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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봐서 나쁠 건 없는 영화(★★)

SWAT 특수기동대(S.W.A.T) 2003년 - 생도와 교관

by homeostasis 2024. 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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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반 할리우드의 사랑을 한 몸에 받던 콜린 패럴(Colin Farrell)과 언제 어디서나 영화의 무게 중심을 잡는 베테랑 사무엘 잭슨(Samuel L. Jackson), ‘몸짱 힙합 시조새’ LL 쿨 제이(LL Cool J), ‘무적의 걸 크러쉬’ 미셀 로드리게즈(Michelle Rodriguez)가 한 팀으로 뭉쳤다. 멋진 배우들의 눈부신 매력이 <SWAT 특수기동대>의 재미 대부분을 차지한다. 일정 수준의 재미는 보장된다. 그러나 그 이상의 무엇, '엣지'가 없다. 별점 두 개를 목표로 만들어진 영화 같다. 그렇다해도 이 블로그는 공산품과 같은 액션 영화에서도 의미심장한 이야깃거리를 기어이 뽑아낸다.

※ 스포일러 경고!!!

1. 흔들리는 화면 & 귀를 때리는 음악

<SWAT>의 오프닝, 백주대낮에 은행강도단이 경찰과 시가전을 벌인다. 영화는 혼란 상황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방송 카메라, 일반 시민이 찍은 캠코더 영상(물론 연출된 것), 경찰의 몸캠, 방송국 헬기에서 찍은 화면 등을 거칠고 빠르게 충돌시킨다. <SWAT>의 추격전, 총격전은 캠코더 - 방송영상이 끼어들고, 화면은 어김없이 흔들린다. 심박수를 펌프질 하는 음악 - 락, 힙합, 레게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 도 함께다. 개인 미디어,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던 90년말/00년초, 할리우드는 이런 연출이 쿨한 것이고, 관객의 아드레날린을 솟구치게 한다 믿었다. 생각해 보면 영화는 자꾸 뮤직비디오, 인터넷 방송, 코믹스 등 다른 미디어를 닮으려 한다. 역으로 뮤직 비디오, 방송 등은 영화를 닮으려 하는데도 말이다.

시민이 캠코더로 찍은 듯 연출된 강도장면

인질극 상황을 처리하려고 SWAT팀은 에이스 짐 스트리트(콜린 패럴)와 후에 악당으로 흑화 하는 갬블(제레미 레너 / Jeremy Renner)을 건물 옥상으로 침투시킨다. 이 장면이 주연배우가 등장하는 첫 번째 씬으로 멋있게 연출하기 위해 멋을 잔뜩 부렸다. 카메라는 헬기 레펠로 옥상에 착지한 콜린 페럴과 제레미 레너를 360도 선회하며 찍는다. 이건 누가 봐도 마이클 베이의 방식이다. 트렌드를 추종하는 영화는 트렌드를 하찮은 클리셰로 전락시킨다. <SWAT>은 트렌드를 추종한다. 

2. 광인(狂人) 1호

은행 안으로 침투한 갬블과 스트리트는 상부의 명령을 기다리지 않고 독단적으로 움직인다. 이때 행동의 주도권은 갬블이 진다. 스트리트는 파트너 갬블을 백업하려고 어쩔 수 없이 뒤따른다. 갬블은 여성 인질을 붙잡고 있는 범인을 총으로 쏜다. 이때 여성인질의 쇄골을 조준하는데, 총알을 관통시켜 뒤의 범인을 노린 것이다. 그의 의도는 멋지게 들어맞고, 인질극은 종료된다. 우리는 다른 영화에서도 이와 비슷한 장면을 많이 봐 왔다. 대부분은 총을 쏜 경찰이 영웅대접을 받는다. 하지만...  

갬블과 스트리트는 풀러 반장 (래리 포인덱스터 / Larry Poindexter)으로부터 심한 질책을 받는다. 작전 수칙을 어긴 데다 총에 맞은 여성이 거액의 소송을 제기했다. 자존심 강한 갬블은 경찰 배지를 내던진다. 풀러 반장은 스트리트를 따로 불러 갬블의 과오를 증언하면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제안한다. 물론 주인공 스트리트는 의리를 지켜 입을 다문다. 이 과정에서 5년간 파트너로 생사고락을 함께 한 둘의 우정은 박살이 난다. 스트리트는 징계를 받아들이자는 쪽이고, 갬블은 자기 잘못이 없다는 의견이기 때문이다. 한 발 더 나아가 스트리트가 자신을 팔아넘겼다고 믿는다. 여기까지가 영화의 프롤로그 격으로 주인공 스트리트가 어째서 총기나 닦는 보직으로 좌천 됐는가를 이야기한다.

스트리트와 갬블이 락커룸에서 충돌하는 장면은 영화의 어떤 액션 시퀀스보다 훨씬 더 스펙타클하다. 콜린 패럴과 제레미 레너는 각자의 감정을 능수능란하게 절제했다 폭발시킨다. 둘 중 훨씬 돋보이는 쪽은 '광인'을 연기한 제레미 레너다. '호크 아이'로 유명해지기 한참 전인 2000년대 초. 제레미 레너는 TV 시리즈의 단역이나 독립영화에 출연하며 경력을 쌓아가고 있었다. 최초로 주목받은 작품은 미친 연쇄살인범으로 나온 <Dahmer>이다. 영화를 눈여겨본 제작진은 메인 빌런 갬블 캐릭터를 그에게 맡겼다. 이후 정신적으로 문제 있는 다혈질 캐릭터가 제레미 레너의 전문 분야가 된다. 

3. 팝콘

6개월 후, 스트리트는 총기 보관소 구석에 쳐박혀 특수기동대원들의 시중드는 신세로 지낸다. 동거 중인 여자 친구도 그의 곁을 떠난다. 하지만 스트리트는 좌절하지 않고 월왕 구천처럼 조용히 제2의 기회를 엿본다. 이런 그의 잠재력을 알아본 이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전설의 SWAT 대원 혼도(사무엘 잭슨)이다. 타 부서에 있던 혼도는 최상의 SWAT팀을 꾸리라는 명령을 받고 LAPD로 부임한다. <공포의 외인구단>처럼 혼도는 기존 SWAT 팀의 에이스 였던 TJ(조쉬 찰스 / Josh Charles), 박서(브라이언 반 홀트 / Brian Van Holt) 외에 막강한 무력의 소유자지만 일반 순찰 경찰로 일하던 디컨(LL 쿨 J), 여자라는 이유로 번번이 고배를 마셨던 산체스(미셀 로드리게즈)를 스카우트한다. 그리고 '낭중지추' 스트리트에게도 손을 내민다. 팀원들이 하나둘 모이고, 훈련을 받으며 스트리트가 슬럼프를 극복하는 과정은 시종일관 밝은 화면에 경쾌한 음악이 함께 한다. 스트리트의 고뇌는 음악을 동반한 몽타쥬 시퀀스로 샤워실의 물처럼 흘러간다. 콜린 페럴은 한올 흐트러짐 없는 머리 스타일을 유지하고, 해변가에서 근육질 몸매를 과시하며 땀 흘리며 달리는 것으로 모든 고민을 날려 보낸다. 한편의 청춘영화가 따로 없다. 2막 파트에서 <SWAT>은 <탑건>, <플래시 댄스> 같은 제리 브룩하이머의 영화를 목표로 한다. 

경찰 활극의 주인공은 오랫동안 '고독한 늑대' 유형이 독차지했다. 가정사에 문제 있는 남자 형사가 대부분이었고, 이들은 대체로 조직 내부에서 문제적 인간 취급을 받는다. 그래도 범인 잡는 데는 동물적인 감각이 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해리 '더티' 칼라한 이후 스테레오 타입이 됐다. 장르의 말기적 증후랄까, 90년대 후반~00년대 초반, 익숙한 장르에 활기를 불어 넣기 위해 'X세대', '신세대' 캐릭터가 이 장르에 투입된다. 세기말의 형사들은 선배들처럼 혼자 고독을 씹거나 우울해 하지 않는다. 외모와 옷에 신경 쓰고, 이들에게 경찰 업무는 익스트림 스포츠와 다르지 않다. <SWAT>의 주인공들도 마찬가지다. 팀원 TJ는 근무 시간이 끝나면 명품옷을 입고 고급 레스토랑에서 저녁식사를 한다. 월 스트리트의 화이트 칼러의 경찰 버전이다. 인종적 - 성적 안배를 위해 투입된 산체스는 혼자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인 동시에 육체적 능력으로 남자를 제압할 때 쾌감을 느끼는 아드레날린 중독자 같은 모습이고, 흑인 디컨(LL 쿨 J) 역시 끝내주는 몸매에 쿨한 신세대 남자를 대변한다.

4. 광인(狂人) 2호

이렇게 결성된 혼도 팀은 프랑스에서 온 범죄조직의 젊은 보스 알렉스 몬텔(올리비에 마르티네즈 / Olivier Martinez)을 상대하게 된다. 몬텔은 멀쩡히 살아있는 아버지를 말 못 하게 만들어 버리고 범죄조직을 상속받은 패륜아로서 X세대 악인이라 볼 수 있다. 아버지의 사업을 인수한 몬텔은 자신에게 반기를 든 늙은 삼촌을 직접 제거하기 위해 미국에 온다. 삼촌은 몬텔을 잘 달래 프랑스로 보내려 하는데, 몬텔은 눈 하나 깜짝 않고 칼로 삼촌의 목을 직접 따 버린다. 기세등등한 몬텔은 죽은 삼촌의 차를 타고 LA 밤거리를 드라이브하다 여자 교통경찰에게 신호위반이 적발되어 유치장에 갇힌다. 후에 인터폴 일급 수배자임이 드러난 몬텔은 방송 카메라에 대고 탈옥시켜 주는 자에게 1억 달러를 주겠다고 소리친다. 일본영화 <짚의 방패>처럼 이 방송이 나가자 범죄자들이 1억불을 받기 위해 몰려들고, 혼도팀이 교도소까지 호송 경호를 맡게 되면서 후반부의 액션 스펙터클이 시작된다. 프롤로그 이후 플롯에서 사라졌던 갬블이 이 미친 경쟁에서 유력한 승자로 떠오론다.

5. 미션

후반부 아수라장의 스케일은 여타의 액션 영화들에 밀리지 않는다. 몬텔의 수송을 맡은 헬기가 갬블의 총에 저격되어 LA 도심 거리로 추락하고, 호송차가 이동하는 경로마다 흑인 & 라틴 범죄자들이 중화기 - 심지어 로우 미사일까지 - 를 들고 개미떼처럼 보여든다. <블랙 호크 다운>의 소말리아 시가전을 LA로 옮겨 놓은 것 같다. 하지만 장면의 박진감은 천지차이다. <SWAT>의 헬기 폭발, 갱들의 총질은 위협적이지가 않다. 그저 시끄러운 소동일 뿐이다. 액션은 플롯과 유기적으로 결합될 때 비로소 관객에게 먹혀든다. 갬블이 SWAT팀을 공격해 몬텔을 꺼내오는 장면은 마이클 만의 <히트(Heat)> 속 시가전이 떠오르고, 지하철로 이어지는 추격전은 얀 드 봉의 <스피드(Speed)>가 생각난다. 비행기가 LA 6번 고가도로 위로 착륙하는 장면은 레니 할린의 <다이 하드 2>의 활주로 착륙 씬을 가져온 것처럼 보인다. 클라이맥스 구간에 들어가서 팀 플레이가 실종된 것도 아쉽다. 모든 액션이 주인공 스트리트와 혼도 위주로 짜여 있다. 산체스와 디컨은 그 좋은 하드웨어를 갖고도 들러리만 선다.    

갬블과 만텔은 경비행기를 고가 다리 위로 착륙시켜 탈출을 꾀한다. 혼도 팀은 자동차로 비행기를 들이박아 이륙을 막는다. 만텔은 체포되고, 갬블은 고가 다리에서 로프를 이용해 아래 철도 하차장으로 뛰어내린다. 그를 뒤쫓는 것은 스트리트의 몫이다. 기차들이 서 있는 어두운 하차장에서 둘은 맨 주먹으로 결판을 내린다. 여기서 펼쳐지는 액션도, 화물기차들이 왔다 갔다 하는 곳에서 악당 갬블이 어떤 최후를 맞을 지도 예측가능한 범위 내에 있다.

6. 경찰 활극

<나쁜 녀석들 2>와 이 영화 <SWAT>이 개봉한 2003년 여름 시즌 이후,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는 더 이상 경찰 활극을 흥행 성수기 텐트폴 영화로 내세우지 않았다. 과거에 경찰 스릴러는 그 상대가 주로 연쇄살인범, 무장 강도, 동네 마피아 정도였다면, 8~90년대는 액션의 스케일을 확장하기 위해 국제적 테러리스트, 국제적 마피아 등으로 악당들의 덩치를 키웠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에 봉착했다. <반지의 제왕>, <해리 포터> 시리즈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스펙터클의 규모는 예전과 비교할 바 없이 커졌고, 경찰 활극이 담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신 한물간 장르라 여겼던 첩보영화 - <제이슨 본> 시리즈, <미션 임파서블>과 <007> 시리즈 - 가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다. 슈퍼 히어로 무비가 할리우드의 주력 장르로 부상한 것도 이해가 된다. 70년대 할리우드의 효자 상품으로 떠 올라 <리썰 웨폰>. <다이 하드>, <스피드>, <나쁜 녀석들> 등으로 8~90년대에 정점을 찍은 이 장르는 2000년대 초반에 이르러 급격한 쇠퇴기에 접어든다. 해리 '더티' 칼라한의 후예들 - 가정사에 문제가 있는 독불장군 타입의 남자 형사 - 이 답답한 관료제의 벽을 넘어 단기필마로 범인을 체포하던 시절은 갔다. <SWAT>은 좋았던 시절, 그 끝에 위치한 영화다.

7. 영화 정보

영화는 북미에서 2003년 8월 8일 개봉하여 첫 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최종스코어는 207백만 불(제작비 7천만 불 추정)이다. 어디서 많이 본 스토리 같더라니 아니나 다를까 원작이 따로 있다. 1975년 방영됐던 동명의 TV 시리즈를 영화화했다. 2000년대 초반에 할리우드 트렌드 중 하나가 7~80년대 TV 시리즈를 영화로 리메이크하는 것이었다. 원작의 주요 캐릭터 - 캡틴 혼도, 짐 스트리트, 디컨 - 를 그대로 가져왔다. 원작에서 혼도 역을 맡았던 배우 스티브 포레스트(Steve Forrest)가 영화의 마지막, 특공대 차량을 운전하는 기사로 카메오 출연하고, 디컨 역의 로드 페리(Rod Perry) 역시 디컨의 아버지 역으로 등장한다. 2017년에 저스틴 린(Justin Lin), 숀 라이언(Shawn Ryan), 모리츠가 프로듀서를 맡은 TV 시리즈 <S.W.A.T> 역시 같은 세계관을 공유한다.

1997년경부터 영화화 논의가 시작됐는데 마이클 베이, 롭 코헨, 안톤 후쿠아, 마이클 만, 토니 스콧, 그리고 오우삼까지, 할리우드에서 한 액션 한다는 감독들이 다 물망에 올랐었다. 그 중 가장 네임벨류가 적었던 클락 존슨(Clark Johnson)이 최종적으로 메가폰을 잡게 된다. <분노의 질주>를 성공시킨 닐 H. 모리츠(Neal H. Moritz)가 프로듀서라 주인공 스트리트 역에 폴 워커, 디컨 역으로 빈 디젤이 캐스팅될 뻔 했다.미셀 로드리게스(Michelle Rodriguez)의 캐스팅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하면 될 듯. 각본 또한 <분노의 질주>를 쓴 데이빗 에이어(David Ayer)가 <겟 카터>의 데이비드 맥켄나와 함께 공동집필 했다.

LA에서 모든 분량을 찍었는데, 오프닝 은행 강도 장면은 1997년 북 헐리우드 총기 난사 사건을 본 따 연출했다.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할리우드에서 가장 인기 있는 로케이션 장소 중 하나인 6번가 고가도로에서 촬영했다. 비행기 탈출 장면의 촬영지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고려 지점은 고속도로 지선을 폐쇄할 수 있느냐 여부였다. 그래서 6번가 고가도로를 6시부터 오전 5시까지 봉쇄하고 촬영을 진행했다. 비행기가 착륙하는 장면은 CG지만, 이륙 장면은 실제로 찍었다.

음악은 <에일리언 3>,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배트맨 포에버>, <히트>를 작업한 엘리엇 골든탈(Elliot Goldenthal)이 맡았는데, 클라이맥스 스코어에서 원작 시리즈의 주제음악이 들릴 때 나도 모르게 소름이 돋았다. 특수효과는 리처드 도너 감독과 한 팀으로 움직였던 존 G. 벨류(Jon G. Belyeu), 시각효과는 Pixel Magic이 담당했다. 액션 시퀀스를 책임 진 세컨드 유니트 디렉터와 스턴트 코디네이터는 <트리플 X(Triple X)>(2002년), <U-571>(2000년)에 참여했던 M. 제임스 아넷(M. James Arnett)의 솜씨다. 198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전성기를 누렸던 액션감독이다. 격투를 디자인한 데이먼 카로(Damon Caro)도 기억해 둘 이름이다. 데이먼 카로는 잭 스나이더와 합을 맞춰 D.C의 <맨 오브 스틸>, <배트맨 대 슈퍼맨>, <원더우먼>, <저스티스 리그>의 세컨 유닛 감독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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