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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w & then

에린 브로코비치에게

by homeostasis 2024. 1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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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과거 글을 보고

 아래는 2001년 1월, 20대 중후반 시절에 썼던 글이다. <에린 브로코비치>를 보고 영화 속 주인공에게 편지하듯 썼는데 지금 보니 유치하기 짝이 없다. 글에 담긴 생각 역시 얕다. 20여 년 전 내가 가졌던 이런 생각을 갖고 있었구나 싶어 새삼스럽다.

양성 평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같은 인권 감수성이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만큼 높아졌다. 역으로 여성 혐오 정서, 젠더 갈등 또한 격렬하게 표출되고 있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건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될 정도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앞으로 우리 사회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 쉽게 답을 찾을 수 없는 문제지만 최소한 인간이 성별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명제에는 다들 동의하지 않을까?

 

2. 에린 브로코비치 에게

한때는 순진한 꼬마였던 시절도 있었겠지? 넌 참 굴곡진 인생을 살았어. 2번 이혼한 경력에 3명의 아이, 그리고 예금 잔고 42달러... 그럼에도 너는 미국 역사상 최대 배상금을 받아낸 소송의 주인공이 되었지. 이런 당신을 두고 누군가는 진정한 영웅, 누군가는 사기꾼이라고 했어.

우연히 취직한 법률사무소에서 허드렛일을 하던 너는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평범한 부동산 계약에서 오염물질을 함부로 취급한 P&G의 부도덕한 행위를 간파했고, 모른 척할 수 있었는데 대기업과 맞서 싸우기로 결심했어(전말이 궁금하면 직접 영화를 보면 될 테고) 난 네가 해낸 일보다 끝까지 포기 않고 달려든 그 베짱과 끈기에 감탄했다. 명문 법대를 나온 변호사들에 지지 않고, 소송인들에 대한 사랑과 배려를 무기 삼아 끝내 재판에서 승리를 이끌어 냈어.

그런데 잠깐! 너가 밖에서 일할 동안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고, 힘들 때 함께 있어 준 남자 친구에 대한 고마움을 잊어선 안 되겠지? 그가 없었다면 당신이 일에 전념할 수 있었겠어? 보통 이런 캐릭터는 여성의 몫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남자를 잘 만난 것 같다.

하여튼 부부 중 한쪽은 가정을 위해 희생해야 하는데 그런 일 없이 개인 커리어와 가사, 육아를 무리 없이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게 가능하려면 돈이 많거나, 사회복지 시스템이 잘 갖춰져야 할 거 같어. 한국에 사는 보통의 나에겐 아직 먼 남의 나라 이야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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