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하(柳在夏 / Yoo Jae-Ha) - 사랑하기 때문에 : 1부 아주 특별한 사랑 이야기

이 앨범을 사려고 동성로 어느 레코드점으로 정신없이 걸어가던 일요일 오전이 생각난다. 언제부턴가 라디오에서 낯선 이름의 뮤지션의 사망 소식과 그가 부른 <사랑하기 때문에>가 흘러나왔다. 동시에 <지난 날>도 자주 플레이 됐는데, 작년 여름 뉴진스팬들이 <Attention>파와 <Hype boy>파로 나눠졌던 것처럼 나는 <지난 날>에 꽂혔다. 상쾌한 멜로디의 건반 연주는 그때까지 한국 가요에서 듣지 못했던 것이었다. 노래를 듣다 보면 아름다운 로맨스 영화의 한 장면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했다. 앨범에 좋은 노래가 두 곡이나 있다니… 돈이 생기자마자 바로 레코드점으로 달려갔던 것이다. 유재하의 데뷔 앨범은 내가 처음 산 음반이 되었고 지금까지 이 사실에 혼자 뿌듯해한다. 적어도 내가 막귀는 아니라는 게 증명된 셈이니까.

 

1. 러브 스토리

서둘러 집에 와서 앨범을 플레이했다. 앨범 전체는 한 남자의 러브 스토리로 짜여 있었다. 풋풋한 사랑이 어느새 숭고한 신앙과 같이 깊어진다. 그러다 이별을 경험하고 분노했다 관조했다가 또다시 우울에 빠진다. 마지막곡 <사랑하기 때문에>에 이르면 다시 만난 사랑에 가슴이 벅차 오른다. 신기한 게 발표된 지 삽 십 년 지난 앨범임에도 들을 때마다 그때의 감동이 되살아난다.

유재하의 데뷔 앨범은 1987년 8월 20일, 서울음반에서 발매됐다. 건전가요를 빼고 총 9개 트랙이 담겨 있는데 유재하가 모든 곡의 작사, 작곡, 편곡을 책임졌다. 드럼, 베이스, 현악을 제외한 세션 연주도 본인이 직접 했다. 90년대 전성기를 누렸던 신해철, 윤상, 김현철, 015B, 서태지 등 음악 감독 겸 싱어송라이터들은 이 앨범을 들으며 큰 용기를 얻었을 것이다.

<사랑하기 때문에>는 역대 최고의 가요 음반으로 평가된다. 나는 이 앨범의 가치를 음악적으로 평가하고 분석할 능력이 없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이 앨범을 최고로 꼽는지 이유 하나 정도는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유재하는 대중가요에서 흔하디 흔한 사랑 노래를 세상에 단 하나뿐인 이야기처럼 소중하고 우아하게 표현했다. 그의 노래는 사랑에 기뻐하고 아파했던 우리 모두의 경험을 아주 특별한 서사로 만든다.

※ 2부에서는 앨범 수록곡들을 하나씩 살펴 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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