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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봐서 나쁠 건 없는 영화(★★)

레일로드 워(鐵道飛虎 / Railroad Tiger) 2016년 - 1부 홍콩의 성룡에서 중국의 성룡으로!

by homeostasis 2024. 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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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룡 영화에서 골든하베스트(嘉禾 / Golden Harvest) 대신 상하이필름그룹(上海電影 / Shanghai Film Group)의 로고를 보는 기분은 참으로 씁쓸하다. 성룡 본인의 말대로 시간이 흐르면 세상도 변하고 사람도 변한다. 영원한 것은 없다.

철도비호 포스터

지금 돌이켜 보면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기점으로 성룡은 홍콩이 아닌 중국인이 되려 결심한 것 같다. 본인의 마음이야 어떻든 간에 전 세계의 팬들은 성룡 하면 홍콩 경찰 진가구, 홍콩 해경 마여용을 떠올린다. 이 사실을 너무 잘 아는 성룡은 이때부터 자기 정체성을 영화적으로 재확립하는 작업에 돌입한다.

본격적인 첫 중국영화 <대병소장>은 전국시대로 회귀하여 홍콩 색깔을 지운다. '돈이 최고'라 외쳤던 아시아의 매 재키가 <차이니스 조디악>(사실상 <용형호제>의 3편인)에선 애국심에 불타 영-프랑스 연합군이 약탈한 원명원(圓明園)의 십이지신상을 되찾는다. <폴리스 스토리 2013>은 홍콩 경찰 이야기가 아닌, 중국 경찰 이야기이며, <드레곤 블레이드>는 실크로드를 누비는 당나라 전사가 주인공이다. <레일로드 워> 역시 같은 연장선상이다. 1941년 중일전쟁 시기를 배경으로 자발적 게릴러 투쟁을 벌이는 철도 노동자의 이야기를 다룬다. 성룡은 레지스탕스의 리더 격인 인물을 연기한다. 그동안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걸까? <레일로드 워> 속 성룡은 이제 그냥 중국 아저씨로 보인다. 홍콩 사람의 이미지가 흔적도 없다. 

기초 정보

<레일로드 워>는 성룡과 <대병소장>, <폴리스 스토리 2013>을 함께 했던 정성(丁晟 / Ding Sheng)이 연출했다. 2016년 12월 23일(중국 기준)에 개봉했는데, 오로지 중국 내 흥행만으로 제작비 5천만불의 두 배를 벌어들였다. 한국의 경우 2017년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됐다. 국내 배급사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 영화를 창고에 묵혀 두었다가 2021년 6월에서야 정식 개봉을 했다.

성룡의 최고작??

<레일로드 워>의 항일 레지스탕스들은 국가와 민족을 위해 자살과도 같은 미션을 수행한다. 이 결정에 구성원 모두 한 치의 망설임이 없다. 영화 기저에 흐르는 애국심이 <레일로드 워>의 치명적 단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일로드 워>는 <대병소장>과 함께 2010년 이후의 성룡 출연작들 중 최고다. <스킵 트레이스>, <블리딩 스틸>, <쿵후 요가> 같은 망작과는 급이 다르다. 특히 군용 창고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폭탄 탈취 시퀀스는 80년대 전성기 시절 성룡영화의 쾌감이 느껴진다.

<레일로드 워>는 앙상블 드라마로 다수의 캐릭터가 등장하고, 액션 역시 젊은 배우들과의 팀 플레이가 많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성룡이 영화의 중심에 있다. 특히 라스트 장면, 폭탄과 함께 추락하다 철교 기둥을 붙잡고 필사적으로 버티는 성룡의 모습은 꽤나 깊은 여운을 남긴다. 다른 배우들도 제 몫을 다 한다. 천둥벌거숭이처럼 뛰어다니는 방조명(房祖名 / Jaycee Chan Cho Ming), 영화에서 멋짐을 담당하는 왕개 a.k.a. 왕카이(王凱 / Wang Kai), 괴연(怪演)을 선보인 이케우치 히로유키(池內博之) 등 인상적인 캐릭터가 많다.

정성 감독은 확실히 역량이 있는 감독이다. 영화의 공간/배경을 북부의 추운 겨울로 세팅한 것 자체가 훌륭하다. 추위 때문에 인물들의 행색이 남루하고 초라해 보인다. 덕분에 '제국주의에 저항하는 인민'이라는 영화의 주제를 더욱 부각시킬 수 있었다. 복잡한 동선의 롱 테이크 장면, 영화의 후반부 한 시간을 액션으로 채운 결정(그 결과의 완성도를 차지하고) 등 안전한 길보다 과감한 도전을 선택했다는 점에서도 박수를 보낸다.

※ 본격적인 영화 이야기는 2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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