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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엑스 파일(The X - Files) 시즌 1 - 16화 Young at Heart

by homeostasis 2024. 6.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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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ng at Heart> 편은 멀더(데이비드 듀코브니 / David Duchovny)가 FBI 입사 후 처음 맡은 사건에서 출발한다. 바넷(데이비드 피터슨 / David Petersen)이란 이름의 미치광이 연쇄살인범을 체포하는데, 감옥에서 사망한 줄 알았던 그가 몇 년 뒤에 나타나 복수를 시도한다. 게다가 범인은 CIA와도 모종의 관계를 맺고 있음이 드러난다. 이렇게 스토리의 대강을 요약하다 보니 흥미진진한 것처럼 느껴져서 큰일이다. <Young at Heart>는 장르 클리셰를 이것저것 가져다, 대충 꿰맨 후에 음모론으로 마무리한, 실망스러운 에피소드임을 분명히 밝혀둔다.

※ 스포일러 경고!!

 

1. 트라우마

 

<엑스 파일>을 쭉 따라 온 팬들은 FBI 내부에서 멀더에 대한 평가가 어떠한지 잘 알 것이다. 그는 이상한 사건만을 쫓아다니는 괴짜, 쓸데없이 사고만 일으키는 문제아 취급을 받는다. 드라마는 이것이 억울한 처사라는 입장에서 멀더의 편을 드는데, 이번 에피소드를 보면서 난생처음 사람들이 멀더를 백안시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멀더는 재수가 없어도 너무 없는 캐릭터다. FBI에 입사하고 처음 맡은 사건부터 심각한 사고가 터진다.

새파란 신참 멀더는 흉악범 바넷이 인질극을 벌일 때, 범인의 뒤에 서 있었다. 사정거리와 시야를 확보하고 있어, 방아쇠를 당겼다면 쉽게 제압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FBI 복무수칙(인질 상황에선 먼저 발포하지 않는다)을 지키느라 기다렸다. 멀더가 망설이는 사이 바넷이 인질과 동료 요원을 총으로 쏴 죽이는 비극이 벌어진다.

 

 

바넷은 현장에서 바로 체포되어 중형을 선고받는다. 하지만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 동료 요원의 어린 두 아이는 한순간에 아버지를 잃었다. 게다가 바넷은 수감 도중 교도소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암만 생각해도 지은 죄에 비해 평온한 죽음이 아닐 수 없다. 세월이 한참 흐른 뒤에도 이 일은 멀더에게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법정에서 "I Kill You"라 협박하던 바넷의 모습이 어제처럼 선명하다.

 

2. 살인광의 부활

 

현재로 돌아와...보석상에 강도가 들고, 현장에 범인이 남기고 간 메모 한 장이 발견된다. 바넷 사건 때 멀더의 직속상관이자, 현 강도사건의 수사 책임자 레지 퍼듀(딕 앤소니 윌리암스 / Dick Anthony Williams)는 이것을 보고 깜짝 놀란다. 현장에 메모를 남기는 습관, 필적 등이 바넷의 수법과 일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바넷 일리 없지 않은가? 퍼듀의 연락을 받은 멀더는 스컬리(질리안 앤더슨 / Gillian Anderson)와 함께, 혹시 교도소에서 바넷이 죽지 않은 것은 아닌지 다시 살펴보기 시작한다. 스컬리는 사망 진단을 내린 의사 리들리(로빈 모슬리 / Robin Mossley) 박사를 주목하기에 이른다.

 

 

3. 리들리 박사

 

교도소 의사로 리들리에게 사망 판정을 내린 리들리 박사는 1979년 의사 면허가 정지된, 무면허 의사임이 드러난다. 이런 자가 어떻게 국가 교정 기관에서, 그것도 의사로 일할 수 있었을까? 여기에 대한 의문은 일단 뒤로 넘기고, 리들리 박사가 면허 정지된 사유부터 알아보자.

리들리 박사는 조로증 연구에 있어 가장 주목받는 의사였다. 만약 치료제가 개발된다면, 그건 리들리 박사의 손에서 이루어 질 것이라는 평판이 자자했다. 실제 그는 노화 자체를 역행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그 방법을 드라마에선 전문적인 용어로 설명(하는 척)하지만, 쉽게 말해 도롱뇽, 개구리 같은 양서류의 조직을 인간에게 이식하는 것이다. 리들리는 자신의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환자를 대상으로 실험을 하려다 적발되어 면허는 정지되고 의료계에서 추방된다.

스컬리는 리들리 박사의 동료로부터 위 사실을 전해 듣는데, 이때 8mm 카메라로 촬영된 듯한 리들리 박사의 영상을 보여준다. 제작진이 연출하여 만든 화면인데 배우들의 표정이 아주 생생하다. 아니나 다를까, 제작진이 미국 조로증 협회에 연락해 직접 섭외한 실제 환자 코트니 아르시아가(Courtney Arciaga)가 출연했다. 코트니와 그녀의 가족이 평소 <엑스 파일>의 팬이라 흔쾌히 제안에 응했고, 샌디에이고 자택에서 <엑스 파일> 촬영지 밴쿠버까지 날아와서 촬영을 했다. 

 

4. 어디서나, 무슨 일이 생기면...정부

 

<엑스 파일>에선 모든 일의 배후에 정부가 있다. 리들리 박사가 프랑켄슈타인 같은 미치광이 의사가 맞다 하더라도, 그가 노화 과정을 역행하는 방법을 찾아낼 수만 있다면 미국 정부는 기꺼이 그의 뒤치다꺼리를 담당할 것이다. 그리하여 CIA(아마도..)로 추정되는 정보기관이 리들리 박사의 연구를 계속해서 몰래 지원한다. 교도소는 그가 의료계의 눈을 피해 실험을 계속할 수 있는 안성맞춤의 장소다.

 

 

에피소드 오프닝에 리들리 박스가 한밤중 남몰래 바넷의 손을 절단하는 장면이 나온다. 동료 죄수가 이를 목격하고, 리들리 박사는 그를 메스로 위협하며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주의를 준다. 바로 리들리 박사가 실험을 위해 바넷의 손을 자르고, 거기에 양서류의 손을 이식하는 순간이었던 것이다.

후에 리들리 박사는 제 발로 스컬리를 찾아와 전모를 밝힌다. 개구리 손을 얻게 된 대가로 젊음을 되찾은 바넷은 리들리 박사의 연구 자료를 훔쳐 달아났고, 이 연구의 가치를 너무 잘 알고 있는 CIA는 자료의 회수를 위해 바넷과 협상 중이다. 멀더는 딥 쓰로트(제리 하딩 / Jerry Harding)를 만나 리들리 박사의 말이 사실임을 확인받는다.

 

5. 살인마의 최후

 

4~50대 중년 악당에서 20대 젊은 악당으로 변한 바넷은 리들리의 연구 자료를 훔쳐 정부와 협상하는 와중에 멀더의 주변인물들을 괴롭힌다. 퍼듀 요원을 그의 도롱뇽 손으로 목 졸라 죽이고, 스컬리의 집에도 몰래 침입하여 그녀를 엿본다. 바넷의 행동 동기는 멀더를 향한 무조건적 악의다. 대체 왜 이렇게 까지 멀더를 증오할까? 무언가 납득할 만한 사유가 있어야 하는데, 드라마는 어떠한 설명도 하지 않는다. 그가 전적으로 클리셰에 의존해 만든 캐릭터라서다. 이해할 수 없는, 뻔한 악당으로는 긴장감을 만들 수 없다.

나중에 바넷은 스컬리를 죽이려다 멀더에게 총을 맞고 병원으로 이송된다. 멀더와 스컬리, 두 사람은 병실 창 밖에서 파일럿 편에도 등장했던 CIA 인사 '스모킹 맨( 윌리엄 B. 데이비스 / William B. Davis)이 다 죽어가는 바넷을 붙들고 연구 자료가 어디 있는지 닦달하는 모습을 지켜본다. 엔딩은 노화 역행의 연구자료가 어느 지하철 역 무인 락커에 들어있음을 보여주며 끝을 낸다.

 

6. 여성의 얼굴

 

스컬리는 이번에도 공포 영화 속 희생자 역할을 한다. 대표적인 장면이 바넷이 스컬리의 집에 몰래 침입해,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훔쳐볼 때이다. 우리는 그녀가 언제, 어떻게 공격당할까 마음을 졸이면서도 그 순간이 다가오길 기다리는 공범자가 된다. 제작진은 스컬리가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인양 내세우지만, <엑스 파일>에서 훔쳐보기의 대상이 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스컬리의 역할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멀더의 옛 상관 퍼듀가 스컬리를 따로 불러내 멀더 본인이 말하지 않았던 비밀을 밝힌다. 물론 이것은 스토리 전개 상의 어떤 전략, 장치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스컬리에 감정 이입하며 따라가는 시청자들의 입장에선 멀더의 직업상 파트너 외에 감정을 케어하는 누나, 어머니 같은 역할까지 기대받는 것 같은 부담감을 느낄 수 있다.

스컬리는 바넷 체포 작전 때 미끼 역할도 한다. 바넷의 흉탄에 맞아 죽을 뻔한다. 물론 방탄조끼 때문에 목숨을 건지는데, 여기서 이 에피소드에서 가장 인상적인,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쇼트가 등장한다. 잠시 정신을 잃었던 스컬리가 눈을 뜰 때, 마이클 랭지(Michael Lange) 감독은 여배우에게 치욕적일 수 있는 각도로 질리언 앤더슨을 찍는다. 누워있는 배우 턱 바로 아래서 얼굴을 향하도록 카메라를 놓고 찍은 거다. 그녀에게 악감정이 있는 걸까 싶을 정도로 못 생기게 찍은 장면을 상당히 오래 잡는다. 대체 왜 이런 굴욕을 남긴 것일까? 영화의 내용과 별개로 이 장면의 괴랄함이 인상에 남는다. 

 

7. 에피소드 정보

 

최초 방영일은 1994년 2월 11일이다. 원안은 워너 브라더스의 코미디 개발 부서에서 일했던 경력의 작가 스코트 카우퍼(Scott Kaufer)가 썼다. 카우퍼는 '쇼 러너' 크리스 카터(Chris Carter)의 절친이기도 했다. 크리스 카터가 직접 각본을 수정했는데, 도롱뇽 손 같은 아이디어가 이 단계에서 추가되었다.

크리스 카터는 도롱뇽 손에 진심이었다. 마이클 랭지 감독은 촬영을 앞둔 토요일에 카터에게 전화가 와서 일요일 아침을 함께 하기로 했는데, 이 자리에 동물 도감을 들고 와 수백개의 양서류 손을 보며 카터, 소품 감독, 랭지가 디자인을 결정했다고 한다. 이렇게 고심해 만든 바넷의 도룡뇽 손은 퍼듀 요원을 교살하는 장면에서 강한 인상을 심어줄 예정이었는데, 폭스 방송국의 규정 담당 부서에서 난색을 표했다고. 장시간 논쟁 후 크리스 카터는 눈물을 머금고 이 장면을 애초 계획보다 대폭 축소하는데 동의한다.

연출을 맡은 마이클 랭지는 프로듀서들이 영화 연출 기법을 사용해 보라 격려하는 분위기였다고 회고한다. 그래서 마지막 콘서트 홀 시퀀스에서 필름 누아르 스타일의 앵글을 적극 도입했다는데... 그게 효과적이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인상적인 장면 두 개를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 하나는 실제 조로증 소녀를 찍은 영상이고, 다른 하나는 위에서 언급했던 총에 맞은 후 깨어날 때의 질리언 앤더슨 표정이다. 참고로 질리언 앤더슨은 이 에피소드를 찍을 때 임신 중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본인은 임신 초기라 그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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