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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위대한 영화 1 (The Great Movies) 2002년 - 2부 'ㄷ'으로 시작하는 영화들

by homeostasis 2024. 8.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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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닥터 스트레인지러브(Dr.Strangelove)

감독 : 스탠리 큐브릭

주연 : 피터 셀러스, 조지 C. 스콧

제작 : 1964년

상영시간 : 95분

정말 감탄하며 읽은 리뷰다. 로저 이버트는 글을 참 쉽게 쓴다. 그러면서도 촌철살인이다. <닥터 스트레인지러브>를 10번 이상 봤다는데, 이 리뷰를 쓰기 위해서 또 한 번 봤을 게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것이 보인다고 놀라워한다. '위대한 영화는 볼 때 마다 새로운 것을 찾아내게 된다'라고 글을 시작한다. 동감이다. 

눈에 새로 들어온 것은 조지 C. 스코트의 과장된 얼굴연기라고 한다. 짐 캐리처럼 얼굴을 막 쓰며 표정연기를 하는데도 부자연스럽지 않다. 스코트가 웃기려고 한 게 아니라 확신에 차서 연기를 했기 때문이다. '감독들은 배우들에게 카메라가 얼굴로 가까워지는 숏에서 절제된 연기를 주문'하는데 완벽주의자로 유명한 큐브릭이 스코트의 연기를 내버려 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심지어 스코트가 미끄러져서 NG가 난 숏도 영화에 그대로 남겼다. 로저 이버트는 <닥터 스트레인지러브>가 '위대한 코미디 연기들로 가득 차' 있다고 썼다. 언급한 조지 C 스코트 외에 주연배우 피터 셀러스는 1인 3역을 했다. 영화는 코미디의 기본원리(웃기려고 애쓰는 사람보다 진지하려고 애쓰지만 실패한 사람이 더 웃긴다)를 충실히 지킨다.

마지막이 신랄하다. '스탠리 큐브릭의 <닥터 스트레인지러브>와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는 의문의 여지없는 걸작'이라며 두 편의 공통된 주제가 '인간이 완벽한 논리에 따라 기능하게끔 설계한 기계는 재앙 같은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그런데 스탠리 큐브릭은 살아 생전 완벽주의자로 유명했다. 카메라와 음향, 편집장비를 본인이 직접 보유하기도 했고, 세계 각국의 홍보 포스터까지 관여한 사람이다. 로저 에버트는 큐브릭의 이런 특징을 언급하며 묻는다. '그의 최고작 두 편은 큐브릭의 완벽주의적인 성향을 고스란히 담아낸 작품들일까?'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트레일러

 

2. 달콤한 인생(La Dolce Vita)

감독 : 페데리코 펠리니

출연: 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 아니타 에크버그

제작 : 1960년

상영시간 : 174분

<달콤한 인생>에서 가쉽거리를 쓰는 칼럼니스트 마르첼로는 로마 곳곳을 누비며 영락한 귀족, 2류 무비 스타, 나이 먹은 플레이보이, 몸을 파는 여자들의 '달콤한 인생'을 엿본다. <달콤한 인생>은 로마 상공을 나는 헬리콥터가 그리스도 상을 운반하는 오프닝 장면으로 유명하다. 대담하고 화려한 영상으로 전 세계 영화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 글에서 <달콤한 인생>이 상승과 하강, 성스러운 것과 세속적인 것의 대칭으로 되어 있다는 로저 에버트의 해석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그것보다 리뷰의 후반부의 감상, '영화는 변치 않지만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변한다.'로 시작하는 문장부터가 핵심이다. 로저 에버트는 한국 나이로 막 20살이 됐을 때 <달콤한 인생>을 처음 봤는데, 그 이후 10년 주기로 이 영화를 다시 보게 되었다. 그때마다 영화에 대한 인상, 몰입하는 대상이 변했다. "나는 펠리니와 마르첼로가 어느 순간 뭔가를 발견했고, 그 발견을 영원한 것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달콤한 인생 같은 것은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신을 위해 달콤한 인생을 찾아보는 것은 살아가면서 해야할 필수적인 일이다."

<달콤한 인생> 예고편

 

3. 대부(The Godfather)

감독 :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출연: 알 파치노, 말론 브랜도

제작 : 1972년

상영시간 : 175분

로저 이버트는 이 영화의 모든 면을 다 한번씩 언급한다.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의 연출, 말론 브란도의 연기, 고든 윌리스의 촬영, 니노 로타의 음악을 두루 거론하며 칭찬한다. 몇 번을 봤는데도, 알 파치노, 로버트 듀발, 제임스 칸 등이 등장할 때마다 배우의 이름 말고 그 캐릭터의 이름으로 기억된다는 점도 놀랍다고 한다. 단역에 가까웠던 집행자 테시오 역의 에이브 비고다까지 따로 칭찬한다. 로저 이버트는 <대부>가 거의 모든 측면에서 최고의 수준에 도달한 할리우드 영화라고 인정한다.

"영화는 마피아 내부의 시선을 통해 마피아를 바라본다. 그것이 바로 <대부>의 성공 비법이자 매력이며 마력이다." 

말론 브란도가 연기하는 대부는 할리우드 제작자의 침대에 그가 사랑하는 말의 머리를 잘라 넣어두는, 끔찍한 협박을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영화를 보다 보면 그가 범죄집단의 수괴라는 사실을 깜박 잊게 된다.

<대부> 예고편

 

4. 덕 수프(Duck Soup)

감독 : 레오 맥커리(Leo McCarey)

출연: 그루초 마르크스(Groucho Marx), 치코 마르크스(Chico Marx)

제작 : 1933년

상영시간 : 68분

채플린, 버스터 키튼이 무성영화 시대의 대표적 코미디언이라면 마르크스 형제, 그 중에서도 그루초는 유성영화에 특화된 코미디언이다. 그는 말장난 개그를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 같다. 로저 이버트는 말년의 그루초와 몇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실제 그루초는 숨 쉬듯 말장난을 계속했다. "나는 그를 이야기를 악기로 삼아 연주하는 독주자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훌륭한 뮤지션처럼, 그는 음표들에 대해서는 더 이상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덕 수프>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은 하포가 깨진 거울 틀 안에서 거울을 보는 그루초의 반사된 이미지처럼 따라하는 순간일 것이다. 무수히 많은 코미디언들이 이 시퀀스를 따라 했다. 로저 이버트는 <뜨거운 것이 좋아>, <프로듀서>, <불타는 안장>, <에어플레인>, 몬티 파이튼, 앤디 카우프만, <새러데이 나이트 라이브>, <사우스 파크>, 하워드 스턴, <메리에게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존 말코비치 되기>를 거슬러 올라가면 마르크스 형제, 그리고 <덕 수프>가 있다고 말한다.

<덕 수프> 중 거울 시퀀스

 

5. 드라큘라(Dracula)

감독 : 토드 브라우닝

출연 : 벨라 루고시, 헬랜 챈들러

제작 : 1931년

상영시간 : 75분

<위대한 영화>에 드라큘라 영화 2편이 실려있다. 하나는 영화 역사상 최초, 최고의 드라큘라 영화 <노스페라투>이고, 다른 하나는 <노스페라투>를 리메이크한 1931년작 <드라큘라>다. F.W.무르나우는 브람 스토커의 유족의 반대로 '드라큘라'라는 이름을 쓸 수 없었다. 반면 9년 뒤, 유니버설 영화사가 벨라 루고시를 기용해 만든 <드라큘라>'드라큘라'를 제목으로 쓴 최초의 '드라큘라' 영화이자, 최초의 토키 '드라큘라' 영화다. 

<노스페라투>의 주연배우 맥스 슈렉은 '인간과는 상당히 동떨어진 분위기'의 진짜 괴물로 흡혈귀를 연기했다. 반면 벨라 루고시는 우리가 드라큘라 하면 머리 속에 떠올리는 바로 이미지를 만든 장본인이다. 이 영화가 큰 인기를 끌고 난 후 벨라 루고시는 공공장소에서 드라큘라 망토를 휘날리며 다니는 기행으로 유명했다. 팀 버튼은 영화 <에드우드>에서 말년의 벨라 루고시와 영화사상 최악의 감독 에드우드와의 기이한 만남을 통해 영화적인 감동을 전한 바 있다. 

<드라큘라> 예고편

 

6. 똑바로 살아라(Do The Right Thing)

감독 : 스파이크 리

출연 : 대니 아이엘로, 오지 데이비스

제작 : 1989년

상영시간 : 120분

1989년 5월 칸 영화제에서 <똑바로 살아라>는 그야말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인종 갈등과 폭동을 부추긴다고 비판 받기도 했다. 세월이 한참 지나 로저 이버트는 이 영화가 정말 선동적인가 다시 한번 보고 판단하길 권유한다. "<똑바로 살아라>의 경이로움은 스파이크 리가 대단히 공정하다는 점이다...(중략)...폭력을 선동하는 측면만 바라보는 사람들은...(중략)...이 영화가 얼마나 유용한 영화인지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는다. <똑바로 살아라>에 가득한 정서는 슬픔이다."

<똑바로 살아라> 예고편

 

7. 뜨거운 것이 좋아(Some Like It Hot)

감독 : 빌리 와일더

출연 : 잭 레먼, 토니 커티스, 마릴린 먼로

제작 : 1959년

상영시간 : 122분

영화는 진지한 예술인 동시에 오락이다. 진지한 주제를 다루어도 오락이 될 수 있고, 섹스를 유머러스하게 다룬 영화여도 예술일 수 있다. <뜨거운 것이 좋다>가 바로 그런 영화다. 마릴린 먼로는 이 영화 촬영장에서 괴팍한 행동으로 많은 문제를 일으켰다. "스튜디오는 다른 여배우라면 벌써 내쫓고도 남았을 시간 동안 그녀를 감내하였다. 그녀를 찍은 필름들이 마술과도 같았기 때문이다." 토니 커티스와 잭 레먼은 최고의 연기를 선보이고, 빌리 와일더의 연출과 각본은 신랄하다. 영화 라스트의 잭 레먼의 대사는 명대사로 길이 기억된다. 이 영화를 처음 보게 되면 그동안 얼마나 많은 영화와 드라마가 이 작품을 따라 했는지 깨닫고 깜짝 놀라게 될 것이다.

<뜨거운 것이 좋아> 예고편

 

※ 다음 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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