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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두번 봐도 재밌는 영화(★★★)

붉은 10월(The Hunt for Red October)

by homeostasis 2024.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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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 체제에 환멸을 느낀 함장 라미우스(숀 코너리 / Sean Connery)는 최신형 잠수함 붉은 10월호를 이끌고 미국 망명을 시도한다. 소련 정부는 이를 막기 위해 가용할 수 있는 병력을 총동원해 붉은 10월 사냥에 나서고, 라미우스의 의도를 알지 못하는 미국은 소련군의 이상징후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붉은 10월호를 추적한다. 모두의 적이 되어버린 라미우스는 원하는 대로 망명에 성공할 수 있을까?

1. 미친 맥티어난

1987년부터 1990년까지 존 맥티어난(John McTiernan) 감독은 <프레데터>(1987년), <다이 하드>(1988년), <붉은 10월>(1990년)을 연달아 성공시켰다. 세 작품 모두 액션 장르의 손꼽히는 수작이 됐으니 미다스의 손이 따로 없다. <다이 하드>가 가장 유명할 테지만 <붉은 10월> 역시 이에 못지않은 명작으로 잠수함 장르의 레퍼런스로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잭 클랜시의 원작 소설은 영화로 만들기에 거의 악몽 같은 작품이다. 미국과 소련, 해상과 해저를 넘나들고, 잠수함 내부에서 많은 사건이 벌어진다. 잠수함 간의 전투 또한 보여줘야 한다. 등장인물의 수도 많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존 맥티어난은 신들린 듯한 연출력으로 이 모든 장애물을 극복했다. 편집, 촬영, 연기, 로케이션, 특수촬영, 시나리오, 배우들의 연기 연출까지 흠잡을 데 없다. <붉은 10월>의 성공은 파라마운트가 '잭 라이언' 프랜차이즈를 출범하는 데 시발점 역할을 했다. 그 뒤로 5편의 장편 영화, TV 시리즈(아마존 프라임의 '잭 라이언')가 제작됐지만, 아직까지 이 영화를 능가한 작품은 없다

2. 시네마틱 스토리텔링

이 영화의 가장 뛰어난 점은 맥티어난의 화면 연출이라 할 수 있다. 스토리에 따라 자로 잰 듯 정확한 화면을 구사한다. 카메라는 필요할 때 움직이고, 움직이면 반드시 임팩트를 남긴다. 마치 고수의 칼솜씨를 보는 듯 하다. 인물 클로즈업에서 출발해 카메라 무빙으로 광활한 해협과 잠수함을 포착하는 오프닝 장면, 붉은 10월호에서 잭 라이언이 KGB 비밀 요원을 추적하는, 클로즈업에서 롱 쇼트로 전환되는 장면은 거대한 공간을 영화로 어떻게 담아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교본이라 할 수 있다. 폐쇄공포증을 불러 일으키는 잠수함 내부 장면은 카메라의 움직임, 카메라와 배우 간의 거리, 숀 코너리를 비롯한 스콧 글렌, 샘 닐 등 배우들의 존재감, 탁월한 사운드 효과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그래서 <붉은 10월>은 극장에서 볼 때 가장 위력적이다.

<붉은 10월>이 완벽한 스토리의 영화라 할 수 없다. 군데군데 비약과 논리적 허점이 있다. 그치만 영화를 보는 동안만큼은 일절 그런 생각이 안 든다. 영화적 스토리텔링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뭔가 말이 안 되는 스토리를 갖고 그럴듯한 스릴러 영화를 만들어야 하는 감독이라면 <붉은 10월>을 꼼꼼히 뜯어보라 권하고 싶다. 이 작품 안에 해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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