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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세인트(The Saint) 시즌1 - 1화 The Talented Husband

by homeostasis 2024. 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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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당을 악당의 수법으로 상대하는 '괴도' 사이먼 템플러(로저 무어 / Roger Moore), 그의 첫 번째 모험담!!! 이번 회차에서 사이먼이 혼내 줄 악당은 '재주 많은 남편'이다.

※ 스포일러 경고!!!

1. 재주 많은 남편

<The Talented Husband>의 악당 존 크래런(데렉 파 / Derek Farr)은 결혼을 한 다음 배우자를 사고로 위장해 살인하는 수법으로 막대한 보험금을 챙긴다. 이미 두 번의 범행에 성공한 그는 영국의 부호 여성 마지(패트리샤 록 / Patrica Roc)와 세 번째 결혼을 한다. 마지는 크레런에게 조건 없이 사랑을 베풀지만, 크레런은 어김없이 또 한 번의 범행을 계획한다.

드라마는 크레런이 완전 범죄를 시도하는 과정을 상세히 따라간다. '괴도' 사이먼 템플러가 고도의 추리력을 발휘해 악당의 트릭을 깨거나, 혹은 직접 행동에 나서 악당을 단죄하는 식의 쾌감보다 범죄자가 주인공인 필름 느와르에 가깝다.

동상이몽 중인 부인 마지와 남편 크래런

크래런의 범죄 트릭은 그가 연극배우 출신이란 점과 관련 있다. 일광욕 중인 아내 마지에게 화분을 떨어트려 다리를 다치게 한 크래런은 거동이 불편한 아내를 위해 본인이 음식과 집안일을 처리한다.

하지만 이웃 주민들에겐 가정부 재퍼티 여사를 고용했다고 소문을 내는데, 가정부는 그가 만든 가공의 인물로서 크래런 본인이 매소드 배우처럼 여장까지 불사해 재퍼티 여사를 연기한다. 

결국 그의 1인 2역이 얼마나 실감나는가에 드라마의 성패가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처음 이 회차를 볼 때 나는 크래런과 가정부가 동일인이라는 사실을 바로 알아채지 못했다. 데릭 파의 연기가 그만큼 훌륭했지만, 이 에피소드가 흑백이라는 점도 분장을 가리는 데 큰 도움이 됐다.

2. 순종적인 여자

크래런의 약점은 그가 악당인 주제에 예술가로서의 야심을 가졌다는 데 있다. 그는 아내 마지(패트리카 록 / Patrica Roc)의 돈에 기대어 본인의 연극을 무려 웨스트엔드 무대에 올린다. 마지는 초연에 VIP들을 초대하는데, 바로 이 명단에 그녀의 친구 사이먼 템플러가 포함되어 있었던 것이다. 템플러가 아니었다면 크래런은 마지를 살해하고 그녀의 재산을 독차지했을지 모른다.

성대하게 치른 초연 무대는 처절한 실패로 판정난다. 관객의 반응은 냉담 그 자체였고, 비평가들은 언론에 혹평을 쏟아낸다. 마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가 죽은 크래런을 격려하고, 예술가적 재능을 추켜세운다. 마지는 사랑에 눈이 멀어 남편 크래런에게서 악의 기운을 조금도 읽어내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이 에피소드는 추리물인 동시에 멜로 드라마이기도 하다.

마치는 크래런에 비해 월등히 가진 게 많다. 하지만 나이가 많은 여자라는 이유로 조바심을 내며, 눈가의 주름을 걱정한다. 마지를 연기한 패트리카 록은 1940년대 영국 시네마의 빅 스타였다. <세인트>는 그녀의 경력 거의 마지막에 출연한 작품으로, 화려했던 젊은 날의 록을 아는 사람이라면 노화 때문에 남편의 사랑을 잃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에 감정이입이 된다.

패트리카 록의 전성기 시절 모습

 

3. 본드 시리즈와의 인연

<세인트>의 오프닝은 로저 무어가 카메라 정면을 바라보며 시청자들과 대화를 시도하는 연출로 장식된다. 이런 연출은 예전부터 있어온 것이지만, 로저 무어의 확신에 찬 연기 때문에 신선하게 다가온다. 출연 당시 30대 후반에 접어든 무어지만, 너무 젊게 보여 풋냄새가 느껴질 정도다. 로저 무어가 해석한 '세인트'는 제임스 본드와 다르지 않다. 둘 다 매너 좋고, 모든 일에 능숙한 슈퍼맨이다.

1화의 오프닝, 로저 무어의 정면 씬

사이먼 템플러를 돕는 보험회사 조사원 애드리앤 역의 셜리 이튼(Shirley Eaton) 또한 본드 시리즈의 역사에서 절대 뺄 수 없는 인물이다. 셜리 이튼은 2년 뒤 개봉한 <007 골드핑거>에서 질 매스터슨 역을 맡는다. 온몸에 금색칠 당해 죽는, 그 유명한 이미지의 당사자다.  


4. 에피소드 정보 

1962년 4월 10일, 영국 ITV에서 최초 방영됐다. 작가 레슬리 차터리스(Leslie Charteris)가 쓴 단편집 <The Saint Around The World> 중 영국편의 스토리가 원작이다.

감독 마이클 트루만(Michael Truman)과 촬영감독 라이오넬 바네스(Lionel Banes) 등의 핵심 스태프들 대부분은 1940년대 영국 영화계에서 활동했던 인물이다. 할리우드, 영국 할 거 없이 50년대에 스튜디오기 해체되고 영화 인력이 대거 TV 방송으로 이동했음을 알 수 있다.

에드윈 아스틀리(Edwin Astley)의 타이틀 음악은 꼭 한번 들어보길 권한다.

 

Chronicle - The Saint (se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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