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주성치의 <도성타왕>을 다시 봤다.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오랫동안 쿵후를 수련한 고수인데 초인에 가까운 능력을 지녔음에도 홍콩 대도시 사람들로부터 무시와 천대를 받는다. 쿵후는 '지금'을 살아가는데 쓸모없는 것으로 치부당한다. 아버지와 함께 무술을 수련한 사숙은 고리대금업을 하며 채무자 협박하는 용도로만 쿵후를 사용한다. 그리고 이 영화에는 이소룡과 여래신장(如來神掌)에 대한 언급이 중요하게 등장한다. 어랍쇼! 이 영화는 주성치의 걸작 <소림축구>와 <쿵푸허슬>의 핵심테마를 품고 있었다.
작가주의이론에서 '영화작가(Auteur)는 평생 한 가지 주제에 천착하고, 그 주제를 계속 변주해 가며 영화를 만든다'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주성치 또한 오떼르가 아닌가 싶다. 아직 설익은 <도성타왕> 같은 영화에서 시작해 같은 이야기를 반복, 변주해 가며 <식신>, <소림축구>를 거쳐 <쿵푸허슬>의 경지에 이르렀으니 말이다.
밀리언 달러 베이비
1990년 8월에 개봉한 <도성(賭聖 / All for the Winner)>은 주성치(周星馳 / Stephen Chow Sing Chi)가 홍콩 영화산업이 발굴한 또 하나의 달러 박스임을 만천하에 알렸다. 왕정 감독(王晶 / Wong Jing)은 잽싸게 '도성' 주성치를 <도신> 세계관으로 편입시킨 <도협(賭俠 / God of Gamblers Ⅱ)>를 제작했다. 제작기간은 길어야 2개월? <도성>의 인기가 채 식기 전에 서둘러 개봉한 <도협>은 1990년 홍콩 박스 오피스 2위를 차지하며 주성치의 인기를 재확인시켰다.
해가 바뀌고 91년 춘절에 성룡의 <용형호제2>, 주윤발, 장국영, 종초홍 트리오의 <종횡사해>가 맞붙었는데, 이 싸움에 왕정 r감독이 <도협>에 이어 유덕화 & 주성치 콤비를 재가동한 <정고전가>도 참전한다. 그리고 한 달 뒤 3월 7일에 이 영화 <도성타왕>이, 4월에 <신정무문>, 7월 <도학위룡>, 8월 <도협Ⅱ>, 10월 <신격대도>가 연이어 공개된다. 불과 1년 만에 주성치는 홍콩, 대만, 동남아시아 일대를 정복한 '밀리언 달러 베이비'가 된 것이다.
기초 정보
<도성타왕>의 원제는 <용적전인>이다. 홍콩에서 1991년 3월 7일 개봉했고, 그해 홍콩 박스오피스 12위를 차지하며 준수한 흥행성적을 올렸다. 제작사는 이수현(李修賢 / Danny Lee Sau Yin)이 설립한 만능영업(萬能影業 / A Magnum)이 제작했다. 이수현은 별 볼일 없던 주성치를 <벽력선봉>에 캐스팅해 영화계 데뷔를 시킨 장본인이다. 이런 특수관계를 활용, 주가 급상승 중인 주성치를 캐스팅해 <도성>의 공식을 거의 그대로 가져와 <도성타왕>을 만들었다. 이수현이 감독 크레디트에 올라 있지만 실제 연출은 훗날 주성치의 가장 중요한 협력자가 되는 이력지(李力持 / Lee Lik Chi)가 맡았다.
이수현은 급하게 <도성타왕>을 만들었지만, 왕정의 <도협>, <정고전가>와 달리 창작적인 측면에서 주성치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준 것 같다. 일단 주인공 아버지가 이소룡의 사제라는 설정, 또 그 아버지 역으로 이소룡의 스턴트 대역으로 유명한 원화를 캐스팅한 점에서 주성치의 일관된 이소룡 오마쥬를 확인할 수 있다. 또 카드 도박 대신 당구 게임을 주제로 선택하고 세계 챔피언까지 섭외한 것 역시 주성치의 개인적 관심사와 맞아떨어진다. 주성치가 본인의 코미디 스타일을 최초로 실험해 봤던 TVB 드라마 <개세호협>, <타래자강호>의 각본가 이력지의 감독 기용, 배우 모순균의 캐스팅 또한 주성치의 입김이 상당 부분 작용한 결과로 봐야 한다.
타이오(大澳) 섬의 쿵후 보이
영화가 시작되면 외국 방송국 기자들이 헬기를 타고 홍콩 도심, 란타우섬, 보련사 천단대불을 촬영 하다 사자춤 행사가 한창인 작은 어촌마을을 발견하고 호기심에 급착륙을 시도한다. 바로 수상가옥으로 유명한, 인구 3천 명 남짓의 조용한 타이오 섬이다.
사자춤을 보자마자 황비홍과 관련이 있을 것 같다는 촉이 온다. 아니나 다를까 이 사자춤은 타이오 섬의 대지주이자 이소룡의 사제 주비홍(원화 / 元華 / Yuen Wah)이 주최한 것이다. 외국인 기자들은 신기한 구경거리에 촬영을 시작하고, 주비홍에게 진짜 쿵후를 보여달라 요구한다. 주비홍은 이제야 오랫동안 훈련시킨 아들 주소룡(주성치)과 아모(모순균 / 毛舜筠 / Teresa Mo Sun Kwan)을 부른다.
주성치는 첫 등장부터 신선하다. 오로지 발가락만으로 거대한 용모양 연을 자유자재로 조종하며 동네꼬마들의 추앙을 받고 있다. 급히 바닷가 선착장으로 불려 나온 주소룡은 아버지의 간절한 바람을 외면한 채 방송국 카메라 앞에서 시범이랍시고 진지한 표정으로 여래신장 놀이(모순균이 장풍 쏘듯 손바닥을 내밀자 주성치가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제 스스로 몸을 날린다)를 한다. 주비홍의 불호령이 떨어지고 당황한 아모는 제대로 주소룡에게 일장을 출수한다. 사실 아모는 무시무시한 괴력의 소녀. 주소룡이 충격에 한참을 날아가 바닥에 처박히자, 선착장에 마련한 가설무대가 무너지고, 사람들은 살기 위해 바다로 뛰어드는 아수라장이 연출된다.
※ 주성치와 모순균의 포복절도 코미디는 2부로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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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는 7~80년대 무쌍을 떨쳤던 두 명의 무술배우, 원화(元華 / Yuen Wah)와 양가인(梁家仁 / Bryan Leung Ka Yan)이 주성치의 코미디 파트너로 나온다. 주성치의 아버지로 나오는 원화(元華 / Yuen Wah)는 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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