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여름 극장가에 할리우드 대작 영화가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 19 & 작가조합 파업의 여파인 걸까? 그 자리를 이제훈과 구교환의 <탈주>가 채운다. 한국 독립영화를 통해 얼굴을 알린 두 배우가 7월 첫째 주 극장가를 책임질 스타가 되었다.
1. Opening
씨네21은 이번 주 국회의원, 정치인들을 만나 영화 정책에 대해 질문했다. 22대 국회가 출발하는 시점에 너무 뻔한 기획 아닌가 하는 생각을 편집부에서도 했던 모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정부가 대한민국의 모든 것을 엉망으로 만드는 이 시점에는 쌀로 밥을 짓는, 당연한 이야기를 계속해서, 상식이 상식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2. News
미국의 한 가구 당 OTT 비용 지출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들며 하이브리드 OTT가 시장변화에 해답이 될 수 있다고 전한다. 하이브리드 OTT는 유료 구독형에 광고를 추가해 구독비용을 낮춘 모델을 뜻한다. 아무튼 단어 만들어 붙이는 건 기가 막힌다.
3. 이정현의 List
내게 이정현은 <컴백홈>활동 당시의 서태지를 똑같이 흉내 내던 모습으로 기억된다. 세기말 테크노 여전사였던 그가 <한국인의 밥상>, <영양제> 같은 아이템을 거론하니 격세지감이란 말이 절로 떠오른다.
4. Fly Me to the Moon
소니 픽처스의 <플라이 미 투 더 문>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스칼렛 조핸슨이 프로듀싱과 주연을 겸했고, 그녀의 파트너로 채닝 테이텀이 나온다. <실연자 클럽>, <러브, 사이먼>의 그레그 벌랜티가 연출을 맡았다. 아폴로 11호 발사를 앞두고 만약 실패했을 경우를 대비해 플랜 B 계획을 준비하는 마케팅 천재 켈리 존스와 우주계획 책임자 콜 데이비스의 이야기를 다룬다. 스칼렛 조핸슨과 감독은 이 영화가 오리지널 각본으로 만들어진, 흔치 않은 영화라는 것을 강조한다. 감독이 직접 캐리 그랜트, 도리스 데이를 언급하니 4~50년대 로맨틱 코미디를 참조한 작품인 듯 하다. 정킷 인터뷰 내용이 담겨 있는데 배우들이 이구동성으로 의상담당자 메리 조프레스와의 작업을 언급한다. 나중에 보게 된다면, 60년대 말의 느낌을 살린 의상에 주목해 보자.
5. Cover - 탈주
이번 주 <씨네21> 표지는 <탈주>와의 콜라보다. 이제훈, 구교환을 담은 세 개의 커버가 있다. 둘의 팬이고, 기꺼이 15,000원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면 각기 다른 표지의 세 권을 사는 것도 좋겠다. 이제훈과 구교환의 인터뷰가 실렸는데, 두 사람의 차이가 뚜렷해 재미있다. 작품 속에서 이제훈은 에너지가 들끓는 듯 해 불편한 사람이다. 꼭 일을 저지를 것 같은 불안함이 있다. 하지만 실제의 이제훈은 매니지먼트 회사와 콘텐츠 제작사의 대표까지 하며 경계를 확장시키고 있다. 그것도 아주 성실히! 반항아적 에너지와 모범생의 성실함을 동시에 갖고 있다.
이제훈의 인터뷰 분량이 사진 빼고 3페이지인데 반해 구교환은 1페이지에 불과하다. 왜 이렇게 분량차이가 있을까 그 이유를 상상해 보다, 반듯한 이제훈과 즉흥적인 구교환의 이미지가 대비되어 혼자 웃는다. 인터뷰 기사에 언급된 구교환의 차기작들이 궁금하다. <여신강림>의 문가영과 멜로 영화도 찍고, <왕을 찾아서>, <부활남>, <폭설> 등이 출격 대기 중이라고. 하반기에 본인의 장편 연출작 크랭크인도 앞두고 있다. 인터뷰에서 양조위, 임청하를 언급하는데 구교환의 레퍼런스에 항상 홍콩영화가 있다는 것도 그를 응원하게 되는 이유다.
장재현 기자는 <탈주>를 리뷰하며, 감독을 대신해 현상은 왜 탈주해야 했고, 규남은 왜 그렇게 끈질기게 현상을 쫓는가를 설명한다. 나는 왜 그 점이 중요한가 잘 모르겠다. <탈주>에서 개연성 부족이 영화의 치명적 단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도리어 느슨한 스토리(의도인지, 우연인지 모르겠다마는)가 장점으로 작용한다. 빈틈을 직접 상상으로 메워가는 재미가 있다.
6. 정서경
<나의 첫 시나리오> 출간을 앞두고 프로모션 성격의 인터뷰를 가졌다. 그런데 내용이 알차다. 생각할 거리가 많다. 공모전 당선을 위한 시나리오와 나를 위한 시나리오, 상반되는 두 가지 방향성을 놓고 무엇이 선행되어야 하는지, 어떤 비율로 가져가야 하는지 이야기한다. 인터뷰 말미, 한국영화 위기론과 60년 세대, 70년 세대를 이야기하다 8~90년대생으로부터 어쩌면 한국영화가 새로워질 수 있겠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영화학교는 70%가 여성, 지금 작업 중인 <북극성> 현장에 가면 스태프 절반이 여자라며 '이들 세대는 예전과 같은 영화를 만들 수 없을 것'이라 한다.
7. 개봉작 리뷰
CJ ENM의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가 7월 12일 개봉한다. 감독 김태곤은 <굿바이 싱글>을 연출했고, <족구왕> 각본을 쓴 이다. 이선균이 남긴 유작들 중 하나다.
개봉작 리뷰 가운데 첫 순서가 빔 벤더스의 <퍼펙트 데이즈>다. 일본과 독일 합작 프로젝트로 제76회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출품되어 야쿠쇼 고지가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짐 자무쉬의 2016년작 <페터슨>과 소울 메이트(박평식의 20자 평에 따르면) 같은 영화라고 한다.
7월 첫째 주 개봉작 중 주목도 순으로는 단연 이재훈, 구교환의 <탈주>와 <콰이어트 플레이스 : 첫째 날>이 될 것이다. 후자는 벌써 상영관수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어 극장 찾기도 쉽지 않다. <탈주>는 반응들에서 호불호가 갈린다. 개인적으로는 재미있게 봤다. <하이재킹>처럼 100분 안으로 끊은 러닝타임이 무척 마음에 든다. 이재훈과 구교환이 가진, 터질 듯한 에너지 때문에 보는 내내 온몸에 힘이 들어갔다.
허광한 주연의 <만천과해>는 스페인 영화 <인비저블 게스트>의 리메이크작이라고 한다. 윤종석 감독, 소지섭, 김윤진, 나나 주연의 <자백> 역시 <인비저블 게스트>를 리메이크했다. 대만과 한국이 스페인 원작을 각기 어떤 식으로 해석했는지에 주안점을 두고 봐도 재미있을 듯.
OTT 신작은 애플TV의 <무죄추정>이 가장 주목할만한 작품이다. 스콧 터로의 스릴러 소설을 8부작 시리즈로 만들었고, 검사장 선거를 앞두고 시카고 검찰청 내부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를 다룬다. 제이크 질렌홀이 커리어 첫 시리즈 주연을 맡았다.
8. 스페셜 : 이제 국회가 나설 때다
22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영화계 현안에 대해 국회의원들을 인터뷰했다. 씨네21은 영화계 현안을 4가지 키워드 - ① 문화재정, 영화 예산 부족 ② 부과금 폐지 ③ 영화진흥위원회를 둘러싼 의구심 ④ 국회와 영화계의 가교는 튼튼할 것인가 - 로 먼저 제시한다.
① 문화재정, 영화 예산 부족 : 영진위 예산이 전년 대비 36% 감축되며 각종 지원사업 또한 차질을 빚게 되었다. 지역영화, 영화제 관련 예산이 가장 두드러진 피해를 봤다. 올해 영진위 사업비 예산 467억 원은 문체부 예산의 1% 정도에 불과하다.
② 부과금 폐지 : 총선을 앞둔 3월 27일, 정부가 부과금 폐지를 발표했다. 부과금은 영진위의 주요 재원이었고, 부과금 폐지는 곧 영진위 수입 확보와 직결되는 문제다. 문체부와 기재부는 영화의 중요성을 감안, 영화진흥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여러 의구심이 터져 나오는 것은 정부 탓이 크다. 전격적인 부과금 폐지 결정 과정을 살펴보면 - 경제지가 화두를 띄우고, 정부가 이에 화답했고, 총선 전 대통령의 민생토론회 중에 발표 - 정부에 신뢰를 주기 어렵다.
③ 영진위를 둘러싼 의구심 : 블랙리스트를 실행했던 문체부 산하기관 영진위와 영화진흥사업을 담당하는 독립기구로서의 영진위가 충돌한다. 산업으로 바라봐야 할지, 아니면 예술로서 봐야 할 지, 영화의 그 독특한 성질이 다양한 목소리를 낳는다. OTT의 등장으로 영진위와 콘진원 통합 논의도 솔솔 흘러나온다.
④ 국회와 영화계의 가교는 튼튼할 것인가 : 영진위의 역량만으로는 안 된다고 판단한 영화인들은 과거부터 국회의원들과 긴밀히 소통해 왔다. 결국 씨네21이 하고픈 말은 정부, 영진위를 믿을 수 없으니 국회의원과의 소통 강화가 필요하다로 읽힌다. 그래서 이 스페셜 기사에 "이제 국회가 나설 때다" 제목이 붙은 이유다.
그런 취지에서 22대 문체위 주요 의원들과의 인터뷰가 이어진다. 더불어 민주당의 강유정 의원은 객단가 문제 해결을 최우선하겠다고 밝힌다. 객단가 문제를 '영화계 내부의 문제, 산업의 파이를 누가 더 가져가는지의 형태로 보아선 안된다'며 소비자의 입장에서 접근할 때 해결 가능성이 보일 것이라 주장한다. 조국혁신당의 김재원 의원은 블랙리스트 특별법 제정을 임기 목표로 삼고 있고, 문체위 위원장 김승수 의원은 지역 영화계, 문화 격차 해소 쪽에 방점을 찍고 있다. 조국혁신당의 문화예술특별위원장이자 엣나인필름의 대표 정상진은 영화 정책의 퇴행을 지적하며, 장기적인 문화예술정책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9. K팝의 영화로운 진화
아이유의 <Love wins all>은 엄태화 감독(<콘크리트 유토피아>)이 연출했고, 최근에 이충현 감독(<발레리나>, <콜>)이 연출한 엔하이픈의 콘셉트 시네마 <로맨스: 언톨드>가 공개됐다. 기사는 영화와 K팝의 융합을 다루지만, 나는 엔하이픈이 서바이벌 프로그램 <아일랜드> 시즌1을 통해 만들어진 그룹이며, 뱀파이어 세계관을 갖고 있으며, 최근 뉴진스를 따라 했다고 민희진이 저격한 아일릿과 같은 빌리프랩 소속이라는 소소한 정보에 더 눈이 간다.
10. 비평들
김병규 평론가는 <존 오브 인터레스트>에서 보이는 것과 들리는 것의 불일치가 신경 쓰인다. 보이는 건 온통 지루함, 따분함, 무의미함인데, 청각적 정보는 관객의 호기심과 자극을 제공한다. 이 불일치는 과연 무엇을 위한 불일치인가? 영화가 홀로코스트를 다룰 때, 어떤 식으로든 영화가 홀로크소트를 담을 수 있는 매체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연결된다. 김병규 평론가는 박물관, 영화관, 강제수용소의 작동원리가 놀랄 만큼 유사하다며 눈을 크고 뜨고 다니길 충고한다.
이나라 이미지문화 연구자는 파솔리니 감독의 단편영화 <리코타>, 고다르의 <열정>, 라울 루이스 감독의 영화 속의 활인화를 이야기한다. 활인화(活人畵)는 기존의 회화, 조각 등을 현실 속에서 구현하는 것으로 살아있는 사람 모델이 정지 상태의 포즈를 취함으로써 만들어진다. 정지된 그림을 왜 굳이 현실에서 모방해야 하는가. 역시나 필연적으로 움직이는 이미지, 영화 매체의 본질적 질문으로 이어진다.
<인사이드 아웃2>에 대해 김산 평론가는 속편의 상상력이 전편보다 부족하게 느껴진 이유를 말한다. 애니메이션이 현실과 환상을 매개하는 스토리텔링 방식에 관한 이야기다. 보통 애니메이션은 상상력을 펼치는데 한계가 없다고들 하지만, 애니메이션에도 상상한 제약과 한계가 있음을 이 글이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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