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냥꾼의 밤(The Night of the Hunter)
감독 : 찰스 로튼
출연 : 로버트 미첨, 셜리 윈터스
제작연도 : 1955년
상영시간 : 93분
배우, 각본가로 활동하던 찰스 로튼은 살아생전 딱 한 편의 영화를 연출했는데 그 작품이 <사냥꾼의 밤>이다. 이 영화는 오랜 세월 과소평가를 받았다. 주제가 숭고하거나 명배우, 명감독이 참여할 경우 걸작 인증을 받기 쉽다. 근데 이 작품 <사냥꾼의 밤>은 과부의 돈을 뺏으러 목사로 변장한 범죄자가 주인공이다.
로버트 미첨은 미망인과 그 아이를 노리는 위험한 남자를 연기한다. 무섭고도 웃긴, 초현실적 악몽 같은 이 영화는 흥행에도 대실패, 완전히 잊히나 했지만 기어이 살아남아 자신의 광채를 뽐냈다. 지금에 와선 '미국 영화사에 남을 위대한 영화'로 꼽힌다.
해리 파웰 목사의 문신 - 한 손가락에 'HATE', 다른 손가락에 'LOVE'를 새긴 - 은 너무나도 깊은 인상을 남겼고, 불길한 범죄자가 천진난만한 꼬마들과 함께 있는 위협적인 설정은 그 뒤 많은 작품에서 반복됐다. D.W. 그리피스의 뮤즈였던 '릴리언 기쉬'가 아이를 지키는 노파로 출연해 여전한 카리스마를 뽐낸다.
2. 사랑은 비를 타고 (Singin' in the Rain)
감독 : 진 켈리, 스텐리 도넨
출연 : 진 켈리, 도날드 오코너
제작연도 : 1952년
상영시간 : 103분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나는 너무 재미있어 가만 앉아있을 수가 없었다. 진 켈리, 도널드 오코너의 춤을 보면 그들과 함께 팔 다리를 흔들고 싶다. 물론 최고의 순간은 <Singin'in the Rain> 시퀀스다. 사랑에 빠진 남자의 들뜬 마음을 이 장면처럼 정확하게 전달한 영화는 없다.
이 작품을 보면 전성기 시절의 성룡이 전성기 시절의 진 켈리를 레퍼런스로 연구했음을 알 수 있다. 로저 에버트는 '<사랑은 비를 타고>보다 재미있는 뮤지컬 영화는 없다'며 이렇게 선언한다. '영화를 사랑한다고 자부하는 사람은 이 영화를 놓치려야 놓칠 수가 없다!'
3. 사무라이(Le Samourai)
감독 : 장 피에르 멜빌
출연 : 알랭 들롱, 나탈리 들롱
제작 : 1967년
상영시간 : 105분
오우삼 감독은 <사무라이(a.k.a. 한 밤의 암살자)>를 보고 너무나 감동한 나머지, <첩혈쌍웅>을 만들 때 주윤발이 연기한 살인청부업자의 이름을 '제프'로 붙였다. <첩혈쌍웅>은 <사무라이>에서 많은 것을 가져왔다. 영화의 성격은 완전 다르다.
<첩혈쌍웅>이 뜨겁고, 감정적이라면 <사무라이>는 차갑고 건조하다. <첩혈쌍웅>이 액션과 낭만을 강조한다면, <사무라이>는 액션을 최대한 미루고, 서스펜스에 집중한다. 관객은 킬러가 조직과 경찰의 추적을 뿌리칠 수 있을지 조바심을 태운다. 이 영화에서 알랭 들롱은 대사가 거의 없다. 멜빌 감독은 사람의 말보다 행동을 믿는다.
4. 400번의 구타(The 400 Blows)
감독 : 프랑수아 트뤼포
출연 : 장 피에르 레오, 클레르 모리에
제작 : 1959년
상영시간 : 98분
주위의 어른들 중 앙트완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부모도 선생, 이웃이 말하는 방식으로 앙트완을 바라본다. 어른들의 오해와 무지, 불운이 겹치며 앙트완은 소년원에 들어간다. 누벨바그의 시작이라 평가받는 <400번의 구타>는 난해한 작품이 아니다.
모두가 소년에 감정이입할 수 있다. 영화의 마지막 프리즈 프레임은 보는 이의 마음을 먹먹하게 한다. 앙투완의 미래를 근심하게 된다. 트뤼포와 주연배우 장 피에르 레오는 20년에 걸쳐 앙투완이 등장하는 영화를 다섯 편 더 찍었다.
프랑수아 트뤼포는 앙투완처럼 비행소년이었다. 그는 운명처럼 영화에 빠졌고, 앙드레 바쟁의 지도 하에 평론을 쓰게 됐고, 27살에 데뷔작 <400번의 구타>를 만들었다. 트뤼포는 영화에 구원받았다는 말을 자주 했다. 그가 만든 <400번의 구타> 역시 많은 이들의 구원이 되었다.
5. 선셋대로(Sunset Blvd.)
감독 : 빌리 와일더
출연 : 글로리아 스완슨, 윌리엄 홀덴
제작 : 1950년
상영시간 : 110분
<선셋대로>는 영화를 소재로 한 영화 중 가장 사랑받은 작품으로 꼽힌다. 무성영화 시대 스타였던 글로리아 스완슨이 실제 자기와 같은 캐릭터 노마 데스먼드를 연기한다. 잊힌 스타가 된 노마는 거대한 저택에 은둔한 채 화려한 복귀를 꿈꾼다.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젊은 작가 조 길리스(윌리엄 홀덴)가 고용된다.
조 길리스는 저택의 집사 맥스(에리히 폰 슈트로하임 분)가 곧 자신의 미래임을 깨닫는다. 노마는 맥스와 조를 소유하길 원하고, 맥스와 조는 이곳이 감옥임을 알면서도 기꺼이 죄수가 되길 멈출 수 없다. 무성영화 시대와 스튜디오 황금기 영화인에 대한 인용과 스타에 대한 매혹, 신랄한 대사는 지금 봐도 흥미진진하다.
6. 성공의 달콤한 향기(Sweet Smell of Success)
감독 : 알렉산더 맥켄드릭
출연 : 버트 랭카스터, 토니 커티스
제작 : 1957년
상영시간 : 96분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칼럼니스트 헌세커(버트 랭카스터 분)는 자신의 펜으로 무명 배우를 한 순간에 스타로, 반대로 잘 나가는 스타도 나락에 빠트릴 수 있는 권세를 자랑한다. 그는 냉혹하고, 죄의식이 없고, 무엇보다 자신의 권력을 사랑한다.
홍보 담당자 시드니 팔코(토니 커티스 분)는 헌세커의 꼬붕이자 하수인이다. 칼럼의 소재 거리를 제공함으로써 헌세커에게 돈을 받는다. 헌세커가 양이라면 시드니 팔코는 음이다. <선셋대로>의 노마와 조의 관계처럼, 두 남자도 일종의 공생관계를 유지한다.
영화는 차갑고 냉혹한 도시 스릴러로 <월 스트리트> 같은 영화의 선배격이라 할 수 있다. 로저 이버트는 이 영화가 비트족이 등장하기 직전의 뉴욕을 놀랍도록 생생히 기록한다고 적었다. 영화는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이자, 시간 여행을 가능케 하는 타임머신으로 기능한다.
7. 세브린느(Belle de Jour)
감독 : 루이스 브뉴엘
출연 : 카트린 드뉘브, 장 소렐
제작 : 1967년
상영시간 : 101분
세브린느(카트린 드뉘브)는 젊고, 잘 생긴 외과의사의 부인이다. 남 부러울 것 없는 그녀는 자신도 어찌하지 못할 본능에 이끌려 남편 몰래 매춘부가 된다. 세브린느는 돈을 위해서가 아닌, 본인의 욕망을 위해 그 일을 한다.
세계 최고의 감독 중 하나로 존경 받았던 루이스 브뉴엘은 '인간의 본성에 대해 엄청나게 냉소적이었지만 그것을 조롱하기보다 재미있어했다. 내면 깊숙이 자리한 감정적인 프로그래밍이 의사 결정 과정에서 자유 의지보다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는 사실에 매혹되었다.' 그 또한 인간일텐데, 인간을 객관적으로 보는 것을 넘어 신기한 동물인양 관찰한다. 요샛말로 '메타 인지' 그 자체랄까?
<세브린느>는 '노골적인 섹스 장면'이 아예 없다. 영화는 직접 그것을 보여주는 데 관심이 없다. 세브린느가 마조히스트이고, 페티시가 있지만 정확히 어떤 것에 성적 충동을 느끼는지 구체적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관객은 보고 싶지만 볼 수가 없다. 고양이 울음 같은 소리, 표정 등이 간헐적인 단서가 되지만 이건 풀리지 않는 수수께기다. 세브린느의 욕망은 오롯이 그녀의 것으로 남는다.
로저 에버트는 '<세브린느>를 현대에 가장 널리 알려진, 아마도 으뜸가는 에로틱 영화일 것'이라며 '에로티시즘 내부의 관점에서 에로티시즘을 바라보고 이해하며, 에로티시즘이 땀에 젖은 살갗에 존재하는 게 아니라 우리의 상상 속에 존재함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라 말한다.
8. 소매치기(Pickpocket)
감독 : 로베르 브레송
출연 : 마크 라살, 마리카 그린
제작 : 1959년
상영시간 : 75분
<소매치기>의 주인공 미셸은 남들의 돈을 훔쳐도 괜찮다는 특권의식을 갖고 있다. 그는 소매치기 솜씨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을 느슨하게 리메이크한 <소매치기>는 보통인의 도덕관념 밖에 사는 사람을 보여준다. 미셸이 범죄를 저지르는 이유는 두 가지인데 이는 서로 상충된다. 하나는 '남들보다 뛰어나다 생각'하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벌을 받는 것을 갈구'하기 때문이다.
로베르 브레송은 현장에서 배우들에게 연기하지 말고, 그냥 행동하기를 주문했다. 배우는 행동을 할 뿐이고, 그것을 이해하고, 그의 감정을 상상하는 것은 관객의 몫이라 생각했던 것 같다. <소매치기>의 미셀을 보고 있으면 '인간이 왜 이 모양인가' 싶다가도, 로저 에버트가 '이미지의 발레'라 묘사한 소매치기 시퀀스에 매혹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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