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략 1970년에서 1972년까지 오우삼은 장철 감독 연출부에 속해 있었다. 이 시기 장철 감독은 동시에 3~4편을 연출하는 등 아주 바쁜 스케줄을 소화해야 했다. 그러니 홍콩 뉴웨이브 감독들이 대학에서 영화 연출을 공부했다면, 오우삼의 학교는 쇼 브라더스 스튜디오, 장철 감독의 촬영 현장이었다. 오우삼이 조연출로 정식 크레디트를 받은 작품은 <마영정>, <수호전(水滸傳 / The Water Margin)>(1972년), <연경인(年輕人 / Young People)>(1972년), <사기사(四騎士 / Four Riders)>(1972년), 그리고 <자마(刺馬 / The Blood Brothers)>(1973년), 이렇게 4편이다.
1. 시네필 모임
장철 감독과의 인연을 설명하려면 다시 씨네필 모임 시절로 돌아가야 한다. 오우삼은 대학에 다닐 형편이 안 되었다. 그는 문화 활동가들이 운영하는 비인가 기관에서 하는 영화 이론 수업을 들으며 지적 호기심을 채웠다. 이곳에서 홍콩 대학 연합체의 씨네필 모임과 인연을 맺게 된다. 오우삼은 그 안에서 동료 영화 청년들과 영화를 보고, 토론하고, 더 나아가 실험 단편 영화제작에 참여했다.
60년대 중반, 쇼 브라더스는 호금전, 장철의 무협영화를 앞세워 케세이 스튜디오(國際電影懋業)와의 경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차지했다. 쇼 브라더스는 제작편수를 더욱 늘렸고, 편수가 늘어나니 인력이 필요했고, 라이벌 케세이의 베테랑들을 블랙홀처럼 끌어 들였다. 안 그래도 힘든 케세이는 인력 공동 현상까지 벌어졌다. 당시 케세이의 제작 책임자는 이탈리아에서 영화를 전공하고 돌아온 유학파였다. 그는 영화계에 들어오고 싶어 하는 씨네필들을 적극 고용했다. 오우삼도 이런 분위기 속에서 케세이의 스크립터로 입사한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케세이는 실적 악화로 영화제작을 접는다. 오우삼은 영화 산업에 뛰어들자 마자 실업자 신세가 되었다. 이때 씨네필 모임의 선배이자 시나리오 작가 하나가 연출부원을 구하고 있던 장철 감독에게 오우삼을 추천한다. 평소 <독비도>, <금연자>를 보며 장철 감독의 영화에 열광했던 오우삼은 자신의 꿈에 한 발 가까이 다가간다는 흥분 속에 쇼 브라더스 사무실로 출근을 한다.
2. 장철 감독 밑에서
오우삼은 장철 감독 휘하에서 후반작업과 관련된 업무를 도맡았다. 매일의 촬영본을 확인하여 편집 준비를 하고, 더빙 작업을 감독하는 것이 오우삼의 주 업무였다. 장철은 다른 홍콩 감독들과 달리 일본과 할리우드 스타일의 액션을 선호했다. 하나의 액션을 여러 앵글로 담는 것을 선호했다. 이런 연출 스타일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편집이다. 편집을 통해 액션의 리듬을 살려야 한다. 이때의 경험은 훗날 오우삼이 액션 영화감독으로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경험이 일천했던 오우삼은 될 수 있으면 오랫동안 장철 감독 밑에서 배우고 싶었다. 빨리 감독이 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조감독 일 자체가 갈등의 씨앗이 되었다. 새파란 오우삼이 당일 촬영본을 검토한 뒤 재촬영이 필요하다 주장했을 때, 장철 감독에게 잘 보이려고 애 쓴다, 건방지다, 지적질한다는 식의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생겼다. 여러 가지 갈등을 겪게 되며 오우삼이 제 발로 연출부를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훗날 오우삼은 장철 감독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 감사한 마음과 존경심을 표했다. 오우삼의 영화를 설명할 때 장철 감독을 빼고 설명할 수 없고, <영웅본색>, <첩혈쌍웅>은 장철 영화의 리메이크라 주장해도 크게 틀린 해석이 아니다.
3. 독립
홍콩의 양대 스튜디오를 모두 경험한 청년 오우삼은 홍콩 영화계에 크게 실망했다. 프랑스 누벨바그 감독들처럼 '독립예술영화'쪽으로 가야 할지, 아니면 계속 상업영화판에 머물 것인지 고민이 시작되었다. 암중모색의 기간에 포학례 감독의 동생이 독립 프로덕션을 차리면서 오우삼에게 도움을 청한다. 일이 필요했던 오우삼은 이 제안을 받아들여 몇 편의 저예산 액션영화를 찍게 된다. 이때 현장에서 일 욕심 많은 어린 스턴트맨 하나와 인연을 맺게 되니, 그가 바로 나중에 슈퍼스타가 되는 성룡(成龍 / Jackie Chan)이다.
Navigation - 오우삼(John Woo)
이전 글 : 2부 빈민가 소년, 열혈 씨네필이 되다
Choronicle - 오우삼 / John Woo
'아티스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실베스터 스탤론(Sylvester Stallone) : 언더 독의 현신 (0) | 2024.08.13 |
---|---|
장학우(張學友 / Jacky Cheung Hok Yau) - Discography (1) | 2024.06.15 |
장학우(張學友 / Jacky Cheung Hok Yau) - 1부 가신(歌神)이라 불리는 사나이 (1) | 2023.08.15 |
오우삼(吳宇森 / John Woo Yu-Sen) : 2부 빈민가 소년, 열혈 씨네필이 되다 (0) | 2023.05.01 |
오우삼(吳宇森 / John Woo Yu-Sen) : 1부 쌍권총과 비둘기와 우정의 로맨티시트 (0) | 2023.04.3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