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에 러닝셔츠만 입은 존 람보가 보안관들에게 쫓긴다. 보안관들은 군견에 헬기까지 동원하여 람보를 추격하는데, 람보는 달랑 칼 한 자루뿐이다. 마치 사냥을 나가듯 희희낙락하던 보안관들은 얼마 못 가 죽음의 공포를 맛보게 되는데... 람보는 월남전 베테랑이자 서바이벌 상황에 최적화된 그린베레 에이스 대원임이 밝혀진다.
1. 잘 만든 액션영화
<람보>는 훌륭한 액션영화다. 감독 테드 코체프(Ted Kotcheff), 스턴트 코디네이터 콘래드 E. 팔미사노(Conrad E. Palmisano), 실베스터 스탤론(Sylvester Stallone)은 이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추운 겨울에 산림 지대에서 액션 영화를 찍었다는 것 자체만으로 박수를 받아야 한다. 초반 경찰서 탈출부터 숲 속 게릴라전이 펼쳐지는 중반까지, 휘몰아치는 액션으로 관객의 심장박동을 쥐락펴락한다. 보안관이 헬기를 타고 절벽에 매달린 람보를 쫓는 장면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저격수들의 시야에 고스란히 노출된 람보는 결국 절벽 아래로 뛰어내리는 쪽을 선택한다. 바윗돌 대신 나무 숲 쪽으로 떨어지는 바람에 가까스로 목숨을 건지는데, 영화는 그 과정을 최대한 정직하게 - 스턴트맨과 스탤론의 몸을 갈아서 재현했다.
2. 전쟁의 피해자들
<람보>의 액션은 수적으로 불리한 주인공이 다수의 적을 격파하는 데서 오는 쾌감이다. '다윗과 골리앗'의 변주다. 심지어 람보가 짱돌 하나로 헬기를 혼쭐 내는 장면도 등장한다. 관객은 당연히 람보의 편에서 영화를 보게 된다. 존 람보와 전우들은 제대하고 고향에 돌아가면 사람들의 박수를 받고 살 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돌아오는 것은 사회의 냉담한 시선('우리를 살인자라 비난해요')이다. PTSD, 고엽제 후유증 등으로 전우들 또한 하나 둘 죽어간다. 영화의 메시지는 단순명확하다. '참전군인을 루저, 죄인 취급하지 마라!'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영화다. '나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나는 소모품(The Expendable)'이라고 울먹이는 람보의 항변은 충분히 설득력 있고, 때로 심금을 울린다. 그런데 뭔가 찜찜하다.
후반부로 갈수록 람보의 억울한 심정이 집중 부각되고, 결국 경찰서 건물을 포함, 보안관의 마음을 쑥대밭으로 만들며 끝이 난다. 이 크라이맥스는 초중반의 멋진 액션 장면과 비교해 맥이 빠진다. 살기 위해 할 수 없이 싸우는 것과 그냥 지나치면 되는데 굳이 마을을 찾아가 엉망을 만드는 것은 긴장도가 다르다.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결국 람보의 화풀이에 불과하다. <람보>는 5편까지 시리즈가 이어질동안 자기 인생을 엉망으로 만든 사람, 정말 책임을 져야 할 자들을 찾지 않는다. 20여 년 후에 만들어진 맷 데이먼의 '제이슨 본' 시리즈는 <람보>와 80년대 할리우드 액션 영화가 외면한 했던 바로 그 질문에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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