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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두번 봐도 재밌는 영화(★★★)

소림36방(少林三十六房 / The 36th Chamber of Shaolin) 1978년 : 3부 육체의 단련, 도전과 실패

by homeostasis 2023. 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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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막은 유유덕이 소림사에서 무술 훈련 받는 과정을 그린다. 쿵후 영화는 트레이닝 세션이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한다. <소림36방>에서도 훈련 과정을 지켜보며 관객은 주인공 유유덕과 하나가 된다. 무술에 문외한이었던 유유덕은 고된 기초 체력부터 시작해 하나씩 관문을 클리어하고 레벨 업 해나간다. 애벌레가 번데기를 거쳐 화려한 나비로 탈피하는 것처럼, 철부지 유유덕은 소림 고수 삼덕으로 거듭난다. 1976년작 스탤론의 <록키>부터 1978년 <소림36방> 등의 홍콩 쿵후영화는 남자들에게 계속하여 같은 메시지를 전한다. 인내, 끈기, 가혹한 수준의 신체단련을 통해 스스로를 증명해라! 

소림36방 팔힘 수련

 

1. 삼덕이 되다

체포의 공포와 굶주림을 견디며 소림사를 향한 고난의 행군을 이어가는 유유덕! 소림사 아래 마을에 겨우 도착했을 때 거지나 다름없는 몰골이 되어 있다. 주막 주인의 배려로 유유덕은 식재료를 실은 수레에 몸을 숨겨 소림사 경내로 들어간다. 지금으로 따지면 반정부활동을 벌였던 자라 유유덕의 처분을 두고 스님들 사이에서 격론이 벌어진다.

계율원 주지(이해생 / 李海生 / Lee Hoi Sang)는 속세의 일에 관여할 수 없다며 유유덕을 반대한다. 정치범을 받아주면 이곳이 피난처가 되고, 결국 소림사에 재앙으로 돌아올 것이라 염려한 것이다. 반면 방장 스님(호굉달 / 胡宏達 / Woo Wang Daat)은 적극적인 현실 참여를 주장하며 유유덕을 품어준다. 결국 머리를 깎은 유유덕은 삼덕(三德)이란 법명을 얻고 중이 된다. 영화는 여기서 1년 후로 점프한다.

여느때와 같이 절마당을 청소하던 삼덕은 갑자기 정신줄을 놓는다. 무술 배우러 소림사에 왔는데 1년 동안 빗자루질만 하고 있어 현타가 왔다. 안부를 묻는 사형에게 "저는 무술을 배울 수 없는 것입니까?" 용기 내어 묻는다. 사형 스님은 뜻 밖의 대답으로 삼덕을 아연실색케 한다. "배울 수 있지. 그런데 왜 이제서야 무술을 배우고 싶다 말하는 것이야?" 삼덕은 너무나 내성적인 자신을 탓할 수 밖에 없다.

 

2. 기초 훈련

무공을 배우고자 하는 승려는 총 35방의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초보자 삼덕은 어서 빨리 고수가 되고 싶은 마음에 가장 상위 레벨 '정방(頂房)'을 찾았다가 그곳 주지 스님에게 장풍을 맞고 쫓겨난다. 이 방은 무공을 다 익힌 고수가 불교의 도리를 탐구하는 곳이었다. 초보자가 여기 문을 열었으니 불호령이 떨어져도 할 말이 없다. 급 겸손해진 삼덕은 머리를 조아리며 가장 낮은 단계, 35방부터 수련을 시작한다. 이제부터 삼덕은 학대나 다름없는 육체적 고통을 견디며 고급 무공을 익히기 위한 기초체력을 다진다. 

배우 유가휘는 코미디에도 재능을 보인다. 1막의 원한, 복수심 가득한 모습에서 2막의 삼덕은 어리숙한 초보자로 변한다. 잔꾀를 부렸다가 사부에게 혼나기도 하고, 어려운 과제 앞에 온 몸 던지는 투혼도 보여준다. 유가휘 덕분에 삼덕을 더욱 응원하게 된다. 각 방의 기묘한 훈련코스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재미 요소다.

 

3. 반당(飯堂)

35방 중 가장 아래의 반당은 부력과의 싸움이다. 소림사 식당 앞에 수로가 있다. 밥을 먹으려면 반드시 수로를 지나가야 한다. 그런데 징검다리 대신 나무 조각을 묶어 만든 부표를 딛고 가야 한다. 부표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밟으면 미끄러질 수 밖에 없다. 삼덕은 이걸 못넘어 물에 빠진다. 밥도 못 먹는다. 더 억울한 것은 여길 통과하지 못할 시 설겆이도 해야 한다.

겨우 첫 단계를 돌파했는데, 반당의 담담 스님이 더 어려운 과제를 낸다. 이제 나무 묶음으로 된 부표가 아니라 장작 하나를 딛고 건너가야 한다. 면적이 줄어 부력이 약해진다. 사람이 서 있을 수 없을 정도다. 여길 통과하려면 마치 물수제비 뜨듯 절묘한 속도와 타이밍으로 장작을 밟아야 한다. 삼덕은 밥 한 술 뜨겠다는 일념에 밤낮으로 연구를 거듭하다 미션 클리어에 성공한다.

 

4. 비력방(臂力房)

34방은 팔힘을 기르는 곳이다. 17세기 소림사의 최첨단 세탁시스템을 볼 수 있다. 승려가 물통을 들고 높다란 구조물 위로 올라가 물을 아래로 쏟는다. 그러면 밑에서 잡일하는 승려들이 빨래를 한다. 물줄기가 끊어지지 않게 수련하는 승려들이 계속 물을 날라야 한다. 물통 두 개를 양손에 들고 가는데 이때 팔은 몸과 정확히 T자를 이루어야 한다. 물의 무게 때문에 팔이 내려오면 이두근쪽에 찬 칼날이 옆구리를 찌른다. 계속된 수련 끝에 삼덕은 물통 두개를 들고 다른 수련승을 도와 줄 정도의 경지에 오른다.

 

5. 완력방(腕力房) 

손목힘을 단련하는 코스다. 긴 대나무 장대에 무거운 쇠추가 달려 있다. 이걸 들고 주지스님의 목탁소리에 맞춰 종을 쳐야한다. 처음에 손목이 붓고, 장대를 놓치기 일쑤였던 삼덕은 결국 유로댄스 버금가는 Bpm의 목탁 리듬에도 거뜬히 종을 친다.

 

6. 목력방(目力房) 

70년대 홍콩 액션 영화에 비열한 악당으로 자주 출연했던 배우 강남(姜南 / Chiang Nan)이 괴짜 느낌의 목력방 주지로 등장한다. 이번 방은 동체시력을 기르는 곳이다. 삼덕은 고개를 돌리지 않고 오직 눈만으로 거울에 비치는 촛불을 따라가야 한다. 잘못해서 고개까지 돌리면 향에 얼굴이 닿는다. 삼덕은 목력방 주지로부터 이제껏 이 방을 거친 자들 중 최고라는 찬사를 듣게 된다.

 

7. 두력방(頭力房)

기초 훈련방 중 가장 무식한 방법으로 수련을 시킨다. 머리로 돌, 쇠붙이 등이 들어있는 자루를 들이박아 두개골을 단련한다. 삼덕도 거의 포기할 뻔 하다 여기가 기초훈련의 마지막 관문이라는 소리에 겨우 힘을 낸다. 두력방을 끝으로 삼덕은 기초 트레이딩 코스를 끝낸다. 소림사 최단기 기록(25개월)을 세운 삼덕에게 소림방장은 관리자 보직을 주며 치하한다.

※ 4부에서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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