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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두번 봐도 재밌는 영화(★★★)

헨리의 이야기(Regarding Henry) 1991년 - 1부 죽었다 다시 살아난 남자

by homeostasis 2023. 1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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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한 변호사가 있다. 승소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제 잘난 맛에 살던 변호사가 어느 날 강도에게 총을 맞는다. 목숨은 건졌으나 뇌에 문제가 생긴다. 일어서고, 걷고, 말하고 쓰는 법을 모조리 새로 배워야 한다. 갓난아기로 돌아간 것과 같다. 중년의 나이에 새로 인생을 살게 된 그 남자의 이름은 헨리다.

워킹걸의 블루레이 커버

<헨리의 이야기>는 1986년 <위킹 걸(Working Girl)>로 큰 성공을 거둔 마이크 니콜스(Mike Nichols) 감독 & 해리슨 포드(Harrison Ford) 조합이 재가동된 영화다. 제작과 배급을 맡은 파라마운트((Paramount)가 북미 개봉일을 여름 시즌 한복판인 1991년 7월 12일로 잡았을 만큼, 이때 해리슨 포드의 티켓 파워는 엄청났다. 할리우드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들이 영화에 참여했다. 제작은 명 프로듀서 스콧 루딘(Scott Rudin), 음악은 한창 주가를 올리던 한스 짐머(Hans Zimmer), 거기에 이탈리아의 백전노장 주세페 루톤노(Giuseppe Rotunno)가 촬영을 담당한다. 하지만 이들 중 뜻밖의 애송이가 한 명 있었으니 그가 바로 쌍제이, J.J. 에이브람스다. 이때만 해도 쌍제이는 미들 네임 Jacob을 생략하고 'Jeffrey Abrams'란 이름을 썼다. <헨리의 이야기>는 쌍제이의 시나리오 중 영화화된 두 번째 작품이다.

나쁜 남자, 헨리

영화가 시작하면 카메라가 눈보라 휘날리는 뉴욕 주 법원 건물을 가만히 응시한다. 여기 한 법정에서 의료 사고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이다. 피고측 대형 병원을 변호하는 헨리 터너(해리슨 포드 / Harrison Ford)가 최후 변론을 시작한다. 해리슨 포드는 겸손하면서도 자신감 넘치는 말투로 변론을 이어간다. 그는 카메라를 똑바로 응시한다. 포드의 평소 선한 영웅 이미지 때문에 헨리 터너의 변론은 더욱 더 합리적, 상식적으로 느껴진다. 이제 카메라는 천천히 360도 회전하며 방청석을 돌아본다. 병원측의 실수로 인지능력을 상실한 피해자 노인 매튜(스탠리 스워들로 / Stanley Swerdlow)는 지금 자기가 어디에 와 있는지도 모르는 표정이다. 옆의 매튜 부인(줄리 폴란스피 / Julie Follansbee)은 억울함 가득한 얼굴로 카메라를 노려본다. 대형병원 측 인사들은 승리를 확신한 듯 들떠 있다. 카메라가 한 바퀴를 돌아 원래 자리로 돌아오면, 우리는 헨리의 시선이 카메라 / 관객이 아닌 배심원단을 향해 있음을 깨닫고 일말의 배신감이 고개를 든다. 배심원이 판결을 내릴 동안 헨리는 법원 로비에 있는 공중전화로 최근에 산 거실 테이블 반품 문제로 업체 사장과 다툰다. 헨리에게 매튜 부부의 억울함은 거실 테이블보다 못한 것이다. 최종 승소 판결이 나자 헨리는 영웅이라도 된 것처럼 두 주먹을 불끈 쥔다. 매튜 부인의 원한 가득한 시선은 성공을 위한 부스러기 정도일 뿐이다. 법무법인의 대표 찰리(도널드 모팻 / Donald Moffat)은 승소를 축하하며 샴페인을 터트린다. 헨리는 법인의 에이스 변호사이며, 승리를 부르는 파랑새 같은 존재다. 반면 인간적으로 헨리는 오만하고,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지 못한다. 본인 보다 넉넉 잡아 스무 살은 위인 듯한 비서 제시카(엘리자베스 윌슨 / Elizabeth Wilson)에게 자기가 피던 담배꽁초를 버리게 하는 모습을 보라. 

붕괴 직전의 가족

헨리는 벤츠를 몰고 뉴욕 최고급 아파트에서 산다. 하지만 부인 새라(아네트 베닝 / Annette Benning), 딸 레이첼(카미안 알렌 / Kamian Allen)과의 관계에서도 자기중심적으로만 대한다. 아끼던 피아노에 주스를 쏟았다고, 어린 딸 레이첼에게 책임, 의무 같은 단어들을 써가며 야박하게 혼을 낸다. 딸의 기분을 망쳐놓은 헨리는 곧이어 새라와 회사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 외출을 한다. 이때 새라는 헨리에게 열쇠를 챙겼냐고 거듭 주의를 준다. 영화 초반부에 헨리 부부가 열쇠를 확인하는 장면이 여러 번 등장하는데, 여기서 열쇠는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양심, 가족에 대한 사랑, 타인을 향한 배려 같은 가치를 상징한다.

회사 파티에서 헨리와 새라는 각자 남자들과 그들의 부인으로 나눠진 무리에서 존재감을 과시한다. 이들은 능수능란하게 사람들과 대화하고, 웃음을 만든다. 그러나 이 모임에서 따뜻함은 찾아보기 힘들다. 헨리와 새라 또한 부부라기보다 비즈니스 파트너처럼 보인다. 눈썰미 있는 관객들은 이들 부부가 아파트 도어맨 에디(피터 아펠 / Peter Appel), 가정부 로셀라(아이다 리나레스 / Aida Linares)를 거의 없는 사람 취급하는 것을 알아챌 수 있다. 파티가 끝나고 집에 돌아 온 헨리는 반품시켰던 식탁 테이블이 배달된 것을 확인하고 짜증을 낸다. 새라는 상심해 있는 딸 레이첼에게 사과부터 하라고 종용하지만, 헨리는 테이블 반품에만 신경이 쏠려있다. 딸의 감정에 신경 쓰지 않기로는 부인 새라도 마찬가지다. 새라는 다른 집 딸은 못 간 사립 명문 학교에 딸 레이첼이 입학하게 된 것이 기분 좋다. 헨리와 새라는 대화를 하지만, 진짜 대화가 아니라 각자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한다. 

짜증이 난 헨리는 담배를 찾다가 "로셀라가 또 담배를 안 채워놨다"고 투덜대며 외투를 껴 입는다. 새라는 담배 사러 가는 헨리에게 '어김없이' 열쇠 챙겨가라고 주의를 준다. 담배 사러 들어간 잡화점에서 헨리는 강도(존 레귀자모 / John Leguizamo)를 만난다. 지갑 달라는 강도에게 헨리는 법정에서처럼 잘난 척을 하다 오른쪽 쇄골과 왼쪽 이마에 총 두 방을 맞는다. 오만함의 대가로 천벌을 받은 것이다.

영화에서 총 맞는 장면은 수도 없이 봤지만, <헨리의 이야기>의 해리슨 포드는 손에 꼽을 만한 연기를 선보인다. 자신이 총에 맞은 것이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아무렇지 않게 가게문을 열고 나가려다 유리창에 얼굴을 쳐박고 쓰러진다. 해리슨 포드는 연기력에 있어 과소평가된 측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신체 연기에 있어서 포드는 마스터라 해도 손색이 없다. 이 장면이 명백한 증거다.

※ 2부에서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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