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베스터 스탤론(Sylvester Stallone)과 안토니오 반데라스(Antonio Banderas)가 세계 넘버 원 킬러의 자리를 두고 한 판 대결을 펼친다는 내용의 액션 스릴러 <어쌔신>은 여러 장르가 뒤섞인 혼종이다. 화끈한 80년대 액션 영화에 6~70년대 첩보 스릴러의 분위기를 더했고, 오우삼의 <첩혈쌍웅>과 일본 망가 <시티 헌터>의 영향도 감지된다.
액션 명장 리처드 도너(Richard Dorner) 감독에 <다이 하드>로 유명한 조엘 실버(Joel Siver)가 제작을 맡고, 스탤론 & 반데라스 투톱에 훗날 <매트릭스>로 포텐을 터트린 워쇼스키(Wachowski) 자매가 시나리오를 썼고, 네오 느와르에 특화된 브라이언 헬겔랜드(Brian Helgeland)가 1페이지만 수정하고 각본 크레디트에 이름을 올렸다. 제작진의 면면이 그야말로 화려해 실패하기가 불가능한 프로젝트로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쌔신>은 참여한 이들의 커리어에 대표작이 되지 못했다.
영화는 1995년 10월 6일(북미 기준)에 개봉했다. 조엘 실버의 실버픽쳐스(Silver Pictures)와 리처드 도너의 도너/슈러 도너 프로덕션(Dorner / Shuler-Dorner Production)이 공동제작했고, 메인 투자와 배급은 워너 브라더스가 맡았다. 북미에서 제작비 5천만불을 회수하지 못했다. 하지만 해외에서 잘 먹히는 스탤론 주연의 영화인 탓에 최종 매출은 83백만불로 마무리 됐다.
흑백 살인
영화는 흑백의 몽타쥬 시퀀스로 문을 연다. 나중에 전모가 드러나지만 주인공 로버트 래쓰(실베스터 스탤론)가 과거 넘버원 킬러이자 절친이었던 니콜라이(아나톨리 다비도프 / Anatioli Davydov)를 저격하는 장면이 짧은 컷의 이미지(움직이는 시계 바늘, 중천에 뜬 태양, 조준경 시점 안에 포획된 니콜라이의 모습 등)의 연쇄로 펼쳐진다. 멋지게 꾸며진 흑백의 영상은 클래식한 첩보영화, 혹은 스타일리시한 느와르 영화를 기대하게 만든다. 오프닝의 이미지는 영화에서 계속 반복되며, 특히 후반부 반전의 핵심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문제는 영화 본편이 오프닝 시퀀스의 아우라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데 있다.
피곤한 킬러
<어쌔신>이 범작이긴 해도 리처드 도너 감독의 클래스가 어디 사라진 건 아니다. 작열하는 흑백의 태양에서 무채색의 우중충한 컬러의 하늘로 디졸브 되며 시간의 흐름을 알리는 장면 전환이 아주 근사하다. 이제 영화는 15년 후의 현재로 돌아온다.
로버트 래쓰는 여전히 킬러로 살아가고 있다. 늪지대로 '타깃(Target)'을 끌고 와 방아쇠를 당기려고 하는데, 오늘 죽여야 할 사람이 같은 업종 종사자 케첨(뮤즈 왓슨 / Muse Watson)라 마음이 편치 않다. 케첨은 평생 남을 죽이고만 살아온 자신이 누군가의 의뢰 대상이 되었다는 현실을 믿지 못하고 미친 사람처럼 웃고 울었다를 반복한다. 로버트는 배려랍시고 권총 한 자루를 건네 준다. 직접 방아쇠를 당기라는 거다. 이게 어떻게 배려인가. 영화 제작진들이 사무라이 영화를 너무 많이 봤다.
케첨의 처지는 로버트의 미래이기도 하다. 물에 얼굴을 처박고 쓰러진 케첨을 보며 로버트는 더 이상 이 짓을 못하겠다는 듯 잔뜩 얼굴을 지푸린다. 늪지대 시퀀스만 따로 떼서 보면 코엔 형제의 <밀러스 크로싱>의 한 장면이라 해도 깜박 속을 것 같다. 하지만 회의감 가득한 얼굴의 스탤론을 보자마자 현실로 돌아오게 된다. 스탤론의 얼굴과 감성적인 킬러 캐릭터는 정말 어울리지 않는다. 주윤발이나 양조위가 해야 어울릴 캐릭터이다.
살인의뢰
늪지대의 흐린 하늘이 또 한번 비 오는 창 밖의 풍경과 포개지며 대도시 고층빌딩에서 고독을 즐기는 로버트 래스의 모습으로 전환된다. 로버트는 신원미상의 에이전트로부터 또 한 건의 살인 의뢰를 전달받는다. 로버트와 에이전트는 직접 만나는 대신 인터넷 채팅으로만 소통을 나눈다. 이 영화를 처음 볼 때만 해도 랩탑과 컴퓨터 채팅이 엄청 근사하고 첨단 기술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지금 기준으로 보면 카톡 대화에 불과하니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실베스터 스탤론은 '록키'와 '람보' 때문에 백인 노동계급의 대명사 같은 느낌이 있다. 여기에 아쉬움이 있는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쿨하면서 지적이며 세련된 도시 남자의 이미지를 보여주려 애를 썼다. <탱고와 캐쉬>에 이어 <어쌔신>에서도 스탤론은 안경과 슈트 차림을 고수한다. 하지만 대중은 양복 입은 스탤론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로버트는 베일에 싸인 억만장자 앨런 브랜치의 암살을 의뢰 받는다. 동생 장례식에 참석할 때를 노려 No.1 킬러다운 깔끔한 실력을 선보이려 할 때, 뜻밖의 방해를 받게 되는데...
※ 2부에서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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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쌔신(Assassins) 1995년 - 2부 양심 있는 살인자와 미치광이 살인자의 대결
영화의 초반부, 로버트 래쓰가 타깃의 등에 총을 겨누고 늪지로 걸아가는 장면이 있다. 이처럼 은 두 인물이 카메라 정면을 바라보는 구도가 반복 등장한다. 한 사람은 카메라를, 다른 이는 앞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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