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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두번 봐도 재밌는 영화(★★★)

마영정(馬永貞 / The Boxer from Shantung) 1972년 - 1부 어느 산동 청년의 비극

by homeostasis 2023. 5.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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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영정>은 할리우드 갱스터 장르를 20세기 초 상해로 가져왔다. 마영정은 대도시 상해의 가장 미천한 자리에 있던 남자다. 그가 싸움 실력 하나로 모두가 우러러보는 보스의 자리에 오른다. 장르의 법칙은 정상에 오른 마영정에게 비참한 추락을 예고한다. 18분가량 지속되는 클라이맥스 액션 장면은 제우스의 형벌로 영원히 고통받는 프로메테우스를 떠올리게 한다.  

 

1. 기초 정보

<마영정>은 1972년 2월 11일 개봉했다. 장철(張徹 / Chang Cheh)과 포학례(鮑學禮 / Pao Hsueh Li)가 공동으로 연출했다. 시나리오는 이례적으로 장철 본인이 예광(倪匡 / Ni Kuang)과 함께 작업했다. 대규모 액션장면 때문인지 쇼브라더스 1진 무술감독 당가(唐佳 / Tong Kai)와 유가량, 유가량의 동생 유가영(劉家榮 / Lau Kar Wing), 진전(陳全 / Chan Chuen), 이렇게 총 4명의 무술감독 크레디트를 받았다. 오프닝 시퀀스의 박력 넘치는 스코어는 스무 살의 젊은 음악가 진훈기(陳勳奇 / Frankie Chan Fan Kei)의 솜씨다. 그리고 훗날 <영웅본색>으로 장철보다 더 유명한 감독이 될 오우삼이 조연출로 참여했다. 영화는 <맹룡과강>, <정무문>, 이한상의 <대군벌>, <14인의 여걸>, <풍월기담>에 이어 1972년 홍콩 흥행 6위를 차지했다. 이소룡과 이한상에 밀린 것은 그렇다 치는데 섹스 코미디 <풍월기담>보다 밑이라는 점이 장철의 시대가 서서히 저물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2. 마영정

공사판의 하루 일과가 끝나면 오갈 데 없는 날품팔이 노동자들은 비좁은 공동 숙소에서 지친 몸을 뉘인다. 공동 숙소를 이용하는 사람 대부분은 돈을 벌기 위해 상해로 흘러온 타지인들이다. 숙소 사장이 잠 자던 소강북(정강업 / 鄭康業 / Cheng Kang Yeh)을 핍박하자 옆에 있던 마영정(진관태 / 陳觀泰 / Chen Kuan Tai)이 참지 않고 항의를 한다. 사장은 마영정을 비천한 산동 놈이라 욕하고, 이 말에 마영정의 눈이 돌아간다. 그래서 큰 싸움이 벌어진다. 마영정은 정강업을 데리고 숙소를 나온다. 이때 화면 원경으로 숙소 주인이 상해에서 저 성질대로 살면 언젠가 객사할 거라 저주를 퍼붓는다. 이는 마영정의 운명을 정확히 예언하는 대사다.

무협 영화에서 장철의 주인공들은 풍류를 즐기는 고귀한 존재였다. 하지만 마영정은 다르다. 장철의 카메라는 난생 처음 빈민의 삶을 비춘다. 갱스터 장르를 선택한 순간부터 예정된 것이다. 이 장르는 태생이 도시 빈민의 삶에서 출발한다. 주인공이 범죄에 빠지는 이유, 그리고 파멸의 이유가 모두 하나다. 부자가 되고 싶다는 욕망, 계급 사다리의 맨 끝에 오르고 싶다는 욕망 때문이다. 마영정은 누구에게라도 당당한 사람이고 싶지만 현실은 그의 욕망을 배반한다. 당장 아침 사 먹을 돈도 없어 서강북의 신세를 진다.

 

3. 이상향

마차를 광나게 닦는 일을 얻게 된 마영정이 또 한 번 소동에 휩싸인다. 기존의 마부들이 신참 마영정과 소강북을 천민 대하듯 하자 발끈한 것이다. 이때 누군가 싸움 중인 마영정을 관찰한다. 그는 마차의 주인이자 상해 암흑가의 이름난 보스 담사(강대위 / 姜大衛 / David Chiang Da Wei)다. 담사는 마영정의 배포를 마음에 들어 한다. 직접 싸움을 걸어 실력을 겨루는데 담사와 마영정은 서로에게 강한 인상을 받는다.

마영정(1972)의 한 장면으로 강대위의 사진

강대위는 특별출연 정도의 분량임에도 등장하자마자 영화 전체를 집어삼킨다. 장철이 혼신의 힘을 다해 강대위의 매력을 찍어내고 있기에 버텨낼 재간이 없다. 담사를 이렇게까지 멋지게 묘사한 이유는 그가 스토리에서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영정은 담사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그의 세련된 패션, 간지 나는 라이프 스타일(파이프 담배를 즐기는 데 절대 직접 불을 붙이는 법이 없다. 그것은 부하들의 몫이다), 화려한 마차(요즘으로 치면 멋진 스포츠카 정도 될려나)에 매혹된다. 담사처럼 되고 싶다는 욕망이 마영정으로 하여금 본격 범죄자의 길을 걷게 한다. 이후 마영정은 담사처럼 마차를 구매하고, 파이프 담배를 손에서 놓지 못한다.

※ 2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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