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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탈주자(Die Trying) - 5부 Mad Men

by homeostasis 2024. 9.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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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우 보켄이 예상을 뛰어넘는 광인(狂人) 임이 점점 드러난다. 그의 민병대는 개인 화기 정도가 아니라 스팅어 미사일까지 갖춘 위험천만한 테러집단이다. 이는 <탈주자>의 라스트에 군사 작전을 방불케 하는 액션이 펼쳐질 것임을 예고한다.

  

1. 비밀기지

드디어 납치범들의 진짜 정체가 밝혀진다. 이들은 몬테나 민병대라는 조직이다. 최종 보스이자 '자칭' 민병대 사령관 보우 보켄은 절대적 카리스마로 이 조직을 이끌고 있다. 얼마나 험상궂게 생겼는지 리처마저 보켄을 똑바로 보지 못하고 눈을 피한다는 묘사가 나와 흥미로웠다. 보켄은 홀리의 납치를 직접 맡았던 로더에게 벌을 내린다. 리처라는 혹을 붙여왔고, 여기저기 흔적을 남겨 추적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게 죄목이다.

홀리와 리처는 분리되어 각자 다른 곳으로 끌려 가는데, 홀리는 보켄이 목수 다섯 명을 죽여가며 만든 '감금방'에 갇힌다. 침대 하나에 깨끗한 화장실이 딸린 방인데 납치된 지 거의 60시간 만에 홀리는 땀범벅이 된 몸을 씻고 새 옷으로 갈아입는다. 샤워를 마치고 제정신이 돌아온 홀리는 탈출할 방법을 찾아 방을 살펴본다. 보통은 마룻바닥 아래 인부들이 일하고 남은 자재나 도구를 짱박아 둔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방은 매끈하게 처리되어 어떤 틈도 존재하지 않는다. 홀리가 절망에 빠질 때, 홀로 이곳에서 임무를 수행 중이던 언더커버가 방으로 들어온다.

그는 본부와 연락이 끊어져 불안에 떨고 있던 차에 홀리를 보고 용기를 내어 행동을 시작했다. 그의 소속은 FBI 대테러과! 당연히 방에는 도청장치가 설치되어 있었다. 언더커버는 홀리를 샤워실로 데려가 물을 틀고 밀담을 나눈다. 그의 계획은 지프를 구해 홀리와 함께 탈출 하는 것! 홀리는 리처도 함께 데려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불행하게도 이들의 은밀한 대화는 다 도청되고 있었다. 민병대의 이인자 격인 파울러는 누군가 몰래 홀리를 찾아와 이야기를 나눈 사실을 보켄에게 보고한다. 이 탈출계획은 실현되지 못할 것임이 분명하다.

 

2. 망상

한편 리처는 조지프 레이라는 이름의 호위병과 함께 막사에 격리된다. 우리는 조지프 레이를 통해 몬테나 민병대의 실체를 어렴풋이 짐작하게 된다. 이들은 UN과 월 스트리트 사람들이 미국의 백인들을 배후에서 지배하고 있다고 믿는다. 신생아 피부에 마이크로 칩을 심고, 차에 비밀 장치를 설치해 선량한(?) 백인들을 통제한다. 정부는 미국의 부를 가난한 백인들 대신 원조라는 명분으로 외국에 빼돌리고 있다고 믿는다.

사령관 보우 보켄은 정부의 비밀공작에 대한 증거를 갖고 있다고 선동해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던 민병대 조직을 하나로 규합했다. 보켄이 죽으라면 죽는 추종자들의 수만 100명에 달한다고. 보켄은 이틀 뒤 7월 4일에 새로운 국가 설립을 선포할 예정이다. 합참의장이 군대를 이끌고 공격할 경우를 대비해 홀리를 방패막으로 사용할 것이다. 홀리가 갇혀 있는 비밀 방 벽에 다이너마이트를 가득 채워 놓았다고 한다. 레이의 신념에 찬 헛소리를 들으며 리처는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만 같다.

 

3. 실종 나흘째

FBI  전용기가 드디어 모하비에 착륙한다. 맥그래스 지부장은 홀리가 억류되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몬테나 쪽부터 수색하길 원했으나, FBI의 수장 웹스터 국장의 의견은 '급할수록 돌아가라'다. 모하비에서 보켄의 고향 캔들까지 차로 이동한 수사팀은 지역사정에 밝은 보안관을 만나 보켄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듣는다. 그 스토리는 '악인의 기원'이라 부를 만 하다.

보우 보켄의 아버지 더치는 베트남전 참전용사. 군복무를 마치고 캔들 지역에서 오렌지 농사를 짓고 살았다. 처음에는 수입이 괜찮았지만 갈수록 빚만 늘어나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아버지의 비극적 최후 때문일까, 아들 보우 보켄은 저임금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강력한 적대감을 갖고 있었다. 아버지가 파산한 것은 중앙은행이 멕시코인 같은 이주 노동자에게 땅을 넘기려는 술책 때문에 희생된 것이고, 그 정점에 유대계 은행가들이 있다는 음모론에 빠졌다. 보안관은 보우 보켄이 죄를 빈틈없이 숨길 만한, 아주 영악하고 극도로 위험한 인물이라 경고한다.

웹스터 국장 일행은 모하비에서 다시 세 시간을 비행해 콜로라도 피터슨 공군기지에 도착한다. 여기서 존슨 합참의장이 수사 경과를 보고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여기서 흥미로운 복선이 또 하나 등장한다. 과거 냉전 시절, 소련 공군이 알래스카를 통해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다는 생각에 군 당국은 몬테나와 아이다호 주변에 스팅어 미사일을 배치해 두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냉전 종식과 군축이 진행되며 미사일 기지들은 거의 버려진 상태가 되었다. 지금 이런 기지들에서 미사일 철수 작업이 느리게 진행 중이었다. 보켄이 이끄는 민병대가 스팅어 미사일까지 입수했을 가능성이 대두된다.

FBI 웹스터 국장은 존슨 의장에게 보켄 등 주요 용의자 사진을 보여준다. 이때 한번 본 것 같다며 존슨이 지목한 사람이 있는데, 그게 바로 잭 리처였다. 과거 존슨이 리처에게 직접 훈장을 달아준 적이 있었지만,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에 와서 존슨은 리처가 군인이었다는 것 정도만 어렴풋이 기억할 따름이다. 혹시 몰라 헌병대에 문의를 하겠다며 사진을 받아가는데, 이제 리처가 미 육군이 길러낸 자랑스러운 자산이었다는 게 밝혀지기 일보 직전이다.

 

4. 새로운 세상

리처는 밤새 잠을 못 이루었다. 어제 보켄이 홀리 방 벽에 다이너마이트를 가득 채워 두었다는 이야기 때문이다. 방에 총알 한 방, 심지어 망치로 벽을 세게 한 번 쳐도 폭발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홀리를 구출할 수 있을까? 머리가 지끈한 상태에서 또 한번 사령관 지휘막사로 끌려가는 리처. 벽에 나치의 붉은 색 '만(卍)'자 깃발이 걸려있고, 책장에 병법서가 빼곡히 꽂혀있다. 그의 그릇된 신념과 세계관에 또 한번 정신이 아득해진다.

 

보켄은 남북전쟁 때 남군 기병대가 사용한 진품 마샬 콜트 권총으로 리처를 겨누며 50미터 밖에서도 명중시킬 수 있다고 뽐을 낸다. 전직 장교 리처가 듣기에 이건 허풍이다. 그런 옛날 총을 제대로 쓰려면 엄청나게 연습해도 될까 말까인데 보켄의 손에 굳은 살 하나 없다. 한편 보켄은 총 앞에서도 쫄지 않는 리처에게 깊은 인상을 받았는지, 특사 역할을 맡기겠다며 그의 원대한 사상에 대해 일장 연설을 시작한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미국을 배후 조종하는 세력들은 총기 소지를 인정한 수정헌법 제2조를 없애는 게 지상 최대 목표다. 그래야 국민들을 쉽게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중소기업을 일부러 파산시켜 소수의 기업들만 남긴다. 이 또한 통제의 용이성을 위해서다. 공산주의에 물든 지배세력에 대항하기 위해 오는 7월 4일, 자신들만의 국가 탄생을 선포할 계획을 밝힌다. 리처는 연설 도중 계속 보켄의 시선을 피하려 애쓴다. 미친 사람의 말을 들으며 눈을 맞추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보켄은 리처를 대동하고 '법원' 건물로 향한다. 그 자리에서 홀리를 납치한 로더의 재판이 시작된다. 말이 재판이지 결과가 정해져 있다. 보켄은 카리스마와 선동으로 로더에게 사형을 구형한다. 그리고 죽마고우였던 로더를 직접 권총으로 쏴 죽인다. 재판이 한창일 때를 틈 타 비밀 요원이 홀리의 방을 찾아와 오늘 밤 탈출할 것임을 알린다. 다시 혼자 남은 홀리는 뭐라도 하지 않으면 미칠 것 같아 자신의 목발을 분해해 탈출도구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 6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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