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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영화의 맨살 - 하스미 시게히코(蓮寶重彦) 영화비평선 - 14부 미지의 존 포드

by homeostasis 2024.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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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존 포드와 '던진다는 것' (2003년)

존 포드의 영화를 개봉 시점에 볼 수 있었던 하스미 시게히코가 영화 교양으로 '존 포드 = 웨스턴 = <수색자>'를 익힌 사람들에게 전하는 글.

# 미지의 감독 : 첫 문단에서 하스미 선생은 존 포드가 오즈 야스지로, 장 르누아르와 함께 묶어, 너무나도 유명하지만 동시에 제대로 읽혀진 적 없는 미지의 영화작가 3대장이라 선포한다.

먼저 웨스턴 = 존 포드라는 공식은 쉽게 깨진다. 포드는 <밀고자>(1936), <분노의 포도>(1940), <나의 계곡은 푸르렀다>(1941), <조용한 사나이>(1952)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4회 수상했지만, 이 중에 웨스턴은 없다. 

두 번째, 존 포드 영화 중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 아직도 많다. 잭 포드라는 이름으로 찍은 무성 시대 서부극은 거의 유실된 상태이며, 1920~30년대 작품도 일부를 제외하면 당대에나 지금이나 무시되고 있다.

세 번째, 존 포드는 50년대 이후 보수 우파의 상징처럼 여겨졌고, 유럽평단에서 공공연히 기피하는 이름(하스미 선생은 포드 포비아라 부른다)이 되었다. 그에 대한 재평가는 60년대부터 시작된다.

# 포드적인 주제 : "내가 집착하는 것은 한 편의 작품 속에서 사소한 세부로서 놓치기 쉬운 것이지만 작품을 넘어서 반복됨을 통해 확실한 윤곽을 그리게 되는 이미지이고 그것을 우선 포드적인 주제라고 이름 붙이는 것..."이라는 문장은 의미심장하다. 하스미 시케히코 식의 영화 보기가 어떤 것인지 이해할 수 있는 단초를 제시한다.

존 포드의 &lt;끝없는 항로&gt;

하스미 선생이 찾아낸 '포드적인 주제'는 손에 잡히는 물건을 던지는 순간이다. 던져지는 물건, 던지는 사람, 던져지는 상황은 계속 변주되지만, 포드 영화에 반드시 이 장면이 등장하고, 던지는 동작은 시퀀스의 시작, 혹은 끝을 장식한다.

여기서 던지는 게 무슨 의미이고, 왜 중요한가는 개별 작품 마다 달라진다. 이 부분에 천착해서 포드 영화를 보면 존 포드가 지금도 여전히 발굴되어야 할 것이 많은, 미지의 감독임을 의식할 수 밖에 없다.

7) 존 포드의 <웨건 마스터> : 이 사치스러운 B급 영화를 어떻게 볼 것인가(2005년)

# 뉴욕 지식인의 혼란 : 1975년, 골수 좌파라 불리던 영화 작가 장 마리 스트로브와 다니엘 위예가 난생 처음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존 포드 영화를 보고 싶다 말해 뉴욕 지식인들을 혼란에 빠트렸다.

1973년에 사망한 존 포드는 이미 잊혀진 감독이었고, 베트남 전쟁을 지지한 보수 반동주의자로 알려져 공개적으로 거론하기 싫은 작가에 가까웠다.

이 에피소드를 통해 하스미 선생이 여러 차례 언급한 교훈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① 국적을 불문하고 사람들은 자국의 영화에 냉담,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② 이데올로기가 작품을 보는 시선을 왜곡시킨다. 포드를 보수반동의 고전적 작가라 꼬리표를 달면 모두 거기에 시선을 뺏겨 버린다.

# 숏의 강도

당대에 포드는 보통의 상업주의 작가로 인식되었고, 60년대 이후 영화작가로 간주되고 있지만, 하스미 선생은 여전히 지금도 제대로 된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보는 입장이다. 

하워드 훅스, 히치콕, 오즈, 미조구치와 마찬가지로 포드는 무성영화에서 출발해 토키를 거쳐, 70mm 대형화면에 컬러 시대까지 작품 활동을 했다. 이들에겐 무성영화를 경험하지 못한 감독들과 달리 "각본에 쓰여 있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 숏이 의미 깊은 순간에 삽입되어 그것이 이야기의 논리와는 이질적인 영역에서 작품에 활기"를 부여한다.

하스미 선생은 이를 '숏의 강도'란 단어로 표현한다. 무성영화를 찍은 것은 아니지만 장이머우의 <영웅>은 호금전의 <협녀>와 숏의 강도에서 비교할만한 수준이 아니며, 마틴 스콜세지 역시 그가 정말 고전영화를 보고 자랐는지 '숏의 강도'가 형편없다 평한다.

# 웨건 마스터

1950년에 개봉한 <웨건 마스터>는 존 포드로서는 이례적인, 독립 프로덕션에서 만든 B급 영화다. 촬영은 1개월에 포드 작품 중 가장 저예산인 작품이기도 하다. 그러나 포드는 이 영화를 "자신이 하고 싶었던 것에 가장 가까운 작품"이라 했고, 하스미 선생도 "이것은 거의 실험적인 전위영화"이자 "놀랍게도 사치스런 작품"이라 말한다. 

상영시간 86분의 이 영화는 인물관계도, 스토리도 단순하다. 드라마틱한 클라이맥스를 만들지 않았고, 중요 장면에선 구도-역구도의 리버스 숏을 교대로 보여주는 편집도 단호히 피한다. 여러 사람의 그림자가 몇 마리의 말을 거느리고 천천히 풍경을 횡단하는 것이 전부다.  즉, '숏의 강도'에만 집중해서 한 편의 영화를 만든 것이다.

8) 21세기에 걸맞은 진정한 픽션을 처음 인류에게 제시하다 - 웨스 앤더슨 <스티브 지소와의 해저 생활>

웨스 앤더슨은 있는 지도 알 수 없는 바다 괴물을 카메라에 담겠다는 다큐멘터리 감독 스티브 지소의 모험담을 찍었다. 대단한 모험이 있는 것도 아니고, 온갖 국적의 사람들이 등장하지만 그게 무슨 역할을 하는 것도 아니다.

헐렁해 보이는 벨라폰테호의 외부와 달리 내부는 엄청 정교하게 재현했다. 이걸 굳이 크레인 촬영으로 꼼꼼히 보여준다. 하스미 선생은 언제나 감독이 사치를 부리는 영화를 높이 평가한다. 

"뜬구름을 잡는 듯한 야심 때문에 빌 머레이, 오웬 윌슨, 안젤리카 휴스턴, 케이트 블란쳇, 윌럼 데포, 제프 골드브럼의 쟁쟁한 면면이, 언제 수압에 짓눌려도 이상하지 않은 낡은 잠수정에 올라타는 씬에, 보는 이는 둔중한 감동을 억누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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