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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두번 봐도 재밌는 영화(★★★)

바나나 공화국(Bananas) 1971년 - 뉴요커의 중남미 저개발 국가 유람기

by homeostasis 2024.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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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작가 우디 앨런(Woody Allen)의 명성 - 지금은 모두가 언급하기 꺼려하지만 - 에 주눅 든 관객이라면 <바나나 공화국>이 좋은 입문서가 될 수 있다. 이 영화는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이 실컷 웃고 즐기면 된다. 직접 감독, 각본, 주연을 맡은 <바나나 공화국>은 넌센스 개그의 연속이다.  큰 웃음을 유발하는 개그가 적어도 3번은 있고, 날카로운 잽은 수도 없이 많다. 우디 앨런의 초기 영화들은 동시대 많은 코미디언에게 영향을 주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70년대 아시아에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홍콩의 '희극지왕' 허관문(許冠文 / Michael Hui Koon Man)의 영화들이다. 허관문과 그의 형제들이 만든 <미스터 부> 시리즈는 캐릭터(미워할 수 없는 속물), 현실 풍자, 구조(완결성 있는 시츄에이션 코미디를 켜켜이 쌓아올려 영화 한편을 만드는) 등 우디 앨런의 직접적인 영향권 아래에 있다.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바나나공화국의 일러스트 포스터

1. 라틴 아메리카

미국 정부는 냉전시대 라틴 아메리카의 공산화를 막겠다는 명분으로 이 지역 친미 우익 세력을 비밀리에 지원한다. 문제는 친미 세력들이 그 나라 민중의 입장에서 본다면 진정한 국가의 발전을 막고 국민들의 고혈을 뽑아 제 배만 채우는 나쁜 놈들이었다는 데 있었다. 미국이 부도덕한 정권을 지원 - CIA의 개입은 공공연한 비밀 - 한다는 비판이 안팎에서 제기 됐고, 라틴 아메리카의 정치 상황은 6~70년대 미국 진보 진영의 가장 중요한 의제 중 하나로 부각된다. <바나나 공화국>은 이 민감하고도 논쟁적인 이슈를 영화를 시작한다. 오프닝은 가상 국가 '산 마르코스 공화국' 대통령의 암살 장면이다. 불경스럽게도 미국의 스포츠 캐스터가 한 나라 대통령의 암살을 생방송으로 중계한다. 광장에 대통령이 등장하자 총성이 울리고, 캐스터는 성난 군중을 뚫고 죽어가는 대통령과 인터뷰를 시도한다.

하워드 코셀이 직접 출연해 죽어가는 대통령과 인터뷰를 시도한다

대통령의 숨이 끊어지자 캐스터는 암살의 배후, 독재자 바가스 장군((카롤로스 몬타반 / Carlos Montában)에게 마이크를 돌린다. 웃어야 할 지, 울어야 할 지 모를 이 장면에 실제 ABC 방송국의 간판 스포츠 저널리스트였던 하워드 코셀(Howard Cosell)이 등장한다. 우디 알렌은 미국 정부가 자국의 이익을 위해 다른 나라의 운명을 좌지우지 하고, 더 짜증나게도 대중들은 매스미디어를 통해 엔터테인먼트로 소비한다는 것을 지적한다. 

2. 문제적 인물, 필딩 멜리쉬

프롤로그 시퀀스가 끝나면 우디 알렌은 시침 뚝 떼고 평화로운 대도시 뉴욕의 일상으로 카메라를 돌린다. 영화의 주인공 필딩 멜리쉬는 대학을 중퇴하고 블루 칼러 직종에 종사하는 유대인 남자다. 부모님은 병원 의사인데 아들인 필딩은 바보에 가깝다. 보고 들은 게 있어 말은 번지르한데, 하는 행동은 파괴지왕, 꽝손의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낸다. 그의 주된 관심사는 여자다. 머리 속으로 필딩은 성적으로 강한 남성이길 꿈꾼다. 그러나 여자들은 필딩에게 곁눈길 한 번 주질 않는다.

영화의 초반부는 필딩 멜리쉬가 얼마나 한심스러운 인간인지 묘사하는 데 할애된다. 우리는 필딩이 신제품 프리젠테이션을 엉망진창으로 만드는 모습으로 그를 처음 만난다. 필딩이 시연하는 제품은 사무집기와 운동기구가 결합된 것으로, 바쁜 업무로 운동량이 부족한 중년의 회사 중역들을 위한 제품이다. 책상과 의자 곳곳에 스프링과 무게추가 달려있어 간단한 동작 - 서랍 열기, 의자 뒤로 물리기 등 - 만해도 근력 운동이 된다. 의기양양하게 시범에 나선 필딩은 얼마 지나지 않아 운동기구에 되려 제압당한다.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스>가 떠오르는 슬랩스틱 유머다.


필딩의 직장 동료들은 한결같이 근육질의 몸매다. 이런 대조가 고도 근시에 키 작은 필딩을 더욱 초라하게 만든다. 퇴근 후에 왕성한 성생활을 즐기는 동료와 달리 필딩은 넘치는 성욕을 포르노 잡지로 해소하려 한다. 그러나 서점에서 포르노 잡지 하나 사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남들 시선에 엄청 신경쓰는 필딩은 타임, 뉴스위크 같은 시사 주간지 사이에 포르노 잡지를 몰래 숨겨 계산대로 간다. 서점 주인은 필딩의 속도 모르고 계산 중에 포르노 잡지의 가격을 큰 소리로, 멀리 있는 점원에게 묻는다. 서점 고객들이 필딩을 다 쳐다보고, 그는 애처로운 미소로 낭패를 모면하려 애쓴다.

잡지를 사서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필딩은 건달들과 시비에 휘말린다. 건달들은 옆 자리 할머니를 괴롭히고, 성추행을 한다. 필딩은 눈 마주치지 않으려고 고개를 숙인다. 다음 역에 정차할 때 필딩은 기회를 틈타 건달들을 문 밖으로 밀어내는 데 성공한다. 용감한 행동을 한 자신이 너무 뿌듯한 필딩이 닫힌 문을 방패 삼아 차 밖의 건달들을 향해 턱 끝을 추켜 세우며 약을 올린다. 하지만 지하철은 출발하지 않고, 잠시 후 문이 열리며 건달들은 다시 지하철에 올라탄다. 필딩은 꼼짝없이 건달들에 포위 당한다. 건달 무리의 대장을 연기한 배우가 눈에 익다. 다름 아닌 무명 시절의 실베스터 스탤론(Sylvester Stallone)이다. 할리우드에 흔치 않은 감독 겸 배우 두 사람(우디 알렌과 실베스터 스탤론)이 한 프레임에 담겨 있는 순간은 본인들의 의지와 무관하게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았다.

실베스터 스탤론과 우디 앨런의 만남

3. 멜로

필딩에게도 사랑이 찾아온다. 그 상대방은 강성 진보 성향의 대학생 낸시(루이즈 래써 / Louise Lasser)! 산 미르코스 공화국(영화 속 가상국가) 시민 혁명을 지지하는 서명 운동을 위해 가가호호를 방문 중에 하필 필딩 아파트의 초인종을 누르게 되니, 보통은 문전박대하거나 시간 없다는 구실로 돌려 보내기 일쑤인 데 여자에 목 마른 필딩은 어떻게든 낸시와 대화를 이어가려고 애를 쓴다. 둘이 인연은 이렇게 시작되고, 필딩은 낸시의 마음을 얻기 위해 열혈 진보 투사로 변신하여 온갖 집회에 참석한다. 그의 노력은 결실을 맺어 꿈에도 그리던 낸시와의 동침에 성공하나...그게 화를 불러 와 낸시로부터 결별을 통보받는다.

나무가 무성한 공원에서 낸시는 헤어지자 하고, 필딩은 결별의 이유를 묻는다. 여자는 속 시원하게 본인 마음을 밝힐 수 없다. 서로 맞지 않는다, 나는 진보적 열정을 가진 남자가 좋다...알맹이 없는 답변을 내 놓지만 실상은 필딩과의 잠자리가 불만족스러웠기 때문이다. 우디 앨런은 이 지리멸렬한 남녀의 데이트를 너무나도 로맨틱한 톤으로 연출한다. 마빈 햄리쉬(Marvin Hamlisch)의 러브 테마와 바람에 일렁이는 나뭇가지, 남녀의 차분한 대화 톤, 롱 쇼트의 관조적 화면 등... 관객에게 따뜻한 감정 마저 불러 일으키는 이 시퀀스의 톤 자체가 한 편의 코미디다.

이별에 상심한 필딩은 낸시가 열성적으로 지지했던 산 마르코스 공화국으로 떠난다. 필딩이 부모님을 찾아가 자기 결심을 밝히는 장면은 영화에서 가장 웃긴 순간 중 하나다. 때마침 부모는 수술을 집도 중인데, 아들이 이름도 모르는 외국으로 떠난다고 하자 병원을 물려 받아야지 무슨 소리냐며 말린다. 필딩은 웃으며 나는 의사가 될 자질이 없다하자, 부모는 할 수 있다며 필딩에게 수술을 대신 시킨다. 마지못해 메스를 잡는 필딩과 수술 받던 환자가 눈을 뜨고 심각하게 오후6시에 저녁 약속 있는데 빨리 해 주면 안 되겠냐고 투덜대는 장면의 티키타카와 톤이 정말 웃긴다.

4. 정치 풍자?

필딩이 산 마르코스 공화국에 도착하며 영화는 2막으로 돌입한다. 이때부터 <바나나>는 본격적인 정치 풍자를 시도한다. 독재자 바가스는 국민의 삶에 아무 관심이 없고, 정적인 혁명군 지도자 에스포시토(야코보 모랄레스 / Jacobo Morales)를 죽이는 데만 혈안이 돼 있다. 양팔 저울 한 쪽에 바가스가 앉아 있는 동안, 국민들이 줄 지어 다른 저울에 바가스의 몸무게 만큼의 재물을 바치는 장면은 독재 정권의 본질을 정확히 포착한다. 미국인 필딩은 미국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위험에 처한다. 혁명군 자금의 대부분은 미국 진보 단체들의 후원금으로 충당된다. 바가스는 미국 내 혁명군에 대한 반대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필딩을 죽여 그 죄를 에스포시토(야코보 모랄레스 / Jacobo Morales)에게 돌리려 한다. 그러나 바가스의 의도와 달리 필딩은 죽기 직전 혁명군에게 구조된다. 필딩은 에스포시토의 살아있는 알리바이가 된다. 이후 어쩔 수 없이 혁명군 캠프에 합류한 그는 '혁명 투사'로 성장(?)한다. 후에 에스포시토는 바가스를 축출하고 새로운 대통령이 된다. 혁명이 성공하면 좋은 시절이 올 거라 믿었는데, 집권한 에스포시토 또한 미친 독재자로 변질되어 간다. 갑자기 스웨덴어를 국어로 지정하고, 광장에선 '반동분자'들에 대한 총살형이 집행된다. 사람들이 번호표를 받고 자기 집행 순서를 기다리는 장면은 우디 앨런이 휘두르는 풍자의 칼이 얼마나 예리한지를 보여준다. 

에스포시토의 폭정이 이어지자 혁명군 내부에서 반발 세력이 조성된다. 이들은 필딩을 대통령으로 추대한 뒤 군자금을 확보를 위한 미국 투어를 계획한다. 미국으로 돌아와 후원 캠페인을 돌던 필딩은 FBI에게 체포되어 반역죄로 체포된다. 필딩의 공판 과정에서도 우디 앨런의 모두 까기 비판이 이어진다. 다양한 인종, 연령층으로 구성된 배심원들은 재판 도중 사이 좋게 대마초를 나눠 핀다. CIA의 사주를 받은 증인이 재판정을 잘못 찾아 들어오기도 한다. 나중에는 에드거 후버가 직접 검찰 측 증인으로 나서는데, 이때 후보를 연기하는 배우는 흑인 중년 여성이다.

5. 스탠드 업 코미디

22년 3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윌 스미스가 크리스 락의 멘트에 격분해 뺨을 때린 사건에서 알 수 있듯, 스탠드 업 코미디는 정상인들이 감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는 농담, 조롱, 비꼼의 말들로 웃음을 만든다. 풍자와 혐오 사이에서 애매하게 줄타기를 한달까? 그래서 한국처럼 예의를 중시하고 금기가 많은 문화권에선 성장하기 힘든 장르다. 우디 앨런은 스탠드 업 코미디에서 출발한 사람이다. 영화 <바나나 공화국>에도 이 장르의 특징이 기저에 흐른다. 영화의 원제 'Bananas'는 '바나나 공화국(Banana Republic)' - 이 단어는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처럼 농산품으로 먹고 사는 중남미 저개발 국가를 무시하며 부르는 단어 - 에서 가져왔다. 그런데 뒤에 's'를 붙여 복수로 표현했다. 본인부터 시작해 마음에 안 드는 것들을 모조리 조롱하겠다는 선언이다. 

앞서 말했듯 우디 앨런은 본인 스스로를 먼저 조롱하며 '모두 까기' 한 판의 자락을 편다. 주인공 멜딩 펠리쉬는 이름부터 유대인스럽다. 유대인은 머리가 좋다는 인식이 있지 않나. 하지만 영화 속 우디 앨런은 '미스터 빈'과 비슷한 바보 캐릭터다. 금융업, 의사, 변호사 같은 직종이 아니라 몸 쓰는 일을 한다. 성적으로도 아주 취약하다. 영화에서 멜딩 펠리쉬와 관계를 맺는 여자들은 한결 같이 멜딩의 성적 능력에 실망한다. 그 다음 조롱 대상은 낸시로 대표되는 진보 성향의 20대 대학생 여성이다. 낸시는 진보 이념을 마치 유행하는 패션 아이템, 혹은 연예인처럼 대한다. 스노비즘에 절어있는 인물로 그린다. 영화는 중남미 독재 정권의 부도덕성 뿐 아니라 혁명 세력의 무능력, 교조적, 전체주의적 속성 또한 꼬집는다. 혁명 성공 이후 변질되는 에스포시토의 모습과 대량 학살 장면이 대표적이다. 미국도 깐다. 정의로운 척 하지만 CIA, FBI 등을 동원한 불법적인 여론 조작을 비웃는다. 매스 미디어와 여기에 무비판적으로 휩쓸리는 미국 대중도 깐다. 뉴스 리포팅이 시시때때로 영화에 끼어들고, 카톨릭 신부가 'New Testament Cigarrettes'이라는 제품을 광고하는 가짜 CF도 등장한다. 오프닝에 등장했던 스포츠 앵커 하워드 코셀은 영화의 마지막에도 등장해 맬딩과 낸시의 첫날밤을 권투 경기처럼 생중계한다. 

6. 악마의 재능

<바나나 공화국>의 코미디 대부분은 가면과 그 속의 실체를 까발리는 데서 나온다. 정의로운 척 하지만 음흉한 미국, 국민을 위하는 척 하지만 제 부를 축적하는 데만 혈안이 된 독재자, 민중 혁명이란 대의를 앞세우지만 결국은 또 다른 우상이 된 혁명가, 사회 정의를 외치지만, 실은 성적 만족 - 강한 남자를 원하는 여자 대학생 등을 향해 '모두 다 다 속물이야!' 라고 외친다. 이런 코미디는 뒷담화만 하다가 끝난 술자리처럼 공허함만 남긴다. <바나나 공화국>도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는데, 우디 앨런의 악마적 재능이 관객의 눈을 가린다.

낸시와의 이별 장면은 아무 것도 아닌 장면이지만, 남녀 사이의 대화에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마치 <애니 홀>, <맨하탄>을 예고하는 듯 하다. 배우의 정면 얼굴을 보여주다 상대방의 측면 얼굴을 배치하는 90도 쇼트 연결은 무슨 의미가 있는 것 같지 않지만 괜스레 아트 필름 같은 분위기를 조성한다. 갑자기 삽입된 필딩의 꿈 시퀀스도 마찬가지다. 코미디 장면의 수준도 높다. 영화의 중반부, 필딩은 혁명군에서 식량 보급 투쟁의 임무를 맡게 된다. 무장 병력을 이끌고 마을로 들어간 필딩은 뻔뻔스럽게 레스트랑에 들어가 어마어마한 양의 샌드위치를 주문한다.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 않냐 했다던 마리 앙투아네트의 말을 개그로 승화시킨 명장면이다. 잊을 만 하면 터져 나오는 슬랩스틱 코미디도 관객의 저항감을 줄이는 데 큰 역활을 한다. 정부 요인 납치 시도 중 필딩은 납치 대상 뿐 아니라 자기 편에게도 인정사정 없이 마취주사를 놓는다. 이때 경찰이 접근하자, 정신 잃은 사람들을 차에 간신히 기대어 세우는 필딩의 모습에 웃음이 난다. 이상하게 여긴 경찰이 접근하자 무너져 내리는 사람들을 따라 필딩 자기도 천천히 주저 앉는 장면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통할 코미디다.

<바나나 공화국>에서 정치, 사회, 문화적 코멘트를 걷어내고 보면 신경쇠약증에 걸린, 병약해 보이는 뉴욕 유대인 남자의 모험담으로 읽을 수 있다. 필딩이 만나는 여자들은 모두 다 성적으로 우위에 서 있다. 필딩은 낸시가 추앙해 마지 않던 혁명투사로 위장한 뒤에 그녀와 하룻밤을 갖는다. 필딩이 자기 정체를 밝히자, 낸시는 이렇게 말한다. "어쩐지, 뭔가 부족하다 했더니." 우디 앨런은 영화 속 무수한 인물 중 필딩 멜리쉬 - 자기 자신 에게만 연민의 시선을 던진다. 이 영화가 잘 만든 것 이상의 평가를 받기 힘든 이유다.

7. 영화 정보

<바나나 공화국>은 1971년 4월 28일에 북미 개봉했다. 우디 알렌의 세 번째 연출작이다. 유나이티드 아티스츠(United Artists)가 제작과 배급을 맡았는데 2백만불의 제작비로 6배 가량인 13백만불의 수입을 올렸다. 우디 앨런은 UA와 1980년대 후반까지 협력 관계를 유지했다. 아마존 스튜디오가 유나이티드 아티스츠, MGM을 인수한 덕분에 아마존 프라임이 우디 앨런의 초중기 영화들을 순차적으로 서비스하는 중이다. 

영화의 시나리오는 앨런의 고등학교 동창이자 오랜 파트너 미키 로즈(Mickey Rose)가 리처드 P. 파웰(Richard P. Powell)이 쓴 소설 <Don Quixote, U.S.A>을 참고해 완성했다. 낸시 역의 루이즈 래써와 우디 앨런은 1966년부터 4년간 실제 부부 였다. 하지만 <바나나 공화국> 제작 시점에선 이혼한 상태.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이즈 래써는 흔쾌히, 그리고 즐겁게 촬영에 응했다.

바가스 장군과 만찬 시퀀스에서 노인 연주자들이 악기 없이 빈 손으로 연주하는 척 하는 장면이 있다. 뭔가 심오한 뜻, 혹은 지적인 레퍼런스가 따로 있지 않을까 궁금했었다. 찾아보니 대여한 악기가 촬영 시점까지 도착하지 않아 그냥 이렇게 찍자 결정해서 완성된 장면이라고. 영화의 대부분 개그가 이렇게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만든 것이라고 하니 우디 앨런이 천재는 맞나 보다. 참, 그리고 AFI 선정 가장 웃긴 미국 코미디 영화 100선에서 69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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