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 최대 성수기라 하는 여름 시즌이 끝나고 추석 대목을 앞둔 24년 9월 첫째 주, 씨네21은 예전처럼 작동하지 않는 한국 영화 산업의 현실을 목도하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다.
1. Opening
이번 호 특집은 '2024년 극장가 중간점검'이다. 대체로 이런 분석은 공허한 결론에 이르기 십상이다. 현재에 대한 정확한 원인진단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송경원 편집장은 영화전문지는 '오늘의 극장이, 한국영화가, 영화산업이 '왜' 이런 상황에 놓였는지 질문'해야 하고, '피곤하고 불편하고 지치는 작업을 계속'해야 한다고 쓴다. 이를 먼저 염두하고 정독을 시작해 본다.
2. 2024년 극장가 중간점검
24년, 두 편의 천만영화(<파묘>, <범죄도시4>)가 나왔음에도 영화계 내부의 분위기는 어둡기 그지없다. 프로 스포츠, 미술, 공연 쪽과 비교해 영화만 홀로 부진을 금치 못했다. 더 암울한 것은 내년부터(2025년) 극장에 걸 영화가 없다는 점이다. (이 기사에서 언급된 내용은 2025년 기준 사실로 증명되고 있다.)
CJ ENM이 24년 상반기까지 투자를 결정한 작품이 박찬욱 감독의 <어쩔 수가 없다>, 하나 밖에 없다는 게 지금 한국영화계가 처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대신 일본 애니메이션, 일본의 소규모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 같은 예술영화들이 의미 있는 관객수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반면 한국 독립 영화에 대한 관심도는 줄어들었다.
이것은 현상이고, 이 현상에 대한 원인을 짚어봐야 한다. 김철홍, 유선아, 이보라 영화평론가들은 과거 빅 4 같은 식으로 불렸던 규모 있는 영화가 판판이 실패하는 것을 보고 전통적 배급공식이 효력을 다했다고 입을 모은다. 이제는 정말 영화의 힘이 흥행을 좌우하는 시기가 됐다.
3. 딸에 대하여
<딸에 대하여>는 소설가 김혜진의 2017년 발표한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씨네21은 원작자 김혜진과 감독 이미랑을 함께 초대해 인터뷰를 나누었다. 두 사람은 서울예대 선후배 사이로 학보사 활동을 함께 한 사이기도 하다.
이번 인터뷰를 읽다가 감독이 소설을 영화화할 때, 그 문장의 맛까지 고려하는구나 싶어 놀랐다. '대부분은 소설 속 문장으로부터 출발한 숏이다. 하지만 문장이 마음에 든다 해도 이를 영상화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 영상문법을 고민하며 영화를 짜나갔다.'
개봉이 한참 지난 2025년의 시점에서 이 영화를 보면 처음 볼 때와 다른 느낌이 들 것이다. <폭싹 속았수다>의 대성공 때문에 어머니 역의 오민애 배우에게 훨씬 더 감정이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민애 배우는 영화, TV를 넘나들며 다양한 '여성' - 자식을 둔 - 의 얼굴을 표현하는 중이다.
4. 개봉작
오시야마 기요타가 감독의 <룩백>은 '<체인소맨>의 후지모토 다쓰카의 단편만화'를 원작으로 한다. '자신의 뒤를 완전히 상대하게 맡기며 지대한 영향을 주고받는 두 만화가의 정서적 감응'을 '원작이 일궈낸 정적의 미 - 프레임의 여백, 대사 없는 컷의 연출, 인물의 뒷모습 - 를 애니메이션적 움직임의 융통성과 사운드 디자인의 적절한 완급조절'로 재현했다. 씨네21 평점은 평균 별 3개 반이다.
24년 9월 첫째 주 가장 큰 화제의 영화는 푸바오와 사육사 '할부지' 강철원의 관계를 다룬 <안녕, 할부지>였다. 최현수 객원기자는 '푸바오를 둘러싼 다양한 맥락을 놓친 영화는 너무 서둘러 제작한 얕은 송가'라 박한 평가를 내린다. 다소 규모가 작은 한국영화 두 편도 개봉했다. 이세원 감독의 <바리데기>와 정경렬, 남순아, 구자호, 송원찬, 정재희 감독의 옴니버스 영화 <기기묘묘 2>다. 두 편 다 흥행/비평에서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다.
일본 영화와 애니메이션은 매주 개봉하는 작품들이 있다. 그만큼 관객층이 있다는 뜻이다. 이번 주 개봉한 <52헤르츠 고래들>은 같은 상처를 안은 20대 여성 키코(스기사키 하나 분)과 어린 소년(구와나 도리 분)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코마다 위스키 패밀리>는 위스키 증류소를 가업으로 하는 젊은 사장의 이야기를 담은 애니메이션. 별점이 꽤 높다.
<죽고 싶지만 사랑은 하고 싶어>는 <스타워즈>에서 레이 스카이워커를 연기한 데이지 리들리가 주연을 맡았다. 죽음에 몰두하는 여인이 직장동료 로버트와 친해지며 서서히 마음을 열게 되는 로맨스 영화. 박평식 평론가가 별 셋을 줬다!!!
<원맨>은 전형적 리암 니슨의 액션 영화처럼 보였는데 뜻밖에 IRA 무장단체, 폭력, 화해의 의미를 묻는, 리암 니슨 버전의 <그랜 토리노>다. 리암 니슨이 과거 아일랜드 독립운동가의 전기영화 <마이클 콜린스>에 타이틀 롤을 맡았다는 것을 안다면 더욱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작품이다.
5. 비평들
김소미 기자는 '처참한 자유'라는 제목의 글에서 한동안 잊고 있던 배우 지나 롤랜즈를 다시 소환한다. 지나 롤렌즈는 존 카사베츠 감독과 6편을 함께 했는데, 이들 영화에서 '창녀, 고집 센 중년의 미혼여성, 우울과 절망에 빠진 노동자 계급의 주부, 알코올 중독에 빠진 배우, 남의 아이를 데리고 도망치는 마피아 정부와 같이 언제나 모범으로부터 멀리 달아난 초상'을 연기했다.
지나 롤랜즈는 지켜보는 자가 수치심을 들 정도로 거리낌 없이 구제불능의 인물을 연기했는데, 김소미 기자는 지나 롤랜즈의 인물에게서 받은 위안을 고백한다. 이 글을 읽으면서 카사베츠의 영화를 다시 찾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병헌 평론가는 <에이리언 : 로물루스>가 뛰어난 액션장면과 영리한 설정의 영화임을 인정하면서도, '결국 영화는 <에일리언>에 대한 영화평론가 로빈 우드의 다음과 같은 논평을 회피할 수 없는 것 같다. 주인공을 영웅으로 묘사해 씌운 팝 페미니즘적 외관이 궁극적으로 영화의 반동적 성격을 숨기고 있다는 그 유명한 지적 말이다'라 하면서 영화의 한계를 풀어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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