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리 차일드(Lee Child)의 잭 리처 시리즈, 그 두 번째 소설 <탈주자(Die Trying)>는 1998년 7월에 발표됐다. 원제 'Die Trying'은 번역하면 '죽기 살기로 싸우다' 정도의 뜻이라 생각하면 될 듯하다. <탈주자>에서 잭 리처는 잘못된 시간, 잘못된 장소에 있었다는 이유로 엄청난 음모에 휩쓸린다. 브루스 윌리스의 <다이 하드>가 즉각적으로 연상된다. 결과론적으로 재수 없는 쪽은 주인공이 아니라 오히려 악당 쪽이라는 것도 흡사하다.
전작 <추적자>에서 잭 리처는 친형의 원수를 죽인 후 홀연히 사라졌다. 그로부터 6개월 뒤의 시점에서 시작하는 <탈주자>는 미국 내 민병대 조직의 국가 전복 음모에 맞선 잭 리처의 모험담이다. 악당은 나치와 비슷한 인종주의자들로 미국이 흑인과 멕시코인의 나라가 되어 버렸다 비판하며 백인들만의 유토피아를 꿈꾼다.
이들은 테러를 계획하며 중요 인사를 인질로 납치하는데, 우연히 근처에 있던 잭 리처가 함께 붙잡힌다. FBI는 잭 리처가 납치범의 수괴라 오인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한 서스펜스가 스토리를 끌고 가는 주요 동력원이다. 소설의 후반부는 람보(혹은 존 맥클레인)로 빙의한 잭 리처의 화려한 액션으로 말 그대로 악당들을 도륙한다.
전작과의 가장 큰 차이라 하면 아무래도 3인칭 시점을 꼽겠다. 1인칭 시점의 <추적자>와 달리, <탈주자>는 여러 인물과 다양한 장소를 오가기 때문에 3인칭 시점이 보다 적절하다. 영화 시퀀스 편집하듯 챕터를 나누는 방식도 인상적이다. 그럼 자세히 본문으로 들어가 보자!!
1. 납치
스토리는 40대 남성 네이선 루빈이 괴한과 시비에 휘말려 맞아 죽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3인칭 화자는 루빈의 죽음을 묘사하며, 그의 조심성 부족을 결정적 요인으로 꼽는다. 싸움에 자신 없다면 피하는 게 상책이었다. 리 차일드의 폭력묘사는 직접 지켜보는 듯 생생하다. 괴한의 첫 타격에 복근이 파열되고, 이어지는 집단 폭행으로 뇌가 기능을 상실한다. 루빈의 정체와 그가 반드시 죽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선 미스터리로 남겨둔다.
그리고 시카고 거리를 걷는 잭 리처로 장면이 전환된다. 네이선 루빈에게 부족했던 조심성이 리처에겐 차고 넘친다. 16년간의 군 복무 중 한 번의 예외를 제외하고 부상당한 적이 없는 리처다. 베이루트 파병 시 폭탄 테러로 입은 부상이 유일하다. 폭탄이 터지며 100미터 밖에 있던 아군 병사의 몸이 갈기 찢겼고, 그 병사의 턱뼈 파편이 리처의 내장을 관통했다.
유쾌하지 않은 기억을 리처가 떠올린 까닭이 있으니, 처음 보는 괴한이 복부 흉터 위에 9밀리 자동권총을 들이밀었기 때문이다. 다리가 불편해 보이는 여성이 세탁물 9개를 들고 걷고 있길래 그저 손 하나 빌려 주려 했다. 이때 괴한 둘이 다짜고짜 총으로 위협을 해왔다. 물론 리처는 상대가 총을 들고 있다 해도 제압할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시카고 도심에서 한바탕 액션을 펼쳤다간 적들의 유탄에 무고한 시민이 다칠 수 있다.
그래서 리처는 순순히 괴한의 지시에 따르기로 한다. 운전자까지 포함, 3인의 악당은 리처와 여인을 차에 태우고 어딘가로 향한다. 한적한 공터에 도착하자 미리 준비시켜 둔 트럭으로 갈아탔고, 리처와 여인은 화물칸에 던져진다. 악당은 타고 온 차에 휘발유를 뿌려 불을 지르고, 여인의 핸드백을 불 속으로 던지는데, 이때 핸드백이 차에 부딪힐 때의 소리를 듣고 총이 들어 있음을 깨닫는다.
핸드백에 총을 넣고 다니는 이 여자가 누구길래 이렇게 공을 들여 납치를 할까?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한 도입부다.
※ 2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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