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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두번 봐도 재밌는 영화(★★★)

마영정(馬永貞 / The Boxer from Shantung) 1972년 - 2부 신분상승의 사다리

by homeostasis 2023. 5.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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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사처럼 되고 싶은 욕망이 마영정을 상해 암흑가의 전쟁 한가운데로 이끈다. 위험이 닥치면 피해야 정상인데 마영정은 도리어 위험을 향해 달려간다. 돌파하거나 나가떨어지거나 둘 중 하나, 모 아니면 도인 행보가 얼마나 지속가능한 것일까. 그걸 알기에 더 활활 타오르는 삶, 그게 마영정이 사는 법이다.

 

1. 다관(茶館)

상해 암흑가는 늙은이 양쌍(강남 / 姜南 / Chiang Nan)과 젊은 담사가 자웅을 겨루는 형국이다. 양쌍에게는 사패왕이라 불리는 네 명의 수족들이 있다. 그중 범하근(풍의 / 馮毅 / Fung Ngai), 장금발(곡봉 / 谷峰 / Ku Feng), 이재춘(전청 / 田靑 / Tin Ching) 3인을 보내 담사 구역의 찻집을 뺏으려 한다. 담사 때문에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마영정은 우연히 찻집에 갔다가 사패왕과 정면 충돌한다.

장철 감독은 이 장면에서 악명이 자자한 도끼파의 수법을 공들여 묘사한다. 쇼브라더스 영화에서 선역, 악역을 가리지 않고 연기한 배우 곡봉과 무술배우들이 ‘마영정’ 진관태를 포위한 후 소매에 숨겨놓은 도끼를 하나씩 꺼내 쥔다. 손도끼로 나무가 아닌 사람을 찍을 생각이니 흉악한 싸움이다. 마영정은 타고난 강권(鋼拳)으로 방심한 사패왕 3인을 차례대로 꺾는다.

장금발은 도끼를 들고서도 맨 주먹의 마영정에게 맥을 못춘다. 칼 잘 쓰는 이재춘은 칼 든 팔이 부러지고, 주먹이 장기인 범하근은 마영정과 주먹을 부딪혔다 뼈가 부러진다. 무명의 권사가 사패왕 중 3인을 물리치니, 찻집의 사람들은 절로 마영정 앞에 고개를 숙인다. 손님들에게 풍악을 제공하는 미모의 악사 금영자(정리 / 井莉 / Ching Li)는 마영정을 의협심 넘치는 영웅으로 추앙한다. 상해 바닥에 마영정에 대한 소문이 퍼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산동 출신이라 무시했던 공동숙소의 사장은 마영정에게 제일 윗층, 단독 침소를 내어 준다. 마영정은 마다하지 않고 계단을 오른다. 장철 감독은 그 모습을 오랫동안 카메라로 잡는다.   

마영정의 뮤즈 정리
마영정을 흠모하는 금영자(정리)

2. 승승장구

실존인물 마영정은 1840년생으로 추정되며 청조말 상해에서 무술가로 명성이 자자했다. 한국에서 김두한을 주인공으로 한 협객물이 유행했던 것과 같이 마영정 또한 소설, 영화 등으로 극화되어 중국인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때 항상 빠지지 않는 에피소드가 마영정이 서양 선수와 격투기 시합을 벌여 이긴 일이다. 청조말, 만국초 상해가 배경인 무술영화는 반드시 서양인과 중국 무술인 간의 대결을 그린다.  이 영화에서도 러시아 레슬러와 싸우는 장면이 많은 분량을 차지한다. 그러나 장철 감독은 마영정을 민족의 영웅으로 만드는 데 아무런 관심이 없다.

대결 이후의 장면이 훨씬 흥미롭다. 러시아인을 이겨 받은 돈으로 마영정은 담배 파이프부터 먼저 산다. 이것은 담사의 트레이드 마크다. 마영정이 파이프 담배를 물고 돌아다니자 찻집 인근 상인들이 자진해서 보호비를 바친다. 원래 담사의 나와바리다. 그러나 양쌍과 전쟁이 길어지자 여기가 권력의 공백상태가 되어 버렸다. 담사는 양쌍이 이곳을 차지하는 것보다 호의적인 관계를 갖고 있는 마영정이 갖는 게 훨씬 이롭다. 담사의 배려로 이 지역의 '형님'이 된 마영정은 담사의 것과 흡사한 마차를 산다. 담사가 마처에 '담'자를 새긴 것처럼 마영정의 마차에도 '마'자가 찍힌다. 남몰래 마영정을 흠모해 온 금영자는 정작 그가 많은 사람 위에 군림하는 '형님'이 되자 외면을 한다. 영웅인 줄 알았는데 일개 불량배에 지나지 않았다는 실망이다. 여기서 한발 더 나가 금영자는 마영정을 마치 죽은 사람 보듯 한다. 장르의 법칙에 따르면 보스가 되는 순간 마영정은 이미 죽은 사람이나 다름없다. 그만 모르고 있을 뿐이다.

※ 3부에서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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