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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뉴스 & 정보

씨네21 - 1462호 - 2024.06.25~2024.07.02

by homeostasis 2024. 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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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에도 어김없이 장마가 찾아왔다. 6월 마지막째 주 <씨네21>의 표지는 소마이 신지의 1985년 작품 <태풍클럽>이다. 40년 전 소년소녀들은 지금 어디서 무얼 하며 살고 있을까?

1. Opening

송경원 편집장은 <인사이드 아웃2>가 생각보다 끌리지 않았다며 그 이유로 '불만이'를 꼽는다. '어쩌면 불안이 중심 감정이 되어버린 자의 가벼운 동족혐오일지도.' 모르겠다며 '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기보다 일어난 일을 외면하지 않고 대면할 작은 각오와 다짐'이라 강조한다. 그러나 실제 일이 닥치면 어찌할 바를 모르고 당황하는 게 사람이다.

<씨네21> 최초로 정년퇴직한 사진기자 손홍주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배우 손현주의 형이기도 한 손홍주 기자는 1995년부터 2023년까지, 한국영화의 시간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일을 했다. '그의 궤적을 이제 우리가 찬찬히 되돌아보고 정리할 차례'라며 특집 기사를 예고한다.

 

2. 태풍클럽

40년 전의 영화 <태풍클럽>이 느닷없이 '지금' 한국 개봉을 한다. 송경원 편집장은 여기에 당황하며 <태풍클럽>이 '청춘의 불안정한 찰나가 필름의 몸을 빌어 영원이 되었다'며 40년 전 영화를 봐야 하는 이유를 애써 설명한다. 소마이 신지는 80년대 일본 뉴웨이브의 상징적 존재다. 일본의 후대 감독들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 중 대표적 인물이 하마구치 류스케일 것이다. 그 명성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소마이 신지는 여전히 낯선 감독이다. 

박수용 객원기자는 '롱테이크', '아이들', '어른들', '디렉팅', '디렉터스 컴퍼니' 5개의 키워드로 소마이 신지의 작품 세계를 요약하고, 김예솔비 평론가가 스튜디오 시스템과 현대적인 제작방식 사이에서 '그 긴장을 숏에 도입했던 영화감독' 소마이 신지의 의미에 대해 짚어준다. 

 

3. 팬시 댄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플라워 킬링 문>으로 여러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 후보로 올랐던 아메리칸 원주민 배우 릴리 글래드스턴이 역시 세네카-카유가족 출신 감독 에리카 트램블레이 감독과 함께 지금 현재, 아메리칸 원주민의 삶을 다룬 <팬시 댄스>를 완성했다. 이 작품은 애플TV를 통해 6월 28일 공개된다고 한다.

 

4. 개봉작 리뷰

7월 개봉 예정작으로 <명탐정 코난 : 100만 달러의 팬타그램>을 소개한다. '명탐정 코난' 시리즈의 27번째 극장판이며, 일본에서 시리즈 최초 1천만명 관객을 동원한 작품이다. <씨네21> 기사에 첫 1만 관객 돌파라고 오타가 나있다.

상영관 확보 순으로 1티어 영화는 지난 주 금요일(6월 21일)에 깜짝 개봉한 소니/키다리아저씨 배급의 <하이재킹>과 금주 6월 26일에 개봉한 NEW의 <핸섬가이즈>를 꼽을 수 있겠다. <하이재킹>의 경우, 직접 가서 확인한 바로 아주 준수한 영화다. 씨네21별점은 공교롭게 모든 평론가들이 별 두 개 반을 줬다. 별점 개수 보다 평점이 같다는 데 주목해야 할 것 같다. 예상보다 훨씬 좋은 작품이었고, 100분가량의 상영시간도 마음에 들었다. 지루함 없이 볼 수 있다. 반면 <핸섬가이즈>는 별점 셋부터 시작한다. 2010년 캐나다 영화 <터커&데일 vs 이블>을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거친 외모 때문에 오해받는 이들이 실재로는 여린 사람이라는 반전 키워드로 웃음을 유발하는 듯하다. 시놉만 보면 <시칠리 2Km>가 언뜻 떠오른다. 나는 '대구 커넥션' 이성민, 이희준 조합이 우선 궁금하다.

 

외화로 조던 필 제작, 데브 파텔이 연출과 주연을 맡은 <몽키맨>이 개봉한다. <슬럼독 밀리어네어> 이후로 데브 파텔의 존재를 잊고 있었는데...액션 히어로로 감독 데뷔까지 했다니 신기하다. 개인적으로 가장 끌리는 영화는 프랑스 작품 <마거리트의 정리>다. 천재 수학도 마거리트(엘라 룸프)가 수학 밖의 삶에서 타인이라는 변수를 만나 겪는 이야기라는데 박평식 옹이 별점 셋을 주며 '수학을 몰라도 되는 수학 로맨스'라 평을 남겼다.

 

5. 에세이

김사월이 복합문화공간 에무에서 '별빛영화제' 중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그 여름 가장 조용한 바다>를 봤던, 그 때의 공기, 사람, 바람, 함께 보던 관객들의 옆모습, 끝나기 15분 전부터 떨어지던 빗방울을 이야기한다. 영화를 좋아하면, 영화와 관련된 기적과도 같은 순간을, 누구나 한 번쯤 맞게 된다.

 

6. 스페셜 - 아트하우스 영화는 지금

지난 해 고레에다 히로카츠의 <괴물>이 53만 관객을 모았다. 지난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추락의 해부>와 <존 오브 인터레스트>가 10만 관객을 돌파했다. 아트하우스 시장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수입사 측은 코로나 이전까지 주축이었던 2~30대 여성이 주 관객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고 말한다. 반면 한국 독립예술영화는 그런 관심에서 제외되어 있다. "관객이 만날 수 있는 독립영화는 대체로 주류 영화학교의 '졸업영화'이거나 상업 작품 연출 이전의 관문"처럼 여겨질 뿐이라는 익명의 관계자 말을 덧붙인다.

예술영화 수입사 대표들과의 인터뷰에서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한국 아트하우스 시장에서 성공의 척도는 1만명이라 한다. 그린나래미디어 대표 유현택은 그걸 5만 명까지 늘릴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고전, 예술영화 전문 OTT 서비스 콜렉티오의 존재도 처음 알았다. <악마와의 토크쇼>, <존 오브 인터레스트>가 소지섭 배우가 투자를 해서 유명해진 수입배급사 찬란의 작품이란 것도 흥미롭다.

 

7. Featuring

<하이재킹>의 김성한 감독, <핸섬가이즈>의 남동협 감독의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 김성한 감독에게 용대 캐릭터, 그리고 하정우가 연기한 태인의 선택, 실제 사건에 대한 질문을 집중적으로 한다. 만약 기회가 주어진다면 비행기의 동선을 보여주는 몇 개의 이미지(철조망을 넘는 비행기 등)에 대해 묻고 싶다. 남동협 감독은 <핸섬가이즈>에서 가장 힘든 점으로 수위 조절을 꼽는다. 코미디 영화가 어려운 게 이 지점이다. 영화를 보게 된다면 이 부분을 신경 써서 봐야겠다

소설가 장강명의 인터뷰는 이번 주 씨네21 feature 중 가장 재미있게 읽었다. 그는 '월급사실주의'란 이름의 동인을 만들어 소설집을 출간했다. 이 동인은 ① 한국사회의 '먹고사는 문제'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는다. ② 당대 현장을 다룬다. ③ 발품을 팔아 사실적으로 쓴다. 판타지를 쓰지 않는다. ④ 이 동인의 멤버임을 알린다는 규칙을 갖고 있다. 인터뷰를 보면 장강명은 일을 만들고, 확장하는 사람 같다. 부인 김새섬 대표와 함께 독서 모임 플랫폼 '그믐'도 운영하고 있다. 한번 둘러봐야겠다.

 

8. 김소미의 편애의 말들

<비극의 속도>라는 제목으로 조지 밀러 감독의 <퓨리오사>를 다룬다. 이 글은 칼럼의 타이틀 그대로 <매드맥스 : 분노의 도로>와 <퓨리오사>에 대한 '사랑의 글'이다. <분노에 도로>에 대해 "감탄하게 되는 것은 어린 시절 납치됐다는 최소의 정보값만으로 구현된 감정의 풍부한 밀도"라 쓴 문장이 마음에 와닿는다. 이 글의 하이라이트는 퓨리오사의 잘린 팔에 관한 이미지를 묘사한 후반부다. 이제 가물해진 영화 속 장면이 머릿속에서 다시 펼쳐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9. 평론

이번 주 Front Line 코너의 필자 김소희 평론가는 '빈곤한 공감의 장소와 위기의 한국영화 <원더랜드>'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김소희 평론가는 <원더랜드>에 대해 세 가지를 언급한다. ① 영화의 공간이 '거의 영화가 아닌 것'처럼 추상적이다. ② 톱스타가 기용된 영화임에도 인간의 서사가 없다. ③ 영화가 주는 어색함은 감독이나 제작의 역량을 드러낸다기보다 AI에 영화를 맡기면 어떻게 될까를 상상하게 한다. 내가 영화를 보지 않아서 김소희 평론가의 글을 정확히 이해하기 힘들다. 하지만 필자가 <원더랜드>를 보고 당황했다는 것은 확실하다.

한편 'Critique'의 유선아 평론가는 <프렌치 수프>와 <원더랜드>를 논할 때, 영화가 시각과 청각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매체임을 전제한 뒤, 이 두 편의 영화가 '존재의 상실을 다루면서 영화에 부재할 수밖에 없던 감각을 어떻게 스크린 위로 되살릴 것인지, 혹은 어떻게 잊으려 하는지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Cinema Odyssey의 이도훈 평론가의 문제제기 역시 흥미롭다. 2000년대 이후 마이클 베이가 주도한, 그리고 '제이슨 본' 시리즈 때문에 유행이 된 엽총의 미학(Shotgun Aesthetic)을 다룬다. 다량의 이미지를 빠르게 보여주는 영화가 서사의 연속성을 파괴한다고 비판받는 한편, 한쪽에선 관객의 지각 범위를 훌쩍 뛰어넘는 시각정보의 양을 통해 관객이 그 감각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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