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대학교 교정에 밀회를 즐기던 남녀 커플이 괴한에 납치된다. 1년전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고, 일주일 동안 고문을 당한 후 시체로 발견됐다. 동일범의 소행이라면 골든 타임은 일주일 뿐이다!!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을 때, 교도소로부터 뜻 밖의 소식이 날아든다. 사형수 루터 리 보그스(브래드 도리프 / Brad Dourif)가 염력으로 감금 장소를 알아 낼 수 있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 헛소리로 치부할 수 만도 없는 게 피해자의 가장 은밀한 신상 정보를 알고 있다. 그는 정말 염력의 소유자인가, 아니면 감형을 목적으로 외부의 조력자와 함께 범행을 기획한 것일까? FBI는 진상 파악을 위해 폭스 멀더(데이비드 듀코브니 / David Duchovny)와 데이나 스컬리(질리언 앤더슨 / Gillian Anderson)를 교도소로 보낸다.
※ 스포일러 경고!!!
1. 양들의 침묵
FBI의 여성 수사관이 사건 해결을 위해 극악무도한 흉악범에게 조언을 구한다. 수사관은 그가 진실한 자인지, 거짓말쟁이인지 간파하려 애쓴다. 반면 흉악범은 여성 수사관의 심리적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 들어, 결국 유대감을 만드는 데 성공한다. <Beyond The Sea>의 메인 스토리는 <양들의 침묵>과 닮아도 너무 닮아 있다. 제작진은 사형수 루터 리 보그스의 이름이 <헨리: 연쇄살인범의 초상>의 실제 모델, 헨리 리 루카스(Henry Lee Lucas)의 인용이라 밝혔지만, 한니발 렉터 박사의 이름이 연상된다. 팬 커뮤니티, 제작진들은 시즌1의 베스트로 이 에피소드로 꼽지만, 오리지널리티 측면에서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
결국 이 에피소드의 성패는 루터 캐릭터에 달려 있었다. 제작진은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One Flew Over The Cuckoo's Nest)>로 오스카 남우조연상 후보지명을 받았던 브래드 도리프를 섭외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엑스 파일> 예산 규모 안에서 그의 출연료를 감당할 수 없었다. 발을 동동 구르던 차에 쇼의 크리에이터 크리스 카터(Chris Carter)가 총대를 맸다. 그는 폭스 TV의 개발 총책임자 피터 로스(Peter Roth)의 집으로 쳐들어 갔다. 마침 추수감사절을 맞아 가족들과 만찬을 즐기던 중이었는데 계속된 카터의 읍소에 피터 로스가 손을 들었다. 각고의 노력에도 불구, 브래드 도리프가 대단한 기여를 했는지는 의문이다. 배우에게 너무 가혹한 평가일 지 몰라도 - 영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TV시리즈의 작업 일정을 감안하면 - 그의 연기는 안소니 홉킨스가 얼마나 우아하고, 대단한 카리스마의 소유자인지 다시금 깨닫게 해주는 데 의의가 있을 뿐이다.
2. 그녀, 스컬리
데이나 스컬리는 이번 에피소드의 실질적 주인공이다. 플롯 자체가 스컬리의 개인사와 보그스와의 심리전이 교차되며 진행된다. 데이나는 아버지와 불편한 관계를 맺고 있다. 윌리엄(돈 S. 데이비스 / Don S. Davis)은 퇴역 해군 장성으로 무뚝뚝하고 보수적인 아버지의 전형이다. 윌리엄은 딸이 의사가 되길 바랐는데 데이나는 그 뜻에 반해 FBI 요원이 되었다. 이때부터 부녀 사이에 틈이 벌어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이나는 아버지의 자랑스러운 딸이 되고픈 강한 욕구를 간직하고 있었다. 문제는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인정 욕구를 영원히 해소할 수 없게 되어 버린 것. 더군나 아버지가 사망하던 시각, 자기 집 소파에서 잠들어 있던 스컬리는 자신을 바라보며 무언가 말을 하려는 아버지의 환영을 본다. 미처 하지 못한 말 - 딸을 자랑스러워 한다는 - 을 전하기 위해 아버지의 유령이 찾아온 것일까?
3. 혼란
풀지 못한 응어리가 있는 상태에서 사건에 투입된 스컬리. 첫 번째 만남에서 보그스는 데이나를 '스타벅'이라 부른다. 이것은 아버지가 자신을 부를 때 쓰던 애칭이다. 평소 장례식에서 틀어 달라 했던 <Beyond The Sea>의 멜로디까지 흥얼거린다. 이 순간, '이성', '합리', '상식'의 대명사 데이나는 '믿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에 휩싸인다. 반면 과거 보그스의 프로파일링을 담당했던 멀더는 속지 말라고 경고한다. '믿는 자' 멀더 vs '의심하는 자' 스컬리의 관계가 여기서 완전히 '역전(逆轉)' 된다. 보그스는 멀더와 스컬리 앞에서 영적 세계로 들어가 - 우리 식으로 하면 접신하는 - 납치된 장소 등을 특정한다. 그리고 스컬리에게만 '하얀 십자가'를 조심하라 경고한다. 그 장소에 실제 범인이 있었고, 멀더는 범인을 쫓다가 '하얀 십자가' 아래에서 범인이 쏜 총에 맞아 부상을 입는다.
드라마는 끝끝내 보그스가 진짜 염력을 사용하고, 영혼들과 접선할 수 있는 지 여부를 명백하게 밝히지 않는다. 스컬리는 보그스의 조력으로 인해 사건을 해결했다. 하지만 이 부분을 상부에 알리지 않는다. 결국 보그스는 가스실로 끌려가게 된다. 사형 전날, 보그스는 자신을 찾아온 스컬리에게 내일 가스실에 함께 해 준다면 아버지의 영혼과 만날 수 있게 해 주겠다 제안한다. 스컬리는 강렬한 유혹을 참으며 그의 제안을 거절한다. 초현실적 경험을 한 이후의 스컬리는 이제 과거와 달라질 수 밖에 없고, 좀 더 입체적인 인물로 변한다. 팬들은 이 에피소드를 그 시발점으로 본다.
4. 에피소드 정보
1994년 1월 7일 첫 방영 됐다. <Ice>편을 연출한 데이비드 너터(David Nutter)가 메가폰을 잡았고, 시나리오는 글렌 모건(Glen Morgan) & 제임스 웡(James Wong) 콤비가 작업했다. 두 콤비의 네 번째 시나리오라고 한다. 메인 스탭진은 음악에 마크 스노우(Mark Snow), 촬영은 존 S. 바틀리(John S. Bartley), 편집의 제임스 코블렌츠(James Coblentz), 미술에 그레임 머레이(Graeme Murray) 등으로 구성됐다.
여러모로 기념비적 에피소드가 맞다. 글렌 모건과 제임스 웡은 스컬리 캐릭터가 너무 전형적이고 기능적이라는 비판에 대한 반작용으로 이 스토리를 구상했다. 결국 질리언 앤더슨의 연기력을 제대로 펼칠 수 있는 장을 마련한 셈이다. <Beyond the Sea>는 가수 바비 다린(Bobby Darin)이 1959년에 발표하여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노래다. 글렌 모건의 부모가 바비 다린의 광팬이다. 글렌의 형 이름도 다린(Darin)으로 지을 정도 였으니 말 다했다. 한편 다린 모건은 시즌2 부터 풀 타임 작가로 합류하는데, 그가 시리즈의 테마, 본질을 따라잡기 위해 연구한 에피소드가 바로 <Beyond the Sea>다. 후에 다린 모건은 <엑스 파일>에서 가장 핵심 역활을 한 작가로 기억된다.
Chronicle - 엑스 파일(se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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