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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영화의 맨살 - 하스미 시게히코(蓮寶重彦) 영화비평선 - 16부 붕괴전야

by homeostasis 2024. 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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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에드워드 양 추도 (2007년)

2007년 6월 29일 타계한 에드워드 양에 대한 절절한 추모의 글이다. 1987년 로카르노 영화제에서 첫 만남을 시작으로 그의 인상에 남은 에드워드 양을 그의 영화 속 이미지와 연결 지어 회고하는 글을 보고 있자니 이것이 영화 비평가의 영화감독에 대한 애도구나 싶어 무릎을 절로 치게 된다. 에드워드 양이 장국영을 주연으로 한 영화를 준비하다 장국영의 사망으로 그 프로젝트를 아예 덮었다는 일, 에드워드 양과 함께 대만영화를 이끌었던 허우샤오시엔이 2023년 알츠하이머로 은퇴를 선언한 일이 떠올라 가슴이 저리다.

양덕창의 <고령가소년살인사건>

11) '몽고메리 클리프(트) 문제'에 관해서 - 영화사의 캐논화는 가능한가? (2008년)

# '캐논'을 찾아서

2003년 3월, 한 영화작가가 자기 조감독이 몽고메리 클리프트를 몰라 - 심지어 Cliff, 절벽과 혼동했다는 데 충격받아, 이 사태는 영화사에 '캐논 - 정전(正典)'이 결여되어 생기는 문제라 생각을 한다. 그는 이것을 심각히 여겨 반드시 봐야 할 60편의 작품을 선정, 출판하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고심 끝에 결국 출판을 단념하고, 2006년 <필름 코멘트>에 '나는 왜 이 책을 쓰지 않았는가'라는 글을 기고하기에 이르는데...

이 영화인은 <택시 드라이버>의 시나리오를 쓰고, 우리에겐 <캣 피플>의 감독으로 잘 알려진 폴 슈레이더다. 그는 금, 은, 동 세 개 카테고리를 나누고 20편씩 반드시 봐야 할 영화를 선정했다. 하스미 시게히코는 폴 슈레이더가 60살이나 되어서 이런 짓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생각하며 우울해진다.

# <사이코>와 랑

아오야마 신지 또한 비슷한 일을 겪었다. 강의 중 학생들에게 <사이코>를 언급했다가 이 영화를 본 사람이 학생 중 20% 밖에 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충격을 받았다. <사이코>와 몽고메리 클리프트 에피소드는 영화를 좋아한다, 혹은 영화일을 하는 사람이 영화 지식이 충분치 않을 때 이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하스미 선생은 이런 현상이 처음 있는 일은 아니라며 프릿츠 랑이 RKO 스튜디오 전속으로 1950년대 초에 B급 영화를 찍고 있을 때 스태프들 대부분이 그가 <메트로폴리스>, <M>을 찍은 대감독인 것을 몰랐다는 일화를 전한다.

# '교육'과 비평

폴 슈레이더가 경전을 만들려 한 것은 20세기와 비할 수 없을 만큼 약화된 영화의 위상 때문이다. 그러나 무수히 많은 영화들 중에 100편, 30편으로 한정해 거기에 권위를 부여할 경우 그 안에 속한 영화는 봐야 하고, 나머지는 무시해도 괜찮은 영화라 생각해 버릴 위험이 있다.

한 사람의 영화비평가가 특정 영화에 대해 완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영화는 그리 간단히 이해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누구나 어떤 한 측면에 대해 언급할 수밖에 없다. 그걸 선택하는 기준, 태도에 비평 정신이 있다. 그래서 복수의, 다양한 비평을 접해야 한다.

"비평을 쓰는 쪽도, 비평을 받아들이는 쪽도 단 한 사람의 말을 신용해선 안됩니다. 무엇인가를 납득하려면 복수의 시점에 접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 문장은 자기가 뿌린 씨앗, 자기가 거둔다고, 하스미 시게히코가 자신의 열혈 추종자들에게 간곡히 전하고픈 의견일 것이다.

12) 이 영화작가의 '겸허함'의 결여는 보는 사람의 '관용'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 테렌스 멜릭 <트리 오브 라이프> (2011년)

2011년 칸 황금종려상에 빛나는 <트리 오브 라이프>에 대해 하스미 선생은 "그것이 영화로 존재하는 것조차 용인하기 어려운, 박멸해야 할 작품이다." 라고 무자비하게 썼다. 한편, 로저 이버트는 이 영화에 별점 4개를 주며 큐브릭의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에 비견할만하다 호평했다. 이 둘 중 누구의 의견에 더 기우는가? 복수의 비평이 흥미로운 이유다.

13) 영화붕괴전야에 부쳐 / 영화붕괴전야를 향해서 (2008년)

영화는 언제나 붕괴를 앞둔 것처럼 존재해 왔다. 내 기억에도 '영화에 밝은 미래가 있다' 따위의 말을 들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항상 영화는 곤란을 겪어 왔다. 스튜디오 시스템이 해체될 때, TV라는 라이벌의 부상, 최근의 코로나와 OTT, 극장가의 불황... 외적으로나 내적으로나 사람들은 영화가 내일 당장 사라질 지 모른다는 위기를 느꼈다.

영화는 그런 것이다. 붙잡을 수 없이 흘러가며, 언제 없어져도 이상하지 않고, 불안함에 시달리는...그러고 보니 인생도 비슷하다.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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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리얼타임 비평을 권함 (2007년) 이 책 후반부에서 어쩌면 가장 중요한 글일 수도 있다. 과거와 지금을 돌아보며 영화 비평이 어떤 것이고,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본인의 의견을 밝힌다.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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