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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봐서 나쁠 건 없는 영화(★★)

오랑팔괘곤(五郞八卦棍 / The 8 Diagram Pole Fighter) 1984년 - 1부 양가장의 비극

by homeostasis 2023. 9.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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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영화에도 기승전결이 있다. 스토리의 흐름에 맞춰 감정선을 조절했다가 클라이맥스에서 빵 터트린다. 그런데 이 영화 <오랑팔괘곤>은 완급조절이란 게 없다. 처음부터 원수를 향한 적개심과 분노로 시뻘겋게 타올랐다 그 에너지 그대로 내달리기 시작한다. 영화 중반을 넘어서면 스토리텔링은 이미 관심 밖이고, 주인공 양오랑과 승려들이 악인을 벼 타작하듯 봉(棒)으로 두들겨 패는 광기의 액션이 클라이막스를 장식한다.

오랑팔괘곤 포스터

기초 정보

유가량(劉家良 / Lau Kar Leung)과 그가 이끄는 유가반은 <소림36방>의 성공 이후 70년대 말~80년대 초까지 쇼브라더스의 쿵후액션을 책임졌다. <중화장부>, <란두하>, <장배>, <무관>, <18반무예> 등 발표하는 영화마다 쿵후와 스턴트가 가미된 놀라운 액션으로 업계의 승부욕을 자극했다. 10년 넘게 쇼브라더스의 일대종사라 불렸던 에이스 액션감독 유가량은 80년대에 와서 신흥강호 '골든하베스트'의 홍금보/성룡 연합팀의 거센 도전을 받게 됐는데, 70말-80초에 불붙었던 유가반, 홍가반, 성가반, 그리고 원화평의 원가반 간의 경쟁구도는 홍콩쿵후액션을 전 세계에서 그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경지로 끌어올렸다.

<오랑팔괘곤>은 1984년 2월 17일(홍콩 기준)에 개봉하여 그해 홍콩 박스오피스 47위를 차지했다. 설날 특선 영화로 개봉했지만 이미 홍콩 대중의 취향은 <최가박당>시리즈, 성룡의 <프로젝트 A>, 홍금보의 '복성'시리즈 같은 현대 배경의 보다 세련된 액션 코미디로 바뀐 지 오래였다. <오랑팔괘곤>의 액션은 감탄을 자아내기 충분했지만, 영화의 복수, 충의, 협의 같은 테마는 이미 낡은 것이 돼버렸다. 천하의 유가량도 <벽력십걸>, 이연걸과 함께 한 <남북소림>을 끝으로 쇼브라더스에서 방출, FA로 시장에 나오게 되니 영원한 것은 없다.

시간이 지나며 <오랑팔괘곤>에 대한 평가는 점점 올라갔다. 서양의 컬트팬, 데이비드 보드웰 같은 영화학자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어냈고, 원래부터 쇼브라더스 무협사가(Saga)의 팬이었던 우탱클랜(Wu-Tang Clan)은 <오랑팔괘곤>을 자신들의 5번째 스튜디오 앨범 제목(<8 Diagrams>)에 사용하기도 했다. 홍콩금상장준비위원회가 2005년, 화어(華語) 영화 100주년을 기념해 선정한 '화어영화100선'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렸는데, 유가량의 영화 중에는 <오랑팔괘곤>이 유일했다. 완성도는 <소림36방>이 훨씬 좋은데 <오랑팔괘곤>에는 흉내 낼 수 없는, 기이한 에너지가 있다.

양가장의 비극

<오랑팔괘곤>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영화, 드라마로 만들어 졌던 명나라 시대 소설 <양가장연의>에 바탕을 두고 있다. 북송의 명장(明將) 양업과 일곱명의 아들이 송나라의 개국공신이자 태종의 장인 반미(潘美)의 함정에 빠져 몰살당하는 비극적인 이야기다. 영화가 시작하면 양가장의 안주인 사태군(이려려 / 李麗麗 / Lily Li Li-Li)은 전쟁에 나간 아들들을 걱정해 점을 보는데 '칠(七)이 나가 육(六)이 돌아온다'는 불길한 점괘를 받아 든다. 일곱 명의 아들 중 한 명이 죽는구나 비통해하는데, 이 해석은 가장 포지티브 한 것이었으니... 오프닝 타이틀 크레디트가 뜨는 가운데 비극의 진가곡 결투가 재현된다.

유가량은 진가곡 결투를 연극 무대처럼 꾸며 놓은 세트에서 이 장면을 찍었는데 이게 아주 기가 막힌 결정이었다. 리얼리즘에 기반한 스펙타클은 과감히 포기하고 무대극으로 양가장의 몰살, 그리고 형제들의 죽음을 차례차례 목격하다 미쳐가는 육랑(부성 / 傅聲 / Alexander Fu Sheng)의 감정에 집중한다. 삼랑(맥덕라 / 麥德羅 / Rovert Mak Tak Law)이 폭약이 눈을 잃고 급기야 금나라 병사들에 짓밟혀 죽는 장면, <소림36방>에 이어 이번에도 선 채로 창에 찔려 죽는 '이랑' 유가영(劉家英 / Lau Kar Wing)의 모습은 그 참혹함 때문에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사태군이 받은 점괘는 기가막히게 들어맞아 미친 육랑만이 살아 어머니 사태군의 품으로 돌아가고, 형제들과 떨어져 혼자된 오랑(유가휘 / 劉家輝 / Gordon Liu Chia Hui)은 요나라의 추적을 피해 떠돌게 된다.

창술은 양가장의 긍지다. 유가량은 전투 초반에 창의 위력을 전시한다. 양가 형제들이 함정에 빠진 다음부터는 요나라 병사들이 양가의 창술을 기묘한 무기와 인해전술로 봉쇄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오량팔괘곤>은 오랑이 약점이 드러난 가문의 창술을 버리고, 불가의 봉술을 받아들인다는 내용으로 이어지게 된다.

※ 2부에서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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