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퀄라이저>의 해외 매체 리뷰와 감독 안톤 후쿠아의 인터뷰 기사를 번역해 봤다. 영화를 보고 나만의 의견을 쓰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만든 이의 생각은 어떤지 살펴보는 것도 가치 있는 일이다.
1. Time
개봉을 앞두고 타임 지(紙)의 영화평론가 리처드 콜리스(Richard Corliss)가 쓴 리뷰다. 역시 영화의 오프닝, 덴젤 워싱턴(Denzel Washington)의 캐릭터 연기, 액션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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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성격의 맥(덴젤 워싱턴 분)이 슬라비(데이비드 뫼니에 / David Meunier 분)를 만나기 위해 러시아 갱단의 본거지를 찾는다. 그는 어린 매춘부 테리(클로이 그레이스 모레츠 / Chloe Grace Moretz 분)를 풀어주는 대가로 9,800 달러를 제시한다. 테리는 러시아 갱들에게 학대와 착취를 당하고 있었다. 슬라비와 부하 넷은 모두 무기를 갖고 있다. 그중 문신을 심하게 한 악당이 맥을 보고 코웃음 친다. 이때로부터 1~2분 길이의 소름 끼칠 만큼 잘 안무된 액션이 펼쳐진다. 맥은 주먹과 총, 코르크 마개 따기를 아주 창의적인 방식으로 활용하여 4명의 악당을 잠재운다. 슬라비는 9,800 불에 제안을 받았어야 했다. 그가 한순간의 선택은 자신이 속한 러시아 마피아 조직 전체를 위험에 빠트린다.
우크라이나는 말할 것도 없고, 소련 붕괴 후 러시아는 흉악 범죄자가 많은 곳이라는 평판을 듣고 있다. 이것은 전 세계 액션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커다란 영감이 되고 있다. 반세기 전 <007 위기일발(From Russia with Love)>의 로사 크랩 이후 할리우드가 동유럽 악당들의 도움을 받은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안톤 후쿠아(Antoine Fuqua) 감독의 <이퀄라이저>는 가을 시즌을 노린 액션 영화다. 이 시기에 걸맞은 R등급 영화이기도 하다. 러시아 마피아의 이름은 푸쉬킨으로 꼭 푸틴을 연상시킨다. 상대방이 버락 오바마였다면 괜찮았을 텐데 하필 덴젤 워싱턴이라 불운한 일들을 겪게 되었다.
리처드 웽크(Richard Wenk)가 쓴 이 영화는 전형적인 액션 스릴러다. 홈마트의 점원 맥은 조용하고 친절한 아저씨다. 동료를 세심하게 살핀다. 하지만 과거에 관한 질문에는 '한때 잘 나갔어'라며 글래디스 나이트의 백업 싱어가 추던 댄스 스텝을 밟으며 웃어넘긴다. 그의 삶은 수도승과 다름없다. 감정이 죽은 인물이다. 영화의 첫 번째 쇼트, 맥이 집착하는 작은 아파트 창문을 통해 이스트 보스턴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카메라는 미궁을 헤매듯 뒷걸음치고, 선반에 꽂힌 백 여 권의 책들이 보인다. 그는 아파트에서 홀로 이 책들을 읽는다. 때론 작은 식당에 가서 읽을 때도 있다. 바로 여기서 테리를 만난다. 그가 <노인과 바다>를 읽고 있다.
관객들은 올해가 지나면 예순이 되는 덴젤 워싱턴의 모습에서 헤밍웨이의 소설 속 산티아고를 떠올릴 수 있다. "큰 고기를 낚기에 너무 늙었어." 하지만 우리는 맥에 끌린다. 정부의 비밀 요원 맥 aka. 로버트 맥콜은 10여 년 전 사망으로 위장한 뒤 정체를 숨기고 살고 있다. 누가 그를 분노하게 만들지 않았더라면 영원히 과거를 감추고 지낼 수 있었을 것이다. 맥은 터질 순간만을 기다리는 핵폭탄 같은 사람이다. 10대 매춘부 테리에게 보였던 친절함이 결국 그의 오래된 재능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맥은 푸쉬킨의 암살자 테디(무표정한 얼굴의 마르톤 초카시(Marton Chokas)는 근육질의 케빈 스페이시처럼 보인다)와 악연을 맺게 된다. 도시의 모든 폭력조직(러시아 마피아, 아일리쉬 갱...)이 그를 노린다. 상대는 단 한 명이다. 불공평한 게임이 아닌가 의문을 제기할 만하다. 하지만 그가 덴젤 워싱턴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에드워드 우드워드(Edward Woodward)의 1986년 TV 시리즈를 못 본 사람이라 해도 이 영화를 즐기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 <트레이닝 데이>로 덴젤 워싱턴에게 남우주연상을 안겨 주었던 안톤 후쿠아 감독은 익스트림 클로즈업과 우아한 트래킹 쇼트를 적절히 구사하며 긴장감을 쌓아 올린다. 관객은 악당의 얼굴에서 떨어지는 땀방울 하나하나를 관찰하며 구약의 신(神)처럼 부패한 도시를 지켜본다. 이 도시의 악은 단 한 명의 정의의 사도에 의해 말끔히 청소된다.
맥은 그의 직장이기도 한 홈마트에서 마지막 대결을 펼친다. 테디와 그의 부하들이 직장 동료들을 인질 잡고 맥을 기다린다. 맥이 등장할 대 매장 내 스피커에서 커다랗게 <Midnight Train to Georgia>가 울려 퍼진다. 이 클라이맥스는 과장이 심하고 자나치게 길다. 무적의 맥콜을 상대하려면 조무래기 몇이 아니라 백여 명의 병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맥콜의 전투 능력을 과시하는 장으로서는 충분하다. 맥콜은 투시와 같은 초능력(?)과 아주 실용적인 살상기술을 동시에 보유한 능력자다. 정말 쿨한 영화 <일라이(The Book of Eli)>에서 덴젤 워싱턴이 선보였던 '싸늘한 전신(戰神)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마음속 분노를 단 한 번의 눈짓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배우가 몇이나 될까? <이퀄라이저>가 흥행에 성공한다면 모두 이 베테랑 배우의 공이다. 속편에선 덴젤 워싱턴이 오바마 정부의 비밀 병기가 되어 우크라이나 사태를 단번에 종식할 수도 있겠다.
2. The RogerEbert.com
로저 에버트 닷컴에 실린 수잔 블로스치나(Susan Wloszczyna)의 리뷰다. 블로스치나는 USA Today의 엔터테인먼트 선임 기자로 30년간 일했고, 프리랜서 영화비평가로 여러 지면에 리뷰를 기고하고 있다. 덴젤 워싱턴이 전형적 액션스릴러를 볼 만하게 만들었다고 강조하면서도 잽을 던지듯 영화의 빈틈을 지적한다. 덴젤 워싱턴이 진지한 영화에 출연할 때와 동등한 수준으로 이 캐릭터를 해석했다는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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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젤 워싱턴에게 오스카 상을 안겨준 영화가 무게 있는 드라마가 장착된 액션 스릴러(<트레이닝 데이>를 뜻함)였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이 영화는 전직 비밀요원이 약자를 돕는 수호자가 되는, 80년대 동명의 TV 시리즈에 <맨 온 파이어(Man of Fire)>(2004년)과 <택시 드라이버(Taxi Driver)>(1976년)를 섞었다.
덴젤 워싱턴은 오스카 후보지명을 받은 <플라이트(Flight)>(2012년)과 <말콤 X(Malcom X)>(1992년)과 똑같은 수준으로 진지하게 자경단 히어로를 연기한다. 주인공 맥콜의 놀라운 전투 능력만큼이나 독특한 매력을 발산한다. <익스펜더블(The Expendables)>(2010년)에 출연한 왕년의 액션스타들과 달리 59세의 덴젤 워싱턴은 대낮에 악당을 응징하는 주인공을 연기해도 설득력(dependable)이 흘러넘친다. 관객을 극장으로 오게 만들 매력이 충분하다.
<이퀄라이저>는 <트레이닝 데이>의 콤비 안톤 후쿠아와 덴젤 워싱턴의 재결합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더 큰 기대는 금물이다. 덴젤 워싱턴의 로버트 맥콜은 아주 침착한 남자로 보스턴에서 마트 점원으로 조용히 살아간다. 직장 동료들은 맥콜을 존경하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조언을 구한다. 동료들은 그의 과거를 궁금해하는데, 맥콜은 한때 잘 나갔다며 글래디스 나이트(Gladys Knight)의 백업 싱어 겸 댄서였다고 농담으로 답한다. 덴젤 워싱턴의 올드 스쿨 댄스 동작에 젊은 동료들이 홀딱 넘어간다.
맥콜은 실제 잘 나갔던 사람이다. 셜록 홈스처럼 위험한 상황을 '사전 시각화' 할 수 있고, 상대를 산산조각 낼 수 있는 잔인한 폭력을 구사할 수 있다. 악당을 청소하는 데 얼마나 시간이 소요될지 예측할 수도 있다. 대개는 몇 초 이내다. 관객은 그가 한동안 이 기술을 봉인하고 살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신 불면증으로 잠 못 드는 시간에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 사실주의 화가로 식당과 같은 미국의 일상적 공간을 많이 그렸다)가 반색했을 것 같은 심야식당에서 차 한 잔과 함께 고전소설(<노인과 바다>, <돈 키호테>... 모두 맥콜의 현재 상황을 비유하는 듯한 내용)을 읽는다. 평화로운 시간은 오래가지 않는다. 레스토랑에서 안면을 읽힌 10대 콜걸로 인해 자신의 능력을 최고치로 발휘하게 된다.
은퇴한 전직 킬러와 10대 소녀 사이의 불편한 관계는 아주 조심스럽게 다루었다. 덕분에 클로이 클레이스 모레츠는 조숙한 섹슈얼리티를 어필하면서 외로운 홀아비와 관계를 어색하지 않게 표현한다. 자기 꿈이 뮤지션이라는 것을 밝히지만 러시아 갱에게 야만적인 폭력을 당한 후 영화에서 사라진다. 맥콜은 소녀에 대한 의무감으로 행동한다. 영화는 이 지점부터 개와 고양이의 게임처럼 전개된다. 덴젤 워싱턴은 테리를 때린 놈과 그의 부하들을 러시안 레스토랑에서 응징한다. 악당들은 항상 덴젤 워싱턴을 과소평가한다. 이에 대한 대가는 참혹하다. 갱단과의 추악한 대면 이후 코르크 따개를 참신한 방식으로 사용하는 덴젤 워싱턴을 볼 수 있다. 물론 이들은 조무래기에 불과했다. 그들 위에 보스가 있고, 보스는 테디라는 이름의 암살자를 보낸다. 이 암살자는 시스티나 천정화를 문신으로 새겼다.
마르톤 초카시는 냉소적인 표정으로 주변 모든 사람들을 비웃고 다닌다. 관객이 진심으로 야유할 수 있는 악당이다. 이 동유럽 암살자가 부패한 미국인들의 대장 노릇을 할 때 특히 그런 생각이 든다. 보스는 테디를 통해 부하들을 겁주고, 비즈니스를 감독하게끔 한다. 안톤 후쿠아는 정적인 가운데서 갑작스러운 폭력으로 전환하는 데 능하다. 악을 청소하는 와중에 흐르는 물의 이미지가 반복된다. <이퀄라이저>는 시작부터 비틀대긴 하지만 그럭저럭 괜찮은 영화다. 사람들은 대형 마트에서 벌어지는 과장된 클라이맥스 액션 시퀀스를 별로라 생각할지 모른다. 나는 덴젤 워싱턴이 마트의 여러 공구들을 치명적 무기로 휘두르는 장면에서 쾌감을 느꼈다. 좀비와 인간이 대형몰에서 싸우는 <시체들의 새벽(The Dawn of The Dead)부터 언제나 마트를 배경으로 한 대혼란을 즐겼던 것 같다.
<이퀄라이저>는 기본적으로 코믹북 히어로의 블루칼라 버전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종류의 히어로들은 무고한 시민을 괴롭히는 악당을 응징한다. 영화의 결말은 새로운 프랜차이즈의 1편처럼 보인다. 경로 우대권 부여를 결정하는 정치인들은 덴젤 워싱턴의 이 시리즈를 불편하게 받아들일 것 같다. 중장년이 자경단원이 된다고 나설 수도 있기 때문이다.
3. The Guadian
영국 가디언의 영화 담당 기자 폴 맥킨즈(Paul MacInnes)의 리뷰다. 글에 냉소가 있다. 나이 든 액션 히어로가 트렌드라 지적하는데 옳은 이야기다. 2024년 기준으로도 전 세계 최고 액션 히어로는 60대 톰 크루즈(Tom Cruise)인걸 보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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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암 니슨(Liam Neeson), 익스펜더블 시리즈, 케빈 코스트너(Kevin Costner)를 보면 확실히 요즘 나이 든 액션히어로가 트렌드임이 분명하다. 덴젤 워싱턴도 잊어선 안 된다. 십 년 전쯤, 그는 토니 스코트(Tony Scott)의 <맨 온 파이어>에서 전직 CIA 요원 존 크리시로 나와 멕시코 절반을 찢어버린 전력이 있다. <이퀄라이저>에서 <트레이닝 데이>의 안톤 후쿠아와 손 잡고, 전직 특수요원 로버트 맥콜을 연기한다. 이번에 그의 상대는 러시아 갱이다.
<이퀄라이저>는 좀 더 말쑥한 '찰슨 브론슨' 에드워드 우드워드가 월터 PPK를 들고 동네 범죄자를 처단하는 동명 TV 시리즈의 리메이크다. 영화는 어린 콜걸 알리나(클로이 그레이스 모레츠)를 돕기 위해 자발적으로 악당과 싸우는 로버트 맥콜의 이야기다. 알리나는 맥콜의 꼼꼼한 일상 루틴 속에 균열을 일으킨다. 그는 아침식사로 스무디를 직접 만들어 먹고 버스로 출근한다. DIY 대형 매장에서 일하고 직장의 어린 동료들에게 조언도 해 준다.밤에 맥콜은 에드워드 호퍼에게 로열티를 지급해야 할 것만 같은 동네식당에서 시간을 보내곤 한다. 여기서 알리나와 함께 히피적인 지혜를 나누고, 고전문학에 관해 잡담한다. 그는 죽은 아내의 기억을 붙들고 산다. 안정된 일상에 사악한 기운이 침범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영화의 초반 설정은 꽤 매력적이다. 맥콜은 고급 프라이빗 바에 가서 알리나를 폭행한 악당들을 28초 만에 살해한다. 맥콜이 죽인 포주는 거대한 러시아 마피아 조직의 말단에 불과했고, 조직의 보스 푸쉬킨은 이 일을 처리하려고 해결사 테디를 보낸다. 이제 십 수 명의 악당이 총에 맞고, 잘린 고환을 입에 머금은 채 죽어간다.이 과정에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우선 테디(마르톤 초카시가 아주 설득력 있게 연기한다)가 야만적인 행동을 할 때마다 폭력의 강도가 증가한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관객은 폭력 묘사에 둔감해진다. 두 번째는 다뉴브 강 동쪽에서 가장 터프한 암살자가 노인에 가까운 남자에게 패하는 것이 가능하냐는 불신의 문제다. 안톤 후쿠아는 운이 참 좋다. 59세의 남자로 다름 아닌 덴젤 워싱턴을 쓸 수 있었기 때문이다. 덴젤 워싱턴은 너무 쿨하다. 허황된 액션 장면마저 스릴 넘치는 것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는 배우다.덴젤 워싱턴의 강점이 반대로 영화의 약점이 된다. 그는 너무 진짜 같아서 영화의 2/3이 지날 때까지 나오는 모든 악당들보다 강해 보인다. 짧은 여행 후 맥콜은 혼자서 유조선을 폭파시킨다. 영화는 늙음과 상실의 이슈에 대해선 눈을 감는다. 아마도 속편을 의식한 결과일 것이다. 영화는 명백히 시리즈의 첫 번째처럼 보인다.
4. Den of Geek
영국 온라인 매체 Den of Geek이 감독 안톤 후쿠아와 가진 인터뷰 기사다. 안톤 후쿠아는 <백악관 최후의 날>, <매그니피센트 7> 같은 액션 스릴러를 주로 만들었는데, 우리가 가볍게 보는 영화들이라 할지라도 감독은 디테일까지 진지하게 생각하고 작업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인터뷰를 맡은 라이언 램비(Ryan Lambie)는 영화, TV, 비디오게임 등 엔터테인먼트 전반을 다루는 프리랜서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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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젤 워싱턴은 안톤 후쿠아가 연출한 <트레이닝 데이>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에단 호크(Ethan Hawke)도 이 영화로 남우조연상 후보로 지명을 받았다. <이퀄라이저>는 <트레이닝 데이>와는 좀 다른 결의 스릴러다. 원작은 동명의 TV시리즈(스튜어트 코플랜드(Stewart Copeland)의 주제음악은 가장 캐치한 TV 테마 중 하나)다. 이번 영화에서 덴젤 워싱턴은 정신병에 걸린 반영웅이 아니라 의심의 여지없는 히어로를 연기한다. 주인공 맥콜은 보스턴에서 조용히 살아가다 러시아 마피아와 충돌한다.
스펙터클한 폭력은 안톤 후쿠아의 전작(<백악관 최후의 날(Olympus Has Fallen)>(2013년))처럼 감독의 역량이 유감없이 발휘된 파트다. 경제적인 캐릭터 소개, 뛰어난 카메라 무빙도 여전하다. 안톤 후쿠아는 덴젤 워싱턴의 캐릭터에 깊이와 미스터리를 입혔다. 그런 면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Brooklyn's Finest>(2009년)와 일맥상통한다. 우리는 안톤 후쿠아와 <이퀄라이저>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황야의 7일(Magnificent 7)> 리메이크 프로젝트와 <이퀄라이저> 후속 편에 대한 생각을 들려주었다.
Geek : 전작에 이어 R등급 액션 스릴러를 연달아 만들었다. 대부분의 감독들이 이런 류의 프로젝트를 할 때 많은 고충을 토로한다. 당당히 해내는 것에 특별한 비결이 있을까?
후쿠아 : 생각해 보지 않았다. 아마도 한 번의 성공이 가장 큰 계기가 되었다. <트레이닝 데이>도 R등급, <백악관 최후의 날>도 R등급이었다. 나는 이 분야가 트렌드가 됐다고 생각한다. 요즘 대중들은 인터넷, 유튜브 등에서 소위 '센' 영상을 많이 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관객들이 스토리와 캐릭터에 좀 더 주목했으면 좋겠다. 영화의 폭력묘사는 모두 가짜다. 어린 관객들을 생각하면 어느 정도의 조절은 필요하다. 나 또한 PG-13 영화를 할 수 있고, 아이들을 키운다. PG 13 영화를 함께 보다 보면 목 잘리는 장면이 그냥 나온다. 반면 여자 가슴 노출은 절대 불가다. 이런 기준들이 혼란을 초래한다. 한 남자를 벽에 쳐 박으면 안 되는데, 기차가 사람을 치는 장면은 통과다. 이유를 알아보면 CG라서 괜찮다고 한다. 피가 보이지 않으면 넘어간다. 등급 기준에 불만이 있다.
Geek : 당신은 캐릭터 구축에 신경을 많이 쓰는 감독이다. <이퀄라이즈>에 나오는 인물은 모두 실제 같았다. 덴젤 워싱턴이 약간 편집증 있는 인물로 나오는데, 영화가 이 캐릭터를 묘사하는 방법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시나리오에 미리 설정되어 있었던 것인지가 궁금하다.
후쿠아 : 아주 세부적인 내용까지 시나리오에 있지는 않았다. 내가 덴젤과 함께 캐릭터를 발전시켰다. 덴젤이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작가와 함께 적절하게 녹여냈다. 시나리오에 주인공이 계속 시간을 계산한다는 설정이 있었는데 구체적인 설명은 없었다. 하루는 덴젤이 편집증 아이디어를 말했고, 유튜브와 책을 보며 조사를 시작했다. 그러면서 이 캐릭터에 대한 실마리를 잡을 수 있었다. 덴젤이 어느 날은 머리를 면도할 거라면서 이 남자가 평범한 외모여야 한다고 말했다. 주인공은 불면증이 있다. 내면에 풀 수 없는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Geek : 액션 시퀀스에 대해 묻고 싶다. 레퍼런스가 있었나?
후쿠아 : 크레이지 한 액션을 원했다. 네이비 씰 출신의 스턴트맨이 있다. MMA 선수, 무술가, SAS 대원처럼 직업적으로 살상기술을 익히는 사람들과도 토의를 했다. 그들에게 시나리오 상 상황을 던져주고 어떻게 이 문제를 헤쳐나갈 것인지 자문했다. 보통 사람은 아무 생각 없이 의자에 앉는다. 반면 전문가들은 무슨 일이 벌어지면 어디로 탈출해야 할까, 어떤 것을 무기로 쓸 수 있나를 끊임없이 생각한다. 완전히 다른 마인드다. 나는 그들의 의견을 들고 의사와 과학자에게 다시 자문을 구했다. 특수요원들은 심장 박동이 보통 사람들에 비해 느리다. 어떤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다. 훈련을 통해 이런 반응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러시아 갱들과 싸우는 장면에서 침착하고 조용한 사람일수록 가장 위험하다는 아이디어를 적용했다. 관객은 이 순간까지 맥콜의 과거를 모른다. 다만 평범한 사람이 아니다는 정도만 알고 있다. 그의 액션은 관객에게 이 캐릭터가 어떤 인물인지 알려준다. 관객이 캐릭터에 공감해야 서프라이즈 한 경험을 할 수 있다.
Geek : 덴젤 워싱턴의 연기를 오래 지켜봐 왔다. 나는 그가 모호한 캐릭터를 연기할 때 더 빛이 난다고 생각한다.
후쿠아 : 제대로 봤다. 그는 갈등하는 인물이다. 동시에 웃음이 많고 친절한 사람이다. 그의 내면은 겉모습과 달리 화산처럼 언제든 폭발할 준비가 되어 있다. 배우로서 그가 지닌 장점이다. 모든 장면에서 강한 인상을 줄 수 있다. 영화에서 맥콜의 다음 행동은 무엇일까, 어떻게 행동할까, 호기심을 유지시키려면 캐릭터가 중요하다. 영화마다 고유의 리듬이 있고, 편집할 때 스태프들에게 말한다. '나는 너무 서두르고 싶지 않다. 관객이 생각할 여지를 주고 싶어. 액션 영화와 슈퍼 히어로 무비의 첫 장면은 언제나 액션 장면이야. 우리는 이렇게 하지 말자.'첫 장면은 아주 조용하다. 나는 사람들이 덴젤 워싱턴과 같은 배우를 액션 스타와 똑같이 취급하려 할 때 그냥 배우가 영화를 끌고 가는 대로 내버려 둬'라 소리를 지른다. 관객은 인내심이 있다. 액션이 아닌 덴젤 워싱턴의 연기를 보고 흥미를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는다.
Geek : 나 역시 시간을 들이는 방식을 선호한다. 당신이 연출한 오프닝 쇼트도 마음에 들었다. 카메라가 아파트 안에서 뒤로 빠지면서 관객이 공간을 충분히 지켜볼 수 있도록 한다. 덴젤이 알람 울리기도 전에 깨어있는 모습도 멋지다.
후쿠아 : 맞다. 침대도 정리를 끝냈다. 군인이나 잘 훈련받은 인물임을 보여준다. 칫솔로 신발을 닦는 것은 군인들의 습관이다. 머리도 밀었다. 머리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옷은 평범하고 시계를 차고 다닌다. 바로 여기서 미스터리가 만들어진다. 나는 첫 장면에서 영화의 톤을 정했다. 카메라는 많은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영화들은 설명을 굳이 덧붙인다. 당신이 설명하려고 들면 관객은 관심을 잃는다.
Geek : 그것이 영화다. 시네마와 TV의 차이가 여기에 있다.
후쿠아 : 전적으로 동감한다. 시네마는 관객에게 실마리를 준다. 관객이 보는 모든 것이 스토리다. 75mm 롱 렌즈로 내 얼굴을 찍는다 가정하자. 그것 자체로 스토리다. 18mm로 클로즈업을 찍는다면 앞의 것과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 극장에서 볼 때 더욱 두드러지고, 관객은 뉘앙스의 차이를 포착할 수 있다. 이 부분에서 갈등이 생긴다. 패스트푸드처럼 영화를 만들려는 경향이 있다. 미국이 특히 더하다.유럽영화를 볼 때 시간을 쓰는 것을 보면 정말 쿨하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패스트푸드 시네마가 대세다. 그런 가운데 '사람들은 캐릭터를 보고 싶어 해'라 주장을 한다. 패스트푸드 영화를 보면 줄거리를 설명할 수 있어도 캐릭터나 어떤 장면에서 감동을 받았는지 이야기하지 못한다. <트레이닝 데이> 때도 나는 이 방식을 시도했다. 덴젤 워싱턴이 관객의 시선을 붙들어 놓을 수 있는 배우라 가능했다. 천천히 불타오르게 하자고 마음먹었다. 이럴 때 여기저기서 반대 의견이 나온다.
Geek : <트레이닝 데이> 때의 기억을 듣고 싶다.
후쿠아 : 엄청 힘들었다는 기억만 난다. 많은 일이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밝히고 싶지 않다. 촬영할 시점에 나는 아이를 잃었다. 매일매일이 힘들었다. 이 정도 규모의 영화는 처음이었다. 프로모션까지 끝내고 어서 빨리 이 영화에서 빠져나오고 싶었다.
Geek : 그 정도 힘든 경험을 하고 나면 변화가 생기는가?
후쿠아 : 아카데미 시상식도 기억이 잘 안 난다. 그래도 좋았던 게 이때 와이프가 다시 딸을 가졌다. 턱시도를 차려입고 와이프와 함께 시상식에 갔다. 덴젤도 부인을 동반했다. 모든 사람이 즐거워했다. 촬영이 끝나고 에단 호크에게 정말 대단한 연기였다며 분명 오스카 후보가 될 거라고 말했던 적이 있었다. 시상식 당일 에단이 내게 와서 그때 한 말을 기억하냐 물었는데 정말 하나도 기억이 안 났다.시상식이 끝나고 내 전화기가 계속 울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갑자기 나를 찾기 시작했다. 그때 이미 <태양의 눈물(Tears of The Sun)>을 촬영하고 있었고, 계속 일만 신경 쓰다 보니 <트레이닝 데이>를 어느 순간 잊게 됐다.
Geek : 혹시 또 한 번 경찰 스릴러에 도전할 계획이 있나? 이 장르가 편해 보인다.
후쿠아 : 맞다. 지금 준비 중인 작품이 있다. 덴젤이 할지 모르겠지만 이 작품 역시 세다.
Geek : <트레이닝 데이>에서 내가 개인적으로 좋았던 게 당신이 도시를 화면에 담는 감각이다. <이퀄라이저>에서도 마찬가지다.
후쿠아 : 리처드 웽크는 보스턴에서 벌어지는 시나리오를 썼는데 프로듀서는 뉴욕이나 피츠버그 배경을 원했다. 내가 보스턴을 고집했다. 내게 도시는 하나의 캐릭터와 같다. 배우, 도시, 음악, 렌즈는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의 유기체다. 보스턴은 정말 재미있는 도시다. 아이리쉬 갱 '화이티 벌거(Whitey Bulger)'는 재판 내내 산타모니카에 있다가 체포됐다. 그 후 보스턴 폭발이 발생한다. 하버드 같은 대학들 때문에 보스턴을 좋아했다. 오래된 도시이고, 가장 유럽 색채가 강한 곳 중 하나다. 비밀이 많은 도시기도 하다. 아이리쉬 갱스터가 도시를 장악했었고, 지금은 러시아 갱이 활개를 친다. 항구는 보스턴에서 빼놓을 수 없다. 부두와 바다는 언제나 겉과 다른 어둠이 있다. 노동자의 도시다. 새로운 사람에게 신경 쓰지 않는다. <트레이닝 데이>에서 LA가 중요하다면 이 영화는 보스턴이다. 공간은 캐스팅만큼 중요하다.
Geek : <이퀄라이저>는 자경단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후쿠아 :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한번 해 보자.
Geek : 오케이. 나는 이 장르가 유독 미국에서 잘 된다고 생각한다. 영국도 이 장르의 클래식이 두어 편 있지만 자경단 영화는 무조건 미국이다. 당신이 웨스턴에서 영감을 받았는지 궁금하다.
후쿠아 : 나 또한 자경단 영화의 원류는 웨스턴이라 생각한다. 어릴 때 웨스턴을 보며 자랐다. 당신의 질문을 들으니 뭔가 떠올랐다. 할머니와 서부영화를 자주 봤는데, 웨스턴은 항상 조용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같은 무법자나 쉐인이 나타나 악당을 물리친다. 보통 보안관이 악당과 한편일 때도 많다. 그들은 자기 임무를 버리는 비열한 자들이다. <페일 라이더(Pale Rider)> (1985년)에서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난쟁이에게 보안관 배지를 달아주는 장면이 떠오른다. 이런 것에 오랫동안 영향을 받았던 것 같다.
어릴 때부터 경찰을 애증의 시선으로 바라봤다. 그래서 <트레이닝 데이>에 끌렸다. 흑인 경찰이 보통은 더 악질이다. 이웃이면서도 모순적인 행동을 한다. 질문에 답을 하자면 미국에서 모든 사람들은 필요한 것들을 스스로 하는 전통이 있다. 그 시스템이 잘 작동한다. 자기 일을 잘 해내는 좋은 국민들 때문이다. 나쁜 일이 생겨도 정직한 국민들 때문에 국가가 유지된다.
미국은 웨스턴을 탄생시켰다. 광활한 하늘, 아메리칸드림이 있다. 당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스스로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한다.미국이 언제나 옳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사립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있는 반면 어떤 아이는 기회가 없다. 유럽의 대다수 국가는 교육 시스템에 미국보다 투자를 많이 한다. 다수가 교육을 받는다. 다른 나라의 언어를 익히고, 더 많은 정보를 습득한다. 반면 미국은 교육 수준이 돈에 결부되어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게 바로 아메리칸 드림이다.
<트레이닝 데이>와 같은 환경에서 자랐다. 다 내가 직접 보고 들은 것들이다. 나는 범죄자들을 잘 안다. 어릴 적 함께 농구하고 집에 놀러 다녔던 친구들이 범죄자가 됐다. 유럽은 웨이터도 자부심이 있다. 생계수단이자 기술이 필요한 직업이다. 미국에선 이런 존경을 보기 힘들다. 뉴욕은 아주 보수적인 방식으로 작동한다. 정의에 대한 관점 자체가 다르다.
Geek : <트레이닝 데이>은 아메리칸드림이 독약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후쿠아 : 정답이다. 이 영화의 주제는 권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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