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건전재정 달성을 위해 전년 대비 2.8% 증액된 규모의 24년 예산안을 확정 지었다. 2.8% 인상률은 최근 20년간 가장 낮은 수치라고 한다. 세입 감소가 가장 큰 원인이라는데 이는 현 정부의 감세 정책 때문이기도 하지만 경기가 그만큼 안 좋다는 뜻이다. 예년처럼 저상장을 걱정하는 것이 사치라 생각될 만큼, 당장 마이너스 성장, 소위 장기침체를 걱정해야 할 때다. 기업, 자영업자, 샐러리맨 모두에게 힘든 시기가 예상된다. 구직자들 또한 말할 것도 없다. 있던 일자리도 날아갈 판에 신규 취업의 경쟁은 더욱 치열할 것이다. 먹거리가 줄면 인심도 사납게 변한다. 서로 적을 만들어 상대를 공격하기 쉽상이다. 옆의 사람이 같은 사람이 아니라 경쟁자로 느껴진다. 저치가 없으면 그 몫이 나에게 돌아올 텐데 하는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여름의 감방생활이 겨울보다 힘든 게 감방의 열기로 인해 옆의 사람을 그 존재만으로 증오하게 된다는 신용복 선생의 글이 떠오른다.
요즘은 어디가서 정치 이야기를 쉽게 하지 못한다. 정치 고관여층이 많아졌고, 보수와 진보가 치열하게 다투고 있는 상황이라 그렇다. 포털 뉴스란은 차라리 전쟁터라 불러야 할 것 같다. 한 가지 사안에 대해 진보와 보수가 서로 다른 결론을 내리는 것을 넘어 상대를 '가짜 뉴스', '선동꾼'이라 죽어라 공격한다. 보수에게 진보는 속은 시커면서 겉으로는 도덕적인 체하는 위선자 집단, 좀 가면 공산주의자이고 간첩이고 반국가세력이다. 진보에게 보수는 탐욕스런 이기주의자, 어리석은 늙은이 집단이다. 여기서 좀 더 나가면 친일세력이고 매국자이며 결국 반국가세력이 된다.
지금의 세상은 이렇듯 자꾸 나와 너를 구분하려 한다. 모든 사안을 이분법적으로 가르고, 상대를 죽여야 나의 이익이 보장된다 외친다. 편을 가르고 맹렬한 전투가 벌어지면, 정말 중요한 질문과 답은 들을 길이 요원해진다. 역사적으로 대립과 분열은 언제나 기득권들이 자기 이익을 지키려할 때 사용하는 전가의 보도였다. 너와 나는 비슷한 점이 의외로 많다. 옆의 사람도 피와 살이 흐르는 같은 사람임을 우리는 시시 때때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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