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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봐서 나쁠 건 없는 영화(★★)

사기사(四騎士 / Four Riders) 1972년 - 1부 Strangers in Korea

by homeostasis 2023. 1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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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사>는 장철(張徹 / Chang Cheh)이 애지중지했던 4명의 스타, 적룡(狄龍 / Ti Lung), 강대위(姜大衛 / David Chiang Da Wei), 진관태(陳觀泰 / Chen Kuan Tai), 왕종(王鐘 / Wang Chung)을 내세워 만든 현대 배경의 액션영화다. <사기사>의 히든카드는 놀랍게도 대한민국이다. 영화는 한국전쟁이 끝난 직후를 배경으로 한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전쟁에 참여했던 4명의 중국인들은 서울에서 밀수 시장을 장악한 미국인, 일본인, 한국인 악당들과 싸우게 된다. 장철은 강대위, 적룡과 함께 엇비슷한 내용의 액션영화를 계속 찍어 왔는데 그 공간을 무협, 혹은 만국초에서 전후 한국으로 바꾼 것만으로도 꽤나 신선한 이야기로 느껴진다. 주인공들은 하나 같이 패기 넘치는 젊은 남자이지만, 동시에 이들은 장렬하게 불꽃을 피우고 사라지고 싶다는 자기 파괴적 욕망에 휩싸여 있다. 6~70년대 전 세계를 휩쓴 혁명의 기운과 패배감이 홍콩 상업 영화(특히 장철의 영화)에서도 감지되는 순간이다.

<사기사>는 1972년 12월 22일에 개봉했다. 쇼 브라더스(邵氏兄弟 / Shaw Brothers)의 겨울 시즌 주력 영화였지만, 일주일 뒤인 12월 30일에 <맹룡과강>이 개봉하며 흥행에 실패했다. 각본은 장철과 예광(倪匡 / Ni Kuang)이 맡았다. 액션연출은 영혼의 단짝 당가(唐佳 / Tong Kai), 유가량(劉家良 / Lau Kar Leung)이 담당했고 촬영에 일본인 미야키 유키오(宮本辛雄), 편집 곽정홍(郭廷鴻 / Kwok Ting Hung), 음악 진훈기(陳勳奇 / Frankie Chan Fan Kei) 등은 이미 여러 차례 장철과 손발을 맞춘 인물들이다. 오우삼(吳宇森 / John Woo)이 조연출을 맡았다.

1953년, 한국

'1953년 7월, 한국'이란 자막과 함께 한국의 겨울 풍경이 나온다. 이 풍경은 영화의 엔딩에서도 반복된다. 장철은 냉혹하고 황량한 한국 농촌의 이미지가 어지간히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장철(張徹 / Chang Cheh)과 미야키 유키오(宮本辛雄)는 쇼 브라더스 세트장을 벗어났다는 해방감에 한국의 산, 들, 시골과 서울 도심의 풍경을 스크린에 맘껏 담는다. 그것이 이 영화의 장점이기도 하다.

제일 먼저 소개된 인물은 적룡(狄龍 / Ti Lung)이다. 그는 제대하면서 상관과 싸우고, 부대를 엉망으로 만들어 버린뒤 지프차를 훔쳐 부대를 떠난다. 한마디로 자유로운 영혼이며 바람 부는 대로 움직이는 자유인이다. 그는 길을 가다 같은 제대 군인이자 중국인 왕종(王鐘 / Wang Chung)을 태운다. 1950년대가 배경이지만 한국인이라면 1970년대의 풍경임을 곳곳에 붙어있는 새마을 운동 표어를 통해 알 수 있다. 적룡과 왕종은 어느덧 서울 도심으로 들어와 광화문, 명동 거리를 차로 통과한다. 적룡은 차를 정비소에 팔아 치우고 왕종과 작별을 고한다. 왕종이 주소를 묻자 적룡은 오늘 어디 있을지도 모르는 데 무슨 소리냐며 껄껄 웃고 제 갈길을 간다.

Hello, John

서울의 번화가 이곳 저곳을 둘러보던 카메라는 'Hello John'이라는 간판의 술집에 포커스를 맞춘다. 이곳은 군인들을 상대로 위스키와 스트립쇼, 그리고 여자를 파는 가게다. 흥청망청하는 분위기 속에 군복 입은 한 남자, 강대위(姜大衛 / David Chiang Da Wei)만이 남다른 모습으로 앉아있다. 그는 내일이 없는 사람처럼 보인다. 술집 여자 이려려(李麗麗 / Lily Li Li-Li)가 키스를 한번 해줄 때마다 지폐 한 장을 준다. 그렇다고 해서 이려려에게 음탕한 마음이 있는 것도 아니다. 키스를 하고 돈을 소진하는 것만이 목적처럼 보인다.

 '헬로 존'은 범죄의 온상이기도 하다. 양복 차림의 지배인 쿠라다 야스키(倉田保昭)는 마약 밀매 조직의 넘버 3다.  마약 밀매를 돕던 한 미군이 찾아와 이제 밀매에서 손 떼려 한다고 통보한다. 쿠라다 야스키는 이를 쿨하게 받아들인다. 하지만 몰래 부하들을 시켜 제거를 명령한다. 강대위는 쿠라다 야스키의 부하들이 미군을 뒤따라 나서는 것을 보고,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바 안의 기물을 부수며 행패를 부린다. 일면식도 없는 미군을 구하기 위해서다. 술에 취해 몸도 제대로 가눌 수 없는 강대위는 떼로 몰려든 깡패들에 포위된다. 집단 린치가 시작될 무렵, 키스로 손쉽게 강대위의 돈을 가져간 술집여인 이려려가 나서 강대위를 구한다. 악의로 가득 찬 세상에서 강대위와 이려려는 의를 행하려 하는 인물이다.

병원의 로맨티스트

4명의 주인공 중 마지막으로 소개되는 이는 군 병원에 입원 중인 진관태(陳觀泰 / Chen Kuan Tai)이다. 한국인 간호사 정리(井莉 / Ching Li)와 연인 관계인데, 병원을 마치 밀회장소처럼 사용한다. 독실에서 LP판으로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정리와 사랑을 속삭인다. 진관태는 정리에게 성경을 보여주며 요한묵시록 중 4인의 기사에 대해 언급하는데, 우리는 영화의 타이틀이 여기에서 비롯된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프랑스 영화처럼 낭만적이고 멜랑콜리한 남성 캐릭터, 종교적 요소의 사용은 우연이라 치부하기엔 너무나도 오우삼적인 코드다.

※ 2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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