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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탈주자(Die Trying) - 2부 대담한 남자

by homeostasis 2024. 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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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리처는 우연히 거리에서 다리가 불편해 보이는 여자를 도와주다 권총을 든 괴한에게 납치된다. 그는 충분히 괴한들을 물리칠 수 있었다. 하지만 무고한 시민들이 희생될까 걱정하여 순순히 잡혀 준 것이다. 리처와 여인은 트럭 화물칸에 실려 어디론가 끌려간다. 이제부터 스토리는 세 개의 장소를 오가며 숨 가쁘게 진행된다.

1) 먼저 납치된 리처와 여인의 파트가 있다. 리처와 여인은 왜 납치됐나를 추리하며 서로에 대해 조금씩 알아간다.

2) 두번째로 범인의 전모를 드러낸다. 납치범들의 두목은 살인광으로 리처와 여인을 감금할 가건물을 만들면서, 여기에 동원된 건설인부들을 잔인하게 죽여 입을 막는다.

3) 납치 사건을 대응하기 위해 FBI에 긴급 특별수사팀이 만들어지면서 리처와 함께 납치된 여인이 얼마나 대단한 신분인지를 밝힌다. 그러면서 FBI 전문가들이 리처를 범인으로 오해하며 사건이 이상하게 꼬이기 시작한다.

작가 리 차일드는 각기 다른 장소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한 챕터씩 차분히 다루다가 한 챕터 안에 단락을 나누는 방식으로 교차의 속도를 높인다. 세 덩어리의 이야기가 점점 하나로 모일 때의 쾌감이 상당하다.

 

1. 동행자

 

잭 리처는 낯선 여인과 함께 트럭 화물칸에 갇혀 어디론가 끌려간다. 이들은 왜 여인을 납치했을까? 대단한 재벌의 딸이기라도 한 걸까? 온갖 질문이 머릿속을 떠돈다. 무엇보다 이 여자가 너무 특이하다. 평범한 여자가 화물칸 안에 갇히면 - 그것도 무더운 6월 날씨에 - 극도의 공포심에 사로 잡혀야 정상인데, 이 여자는 너무나도 침착하다. 리처는 조심스레 대화를 시도한다. 여인의 이름은 홀리 존스! 리처는 납치될 때 범인이 총을 들고 위협하는데도 홀리가 비명 한번 지르지 않은 점, 핸드백에 총을 갖고 다닌다는 점 등을 들어 훈련받은 전문가, 즉 경찰, FBI, CIA 쪽 일을 하고 있다고 추리한다. 아니나 다를까홀리는 FBI 특별수사관이었다. 

이번에는 홀리가 리처에 대해 묻는다. 리처는 인간 병기 수준의 전직 헌병이었다는 사실을 숨기고, 대신 클럽의 바운서(bouncer) 일을 한다고 답한다. 이건 거짓말이 아니다. 리처는 전국을 떠돌다가 돈이 떨어지면 잠시 클럽의 기도일을 하며 용돈벌이를 해왔다.

그렇게 한참을 달려온 트럭이 속도를 늦춘다. 범인들은 두 사람을 차에서 내리게 한다. 다리가 불편한 홀리는 쓰러지지 않으려다 리처에게 몸을 기댄다. 그럴 때 홀리는 꼬박꼬박 양해를 구한다. 리처는 예의와 교양을 갖춘 홀리의 태도에 점점 호감을 갖게 된다. 범인은 이들을 인적 드문 헛간에 수갑으로 묶어 둔다. 지금부터 정비의 시간이다. 범인들은 직접 요리를 해 리처와 홀리의 끼니를 챙겨준다. 지극정성이 아닐 수 없다. 

 

잠시 후 범인들은 리처와 홀리를 내버려 두고 자기들끼리 트럭을 타고 어디론가 향한다. 리처는 주유소에 가는 것이라 확신한다. 짐칸에 인질을 태운 상태에서 기름을 넣으러 갔다가, 인질이 소란이라도 부리면 행적이 발각될 수 있다. 조심하는 차원에서 이렇게 중간 아지트를 준비해 둔 모양이다. 범인들은 나름 치밀한 계획을 세웠다. 

이제부터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리처가 요리에 딸려 온 포크로 손쉽게 수갑을 푼다. 이제 그는 자유다. 그러나 리처는 혼자 도망가지 않고 홀리까지 함께 도주할 수 있을지 그 가능성을 재보기 위해 울타리를 넘어 주위 지형을 꼼꼼히 확인한다. 그가 내린 결론은 무릎이 불편한 홀리를 데리고 탈출은 무리라고!!! 계산을 마친 리처는 다시 헛간으로 돌아와 원래대로 수갑을 차고, 자진하여 감금 상태로 돌아간다. 다음 기회를 노리자 결심한 것이다. 놀라운 자신감이 아닐 수 없다. 팬들은 리처의 이런 대담무쌍함에 열광한다.

 

2. 대살육

 

시카고에서 2,739Km 떨어진 외딴 곳, 거대한 몸집에 5센트 동전 크기의 붉은 점이 특징인 한 남자가 목수 둘을 부려 낡은 건물을 수리한다. 특히 2층 손님용 숙소에 온갖 정성을 다 기울이는데, 유리창을 목재로 가리고, 지붕을 새로 덧댄다. 이곳은 홀리 존스가 감금될 장소다. 붉은 점의 남자는 홀리 납치의 배후 조종자, 진짜 메인 빌런이 되겠다.

그는 이 장소에 대한 보안 유지를 위해 작업을 마친 목수 둘을 죽인다. 그런데 빨리 죽이지 않고, 아주 천천히, 최대한 고통스럽게 죽인다. 붉은 점의 남자는 단순한 악당이 아니라 변태, 사이코패스다. 붉은 점은 또다시 목수 3명을 고용, 문제의 2층 손님방을 원래의 천장, 벽, 바닥에서 정확히 30cm 축소시킨, 예컨대 방 안의 방을 만들라 주문한다.

 

 

방이 완성되자 붉은 점은 예의 목수 둘을 밖으로 데리고 나간다. 목수 한 명은 뒷정리를 위해 남았다. 잠시 후 붉은 점이 전기톱을 들고 나타나 이 방에 문을 잠글 테니 내일 아침까지 탈출해 보라고 협박한다. 대체 이게 뭔 일인가 어리둥절해하는 목수에게 붉은 점이 커다란 자루를 던진다. 그 안에는 먼저 나간 목수 둘의 토막 난 시체가 담겨있다. 그 자신도 이렇게 되지 않으려면 필사적으로 탈출을 성공시켜야 한다.

다음 날 아침, 남은 목수는 손이 다 까지도록 벽밑을 팠으나 방은 견고했다. 붉은 점은 작업 결과물에 흡족해 하며 살인을 위해 전기톱의 전원 스위치를 켠다. 잠시 후 이 건물 공사현장에 8명의 자원자와 6명의 여인들이 투입된다. 그들은 붉은 점을 '사령관'이라 부른다. 일군의 사람들이 사령관을 중심으로 공동생활을 하는 듯하다. 일종의 종교 공동체 혹은 강력한 신념의 결사체다. 사령관은 엄격한 규율로 커뮤니티를 관리하는데, 6명의 여인들은 처벌 대상으로 지목된 사람들이다. 6명의 여인들은 벌로 문제의 2층방 청소를 하게 된다. 이 방은 불쌍한 목수의 피와 살점으로 엉망진창이 되었다. 여자들은 정해진 시간 내에 청소를 마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더 큰 벌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 중 둘이 구토를 해 일이 더 어렵게 됐지만, 여섯 명의 여인들은 겨우 맡은 바 임무를 완수한다. 

 

3. FBI의 당황

 

FBI 시카고 지부의 3층 회의실에 정적이 흐른다. 오늘 회의를 주재할 홀리가 나타나지 않고 있어서다. 예일대를 졸업하고 월 스트리트에서 잘 나가는 증권 애널리스트로 활동하던 홀리는 별안간 모든 것을 접고 FBI 연방수사원이 되었다. 홀리는 예의, 성실, 교양을 두루 갖춘 사람이었고, 금융범죄 추적에 탁월한 성과를 거두어 동료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었다. 이런 홀리가 연락도 없이 회의에 불참한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특히 이날 회의는 FBI 부국장으로 일하다 자진해서 일선으로 내려온 '레전드' 맥그래스 지부장도 참석해 있었다. 홀리의 직속 상관 브로건과 홀리의 보좌역 밀로셰비치는 그녀 신변에 이상이 생겼음을 직감한다. 3층 회의실은 홀리 실종을 수사하기 위한 지휘본부로 바뀌고, 동료들 누구 하나 퇴근하지 않고 그녀가 무사히 돌아오길 기다린다.

한편 대살육이 벌어진 건설 현장에는 광신도 단체에 위장 잠입해 있는 FBI 정보원이 있었다. 그는 붉은 점의 남자를 피해 무전으로 메세지를 남긴다. 이는 극비 기밀로 처리되어 국장에게 보고되고, FBI 국장 웹스터는 곧바로 차를 타고 미군 서열 1위인 합참의장을 만난다. "따님이 실종됐습니다." 홀리 존스는 2천억 달러의 예산과 1백만명을 좌지우지하는 합창의장의 딸이었다.

 
시카고 지부장 맥그래스는 퇴근 않고 홀리를 기다리는 직원들에게 병원에서 그녀의 소재를 찾았다고 전한다. 모두들 안심하고 박수를 치지만, 이는 극비리에 홀리 수사를 처리하기 위한 거짓말이었다. 맥그래스는 밀로셰비치와 브로건을 따로 불러 별도 수사를 지시한다. 합창의장 딸의 납치 사실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정치적 문제가 생길 수 있다.

 

4. 상념

 

밀로셰비치와 브로건은 정예요원답게 그동안 추적의 실마리를 찾는다. 홀리는 매주 월요일마다 점심시간에 나가 세탁물을 찾아오곤 했다. 바로 주변 세탁소 탐문에 나선 두 요원은 끈질긴 노력 끝에 한국인 여자가 운영하는 고급 세탁소에서 홀리의 흔적을 찾는다. 다행히도 이 가게는 보험회사의 요구로 CCTV도 설치해 놓았다.

입수한 영상을 보기 위해 맥그래스 지부장과 브로건, 밀로셰비치가 3층 회의실로 모인다. 테이프를 트는 순간 모두 벙 찐다. 영상이 아니라 정지된 사진의 연속이었던 것이다. 세탁소에 설치된 카메라는 싸구려라 10초에 한 프레임만 찍는 장비였다. <탈주자>가 쓰인 1998년은 아직 VHS 비디오테이프를 사용하던 때. 풀영상을 담기 위해선 계속 새 테이프를 교체해야 하니 이런 식으로 녹화하면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이 때문에 FBI는 홀리가 납치 됐다는 사실을 확인하지만, 리처를 범인 중 하나로 오인하게 된다. 여기서 발생한 서스펜스가 소설 종반부까지 중요한 극적 장치가 된다.

한편, 합참의장의 딸을 납치한 주범 중 하나로 지목받게 된 리처는 그 사실을 꿈에도 모르고 상념의 밤을 보내고 있다. 그는 숫자와 암산하길 좋아한다. 탈출할 수 있었음에도 자발적으로 돌아온 리처는 밤새도록 암산으로 시간을 보낸다. 오늘 이 밤이 지금껏 겪었던 최악의 시간들 중 몇 번째 정도일까? 놀랍게도 상위 30%에 불과하다는 판단이다. 리처가 보기에 납치범들은 비슷한 상황에 훈련이 되어 있을 뿐, 숙달된 전문가는 아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 왜 나는 도망가지 않고 위험을 감수하고 있는가? 그 답은 홀리 존스에 대한 호감이다.

※ 3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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