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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뉴스 & 정보

씨네21 - 1469호 - 2024.08.13~2024.08.20.

by homeostasis 2024. 1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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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커버는 안드레이 타르콥스키의 <희생>이다. 이선균의 유작 중 하나인 <행복의 나라>와 정이삭 감독의 블록버스터 <트위스터스>가 개봉했다. 복길과 이연주(리타) 평론가의 글은 심하게 애달프다. 

1. Opening - 지루하고 어렵고 낯설고 불편하여 마침내 아름다워라

영화를 좀 본다 하는 사람들, 누구나 아는 제목의 영화지만, 본 사람(졸지 않고)은 얼마 안 된다는... 그래서 이 영화를 향한 '찬사는 실체를 확인하기 힘든 도시 전설'을 연상케 하는 -안드레이 타르콥스키의 <희생>이 4K 마스터링 버전으로 8월 21일 재개봉했다. 송경원 평론가는 <희생>의 개봉을 앞두고 '생각할 시간', '빈틈과 공백'을 허용하지 않는 지금 시대에 <희생>을 봐야하는 이유를 곱씹어 본다. 느린 화면이 주는 지루함은 다른 말로 '생각'이다. 참고로 1995년 한국 최초 개봉 때 무려 10만 관객을 동원했던 <희생>이 재개봉으로 14,762명을 동원했다. 생각보다 많은 수의 관객이다.

 

2. 안드레이 타르콥스키 - 영화의 순교자

<희생> 특집의 첫 번째 글은 현 영화진흥위원이기도 한 동의대 영화과의 김이석 교수가 썼다. 파리에서 타르콥스키를 연구한 전문가답게 영화가 제작될 당시의 감독의 개인사, 시대적 상황을 들려준다. <희생>을 이미 본, 혹은 볼 사람들에겐 좋은 길잡이가 될 것 같다. <희생>은 타로콥스키의 유작이다. 그런데 영화의 마지막 숏이 데뷔작 <이반의 어린 시절>의 첫 숏과 겹친다. 이건 의도된 것이 아니라 우연이다. 감독이 <희생>을 찍을 때 만해도 마지막 작품이 될 거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김이석 교수는 '과연 어떤 힘이 그의 영화 전체를 두 그루의 나무와 두 명의 소년으로 단단히 연결해 놓은 것일까? 기적이나 신비를 믿지 않는 사람에게도 이것은 참으로 놀라운 우연이 아닐 수 없다'라며 글을 끝맺는다.

이우빈 기자는 쉽지 않은 특집 기사를 맡아 두 개의 글을 썼는데 첫번째는 '시네필은 왜 잠 오는 영화만 좋아하나요'란 제목으로 '고급 예술영화 = 불친절한 내러티브'라는 공식은 파기되어야 할 신화라 주장한다. 롱 테이크를 쓴다고 해서 모두 <희생>이 되는 것은 아니며(당연하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윤리적 지루함을 서사의 지루함으로 둔갑시킨 안하무인격 영화라고 분통을 터트린다. '지루하니 있어 보이는 영화다'라 지레짐작 말고, 보는 그대로 감정을 느껴보자 제안을 한다. '부끄러운 아버지의 초상'에선 안드레이 타르콥스키의 <희생>이 예술가의 숭고한 희생이라기 보다 '순전히 그의 아들 앤드류사에게 바치는 아버지의 고백이자 연서이자 반성문이며, 이 거대한 예술가마저 결국 아들의 발 앞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다는 가장 보수적이고 인간적인 이야기'라 쓴다. 두 개의 글은 <희생>을 흐릿하게 만드는 신화의 안개를 걷어내고 영화를 있는 그대로 보기 위한 제언이다.

 

3. 개봉작

코로나 이전이라면 여름 대목을 노린 영화들로 가득할텐데 8월 셋째 주 라인업은 어째 칸 영화제 출품작의 향연이다. 2023년 제76회 칸 영화제에서 소개된 <공드리의 설루션북>은 제목에서 드러나듯 미셀 공드리 감독의 작품이다. 마크라는 영화감독이 후반작업을 앞두고 스태프와 숙모의 집으로 도망치면서 겪게 되는 일들을 다룬다. 박평식 평론가는 '짜증 나게 홀리고 웃기는 곡괭이질'이라며 별 셋을 줬다.

<러브 달바>는 2022년 제75회 칸 영화제 비평가주간에서 4관왕을 달성한 에마뉘엘 니코 감독의 첫번째 장편이다. 프랑스 영화로 청소년 그루밍 성범죄, 학대에 노출된 청소년의 초상을 담았다. 인생에서 가장 찬란한 시기를 마음껏 누려야 할 청소년을 왜들 자꾸 밟으려 하는지... 이혜리가 온몸 불사 질러 홍보했던 <빅토리>도 8월 14일 개봉했다. 이 영화의 주인공들도 여고생들이다. 1999년 밀레니얼을 앞둔 거제 상고 여고생이 댄스 동아리를 만들고, 급기야 거제 최초의 여고 치어리딩팀으로 발전해 간 실화에 기초한다.

국산 애니메이션도 2편 개봉했다. CJ ENM의 <신비아파트 특별 편 : 붉은 눈의 사신>은 TV 시리즈 5기에 해당하는 <신비아파트 고스트볼 ZERO>를 재구성한 작품이고 <쥬라기캅스 극장판 : 전설의 고대생물을 찾아라> 역시 TV 애니메이션 <쥬라기 캅스>의 두 번째 극장판이다. 전자는 3만 명, 후자는 8천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4. 행복의 나라

<행복의 나라>는 <그때 그사람들>과 <서울의 봄> 사이에 위치한 역사적 사건을 다룬다. 1 0.26 사건으로 체포된 중앙정보부 박흥주 수행비서관의 재판 과정을 그리는데, <광해, 왕이 된 남자>의 추창민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당시 신군부는 권력 장악 드라이브를 위해 김재규를 비롯한 피고인들을 빨리 처분하려 했다. 박흥주는 16일 만의 졸속재판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3개월 후에 처형되었다. 추창민 감독은 권력층의 인명 경시 태도가 결국 광주의 비극으로 이어졌을 거라며 영화의 주제를 직접 설명한다. 임준형 변호사의 글도 재미있다. 박흥주 재판은 신군부의 외압이 상당했는데, 만약 정당하게 재판을 받았다면 사형 판결의 직접적 이유가 됐던 내란 목적 살인죄 대신 단순 살인이 인정될 가능성을 높게 본다.

 

5. 트위스터스

정이삭 감독의 <트위스터스>는 1996년작 <트위스터>에 비해 유머와 스릴이 줄었다. 대신 자연재해를 바라보는 시선이 성숙해졌고, 회오리폭풍 자체보다 캐릭터에 더 집중한다. 정이삭 감독은 그간 해 온 작품과 달리 블록버스터를 연출하게 되어서 어떻게 적응했냐는 질문에 "난 영화적 스타일이 확고한 감독이 아니다"라는 답을 해서 웃었다. 그는 "오클라호마를 적재적소에 담아내는 법을 어느 정도 깨달은 것 같다"라고 말했는데, 영화를 보면 정이삭 감독의 말이 허언이 아니란 것을 알 수 있다.

 

6. 복길의 슬픔의 케이팝 파티 : 트와이스 <Fancy>

송도에 있는 직장을 다녔던 복길님은 부당한 편견, '지잡', '좆소' 가 자아내는 자괴감을 겪으며 그 시절을 지내왔던 모양이다. 복길님은 그때의 경험과 트와이스의 <Fancy>를 연결한다. 이 노래는 그에게... 눈물이라 한다. <Fancy>가 주는 슬픔은 "계속 삶을 사랑할 거라고 외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을 때 처절하게 짓는 미소"이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다 음악은 인생의 OST이고, 백 마디 말보다 더 큰 위안이 된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떠올렸다.

 

7. FM 영화음악 정은임입니다

정은임 아나운서의 20주기를 맞아 MBC FM은 24년 8월 2일, <고 정은임 아나운서 20주기 특집방송 - 여름날의 재회>를 방송했다. 1부는 라디오 다큐멘터리, 2부는 AI로 재현된 정은임 아나운서의 목소리로 <FM영화음악>을 새로 제작했다. '작고한 방송국 아나운서와 그가 진행한 도합 3년 남짓한 - <정영음>은 1992년 11월 2일부터 1995년 4월 1일까지 전파를 탔다 - 라디오 프로그램이 이토록 오래 기억된다는 건 평범한 현상이 아니다. 아직 <정영음>을 말하는 사람들은 단순히 과거를 추억한다기보다 그 안에 담긴 최후의 정서를 지켜내려 애쓴다.' 그 정서가 무엇인지 정확히 설명하진 못하겠다. 내게 <정영음>은 가슴 뛰는 열정이었다.

 

8. 비평들

남다은 평론가는 관객수 19만 명을 동원하며 올해의 예술영화로 등극한 <존 오브 인터레스트>를 '구역질의 만용, 가장된 악몽'이란 제목으로 비판한다. 홀로코스트를 어떻게 영화로 다루어야 하는지에 대해 <사울의 아들>은 시야를 제한했고,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아우슈비츠와 가해자 가족 사이에 담장을 치고, 철저히 가해자 가족만 비춘다. 그 밖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려주는 것은 사운드뿐이다. "정작 영화는 가해자의 서사와 분리된 곳에서 피를 묻히지도, 벌벌 떨지도 않는 기계적인 눈으로 그 세계를 그저 쳐다본다. 이 영화는 비인간성을 현시한다는 미명으로, 자신이 빚은 인간의 개별성을 들여다볼 엄두를 내지 않는다. 가해자의 서사에 연루되지 않기 위해서 서사 자체를 무력화한다. 그 태도는 비겁하다." 벽을 배경으로 둔 수평적 트래킹숏은 "담장 뒤편의 죽음을 스펙터클로 그리지 않는다는 자부심이 배어나지만, 시각적으로 물신화된 담장의 이미지는 어쩌면 그보다 더 교만하게 외설적이다." 남다은 평론가는 가해자를 중심에 두고 영화를 진행한다는 윤리적 선택을 가장한 형식적 선택이라는 결론에 이르고 "정녕 그래도 되는 것인지" 묻는다.

<수카바티 : 극락축구단>에 대한 안시환 평론가의 글은 감동적이다. '서울에서 혐오, 유해시설을 밀어내기 위해 공단이 조성됐고, 그 결과 안양, 안산, 시흥 같은 공단 중심의 도시'가 형성됐다. 안양 LG 치타스는 상암월드컵경기장을 비워둘 수 없다는 명분으로 서울로 연고지를 옮겼고, 안양의 서포터스 RED는 10년간의 투쟁 끝에 시민구단 안양 FC를 갖게 됐다. "그들이 FC안양의 창단을 위해 그토록 헌신할 수 있었던 것은... 일상을 되찾기 위해서였다. 그들에게 축구장에서 보내는 하루가 일상에서 벗어난 이벤트가 아니라 일상을 떠받치는 기둥"이었음을 <수가바티 : 극락축구단>이 기록한다.

<행복한 라짜로>, <키메라>로 알려진 알리체 로르바케르의 데뷔작 <더 원더스>가 24년 7월 31일 개봉했다. 김철홍은 '마술적 리얼리즘 영화 속 계보 속에 있으면서 정말로 귀중한 영화를 만들어내고 있는 감독의 첫 작품이 충분히 답사할 가치가 있다며 소개한다. 

이연숙 평론가는 <더 베어>를 프롤레타리아트적 정신병리 드라마라 명명한다. <미안해요, 리키> 같은 "현실 고발 영화들이 현재를 '더 나은 삶'이라는 미래를 위한 담보로 그린다면, 마찬가지로 내가 지금부터 창업 실패 장르라고 명명할 일군의 드라마들 역시 현재를 무한한 가능성으로 개방될 미래를 위한 '투자'로 다룬다."라고 지적한다. 평론가는 부디 주인공 카미를 비롯한 우리 모두가 끝내 막다른 길이란 선택지만을 남겨두지 않기를 기원하며 글을 끝맺는다. 사실 따뜻하고 행복한 미래는 현재의 노력을 통해 보장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불안해서 일에 매달리고, 그 결과에 초조해한다. 어쩌면 우리 인생이 미래가 불행할 수 있다는 비관과 낙관적 기대 사이를 계속해서 오가는 게 아닐까. 여기서 한 발짝만 더 나가면 종교에의 귀의다.

 

Chronicle -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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