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성타왕>에는 7~80년대 무쌍을 떨쳤던 두 명의 무술배우, 원화(元華 / Yuen Wah)와 양가인(梁家仁 / Bryan Leung Ka Yan)이 주성치의 코미디 파트너로 나온다. 주성치의 아버지로 나오는 원화(元華 / Yuen Wah)는 최강 홍가반(洪家班)의 대표 스턴트맨이자 이소룡의 아크로바틱 대역으로 홍콩액션영화에 자신만의 족적을 뚜렷이 남긴 배우이며, 양가인은 82년 TVB 드라마 <천룡팔부>에서 비운의 영웅 교봉을 연기한 스타!
특히 양가인은 <도성>에서 오맹달이 했던 것과 흡사한 캐릭터를 연기한다. 아무 거리낌 없이 주성치가 주도하는 난센스 코미디의 세계로 뛰어든 두 베테랑의 용기는 평가받아야 할 것!
액션가이 원화와 양가인, 코미디로 투항하다
축제를 망친 죄로 아버지 주비홍에게 혼이 나는 주소룡. 아버지는 무도인이라 단순히 말로 타이르는 게 아니라 우산으로 아들을 공격한다. 주비홍이 회초리 대신 우산을 든 이유는 그의 이름, ‘비홍’ 에서 찾을 수 있겠다. 주소룡은 갑자기 아버지를 찾아온 아인 삼촌(양가인) 덕분에 위기를 모면한다. 한때 주비홍과 같은 사부 밑에서 무술을 배웠던 아인은 채권추심일을 하며 살아가는 삼류인생. 고급 시계, 금목걸이, 냉장고 휴대폰으로 치장했지만 한물간 깡패에 불과하다.
아인은 세상 물정 어두운 사형에게 돈을 뜯어가려는 속셈으로 찾아왔다. 주비홍은 이런 아인의 속내를 아는지 모르는지 진심 반갑게 맞이한다. 이어지는 주비홍-소룡 부자와 아인이 함께 저녁을 먹는 장면은 <도성타왕>의 첫 번째 명장면이라 하겠다.
비홍-소룡 부자는 밥을 걸신들린 것처럼 먹는다. 방정맞게 젓가락질을 하며 입으로 음식을 털어 넣는데 그 절반은 흘리는 것 같다. 컷이 바뀔 때마다 밥그릇에 반찬이 수북이 쌓여간다. 식사가 끝날 무렵, 주성치는 식탁에 흘린 음식들을 숟가락으로 정성스레 모아 본인 입으로 가져간다. 부끄러움 전혀 없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한 듯 의기양양해하는 주성치의 연기를 보라!! 배꼽이 도망간다.
엇갈린 이해관계
타이오 어촌마을에서 진행되는 영화의 초반부는 인물들 간의 관계와 갈등 구조를 차곡차곡 쌓아간다. 크게 보면 전통적 가치와 현대의 충돌이다. 홍콩 사람은 돈을 최우선 가치로 둔다. 대표적인 장면이 홍콩의 부동산 업자와 주비홍 간의 에피소드다. 주비홍은 타이오에 넓은 땅을 갖고 있는데 이를 부동산 업자가 노린다. 업자가 얼마면 팔겠냐고 시건방진 말투로 거래를 제의할 때, 주비홍은 딱 잘라 거절한다. 조상에게 물려받은 땅을 판 다는 것은 주비홍에게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아인은 전통적 가치를 이해하면서도 현재는 이미 돈에 영혼을 판 인물이다. 그에게 타이오는 낙후된 동네이며 주비홍-소룡 부자는 촌뜨기일 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옷차림만 보면 주비홍은 청조말 사람이고, 젊은 주소룡과 아모(모순균 / 毛舜筠 / Teresa Mo Shun Kwan)는 1950~60년대 패션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영화는 서서히 소룡이 쿵후 고수이자 당구 실력자임을 드러낸다. 아인은 고정관념 때문에 소룡의 진짜 모습을 알아보지 못한다.
우리의 주인공 비홍-소룡 부자는 명예, 의리 같은 전통적 가치를 신봉한다. 소룡은 동네 꼬마들과 당구 게임에 열심인데 승리의 대가는 돈이 아닌, ‘당구왕’이라는 타이틀이다. 아버지 비홍은 아들이 큰 물에서 무술가로 이름을 드높이길 바라며 홍콩으로 보낼 마음을 먹는다. 그가 불시에 아들을 칼과 도끼로 습격하고, 소룡이 이를 막아내자 흡족해하며 아들과 포옹을 한다. ‘이제 하산할 때가 되었다!!’
소룡을 흠모해 온 아모는 무술 대련하다 소룡에게 손을 한번 잡히자 세상 호들갑을 떤다. ‘네가 어찌 나의 순결을…’하는 표정으로 소룡을 바라보더니 뒤돌아서 흐느끼며 도망친다. ’저 아이가 왜 저러지?‘ 이해가 안 되는 소룡은 옆집 맹인 아저씨(눈은 안 보여도 아모의 소룡을 향한 마음은 보인다)로부터 아모의 순정을 전해 듣고 덜컥 겁을 낸다. 소룡은 아모로부터 도망치려고 아버지의 홍콩행 제안을 흔쾌히 수락한다.
소룡은 홍콩에 가서 지금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을까? 돈에 영혼을 저당 잡히지 않고, 전통적인 가치를 지켜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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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주성치의 을 다시 봤다.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오랫동안 쿵후를 수련한 고수인데 초인에 가까운 능력을 지녔음에도 홍콩 대도시 사람들로부터 무시와 천대를 받는다. 쿵후는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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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오 섬에서 왕자처럼 지냈던 주소룡은 홍콩행을 결심하고 아인을 따라나선다. 주소룡이 급히 홍콩을 가려는 데는 소꿉친구처럼 지냈던 아모의 마음을 알았기 때문. 주소룡과 아모의 감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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