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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봐서 나쁠 건 없는 영화(★★)

어쌔신(Assassins) 1995년 - 3부 일렉트라

by homeostasis 2023. 8.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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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멜 깁슨이 본인 연출작으로 검토하던 프로젝트였다. 시나리오가 물건이라며 리처드 도너에게 소개를 했는데, 정작 본인은 <브레이브 하트(Braveheart)>에 전념하다보니 자연스레 도너가 연출을 맡게 되었다. 실베스터 스탤론은 <어쌔신>에서 15백만불의 출연료를 받았고, 그만큼의 값어치를 했다. 스탤론의 국제적 인기가 영화의 글로벌 매출에 큰 도움이 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스탤론의 <어쌔신>은 그저 볼만한 액션영화일 뿐이다. 리처드 도너 감독은 스탤론과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서로의 캐릭터를 바꿔 연기했다면 더 잘 됐을거라 아쉬움을 토로했지만 내 생각은 좀 다르다. 만약 로버르 래쓰와 미구엘의 역할을 숀 코너리와 브래드 피트가 했다면 영화는 훨씬 더 흥미진진해 졌을 것이다. 혹은 과거의 리 마빈, 스티브 맥퀸, 홍콩의 주윤발, 양조위에게 더 어울리는 역이다.

은퇴 게임

로버트 래쓰는 미구엘 베인과의 싸움을 계기로 현재 자기 상황을 냉정하게 되돌아 본다. 래쓰가 일인자 니콜라이를 죽이고 넘버원이 되었듯, 이번엔 미구엘이 자신을 노리고 있다!! 킬러가 타깃이 되면, 이때가 은퇴해야 할 시점이다. 래쓰 또한 모든 것을 접고 잠수를 타려하는데, 바로 그 순간 익명의 의뢰인이 랩탑을 통해 2백만불짜리 일거리를 제안한다. 래쓰는 은퇴자금을 벌기 위해 이 일을 승낙한다. 그런데 이번 임무는 좀 복잡하다. 값비싼 정보가 담긴 디스켓을 입수하고 이를 거래하는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를 죽여야 한다. 구매자에 대한 신상정보는 확보되었는데, 판매자는 인터넷 상 활동명 'Cat' 외에는 아는 게 전무하다. 로버트는 의뢰를 완수하고 2백만불을 차지할 수 있을까? 이제 고양이와 쥐 게임이 시작된다.

Cat

줄리앤 무어(Julianne Moore)의 등장과 함께 <어쌔신>의 2막이 시작된다. 무어가 연기한 일렉트라는 인터넷, 컴퓨터 등 최신기술을 능숙하게 사용하는 해커로 등장한다. 그녀는 극비 정보를 훔쳐 그걸 비싸게 암시장에 내다팔아 돈을 번다. 해커라면 펑크한 스타일의 외모가 자동 연상되는데 쥴리앤 무어는 60년대 히피족 같다. 캐스팅이나 설정을 보면 리처드 도너가 워쇼스키 자매의 각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연출한 게 분명해 보인다.

어쌔신의 일렉트라&#44; 줄리안 무어

일렉트라는 세 개의 송전탑이 보이는 5층 빌라에서 산다. 그녀는 이 빌라 곳곳에 몰래 카메라를 설치해 각층의 이웃들의 삶을 몰래 엿본다. 특히 2층에 사는 밥과 제니퍼 커플에 관심을 기울이는데, 이 커플이 크게 다투고 침대에 쓰러져 흐느끼는 제니퍼를 안쓰럽게 바라본다. 일렉트라에겐 몰카가 리얼리티 관찰 예능인 셈이다. 메이쿤(Maine Coon) 품종의 고양이를 키우는데, 고양이 간식도 RC카 덤프트럭에 실어 주는 '서태지'스러운 취미를 갖고 있다. 일렉트라를 처음 소개하는 시퀀스 속 모든 설정들은 나중에 이어질 추격전 장면의 복선들로 모조리 이용된다. 극에 자연스럽게 묻어나기 보다 대놓고 '복선'이라 효과가 적다.

고양이와 쥐

일렉트라에 대한 소개와 여러가지 복선을 깔아놓은 이후에 리처드 도너 감독은 본격적인 게임을 시작한다. 원래 솜씨좋은 감독은 시퀀스 하나를 어디까지 끌고 갈 수 있나를 두고 실력 과시를 하곤 한다. 리처드 도너 역시 <어쌔신>에서 스탤론, 반데라스, 무어가 서로 얽혀드는 일련의 시퀀스로 영화 2막의 대부분을 채운다. 주무대는 메리어트호텔! 이곳에서 출발해 쫓고 쫓기는 쥐와 고양이의 게임이 펼쳐진다.

시퀀스 초반부의 주인공은 일렉트라다. 그녀는 호텔에 미리 여러 개의 방을 잡고 몰래 카메라를 설치하여 건장한 체격의 백인 남자 바이어들을 자기 뜻대로 쥐락펴락 한다. 영리한 머리와 기술로 권위와 시스템에 도전하는 인물이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호텔 엘리베이터에서 일렉트라가 모피 코트 입은 중년여인을 엿 먹이는 장면이다. 엘리베이터에 탄 중년여인은 동행에게 외국인 혐오 발언을 내뱉는데, 일렉트라는 몰래 뒤에 붙여 모피 코트에 빨간색 스프레이로 낙서를 한다. 일렉트라가 권위에 저항하고, 동물을 사랑하고,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인물임을 보여주려는 것인데 의도는 이해하겠지만 바로 뒤에서 스프레이를 뿌리는 데 눈치 못 챈다는 게 말이 될까? <어쌔신>은 이런 장면들이 너무 많다는 게 문제다.

폭풍 전야

일렉트라로부터 정보를 구매하기로 한 래미(카이 월프 / Kai Wulff) 패거리가 공항에 도착한다. 모두 4명으로 건장한 체격의 백인 남성들이다. 로버트 래쓰는 공항에서부터 래미 패거리를 미행한다. 래미는 전화로 일렉트라와 연락을 주고 받으며 그녀가 지시한 대로 움직인다. 이들이 메리어트 호텔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헬기 쇼트는 그저 주행 중인 차를 포착한 장면일 뿐인데도 박력이 넘친다. 지금은 드론 기술의 발전으로 항공 촬영이 쉬워졌지만, <어쌔신>이 제작될 무렵만 해도 헬기를 동원해야 했다. 특히 리처드 도너는 헬기 쇼트를 가장 잘 활용하는 감독 중 한 명이었다.

레미가 메리어트 호텔로 도착함과 동시에 시퀀스는 판매자 일렉트라, 구매자 래미 일당, 킬러 로버트 래쓰, 그리고 또 다른 킬러 미구엘 베인이 한 장소에서 뒤얽키기 시작한다. 각기 다른 목적을 가진 4개의 세력이 등장하기에 여러 시점이 교차하고, 영화는 서서히 로버트와 미구엘의 대결로 포커스를 맞춰간다. 절대 쉬운 시퀀스가 아닌데도 리처드 도너는 솜씨 좋은 정원사 처럼 가지를 툭툭 쳐대며 스탤론 vs 반데라스의 격돌로 정리해 나간다. 

복잡하지만 잘 한번 정리해 보겠다. 일렉트라는 미리 호텔에 방을 잡아두고 래미 일행을 718호로 오게 한다. 래미 패거리는 호텔에 도착하자 엘리베이터를 타고 7층으로 올라가는데, 뒤따르던 래쓰는 돌발상황 때문에 함께 타지 못한다. 화면은 엘리베이터 안을 비추고, 래미 일행이 내릴 때 즈음 이 안에 미구엘 베인이 함께 타고 있음을 보여주며 긴장감을 조성한다. 일렉트라는 542호에서 전화와 RC 트럭을 통해 718호의 래미 일당과 거래를 진행하고, 로버트 래쓰는 호텔 전산망에 접근, 예약 정보를 통해 일렉트라가 묵은 방을 추적하며, 미구엘 베인은 총을 빼들고 718호로 쳐들어 간다.

※ 4부에서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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