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봐서 나쁠 건 없는 영화(★★)

스타트랙(Star Trek : The Motion PIcture) 1979년 - 2부 노장의 귀환

by homeostasis 2024. 3. 21.
반응형

<스타트랙>1편은 TV 시리즈 종영 후 10년 만에 완성됐다. 그동안 핵심 배우 대부분은 중장년이 되어 버렸다. 윌리엄 샤트너를 위시한 오리지널 출연진은 나이로 인한 부담금을 토로했다. 스태프들은 배우들의 나이를 감추기 위해 온갖 카메라 트릭, 조명, 분장 등을 동원했다. <스타워즈>가 소년소녀들을 위한 영화라면, <스타트랙>1편은 태생부터 어른들의 이야기가 될 수밖에 없었다. 제독 계급의 커크(윌리엄 샤트너 / William Shatner)는 엔터프라이즈 호를 두고 후배이자 젊은 남성 덱커(스티븐 콜린스 / Stephen Collins)와 경쟁한다. 절체절명의 위기가 발생하자 커크는 경험 많은 자신이 더 적합한 리더라 판단한다. 본인의 커리어와 계급을 활용해 엔터프라이즈 호의 지휘권을 확보한다. 이제 막 캡틴이 되어 첫 출항에 들떠있던 덱커는 커크의 함장 복귀가 달갑지 않다. 늙은 남자와 젊은 남자가 벌이는 주도권 다툼이 영화를 흥미롭게 만든다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 세대 갈등

엔터프라이즈 호를 바라보는 커크의 눈빛은 매혹당한 사람의 그것이다. 지위와 나이 때문에 후방에 있었지만, 그가 진정 원하는 것은 엔터프라이즈 호 함장의 자리다. 비상사태가 발생하자 커크는 이것이 함장 복귀를 위한 절호의 챈스임을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지구를 구한다는 사명감은 명분에 불과했을지 모른다. 전함에 승선한 커크는 곧바로 함교로 향한다. 놀랍게도 과거의 동료들, 술루(조지 타케이 / George Takei), 파벨 체코프(월터 케이니그 / Walter Koenig), 우후라(니첼 니콜스/ Nichelle Nichols)가 아직 함교의 핵심 자원으로 근무 중이다. 커크를 바라보는 이들의 얼굴에도 반가움이 가득하다. 그들은 '이 멤버 그대로'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자기 자리를 지키려 할 것이다. <스타트랙>1편은 왕정복고이자 물러나길 거부하는 늙은이들의 집념이다.

커크의 복귀를 환영하는 오랜 친구들

커크의 첫 번째 미션은 아직도 본인이 캡틴인 줄 알고 있는 덱커에게 '왕의 귀환'을 고지하는 일이다. 기관실에서 출항 준비에 박차를 가하던 덱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불쾌감을 감추지 못한다. 덱커는 커크의 욕망을 감지한다. 그래서 더 공격적으로 커크에게 대든다. 커크는 자신의 리더십을 확고히 하기 위해 반항적인 덱커로부터 진심 어린 승복을 이끌어 내야 한다. 현 캡틴과 막 잘린 캡틴 사이의 갈등 장면은, 멀리서 안타깝게 바라보는 '스코티' 제임스 두한의 표정으로 완성된다. 스코티의 안타까운 눈빛은 관객으로 하여금 덱커와 커크를 동시에 이해하도록 만든다. 대사로 구구절절 설명하는 대신 로버트 와이즈 감독과 배우 제임스 두한은 미간 찌푸림 한 번으로 이 장면에 방점을 찍는다. 덱커를 연기한 스티븐 콜린스도 제 몫을 한다. 70년대의 대표적 금발 미남 로버트 레드포드를 떠올리게 하는 스티븐 콜린스의 이미지는 선배를 향한 오이디푸스적인 분노를 힘들이지 않고 표현해 낸다. 그는 노련한 윌리엄 샤트너의 맞수로 훌륭히 기능한다.

2. 불완전한 선체

엔터프라이즈 호는 리뉴얼이 한참 진행중이었다. 그것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한 출항을 하다 보니 크고 작은 사고가 연이어 발생한다. 이는 커크의 리더십을 불안하게 만든다. 첫 번째 사고는 과학장교 소낙과 항법사 로리의 사망 사건이다. 기지에서 엔터프라이즈 호로 전송되던 중 출력 이상 문제로 목숨을 잃게 된다. 부함장이 된 것도 억울한 덱커는 소낙의 사망으로 과학장교 역할까지 겸직하게 된다.

한편 비극적인 사고를 목격하고 비통해 하는 전송실의 여성 담당자는 다름 아닌 재니스 랜드다. 오리지널 TV 시리즈에서 커크의 부사관이었고, 미니 스커트 차림으로 전함 곳곳을 누비면서 통통 튀는 매력을 과시했던 인물이다. 배우 그레이스 리 휘트니(Grace Lee Whitney)가 팬서비스 차원으로 카메오 출연을 했다. 과거 해맑았던 모습만을 기억하고 있어, 커크가 그녀의 이름을 직접적으로 불러주지 않았더라면 그레이스 리 휘트니를 몰라볼 뻔했다. 그레이스는 <스타트랙 TOS> 시즌1에만 참여하고 하차했다. 고위 관계자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이후 스캔들을 덮으려고 해고를 당했는데, 이후 알코올과 마약 문제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윌리엄 샤트너는 오랜 시간 그레이스 리 휘트니와 연락하고 지냈는데, 영화판 출연 협상 때 레너드 니모이에게 그레이스를 돕자고 제안했다. 니모이는 스튜디오가 꺼려했지만 영향력을 발휘해 2일 촬영분의 카메오 역을 만들었다. <스타트랙> 후속 편이 만들어질 때마다 샤트너와 니모이의 그레이스 휘트니 챙기기는 계속 됐다.

3. 전체 조회

소낙의 순직 소식을 지휘부에 전달하고 침통한 표정으로 걸어 나온 커크는 전함 내부를 걷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지나가던 승무원에게 길을 묻는다. 엔터프라이즈 호에 관해서라면 모르는 게 없던 커크였다. 그는 이 순간 지금의 엔터프라이즈 호가 과거에 자기가 알던 전함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자각한다. 이 자각은 의심을 낳는다. 나의 결정이 과연 옳았던 것일까? 혹시 덱커가 나보다 캡틴에 더 적합한 사람은 아니었을까? 하지만 커크에게는 이런 고뇌마저 익숙하다. 커크 함장은 전 승무원을 한 곳에 불러 모아 현재 상황에 대해 전체 브리핑을 한다. 입실론9 기지와 연결해 미확인 비행체의 상황을 영상으로 확인하는데, 하필 이때 비행체의 공격을 받아 입실론9 기지가 참혹하게 파괴되는 장면을 보게 된다. 승무원 전체는 엔터프라이즈 호가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되었음을 깨닫는다. 커크 함장은 씁쓸한 표정으로 브리핑을 종료한다.

4. 맥코이

커크 함장이 엔터프라이즈 호를 지휘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존재가 있다. 바로 닥터 맥코이(드 포레스트 켈리(DeForest Kelley)와 스팍이다. 커크 함장은 감정과 낭만의 맥코이, 그리고 이성과 논리의 스팍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다. 그 둘이 있어야 커크도 기능할 수 있다. 이 시점에서 스팍은 멀리 벌칸 행성에 있기에 데려올 수 없다. 하지만 지구에서 은퇴 후 삶을 즐기던 맥코이는 불러올 수 있다. 커크는 다소 과격한 방식, 예비군 신분인 맥코이를 강제 징집하여 엔터프라이즈 호에 태운다. 전송되어 엔터프라이즈 호에 탑승한 맥코이는 길길이 화를 내는데, 군대에 다녀온 대한민국 남자라면 그의 분노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맥코이는 징집을 명령한 자가 오랜 친구 커크임을 알게 된다. 도와달라는 오랜 친구의 간청에 맥코이는 군말 없이 커크가 내민 손을 맞잡는다.. 

강제로 끌려온 맥코이에게 캡틴 커크가 도움을 요청한다

5. 아일리아

전송 사고로 죽은 두 명 중 한 명은 항법사였다. 그래서 새로운 항법사 아일리아가 승선한다. 아일리아(페르시스 캄바타 / Persis Khambatta)는 인간이 아닌 델타 행성의 외계인이다. 머리카락이 없는, 콘헤드 형태의 두상임에도 눈부신 미모를 자랑한다. 아일리아는 캡틴 커크에게 승선 신고를 하며 '순결 서약'을 마쳤다는 조금 뜬금없는 대사를 던진다. 영화에선 자세한 설명이 없지만 델탄(Deltan)은 엄청 강한 페로몬을 내뿜는다. 이 종족의 특성이 그렇다. 그래서 델탄 근처에만 가도 인간을 비롯한 다른 종족들의 성충동을 자극하기에 스타플릿 군인으로 근무하려면 순결서약이 의무다. '넘버 원' 덱커는 아일리아의 등장에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덱커와 아일리아는 한때 연인 관계였다. 둘 다 이동 근무가 많은 군인 신분이라 사랑을 오래 이어가지 못했지만, 아직도 애틋한 마음을 품고 있다. 

1965년 미스 인도 출신의 페르시스 캄바타는 <스타트랙>1편에서 육체적으로 가장 많은 고생을 한 배우다. 영화 때문에 삭발을 했고, 누드 출연을 강요하는 제작진과 밀고 당기기 끝에 자기 뜻(살색 타이즈로 대신)을 관철시켰다. 캄바타는 TV 시리즈 <스타트랙 2기>에 출연할 예정이었다. 5년 장기 계약을 맺었는데, 파라마운트가 막판에 드라마 제작을 취소하고 영화로 급선회하는 바람에 <스타트랙>1편에만 굵고 짧게 등장했다 사라진다.

6. 출항

엔터프라이즈호가 드디어 출항한다. 영화 시작 후 40분이 지난 시점이다. 커크는 태양계를 벗어나기도 전에 초광속, 워프 비행을 지시한다. 그러자 넘버 원 덱커와 기관장 덱커가 쌍수를 들어 말린다. 리모델링이 끝나기도 전에 출항한 터라 엔진이 불완정하다. 먼저 시뮬레이션부터 하고 속도를 높이자는 의견이다. 커크는 가볍게 이를 묵살한다. 아니나 다를까 워프 속도에 진입하자마자 웜홀에 빠지게 된다. 지금의 엔터프라이즈 호는 커크보다 덱커가 더 잘 안다. 함장의 고집 때문에 큰 일 나겠다고 판단한 덱커는 커크의 리더십을 훼손하면서까지 전면에 나서 상황을 수습한다.

웜홀에서 탈출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엔진 과부하로 멈춰 서 버린 엔터프라이즈 호. 작전 수행도 엉망이 됐다. 덱커를 따로 불러 '나와 경쟁할 생각하지 말라'며 크게 질책한다. 이때 맥코이가 나선다. '라이벌 의식을 품고 있는 것은 덱커가 아니라 너'라며 커크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커크는 비로소 엔터프라이즈 호를 소유하려 했던 자신의 욕망을 자각하고, 덱커에게는 넘버 원으로서 자신을 도와 달라 진심 어린 협조를 구한다.

7. 완전체

엔터프라이즈 호로 외교용 우주선 한 대가 접근해 온다. 뜻밖에도 그 안에 스팍이 타고 있었다. 스팍은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로 커크에게 승선을 요청한다. 비로소 커크, 맥코이, 스팍 - 오리지널 시리즈 때의 삼총사가 한 자리에 모인다. 5년 간 임무를 함께 수행했던 전우들이 반갑게 스팍을 맞이 하지만, 스팍의 냉정한 태도는 정이 뚝 떨어질 만큼 차갑다. 하지만 스팍은 스팍이다. 과학장교로 임명된 스팍은 엔진 결함을 한 시간여 만에 찾아내고 수리까지 완료한다. 

※ 3부로 이어집니다!!

Navigation - 스타트랙 1편

이전 글 : 1부 역전의 용사들

 

스타트랙(Star Trek : The Motion PIcture) 1979년 - 1부 역전의 용사들

이야말로 역주행의 아이콘이다. 60년대 말에 종영된 SF TV드라마가 70년대 재방송을 통해 '트래키(Trekkie)'라 불리는 열광적인 추종자들을 만들더니 1979년, 팬들이 고대해 마지않던 영화판까지 완성

egfilmarchive99.tistory.com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