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G 시즌8 - 20화 Ice Queen (리뷰편)

애초에 <JAG>가 있었다. 해군 법무관의 활약상을 그린 법정수사물로 10시즌(1995년~2005년) 동안 롱런하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은 시리즈다. 이 쇼의 프로듀서 도널드 P. 벨리사리오(Donald P. Bellisario) - <에어울프>, <매그넘 P.I> 등을 제작 - 는 여덟 번째 시즌이 방영되던 2003년 1월, 해군 범죄수사국을 다룬 스핀 오프 드라마의 론칭을 발표한다. 타이틀은 <NCIS : Naval Criminal Investigatvie Service>! 2000년대 초반, <C.S.I>와 함께 CBS 네트워크의 원투 펀치로 군림하게 될 <NCIS>의 탄생이다. 벨리사리오는 정규 시즌 전 <JAG>의 에피소드를 활용하는, 이른바 백도어 파일럿을 통해 새 시리즈를 선보인다. 

포트맥 강에서 여군 대위의 변사체가 발견되고, NCIS 요원들은 수사를 통해 <JAG>의 주인공, 랩 중령(데이빗 제임스 엘리엇 / David James Elliott 분)을 유력한 살인용의자로 기소한다. 백 도어 파일럿은 2부작으로 편성됐는데 20화 <Ice Queen>은 NCIS 요원들의 수사 과정, 21화 <Melt Down>은 랩 중령 재판에 초점을 맞춘다.

파일럿임에도 <NCIS> 정규 시즌과 큰 차이를 발견할 수 없다. 깁스 반장을 포함한 레귤러 캐릭터가 처음부터 단단히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이다. 괴짜 포렌식 요원 애비 슈토(폴리 페렛 / Pauley Perrette 분), 항상 말이 산으로 가는 검시의(檢屍醫) 덕키 박사(데이빗 맥칼럼 / David McCallum 분), 깁스 반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젊은 수사요원 디노조(마이클 웨덜리 / Michael Weatherly)는 단번에 시청자의 눈에 들만큼 개성이 강하다. NCIS 요원 중 정규시즌에 합류 못한 캐릭터는 여성 요원 블랙애더(로빈 라이블리 / Robyn Lively 분)가 유일하다. 깁스 반장의 혹독한 수련을 거쳐 베테랑으로 성장해 가는 인물로 설계됐지만 심각할 정도로 매력이 없다. 결국 제작진은 블랙애더를 완전히 지운 채 시즌1에 들어간다. 그 자리를 대체한 캐릭터가 대통령 경호실 출신의 케이틀린(사샤 알렉산더 / Sasha Alexander 분)이다.

<NCIS> 시리즈는 스토리 진행에 정해진 패턴이 있다. 에피소드는 언제나 피해자 시체를 발견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 공식을 에피소드마다 어떻게 변주하는지 지켜보는 게 시즌1의 재미 중 하나다. 온갖 괴상한 방식으로 살해된 시체들이 처음부터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현장 조사 시퀀스와 부검실 토크 또한 시리즈의 필수 코스인데 시체를 직접적으로 묘사해 너무 선정적이라는 느낌도 준다. 이번 에피소드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시체의 시점 쇼트를 반복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시체를 갖고 과도하게 장난친다 싶어 불편했다.

<Ice Queen>은 새 시리즈의 히어로, 제쓰로 깁스 반장(마크 하몬 / Mark Harmon 분)을 돋보이게 하는데 전력을 다한다. 벨리사리오는 <웨스트 윙>에서 대통령 경호원 사이먼 도노반을 연기한 마크 하몬을 보고 깁스 역에 그를 낙점했다. 깁스 반장은 클린트 이스트우드 스타일의 터프 가이로 말수가 적고, 드러난 사실보다 감춰진 것이 더 많은 캐릭터다. 마크 하몬은 첫 등장부터 관객에게 왠지 모를 신뢰감을 주는데, 제작진은 마크 하몬의 연기를 보면서 시리즈의 성공을 예감했을 것이다.

<Ice Queen>는 'NCIS' 깁스 반장과 'JAG' 랩 중령의 일 대 일 심문 장면으로 끝난다. 서로가 서로의 패를 숨기며 정면 대결 하는 모습이 아주 쫄깃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