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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봐서 나쁠 건 없는 영화(★★)

스타트랙(Star Trek : The Motion PIcture) 1979년 - 1부 역전의 용사들

by homeostasis 2024. 3.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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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랙>이야말로 역주행의 아이콘이다. 60년대 말에 종영된 SF TV드라마가 70년대 재방송을 통해 '트래키(Trekkie)'라 불리는 열광적인 추종자들을 만들더니 1979년, 팬들이 고대해 마지않던 영화판까지 완성된다. <스타트랙>1편은 1979년 12월 7일에 북미 개봉했다. 파라마운트(Paramount Pictures)가 제작과 배급을 맡았는데 44백만 불의 제작비로 세 배가 조금 넘는 1억 4천만불의 흥행 수입을 올려 영화 후속 편과 TV시리즈 <스타트랙 : 넥스트 제너레이션>으로 이어지는 프랜차이즈의 전성기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스타트랙1편의 포스터

기초 정보

감독은 로버트 와이즈(Robert Wise)가 맡았다. 이 분이 누구냐 하면 할리우드 뮤지컬 영화의 마지막 불꽃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사운드 오브 뮤직>을 연출한 장본인이다. 뮤지컬 전문 감독이 SF를? 고개를 갸웃거릴지 모르겠지만 RKO 편집실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스튜디오 시스템의 마지막 세대로 50년대 SF의 고전으로 평가받는 <지구가 멈추는 날(The Day the Earth Stood Still)>을 비롯, 스튜디오가 요구하는 온갖 장르, SF, 호러, 웨스턴, 필름 느와르를 가리지 않고 작업한 인물이다. 이 정도 커리어의 감독이라면 유치한 SF 프로젝트라 거절해도 이상하지 않을 텐데 뼛속까지 장르 영화 장인(匠人)이라 생각했는지 아무 두려움 없이 연출을 맡았다.

<스타트랙>의 창조자 진 로든베리(Gene Roddenberry)가 제작을 맡았고, 각본은 해럴드 리빙스턴(Harold Livingston)이라고 <6백만불의 사나이>, <미션 임파서블> 등 TV 시리즈 위주로 활동하던 작가가 썼다. 원래 파라마운트는 새로운 TV 시리즈를 기획하며 파일럿 각본을 수집 중이다가 <미지와의 조우>, <스타워즈>의 성공을 보고 영화 제작으로 급선회했다. 해럴드 리빙스턴으로선 이 시나리오가 그의 커리어 마지막 작품이 된다. 반면 이 영화로 장편영화 입봉 한 경우다. 있다. 80년대 존 카펜터의 파트너로 <괴물(The Thing)>, <뉴욕탈출(Escape from New York)>를 편집했던 토드 C. 램지(Todd C. Ramsay)가 이 영화로 데뷔를 했다.

촬영은 70년대 악명이 자자했던 영화 <만딩고>와 로랜스 캐스탄의 느와르 걸작 <바디 히트(Body Heat)>를 작업한 리처드 H. 클라인(Richard H. Kline)이 담당했다. 가장 수고가 많았을 프로덕션 디자인은 <딕 트레이시>를 작업했던 할리우드 미술 분야의 전설 해럴드 미켈슨(Harold Michelson)이 맡았는데 이 영화로 오스카 후보 지명을 받았다. 크레디트에 이름은 없지만 <블레이드 러너>, <미지와의 조우> 시각효과를 책임졌던 더글라스 트럼블(Douglas Trumbull)이 영화의 SF 장면들을 직접 연출했다고 알려져 있다. 영화의 음악은 7~80년대 가장 왕성히 활동했던 음악가 제리 골드스미스(Jerry Goldsmith)의 솜씨다.

사건 발발

스타플릿 외곽에 위치한 전진기지 입실론9은 클링온 전함 3대가 괴물체에 의해 파괴되는 순간을 관측하는 데 성공한다. 괴물체는 보랏빛 에너지 구름으로 뒤덮여 있어 정확한 형체도 파악할 수 없다. 하지만 그 위력은 측정불가할 만큼 대단하다. 클링온 전함의 광선포도 구름 안에선 아무 소용없고, 단 세 번의 공격으로 전함 세 척을 부숴버린다. 원샷 원킬이다. 입실론9의 관측병들은 괴물체의 항로가 정확히 지구에 맞춰져 있음을 알고 경악한다. 지구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3일!

영화의 첫 장면은 클링온 전함 3대가 우주를 비행하는 모습이다. 카메라는 다가오는 전함을 앞에서 찍다가 180도 회전하여 기체의 뒷편으로 이동, 멀어져 가는 순간까지 꼼짝 않고 지켜본다. 이 카메라워크는 <스타트랙>1편의 연출 스타일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TV 시리즈는 여러가지 이유(제한된 예산, 혹은 기술적 한계)로 특수효과 장면을 많이 넣지 못했지만, <스타트렉> 영화판은 엔터프라이즈 호를 비롯한 우주 전함, 우주 기지, 스타플릿 본부 등을 자세히 보여주는 데 승부수를 던졌다. 그래서 보통 영화라면 짧게 보여주고 넘어갈 설정 씬의 분량이 엄청 많다. 시퀀스를 구성할 때 공간이 먼저고 인물과 사건은 후순위로 밀린다. 그 결과 오프닝 장면 같은 경우 대단한 위기 상황이 그려지지만, 템포가 느려지다 보니 극적인 긴장감까지 느슨해져 버렸다.

공든 탑

오리지널 출연진 중 처음 등장하는 이는 스팍(레너드 니모이 / Leonard Nimoy)이다. 이 장면을 시작으로 TV 시리즈 속 캐릭터가 하나씩 소환된다. 반갑기도 하고, 10년이 얼마나 긴 시간인지 배우들의 얼굴 변화를 보며 깨닫는다. 그동안 스팍은 스타플릿을 떠나 '콜리나르' 수련에 매진해 왔다. 이제 긴 고통도 끝이 나고 마스터들로부터 인증을 받기 직전이다. '콜리나르'는 어떤 상황에서도 감정적으로 행동하지 않고 논리로만 사고하는,  영적 최고 경지를 뜻한다. 이 영광된 순간에 스팍은 본능적으로 오랜 동료들에게 닥칠 위기를 감지하는데, 스팍의 혼란스러운 마음을 인지한 마스터들은 인증을 취소해 버리고 만다. 이 장면을 보고 있으면 <스타트랙>에서 제일 고생 많이 한 배우가 레너드 니모이 같다. 벌칸인 분장에 이상한 옷을 입고 나와서 세상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어야 하니 말이다.  

커크의 복귀

스타트랙 중 스타플릿 기지 모습

미증유의 위기를 맞아 스타플릿 수뇌부들도 바쁘게 움직인다. 시간이 얼마 없는 상황에서 급히 가용할 수 있는 전함은 USS 엔터프라이즈 호 뿐이다. 현재의 캡틴은 전함 지휘를 처음 맡게 된 덱커(스티븐 콜린스 / Stephen Collins)! 출항 준비로 정신 없이 바쁜 엔터프라이즈호의 과학장교 소낙(존 라샤드 카말 / Jon Rashad Kamal)은 스타플릿 기지에서 뜻밖의 인물, 이제 제독이 된 제임스 커크(윌리엄 샤트너 / William Shatner)를 만나 크게 놀란다. 현장 지휘에서 손 땐 지 오래인 커크가 엔터프라이즈 함장으로 복귀하며, 예정된 날짜보다 크게 앞당겨진 12시간 뒤에 출동한다는 지시를 들었기 때문이다.

올드 패션 특수효과가 총동원된 스타플릿 기지 장면은 규모와 디테일, 모두 만족스럽다. 많은 사람이 오가는 와중 화면 저 멀리서 소형 수송선이 기지 내로 들어오는 장면이 컷트 없이 진행된다. 수송선의 문이 열리며 <스타트랙>의 영원한 캡틴 윌리엄 샤트너가 등장하는데, 이때 비로소 <스타트랙>이 시작되는 것 같은 아우라가 생긴다. 윌리엄 샤트너는 10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캡틴의 카리스마를 간직하고 있다.

엔터프라이즈 호

우주 정거장으로 전송된 커크는 옛 전우 스코티(제임스 두한 / James Doohan)와 반갑게 해후한다. 둘의 장면은 TV 시리즈 때 그대로다. 엔터프라이즈 호에 기술적 문제가 발생할 때, 커크는 빨리 해결하길 원했고, 스코티는 안전상의 이유를 들어 난색을 표하곤 했다. 하지만 스코티는 언제나 커크의 뜻에 따랐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상황이 전개된다. 12시간 안에 출격은 무리라고 목소리를 높이던 스코티는 커크의 간곡한 부탁에 어떻게든 해내겠다며 미소로 화답한다. 이제 소형정으로 갈아탄 커크와 스코티는 도크에서 보수 중인 엔터프라이즈 호로 향한다. 커크는 오랜만에 엔터프라이즈 호를 보고 형언할 수 없는 감회에 잠긴다.

로버트 와이즈 감독은 커크가 엔터프라이즈 호를 바라보는 이 시점쇼트가 <스타트랙> 영화판의 가장 핵심적인 장면 중 하나라 생각했던 모양이다. 무려 5분 동안이나 엔터프라이즈 호를 전후좌우, 멀리, 가까이, 꼼꼼하게 보여준다. 그 사이 황홀한 듯 바라보는 커크의 클로즈업 쇼트가 교차 편집되고, 제리 골드스미스의 스코어는 감정을 점점 더 고양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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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랙(Star Trek : The Motion PIcture) 1979년 - 2부 노장의 귀환

1편은 TV 시리즈 종영 후 10년 만에 완성됐다. 그동안 핵심 배우 대부분은 중장년이 되어 버렸다. 윌리엄 샤트너를 위시한 오리지널 출연진은 나이로 인한 부담금을 토로했다. 스태프들은 배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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