라이블리가 눈을 크게 뜨고 안광에 힘을 주면 멀리 있는 사람의 몸에 불이 붙는다. 그는 초능력자인가? 각본은 더 이상의 설명을 생략한다. 에피소드 후반부에 라이블리가 제트 엔진에 사용되는 촉매제를 집의 안팎 곳곳에 칠하는 모습이 나와 시청자들을 혼란 - 대충 추론해 보면 초능력자임은 분명한데, 촉매제를 활용해 불을 더욱 키우는 것 같다 - 스럽게 만든다. 

라이블리가 바에서 만난 여인을 불로 위협한다

<Fire>편의 주된 볼거리는 불을 활용한 스턴트다. 라이블리 역의 마크 쉐퍼드는 팔에 불이 붙는 스턴트를 직접 소화한다. 본 촬영에 들어가기 전 스태프가 '괜찮겠냐' 재차 확인을 했는데, 배우는 "이 스턴트 때문에 출연을 결정했다!!"며 의지를 보였다는 후문. 클라이맥스에서 라이블리와 멀더가 안가 2층 복도에서 대결을 펼칠 때 이 에피소드에서 가장 그럴듯한 화재 장면이 등장한다. 라이블리가 마술사처럼 양손을 들어 올리면 복도 벽면 그림 액자에서 불길이 도미노처럼 일어나 천정까지 번진다. 마크 쉐퍼드는 화상 위험 때문에 아예 프레임에서 빠져 있었는데, 멀찌감치 있던 '멀더' 듀코브니가 뜻밖의 화상을 입었다고 전해진다.

3. 불쾌한 여자

멀더와 스컬리의 관계는 <엑스 파일>의 핵심 요소다. 두 사람 사이의 유대감은 로맨스가 아닌, 우정, 의리, 남매 간의 정(情)으로 표현된다. 그러나 보는 사람 입장에선 이성적 긴장감을 뚜렷이 느낄 수 있으니, 둘의 감질 나는 관계성이 팬들의 몰입을 극대화시켰다. 이런 측면에서 <Fire>편에 등장한 멀더의 옛사랑, 피비 그린은 불청객과 같다. 영국 경시청 소속의 엘리트 수사관 피비 그린은 사람의 심리를 조종하는 데 능하며, 본인이 관계의 주도권을 쥐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의 소유자다. 매력적이지만 위험한 팜므파탈이다. 멀더는 10년만에 나타나 수사 협조를 구하는 피비의 부탁을 두 말 없이 승낙한다. 쉽게 마음을 열었다가 또 한 번 상처 입을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스컬리에게 이 사건은 혼자 처리하겠다고도 말한다. 피비가 도움을 청한 이는 엄연히 멀더 개인이기에 공정한 처사처럼 보이지만, 함께 수사를 하다 보면 혹시 사랑의 불꽃이 다시 피어날 수 있다는 멀더의 욕망이 뻔히 읽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컬리는 멀더를 염려해 혼자 사건 파일을 뒤지기 시작한다. 스컬리의 프로파일링은 세실 라이블리에 꽤나 가까이 접근한다. 빨리 조사 내용을 전달하려고 멀더에게 연락을 취하는데, 멀더는 되려 귀찮다는 태도를 보인다. 상원의원은 가족들과 함께 보스턴에서 열리는 자선 파티에 참석하는데, 멀더와 피비는 수사를 핑계로 일정에 동행하여 함께 춤을 추고, 뜨거운 하룻밤을 위해 호텔방을 예약한다. 시청자들 입장에선 복장이 터진다. 이로써 '나쁜 여자' 피비 vs '착한여자' 스컬리,  멀더는 나쁜 여자에 눈이 멀어 착한 여자를 몰라보는 바보 남자가 되는 구도가 형성된다. 애초 계획대로라면 피비는 후속 에피소드에도 등장할 예정이었지만, 시청자들의 짜증 유발 캐릭터가 되다 보니 이번 회차를 끝으로 영원히 모습을 볼 수 없게 된다.

4. 찝찝한 결말

세실 라이블리는 파티가 열리는 호텔에 불을 지른다. 불은 의원 자제들이 쉬고 있던 층에서 일어났고, 의원은 발발을 동동 구르기 시작한다. 멀더가 급히 아이들을 구하러 뛰어 가지만, 복도 가득한 열기에 발이 굳고 만다. 멀더는 어렸을 때 겪었던 사고로 인해 극심한 불 포비아가 있었다. 방화범 세실 라이블리가 멀더 대신 아이를 구해내고 영웅이 된다. 멀더는 병원으로 실려가 치료를 받으며 패배감을 곱씹는다. 이런 그를 위로해 주는 이는 다름 아닌 스컬리다. 그제야 멀더는 스컬리의 프로파일링에 귀를 기울인다. 세실 라이블리는 용의자로 확정한 멀더와 스컬리는 안가로 달려가고, 거기서 피비가 말콤 마스덴 의원과 키스하는 모습을 목격한다. 역시 피비에게 멀더는 그저 도구에 불과했다. 신분이 탄로나게 된 라이블리는 안가에 불을 지르며 의원 가족 모두를 공격한다. 멀더는 불 포비아에도 불구하고 세실과 단독으로 맞선다. 하지만 결국 라이블리는 붙잡는 사람은 스컬리다. 멀더를 불 속에 몰아넣고, 유유히 건물을 빠져나오던 라이블리는 스컬리가 던진 촉매제가 눈에 들어가 고통스러워한다. 불꽃 하나가 튀자 라이블리의 온몸에 불이 붙기 시작한다. 불로 흥한 자, 불로 망한다고 라이블리는 모든 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불에 타 쓰러진다.

에피소드의 마지막, 보통 사람이면 벌써 죽었어야 할 화상을 입은 라이블리가 병원에서 누워있다. 까맣게 타 버린 피부가 한 두 달이 지나자 다시 살아나고 있다. 불로 그를 죽일 수 없다. 라이블리는 앞선 에피소드의 '이브'들처럼 정부의 특별 관리 대상이 될 것이다.

5. 에피소드 정보

1993년 12월 17일에 방영된 <Fire>편은 훗날 <위기의 주부들(Desperate Housewives)>로 에미상을 수상하게 될 래리 쇼(Larry Shaw)가 감독을 맡았다. 쇼의 크리에이터 크리스 카터(Chris Carter)가 <Fire>편의 각본을 직접 썼다. 카터는 이번 에피소드에서 멀더의 과거 개인사를 드러내고 싶었다. 그래서 소년 멀더가 친구 집에서 화재를 겪은 후로 불을 무서워하게 됐다는 설정을 집어넣었고, 옛사랑 피비 캐릭터도 만들게 되었다. 이 에피소드는 셜록 홈즈에 관한 인용으로 유명하다. 피비는 과거 멀더와 아서 코넌 도일 경의 무덤에서 뜨겁게 사랑을 나누었다 말하고, 단편 <붉은 머리 연맹>에 대한 언급도 등장한다. 후반부 장면에선 스컬리가 멀더를 '홈즈'라 부르고, 멀더는 역으로 스컬리를 '왓슨'으로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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