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난관을 뚫고 소림 고수가 된 삼덕은 고향으로 돌아가 처절한 복수를 시작한다. 모든 복수극은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변주다. 유유덕이 에드몽 단테스고, 소림무공을 얻은 삼덕은 백만장자로 거듭난 몬테크리스토 백작이다.
1. 삼절곤을 발명하다
기초 훈련을 끝낸 삼덕은 빠른 속도로 권(拳), 퇴(腿), 곤(棍)법을 습득해 나간다. 각 방의 주지 스님들은 삼덕의 놀라운 진보에 흐뭇함을 감추지 못한다. 음악 역시 환희에 가득 찬 멜로디로 삼덕의 진보를 축하한다. 원화평의 아버지이자 쿵후 시네마 역사에 길이 남을 '괴짜 사부' 캐릭터를 창조한 원소전(袁小田 / Simon Yuen Siu Tin)이 권방의 주지로 등장해 <취권>, <사형도수>를 기억하는 팬들이라면 반색할 것이다.
한편, 방장 스님은 단 5년 만에 소림 35방의 무예를 통달한 삼덕을 크게 치하한다. 삼덕은 35방 중 원하는 곳의 부지주 자리에 오를 수 있다. 항상 삼덕을 견제하던 계율원 주지가 이의를 제기한다. 자신을 이겨야 비로소 부지주가 될 수 있는 자격이 있다는 주장이다. 감독 유가량은 삼덕과 계율원 주지의 대결을 연달아 세 번 배치한다. 이 대결은 최종 관문과 같은 역할을 한다. 두 사람은 각자 무기를 들고 싸운다. 유가량은 무술감독 시절부터 병장기에 특별한 애정이 있었다. 검은 기본이고 철퇴, 곤, 톱날이 달린 원반 등 다양한 무기를 영화를 통해 선보였다. 일본 사무라이 액션을 카피하던 홍콩 무협 영화가 고유의 스타일을 확립한 데는 유가량의 공이 크다.
첫 번째 대결에서 삼덕은 계율원 주지의 팔참도에 맞서 봉을 선택한다. 계율원 주지는 휘두르는 봉의 궤적 안으로 재빨리 파고들어 여러 번의 공격을 성공시킨다. 만약 실전이었다면 삼덕의 몸은 피범벅이 되었을 것이다. 삼덕은 자신의 실력이 한 수 아래임을 인정하고 물러선다. 이때부터 삼덕은 식음을 전폐하고 팔참도 파훼법을 연구한다.
고민 끝에 삼덕은 월아산(月牙鏟)을 선택한다. '수호지' 노지심의 트레이드 마크로 널리 알려진 월아산은 초승달 모양의 칼날이 있어 이것을 고리처럼 이용해 팔참도를 막을 생각이다. 하지만 실전에 들어가자 삼덕의 의도대로 싸움이 진행되지 않는다. 계율원 주지는 이를 예상한 듯 월아산이 접근하면 팔참도를 빠르게 돌려 회피한다. 삼덕은 두 번째 대결에서도 패배한다.
홀로 대결을 복기하던 삼덕이 월아산으로 대나무를 찔렀다가 뜻밖의 영감을 얻는다. 그리하여 탄생한 것이 삼절곤이다. 삼절곤은 상대가 그 공격을 막아도 '절(節)' 때문에 이차 타격이 가능하다. 삼덕은 직접 고안한 삼절곤으로 계율원 주지와 맞서 드디어 승리의 기쁨을 맛본다. 계율원 주지 역시 2번의 패배에도 좌절하지 않고 한단계 성장한 삼덕을 무인으로서 존중하게 된다.
이 대결 시퀀스는 액션으로 보자면 사실상의 클라이맥스라 해도 무방하다. 유가휘의 상대 역을 한 이해생은 홍콩 영화 팬이라면 너무나 익숙한 얼굴일 것이다. 1941년생인 이해생은 엽문과 초윤(招允)으로부터 직접 영춘권을 전수받은 인물이다. 그가 유가휘와의 대결에서 팔참도를 든 것은 영춘권 고수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낸 것. 참고로 감독 유가량은 황비홍 → 임세영 → 아버지 유담으로 이어지는 홍권의 고수다.
2. 36방을 창시하다
삼덕은 절망의 시대에 희망이 필요하다며 속세 사람들에게 소림 무술을 전수하는 36방의 창설을 주장한다. 방장은 소림의 규율과 어긋난다는 이유를 들어 삼덕에게 탁발의 벌을 내린다. 이 조치는 사실상 삼덕의 속세에서의 활동을 승인한 것. 삼덕은 7년 만에 고향 광저우로 향한다.
삼덕이 처음 만난 속가제자는 홍희관(우양 / 于洋 / Henry Yu Yang)이다. 부모님이 묻혀 있다는 동쪽 묘지를 찾은 삼덕은 동지들의 시체를 수습하러 왔다가 당삼요에게 붙잡힌 홍희관을 만난다. 홍희관이 거의 죽기 직전, 삼덕이 나타나 당삼요의 발차기를 퇴법으로 차단하는데, 이 장면의 슬로모션은 참으로 절묘한 리듬으로 영웅 삼덕의 등장을 알린다.
당삼요는 이제 삼덕의 상대가 아니다. 삼덕은 무섭게 찔러 들어오는 당삼요의 창을 맨손으로 붙잡는다. 당삼요가 창을 회수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도 삼덕의 악력을 당해낼 수 없다. 졸개들의 비도 공격 또한 무위에 그친다. 소림사에서 동체시력을 단련한 것이 큰 도움이 된다. 홍희관은 승려 신분인 삼덕을 대신해 당삼요를 칼로 수십 번 내리쳐서 죽인다.
3. 복수의 완성
홍희관의 소개로 삼덕은 대장장이 동천근(吳杭生 / Ng Hong Sang), 대나무 장사꾼 육아채(서소강 / 徐少强 / Norman Tsui Siu Keung), 방앗간을 하는 술주정뱅이 용미육(왕우 / 汪禹 / Wong Yu)을 스카우트한다. 삼덕은 이들과 함께 천달 장군의 암살을 계획한다. 당삼요의 죽음으로 신경이 날카로운 장 장군이 우선 타깃이 된다. 성 남문 앞에서 평민을 공개 처형하던 장 장군 앞에 삼덕이 나타난다. 관병 수십 명에게 둘러싸여도 여유만만하다. 관병들이 힘차게 지르는 창을 삼덕이 여유롭게 파하는 동작은 이것이 약속된 안무라 할지라도 위험천만해 보인다. 장 장군은 결국 자기편이 찌른 창에 맞아 죽음을 맞이한다.
남은 것은 천달 장군뿐이다. 백주 대낮에 삼덕과 광주 5인방의 거사가 시작된다. 일찍이 은 장군이 실패한 일을 삼덕이 마무리하는 격이다. 말을 탄 천달이 성문을 통과할 때 그 위로 새하얀 밀가루가 무수히 쏟아지고, 일대 혼란 속에 삼덕이 나서 천달을 유인한다. 자신의 무술 실력을 믿고 천달이 혼자서 삼덕을 추격한다. 그리하여 멀리 바다가 보이는 산 언덕에서 삼덕과 천달의 일 대 일 대결이 시작된다. 천달의 쌍칼에 맞서 삼덕은 삼절곤을 꺼낸다. 삼절곤으로 쌍칼을 모두 회수해 버린 삼덕은 벼 타작하듯 천달의 등을 후려친다. 최종 카운터 어택은 삼덕의 박치기다. 소림사로 돌아간 삼덕은 36방을 열어 홍희관, 동천근, 육아채, 용미육 등에게 무공을 전수한다. 이로써 <소림36방>은 광동의 로컬 히어로 홍희관, 방세옥, 황비홍으로 이어지는 홍가권 탄생의 프리퀄로 마무리된다.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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